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얽힌 비극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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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얽힌 비극의 역사


2014. 9. 30.

온두라스-엘살바도르 축구전쟁

월드컵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라면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의 축구전쟁을 꼽는다. 지난 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이듬해 열릴 제9회 멕시코월드컵대회 본선출전 티켓을 놓고 북중미 최종예선 A조에서 맞붙는다. 결과는 엘살바도르의 승리. 그러나 양국은 2천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5일전쟁이 불가피했다.전쟁의 싹은 2차전이 끝난 뒤 움텄다. 69년6월8일 온두라스의 수도 테구시 갈파에서 열린 1차전에서 0-1로 패한 엘살바도르는 1주일 뒤 자국의 수도 산살바도르로 옮겨 열린 2차전에서는 3-0으로 크게 이긴다.
그러나 2차전에서 비극의 서곡이 울린다.

원정응원을 온 온두라스인들이 엘살바도르의 텃세판정에 항의하다 두들겨맞고 쫓겨나고 만 것. 구타 소식은 단숨에 온두라스 전역으로 퍼졌고, 흥분한 온두라스 국민은 그날밤 보복에 나선다. 수도 테구시갈파에 있는 엘살바도르인의 집을 습격해 방화와 약탈을 저질렀고 거리를 휩쓸고 다니며 엘살바도르사람만 만나면 무자비한 린치를 가했다.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희생자가 속출했고 엘살바도르는 세계인권위원회에 온두라스를 고발했다. 온두라스는 엘살바도르 상품의 수입금지로 맞대응했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 양국은 마침내 국교를 단절하고 만다.

긴장이 한껏 고조된 가운데 두 팀은 6월27일 멕시코시티에서 마지막 승부인 3차전을 치른다. 관중보다 경찰이 더 많을 만큼 살벌한 분위기에서 펼쳐진 이 경기서 두팀은 전·후반을 2-2로 비겼으나 연장전에서 엘살바도르의 로드리게스가 결승골을 터뜨린다.엘살바도르는 승리의 환희에 젖었지만 온두라스에서 희생된 자국국민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7월13일 온두라스에 선전포고를 한다.야포와 전차·전투기를 총동원한 전면전은 5일만에 엘살바도르가 온두라스의 항복을 받아내막을 내리지만 양국에서 2천명이 넘는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말았다.


축구공 전쟁


1930년 7월30일 제1회 월드컵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은 홈팀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어떤 축구공을 사용할 것이냐를 놓고 경기 못지않은 '장외열전'을 치렀다.지금은 FIFA(국제축구연맹)가 공인구를 사용해 시비거리가 없겠지만 원년대회인 당시에는 아무런 원칙이 없었다.우루과이는 개최국임을 내세워 자신의 나라에서 만든 공을 사용하려 했고 아르헨티나는 공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이날 샌타나리오 구장에는 7만3천여명의 관중이 몰려들었고 이들로부터 압수한 권총만 해도 2백정이 넘을 정도로
분위기는 과열돼 있었다.특히 이른 아침부터 배를 타고 라 플라타강을 건너 온 1만여명의 아르헨티나 극성팬들은 '승리 아니면 죽음'을 외쳐대 난동을 우려한 우루과이는 결국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동전으로 선후를 가려 전반은 아르헨티나 공을, 후반은 우루과이 공을 사용한 것. 우연의 일치인지 경기는 묘하게도 전반은 아르헨티나, 후반은 우루과이가 우세를 보였다.전반 12분 우루과이의 도라도가 선제골을 터뜨려 홈팬들을 들끓게 했지만 아르헨티나는 20분과 37분에 페우셰예,스타빌레가 릴레이골을 꽂아 전반을 2-1로 앞섰다. 그러나 후반들어 우루과이 선수들은 자신들의 발에 익숙한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주도권을 잡아 12분 케야가 동점골을, 23분 이리아르테가 역전골을 넣은데 이어 종료직전 카스트로가 쐐기골을 명중시켰다.결국 우루과이는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한 명승부를 4-2의 승리로 장식해 월드컵 원년챔프에 올랐다.우루과이는 우승한 다음날을 국경일로 선포하는 등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 들었던 반면, 아르헨티나 팬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우루과이대사관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모두 깨는 것으로 패배의 쓰라림을 달래야만 했다.



"스페인 말은 모른다"

66년 제8회 영국월드컵대회서 아르헨티나는 스페인 말을 모르는 서독인 주심의 엉뚱한 판정 때문에 '황당한 쓴잔'을 들고 만다.영국과 아르헨티나의 8강전 주심을 맡은 클라이트 라인은 전반전 아르헨티나 수비수 라틴에게 느닷없이 퇴장 명령을 내린다.영국 공격수와 부딪쳐 함께 넘어졌던 라틴이 엉겁결에 상대를 밟고 일어나자 쏜살같이 달려온 주심은 라틴에게 옐로카드를 내보였다. 여기까지는 무리」 없었다. 그러나 몸을 추스린 라틴이 스페인 말로 자신의 실수를 사과하는 순간 주심은 어이없게도 레드카드(퇴장)를 꺼내 보인 것. 라틴의 사과를 욕설로 잘못 알아 들은 것이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즉각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고 사과하는 선수를 퇴장시킬 수 있는 것이냐"며 경기를 보이콧할 움직임을 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장인 캔 에스톤경이 중재에 나섰지만 주심은 "나는 그들이 떠드는 스페인 말은 모르지만 욕을 하는 것은 눈치 챌 수 있었다. 어떻게 그대로 둘 수 있겠느냐"며 완강하게 버텼다.결국 라틴은 그라운드를 떠나야만 했고 10명이 뛴 아르헨티나는 후반 영국 허스트에게 결승골을 내줘 4강티켓을 놓친다.잔뜩 약이 올라있던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램지 영국감독이 "짐승들과 싸우면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법"이라고 적반하장격의 트집을 잡자 일제히 영국 탈의실로 몰려 가 문을 부수고 난투극을 벌였다.
주심의 언어장벽 덕택에 운좋게 고비를 넘긴 영국은 이 대회서 사상 첫우승을 차지한다.




살인극 부른 자살골


지난 94년 7월2일 밤 콜롬비아 월드컵축구대표팀의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당시 27세)가 괴한들에게 살해된다. 메데인의 한 술집에서 애인과 함께 나오다 12발의 총탄세례를 받은 것.
범인들은 "자살골에 감사한다"는 비아냥 섞인 메시지를 남겨 살해동기를 짐작케 했다. 에스코바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살골은 94년 6월23일 LA로즈볼구장서 열린 콜롬비아와 홈팀 미국의 제15회 미국월드컵 A조경기에서 나왔다.콜롬비아는 대회 개막전까지만 해도 우승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혔으나 첫경기서 루마니아에 1-3으로 대패한데 이어 당연히 이길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에 마저 에스코바르가 자살골을 넣는 바람에 1-2로 덜미를 잡힌다. 에스코바르는 전반 33분 미국의 하크스가 슛한 볼을 걷어내려다 자기 골문안으로 차 넣고 만 것.콜롬비아는 예선 마지막 경기서 강호 스위스를 2-0으로 꺾었지만 1승2패로 조 4위에 그쳐 탈락의 쓴잔을 들었다.

쓸쓸히 귀국한 콜롬비아팀은 팬들의 울분에 찬 비난을 감수해야 했고 특히 에스코바르는 도박조직으로부터 살해위협에 시달리다 결국 참혹한 죽음을 맞는다. 85만달러의 현상금까지 걸고 범인색출에 나선 경찰은 7월4일 움베르토므뇨스 카스트로 등 2명을 체포하고 38구경
권총을 증거로 압수했다.카스트로는 콜롬비아의 승리에 거액을 걸었다가 날린 목장주인 갈론 에나오의 운전사라고 자백했다.에스코바르가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뒤 콜롬비아 축구대표팀은 고메스 감독이 사의를 밝히고 선수들도 대표팀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는 등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했다.에스코바르의 죽음에 대해 언론은 '콜롬비아의 자살골' '광란의 범죄…콜롬비아는 에스코바르의 죽음을 통탄한다'는 등으로 대서특필 했고 장례식에는 세자르 가비리아 대통령 등 1만5천여명의 애도 인파가 몰렸다.




마라도나 '신의 손' 논쟁


축구신동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86년과 90년 월드컵대회서 두차례나 '신의 손'논쟁을 불러일으킨다.86년 6월23일 아르헨티나는 영국과의 멕시코대회 8강전에서 마라도나가 신기에 가까운 기량을 뽐내며 혼자 2골을 뽑아 2-1로 이기지만 첫골이 반칙이었다는 시비에 휘말린다. 마라도나가 영국 GK와 거의 부딪칠뻔한 상황에서 머리와 손으로 함께 공을 받아 넣었다는 것.기자들의 집요한 추궁이 있자 마라도나는 "약간은 신의 손에 의해, 또 약간은 머리에 의해 골이 들어갔다"고 답해 사실상 핸들링을 시인했다.마라도나의 '신의 손' 덕분에 고비를 넘긴 아르헨티나는 결승에서 서독을 3-2로 꺾고 8년만의 정상복귀와 통산 2번째 우승에 성공했고 마라도나는 MVP까지 거머쥔다.'신의 손' 불똥은 영국의 공인 도박회사인 윌리엄 힐사로 튀어 아르헨티나-영국전을 1-1 무승부로 예상한 고객들에게 1만5천달러를 되돌려주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라도나의 '신의 손'은 90년 6월14일 이탈리아대회 B조예선 구 소련과의 경기에서 재연된다.전반 아르헨티나 왼쪽 골포스트 앞에서 수비를 하던 마라도나가 알렉산드르 자바로프의 강슛을 엉겁결에 오른손으로 막아 내 핸들링을 범한 것. 그러나 스웨덴의 프레데릭손 주심은 이를 미처 보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아르헨티나의 2-0 승리로 끝난다.대회 전경기를 생중계 한 이탈리아의 RAI TV는 마라도나의 핸들링 장면을 수차례 반복해 방영하면서 '신의 손'이 움직이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적했다.다시 한번 '신의 손' 덕택을 본 아르헨티나는 1승1무1패로 조 3위가 돼 예선탈락의 위기를 넘긴 뒤 결승까지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고 4강후보로 꼽힌 구소련은 1승2패로 조 4위에 그쳐 탈락의 쓴잔을 든다.


축구화의 선택과 관리요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