2014. 3. 1.
와인업계의 꽃 소믈리에(Sommelier)
를 아시나요? 몇번은 들어봤을 다소 낯선 단어지만, 와인을 배우는 사람이 가장 먼저 익히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와인이란 포도재배, 양조, 유통, 소비의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와인 관련 직업은 포도를 재배하는 직업, 와인을 제조하는 직업, 와인을 유통시키는 직업, 그 다음 와인을 서비스하는 직업으로 나눌 수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와인을 만들지 않고, 수입하여 유통시키고 그것을 소비하기 때문에, 와인관련 직업 중에서 자연히 소비의 최종 단계에서 와인을 서비스하는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와인 전문가'로서 각광을 받게 된 것입니다.
Sommelier를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불어로서 '(레스토랑의) 포도주 담당 웨이터',
불어사전에는 '(큰 집, 호텔, 기숙사 따위의) 식료품 담당자', '(카페, 요리점 따위의) 술 담당 보이'라고 되어있습니다. 그 어원을 보면
고대 불어인 'Bete de Somme'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이 말은 영어로 'Beast of Burden' 즉 짐을 나르는 동물이며, 여기서
'Sommelier'라는 단어가 생기면서 '목부', '목동'이란 뜻이 됩니다. 이 단어는 점차 전문용어가 되어 공식적으로 프랑스 왕실의 짐을
운반하는 직책이 되었고, 그러면서 지정된 곳의 세탁, 식품 저장, 지하 저장고를 관리하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장난 삼아 이야기하는
소 몰고 다니는 사람 즉 '소몰리에'라고 불러도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1700년대 이전에는 왕궁에서 소믈리에(Sommelier)는 '식탁을
차리고 와인과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한편, 연회 따위에서 술잔을 따라 올리는 사람)'의 뜻으로 사용되었고, 나중에는 후자의 개념만 남아 오늘날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책임지는 사람의 뜻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누군가 '와인 감별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이
뜻이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감별'이란 식별한다는 뜻으로 예술품 등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을 말하지만, 예술품 등 판단에는 감별이란
말보다는 감정이란 말이 더 일반적으로 사용됩니다. 감별이란 '병아리 감별사'와 같이 단순히 가부 판단을 요구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렇다고 소믈리에를 '와인 감정사'라고 부르는 것도 적합한 표현이 아닙니다. 와인을 감정하는 직업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대개는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가 기회가 있으면 모여서 와인을 감정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소믈리에는 사전 뜻 그대로 와인을 담당하는
웨이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소믈리에는 와인 저장실과 레스토랑 일을 맡아보고 모든 음료수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있으며,
식사주문이 끝나자마자 주문한 음식을 알고 바로 와인을 추천하거나 와인 리스트를 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손님이 주문한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주고, 손님이 요청할 경우 그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박한 와인지식은 물론,
그 레스토랑의 모든 와인에 대해서 그 맛과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하며, 손님이 주문한 요리에 대해서도 그 조리법, 맛 등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합니다. 결국 유능한 소믈리에란 와인 매상을 음식 매상보다 더 올릴 수 있는 와인의 세일즈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와인
리스트의 작성, 와인의 구입, 저장실 관리 및 기타 비품을 관리해야 하며, 더 나아가 서비스 맨으로서 인격을 갖추고, 기획, 경영능력이 있어야
하며, 종업원의 와인 및 서비스 교육도 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경험이 풍부해야 합니다. 자격증 시험을 봐서 합격여부로 소믈리에를 가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 국가공인 자격제도라는 것이
없고, 와인 서비스 업무에 경험이 많은 사람을 주변에서 소믈리에라고 불러주거나, 시험을 본다해도 소믈리에협회에서 실시하며 그것도 현업에서 수년
간 종사한 사람에 한해서 시험 볼 자격을 줍니다. 오랫동안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서빙하면서 소믈리에 콘테스트 등에서 입상을 하면 몸값이 더 오르고
여기 저기 스카웃 제의가 들어오게 됩니다. 서비스 경험도 없으면서 외국에서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왔다는 사람은 대개 어떤 교육기관을 수료한 경우나
협회나 교육기관에서 인정해 주는 자격을 얻어 온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그 질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믈리에에
대한 다소 과장된 인식 때문에 와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젊은 사람들이 이 직업을 선호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낳기도 했지만, 유능한
소믈리에는 자격여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와인 맛을 잘 알아맞힌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그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 달렸다고 봐야합니다. 그러니까 유능한 소믈리에가 되려면 화려한 이면에 숨어있는 그 고생이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화려하게 이름이 알려진 소믈리에 분들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를 헤아릴 수 있어야
하며, 그 어려운 과정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만이 유능한 소믈리에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