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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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독


2014. 6. 28.

뱀독에서 피를 굳지 않게 하는 물질을 추출해 혈전을 녹이는 약을 만들고 있다.

뱀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해로운 독에서 거꾸로 유용한 물질이 발견된 것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일이다. 우리 주위에 볼 수 있는 많은 약이 독에서 나왔다. 독이 사람을 살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약초와 독초는 사촌 사이고, 모든 약은 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스위스 의학자인 파라켈수스(1493~1541)는 “독성이 없는 약물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약물은 곧 독물이다. 다만 약물과 독물은 용량에 따른 차이일 뿐이다”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주름살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올해 선풍적 인기를 끈 ‘보톡스’는 생화학무기로 많이 사용되는 보툴리늄 독소로 만든 약이다. 이 독소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세균이 만드는 신경 독성 물질이다. 흔히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독소다.

1793년 독일 남부에서 조리하지 않은 소시지를 먹은 사람들 가운데 절반이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 음식물에 이 세균이 감염돼 독소가 퍼졌기 때문이다. 이 독소는 단 1g으로 100만명을 죽일 정도로 독성이 강해, 몇몇 국가에서는 생화학무기로 적극 개발하고 있다.

이 독소가 질병 치료에 처음 쓰인 것은 1970년대 후반이었다. 안과의사인 앨런 스코트가 이 독소를 사시 치료에 처음 사용했다. 치사량의 1000분의 1 정도의 양을 주사하자 신경세포의 활동을 적당히 억제해 근육이 마비됐고, 눈 근육의 비정상적 운동이 멈춘 것이다. 이후 뇌성마비, 한쪽 얼굴근육의 마비 증세, 눈에 경련이 일어나는 병과 같은 질환에서부터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 타액분비 과잉증 치료에 쓰이다 성형외과로 확대됐다.

비슷한 증상에 사용되는 독으로 ‘블랙 위도 스파이더’라고 하는 독거미에서 나온 독소가 있다. 이것도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막아 근육을 마비시킨다.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수술 도중 아픔을 느낀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근육 이완제 주사를 맞는다. 많이 사용되는 근육 이완제 중 하나가 남미 인디언들이 동물을 사냥할 때 화살촉에 바르던 독을 기초로 만든 것이다. 이 독은 남미에 사는 개구리에서 나온 물질이다.

편두통 치료제로 쓰이는 독도 있다. 귀리와 같은 곡식에 기생하는 ‘맥각균’이라는 곰팡이가 있다. 오염된 귀리를 먹은 사람들은 식중독에 걸리곤 했는데, 연구 결과 이 곰팡이가 만든 ‘맥각 알칼로이드’라는 독소 때문이었다. 이 독소 안에서 에르고타민과 디하이드로에르고타민이라는 물질이 발견됐고, 현재 두 물질은 편두통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이 독에서 발견된 ‘에르고미트린’이라는 물질은 산부인과에서 분만 후 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브로모크립틴’은 파킨슨씨병의 치료에 사용된다.

이밖에도 복어의 독을 통증 치료제나 마취제로 개발하려는 연구, 디프테리아 세균의 독으로 항암제를 만드는 연구 등 독을 약으로 개발하려는 다양한 연구가 현재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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