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조기 종영된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그 논란에 대해 살펴보자.
시놉시스의 역사적 개연성 결핍 우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언론을 통해 최초로 공개된 시놉시스부터 우려를 샀다. 처음 공개된 시놉시스는 이성계와 조선 왕실이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요청으로 로마 교황청에서 보낸 서역의 구마사와 언데드인 생시의 도움을 받은 뒤, 그들을 배신하고 죽여서 그 존재를 은폐했으나 생시가 다시 부활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조선 왕실이 로마 교황청의 도움을 받아서 국가를 건국했다는 기본 설정이 너무 파격적이라 기사가 공개된 후로 여러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졌고 결국 상당한 논란에 휩싸였다. 역사왜곡 논란을 떠나서 홍길동 대 터미네이터 수준으로 드라마 주제가 엉뚱하게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 당연했다.
조선과 명이 건국되던 시점에서는 중국과 중동 및 유럽기독교 세계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시기였다. 물론 교황청에서 원나라에 서신을 보낼 때 고려 충숙왕에게도 서신을 보냈다는 주장 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해당 해석은 무슨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고려 말 금속활자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카더라 수준의 가설에 불과하며, 명나라 초 기준으로 중국 내 거주하던 기독교 신도들은 주로 가톨릭이 아닌 네스토리우스파나 정교회 혹은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신자들이었지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다.
14세기 중반 유럽에서 흑사병이 퍼진 여파로 선교 사절 파견은 중단되었으며, 더욱이 이후 몽골 제국의 여러 국가들이 사분오열되면서 선교사들이 안전하게 중국까지 여행을 갈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명나라 초기와 같은 시대 동유럽부터 중앙아시아, 중동 전역을 휩쓴 티무르 제국의 경우 중앙아시아 교회들을 다 부수고 다녔기 때문에, 교황청이 학식 있는 선교사들을 함부로 파견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한 본작에서 다루는 시기는 마테오 리치를 위시한 가톨릭 선교사들이 본격적으로 입국하고 교세를 확장하던 명말이 아닌 명초이다. 그 이전 시대 명나라를 방문 혹은 거주했던 기독교인들은 거의 다 중동계 혹은 중앙아시아계 기독교인이었으며 그마저도 명나라의 쇄국정책과 색목인 동화정책으로 인구가 급감하고 있었다.
따라서 명나라 초기에 가톨릭 구마 사제가 들어온다는 것은 무리한 설정이다.
전파공정, 친중 논란, 방송 심의 규정 위반
첫 방영 이후, 일부 네티즌들이 우려했던 대로 심각한 역사왜곡 및 중국의 한국 문화 예속화 시도 논란이 계속해서 제기되었다. 조선의 의주를 묘사한 장면에서 중국식 실내 인테리어가 나오며, 중국식 긴 젓가락을 쓰고, 중국식 월병을 먹는데다, 조선의 상징인 갓을 쓴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고, 그러면서도 정작 기생은 한복을 입는 등 드라마상에서 중국의 역사왜곡에 호응하는 듯한 요소가 여럿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장면에서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 중에 중국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중국인들이 식사를 하는 것처럼 묘사가 되었다. 이러한 사항들은 조선구마사가 촬영 편의 혹은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고증을 틀린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문화공정을 시행한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방영 이후 동북공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전부터 논란이 되었던 선교사 설정 역시 새로운 방향으로 다시 조명되었다. 조선 초를 다룬 사극에서 서구인 선교사를 등장인물로 지정한 것을 상술한 중국의 한국 문화 예속화 시도 논란과 겹쳐서 보면 '중국에서 조선 초 세종대왕 시대의 과학기술 개발을 폄훼하는 방향'으로, 혹은 '해당 드라마를 본 외국인들이 조선 초 과학기술 발전에 대해 오해하게 만드는 용도'로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
방영 첫주만에 역사왜곡으로 거센 비판을 받자 SBS측에서 한주간 결방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조선구마사는 "100% 한국자본으로 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은 "그럼 중국 자본을 받아먹은 것도 아니면서 저런 내용을 자의로 방송했냐"며 더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게다가 순수히 한국 자본인지 입증하려면 제작비 내역을 공개해야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라 공개하기 전까지 네티즌들의 비판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BS는 VOD 재방영을 중단하고 수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텐센트가 운영하는 중국 플랫폼 위티비(WeTV)에서 북한의 건국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라고 소개하며 VOD 사업이 유지되는 것이 알려지자 논란에 휘말렸다. OTT 사업 자체가 원 저작자가 이를 넘기지 않으면 방영이 불가하기 때문에, SBS 측이 VOD 재방영을 중단하겠다는 말과 달리 위티비에서의 사업은 유지하고 있던 것에 대한 해명과 그 과정에서 북한의 건국 이야기로 적힌 점에 대한 해명이 불가피해졌다.#
본 드라마의 논란으로 SBS의 지상파 재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이 올라온지 이틀만에 동의가 9만명을 넘어섰다. SBS는 이미 작년 지상파 기준점수 미달로 3년간 조건부 허가가 떨어진 상황이다. 또한 본 드라마의 방영 중지 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 영상을 저작권 침해라는 명분으로 신고, 삭제하면서 촬영 강행 여지를 보여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그 외에도 조선구마사 논란을 지적하는 여러 유튜버 영상을 차단했다.
심지어 한국경제신문 계열 유튜브 채널인 티비텐의 한국사 1급 딴 기자가 말하는 조선구마사 영상도 국내에서 차단되었다. 유튜버 영상뿐만 아니라 같은 언론사 계열의 영상까지 내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에 화가난 한국경제신문은 인터넷 기사로 거의 30분마다 한개씩 조선구마사 관련 기사를 올리며 열심히 비난하고 있다.
이 여파로 각종 브랜드들의 투자 및 광고가 연이어 취소되었다. 논란이 있던 드라마는 수없이 있었지만, 이처럼 광고주들이 광고 편성을 철회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방영하자마자 시청자들의 반감을 엄청나게 사고있고 심지어는 역사에 관심이 없을만한 사람이 봐도 저게 뭐지? 싶을 정도로 역사를 왜곡하고 의도적으로 중국식 의복이나 소품 등을 가져다 쓰고 있기 때문에 광고철회를 하지 않으면 난감한 상황. 즉, 조금이라도 늦게 대처했다가는 그대로 역사왜곡을 방조한 기업이 되어버리는 셈이라 최대한 빠르게 광고와 제작지원까지 철회해야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제작지원 및 광고를 한 브랜드들의 목록들이 나오고 브랜드 자체에도 이미지 타격이 커지면서 브랜드들에게 이런 드라마에 제작지원 및 광고를 넣어주지 말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브랜드들이 제작지원을 취소하거나 철회을 요청, 논의 중이며, 1화 방영 후 하루도 되지 않아 절반이 넘는 브랜드들이 지원 및 광고 편성을 철회했다. 결국 2화 방영 후 이틀 만에 모든 광고주가 지원 및 광고를 철회하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이르렀다.
3월 26일, SBS는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선구마사는 역사왜곡 논란으로 방영 1주만에 조기 종영된 최초의 드라마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이는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단기간 조기 종영이다. 또한 SBS 측에서도 흑역사라고 생각했는지 2021년 3월 26일에 홈페이지를 아예 없애버렸고 올라왔던 동영상들도 삭제했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이 드라마 정보가 삭제되었다. 제작진에 소속된 인물이나 배우의 논란이 아닌 드라마 자체의 문제로 종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