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블리자드 82조 현금으로 파격적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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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블리자드 82조 현금으로 파격적 인수


2022. 2. 4.

 


Microsoft는 한국 시각으로 2022년 1월 18일 오후 10시 28분, 자사가 687억 달러(약 82조원)에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했음을 발표했다. 매입가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1월 14일 금요일 주가의 45%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며 인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회계년도 2023년도인 2022년 7월 1일 ~ 2023년 6월 30일에 마무리가 된다.

이는 Microsoft의 역사상 최대 M&A로, 이전 최대 규모의 인수가였던 LinkedIn을 인수할 때 기록한 31조원의 2배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며, 이전 게임사인 제니맥스 미디어 합병의 10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또한 게임 산업 역대 최대 M&A이기도 한데, 이전 최고 기록은 테이크 투 인터랙티브의 징가 인수 금액인 127억 달러다.

최종 인수가 끝나기 전까지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Microsoft는 경영 간섭 없이 별개의 회사로 운영되며, 인수가 끝나면 Microsoft Gaming 산하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번 인수를 통해서 Microsoft 소속 게임 개발 및 유통사만 40개에 달할 정도로 덩치가 커져서 일개 부서로 보기에는 Microsoft의 Xbox 사업부가 굉장히 비대해졌기 때문에 'Microsoft Gaming'이라는 별도의 법인 격으로 분리될 것인지 지배구조에 관해선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 바비 코틱은 인수가 완료되는 대로 CEO에서 물러날 예정이며 퇴직금으로 4500억원이 지급된다. 인수가 완료된 이후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소속될 'Microsoft Gaming'에는 Xbox 팀의 수장이자 현 Microsoft 게이밍 부문 총괄 부사장인 필 스펜서가 CEO로 취임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결정적인 이유로는 메타버스 구축에 있어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기업적 가치를 눈여겨 봤기 때문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수 발표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인수가 여러 플랫폼에 걸친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이밍 사업 성장을 촉진시킬 뿐 아니라 메타버스 구축에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게임은 오늘날 모든 플랫폼에서 가장 역동적이면서 흥미로운 엔터터인먼트 카테고리이며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수 발표 당일 열린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 콜에서도 사티아 나델라와 액티비전 CEO 바비 코틱,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총괄 필 스펜서가 메타버스를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중요성을 역설했다. 필 스펜서는 "우리(마이크로소프트)의 메타버스 비전은 강력한 프랜차이즈에 뿌리를 내린, 상호 교류하는 글로벌 커뮤니티"라며 이번 인수가 "우리의 소비자 메타버스 어프로치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비단 MS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꽉 쥐고 있는 IT 빅테크 기업들인 애플, 아마존, 구글, 메타(페이스북) 역시도 마찬가지다. 특히 메타는 아예 사명까지 메타버스에서 따온 메타로 바꿀 정도로 메타버스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MS를 포함한 위 기업들은 단순히 주가 띄우기 용 발언이 아닌 진지하게 메타버스 구축에 힘을 다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 돈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비디오 게임 업계와 대체 무슨 상관일까?

메타버스 구축에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높은 수준의 서버 기술력과 메타버스를 눈 앞에 구현해낼 증강 및 가상 현실 기술, 그리고 그렇게 구현해낸 메타버스를 채울 컨텐츠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Microsoft Azure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를 보유하고 있고 AR 기기인 홀로렌즈 역시도 보유하고 있다. 남은 것은 컨텐츠인데 MS 측은 본인들이 주력하고 있는 메타버스를 채워 넣을 컨텐츠로 '게임'을 선택했고 이 선택이 막강한 IP를 보유하고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로 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2021년 6월 CEO인 사티아 나델라와 게이밍 부문 부사장인 필 스펜서가 MS는 게임에 올인하는 기업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

그리고 미래의 메타버스 경쟁자인 다른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 역시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구글과 아마존은 이미 비디오 게임 업계에 어느 정도 발을 들이민 상황인데, 구글은 클라우드 게이밍인 Stadia를 런칭해서 출사표를 던졌고, 아마존은 아마존 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 시장을 주요 먹거리로 삼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경쟁자인 동시에 Amazon Luna라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발표해 xCloud와도 결정적인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 이런 라이벌 기업들이 비디오 게임 업계에 관심을 가지고 서서히 진출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2020년 제니맥스 미디어 인수에 이어 액티비전 블리자드까지 사들이면서 '컨텐츠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번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이번 인수가 엑스박스의 경쟁 플랫폼인 플레이스테이션을 직접적으로 견제하기 위함일 가능성은 낮다. 애초에 MS는 이번 인수가 발표되기 2년 전에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진짜 경쟁 상대는 아마존과 구글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사업 분야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하드웨어로서의 엑스박스의 경쟁 상대인 플레이스테이션 만을 견제하기 위해 역대 마이크로소프트 M&A 최대 규모 계약금인 82조 원이라는 거금을 쓰는 것도 다소 어폐가 있다. 인수의 진짜 목적인 메타버스가 아닌 순전히 게이밍 분야로 한정해도 MS 게이밍 사업부의 구심점인 게임 패스를 위한 투자의 비중이 크면 컸지, 플레이스테이션을 견제하는 것이 핵심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것.

비슷하게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MS에게 인수되길 원했던 이유 역시 상술했던 빅테크 기업들이 게임 업계에 진출했을 때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게임 시장에서 자력으로 살아남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게임 유통사 중에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매년 높은 수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메타와 같은 진짜 큰손 기업들과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정도로 차이가 크다. 이런 변화의 바람을 감지한 액티비전 블리자드 측이 먼저 매각 의사를 보였고 이에 관심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가 후한 조건을 제시해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Xbox Game Pass를 전력으로 밀어주고 있는 Microsoft가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소유하고 있던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워크래프트 시리즈, 디아블로 시리즈, 오버워치 시리즈, 캔디 크러쉬 사가 등의 IP를 전부 인수했다는 점에서 서구 게임 시장에 엄청난 판도 변화가 있을 것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콜 오브 듀티 시리즈 같은 경우는 북미와 유럽에서 플레이스테이션 추세를 완전히 뒤바꿔놓을 수도 있다.

일단 Microsoft는 인수 조치가 끝나는 대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게임들이 대부분 Xbox Game Pass에 등록될 것임을 공언했다. 이로써 게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FPS 시리즈들인 헤일로 시리즈, 둠 시리즈, 퀘이크 시리즈, 울펜슈타인 시리즈,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모두 Microsoft라는 한 지붕 아래에 있게 되었다.

블리자드의 팬들 입장에서도 마소가 인수함에 따라 2018년을 기점으로 느려진 신작 발매나, 게임 업데이트 분기가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기존 블리자드는 과거 게임을 리마스터해서 배틀넷에 통합시켰으면 시켰지 자사의 어떤 게임도 서비스를 종료한 적이 없었는데, Microsoft가 경영을 맡게되면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스타크래프트 2,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 등 실적이 저조할 게임을 서비스 종료하진 않을지에 대한 걱정도 생긴다. 하지만 더블 파인 프로덕션의 스튜디오 헤드인 팀 샤퍼의 인터뷰 증언대로라면, Xbox Game Studios는 스튜디오의 게임 개발에 무신경할 정도로 간섭을 하지 않고 물주 노릇만 하고 있다. 즉 각 스튜디오의 개성을 존중한다는 말이며, 오히려 비인기 장르로 추락한 RTS 장르 게임 중 하나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가 신작으로 등장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가 부활한 것을 봤을 때, 상업성 문제로 후속작 출시가 막힌 스타크래프트 및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개발 재개도 기대할 만 한 관측이 있는데 이번 인수의 1차적인 목표가 게임 패스 목록을 늘리기 위함임을 생각하면 블리자드 IP를 사용한 신작들을 늘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리자드 내부에서 RTS 게임을 개발하던 인력들이 거의 퇴사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RTS 신작을 개발할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MS의 헤일로 워즈 2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도 과거 스튜디오였던 앙상블 스튜디오가 폐쇄된 뒤 더 이상의 RTS 신작을 개발할 인력들이 없어, 다른 RTS 명가인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 렐릭 엔터테인먼트에게 개발 외주를 맡긴 것이다.

Microsoft Store와 Battle.net이 공존하게 되면서 배틀넷이 Microsoft 스토어와 통합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데, 2020년 제니맥스 미디어 인수 당시에도 베데스다 넷이 통합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으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일되지 않은 ESD가 더 늘어나면 특히 게이머 입장에서 불편함을 느끼니 비디오 게임 판매를 하나의 ESD로 통합할 가능성은 언제나 안고 있다.

인수 발표 이후 소니의 주가가 폭락하였다. 이는 소니 역사상 2008년 이후 14년 만의 최대 주가 낙폭이다.

매년 출시하던 콜 오브 듀티의 출시 스케줄을 연간 단위가 아닌 2년 이상의 단위로 조정할 것을 검토 중에 있다. 콜 오브 듀티의 판매 스케줄을 조정하면,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게임 품질이 상승하며, 기존의 CoD 개발지원 스튜디오가 다른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잊혀진 게임 IP를 부활시킬 수 있다. 빠르면 2023년 콜 오브 듀티 시리즈부터 적용될 수 있다.



Microsoft는 EA의 안티 테제라 불릴 정도로 산하 게임 제작사들의 게임 개발에 거의 간섭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인수 발표가 나오고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게임을 즐기는 팬들 사이에선 최고의 주인님을 만났다는 반응으로 축제가 열렸다.

팀 샤퍼의 과거 인터뷰에 따르면 산하 게임 제작사들은 완전히 자유롭게 회사 경영을 하고, 개발비는 Xbox Game Studios에서 수령해 일체의 돈 걱정 없이 게임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XGS는 '게임을 Xbox Game Pass로도 출시할 것', 'Microsoft의 엄격한 품질 관리 테스트를 통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가능한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개발에 간섭을 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품질 보증 관리 테스트는 광과민성 증후군,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굉장히 엄격하게 따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헤일로 레딧 폐쇄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과금 모델과 부분유료화 모델 설계도 온전히 스튜디오 재량이다. 헤일로 인피니트의 과금 모델 논란 당시 헤일로 개발자가 Microsoft는 일체의 과금 설계를 지시한 적이 없으며, 전부 343 인더스트리에서 단독으로 과금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인증한 적이 있다. 이외에도 게임 업계 인사이더들의 과거 발언을 토대로 했을 때, 게임의 출시일을 지정하거나, 이번 게임쇼에서 발표할 게임 트레일러를 이번엔 이 스튜디오가 준비해 놓으라는 식으로 제한된 출판 간섭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 경영을 완전 자율에 맡기기 때문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사내 성차별 및 성추행 논란과 같은 사내 문제를 조기에 인식해 윗선에서 차단할 수 없다. 물론 사건이 발생하면 윗선에서 칼을 빼들어 소위 말하는 칼부림을 통해 전면적인 개혁이 이루어지겠지만 세부적인 문제는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 특히 343 인더스트리는 시니어급 개발자들의 알력 다툼 때문에 스튜디오 내부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았고 이로 인해 개발 환경도 매우 험난했다. 이 때문에 트레일러 공개 당시 퀄리티 부족으로 인해 큰 논란에 시달렸고 사태가 터진 이후에야 급하게 조셉 스테이튼이라는 교통 정리를 위한 개발자를 데려와 발매 연기까지 감행해서 간신히 출시한 바가 있다. 그마저도 발매 이후 사후 관리 때문에 욕을 들어 먹고 있는 상황. 성추행 논란이라는 큰 홍역에 시달려 개발자가 물갈이되고 험난한 상황에 놓인 블리자드는 말할 것도 없고, 액티비전 소속 레이븐 소프트웨어와 슬레지해머 게임즈 역시도 게임 운영 및 관리 측면에서 큰 비판을 받고 있는데 방임을 추구하는 Microsoft가 이런 사내 분위기까지 쇄신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알려진 내용대로라면 Microsoft는 Xbox 사업부를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만약 Xbox 사업부가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된다면 앞으로 추가적인 초대형 게임사 인수를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 팀 Xbox가 Microsoft의 사업부였을 때는 인수를 직접 지갑을 열고 해결했으면 되는데, 만약 자회사인 'Microsoft Gaming'으로 분리되고 나면 인수 자금을 모회사인 Microsoft에서 대납해야 한다. 소규모 스튜디오는 인수가가 싸기 때문에 직접 지불할 수 있으나, 액티비전 블리자드나 제니맥스 미디어 규모의 회사는 덩치가 너무 커 모회사의 도움 없이는 인수가 힘들다. 주식회사 특성상 모회사인 Microsoft의 주주가 이의제기를 할 여지가 있으며, 함부로 무담보로 자금을 대여하면 배임이 성립될 수 있어 법률적으로는 추가 인수가 지금보다 더 까다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