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까지 뚫어버리는 장수말벌의 침과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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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까지 뚫어버리는 장수말벌의 침과 독


2019. 12. 16.

장수말벌은 한국 및 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로,기본적인 능력이 웬만한 대형곤충 뺨친다. 침은 사람의 피부는 물론이요 고무장갑도 가뿐히 뚫으며 전체적으로 갑피도 단단하다. 아스팔트 위에서 사람이 슬리퍼나 운동화를 신고 밟아도 오랫동안 살아있을 정도의 단단함을 가진 데다, 전기 파리채로 일격사가 안 되는 몇 안 되는 곤충 중 하나다. 

다른 말벌류는 죽지는 않더라도 한 번 맞으면 감전되어 땅에 떨어져서 쉽게 잡을 수 있도록 리타이어되는 반면 장수말벌은 그냥 멀쩡히 날아온다. 따라서 벽 등에 붙어있으면, 전기파리채보다는 두꺼운 일반 파리채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제 아무리 갑피가 두꺼워봤자 인간이 속도와 무게를 실어서 눌러버리면 설령 즉사는 아니더라도 얼마 안 가 사망확정이며, 정말 운이 좋아 죽음을 면하더라도 즉시 불구가 되어 무력화되어 버리니 즉사시키려면 단단한 면에 있을때 밟고 비틀어버리면 그만이다. 단, 이는 어디까지나 단독개체일 때 이야기이며 어지간한 벌은 한 마리가 보이면 수십 마리의 동료 벌이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동료가 죽으면 집단으로 흥분하기도 해서 너무 여유부리다간 큰일난다. 장수말벌은 크기가 큰 만큼 날아다니는 소리도 잘 들리고 소리가 다른 말벌을 압도한다. 장수말벌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린다면 주변에 벌이 있을 확률이 높다.

보통 실외에서 개체가 단독으로 행동할 때 만난다면 가만히 있다가 기회를 봐서 도망치는 게 좋다. 평상시 외역하는 말벌은 벌집을 습격한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하지만 벌집에 가까워지거나 향수 냄새 등으로 자극받은 말벌은 경계태세를 취하는데 사람에게 다가와서 사람을 빤히 주시하며 주변을 맴돈다. 이 때는 절대 함부로 움직이거나 말벌을 쫓으려 하면 안 된다. 말벌을 주시하며 가만히 서 있으면 말벌은 경계를 풀고 그 자리를 벗어난다. 이 때 뒷걸음질로 서서히 그 자리에서 걸어나오거나 꼴사납더라도 엎드려서 포복으로 그 자리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말벌이 경계를 풀지 않는 것은 벌집에 접근했다는 뜻이니 서서히 뒷걸음질로 빠져나오면 말벌은 경계를 풀 것이다.
이 상태에서 벌집에 더 접근하거나 하여 위협의 강도를 높이면 말벌은 다리를 쫙 편 상태에서 날개를 세워 호버링하며 턱을 딱딱 부딪쳐 위협태세를 취한다. 이것은 공격하기 이전의 최후통첩으로, 턱소리가 미세하게 들리면 즉시 벌에게서 멀어져야 한다. 역시 뒷걸음질이나 포복으로 그 자리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뛰어서 도망치려 하면 벌을 흥분시켜서 공격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손을 휘저어 주위를 맴도는 말벌을 쫓으려 하면 말벌은 즉시 경보 페로몬을 발산해 동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말벌떼의 폭격을 받게 된다. 말벌이 위협태세를 취할 때 멀어지지 않으면 말벌은 사람을 적으로 판명해 공격태세로 들어간다. 물론 벌집을 건드리면 위의 위협단계를 모두 건너뛰고 바로 공격태세로 들어간다.

만일 적으로 판명해 공격태세로 들어가 움직임이 사납다면 그냥 무조건 빠르게 뛰어서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수십 년간 장수말벌의 집을 채취해 온 경험 많은 사냥꾼도 보호구가 없으면 무조건 튀었다. 정말로 급하다면 손을 희생하는 게 차선책이다. 의외로 장수말벌은 기동성이 느린 때가 있어 잘만 하면 손으로 떨굴 수 있다. 물론 쏘일 것을 각오해야겠지만 머리를 쏘이는 것보다는 낫다. 가장 좋은 법은 웃도리를 벗어서 내리까는 것. 휘두르기 쉬운 웃도리는 강한 풍압과 넓은 공격범위를 자랑하며 웃도리를 든 인간 앞에서 장수말벌 따위는 한낱 미물일 뿐이다. 물론 웃도리를 벗어서 들기 전에 쏘이면 GG. 애초에 그렇게 해도 별 소용없다면 정말 모든 게 끝이다.


만약에 벌이 도망갔다면 그 즉시 자리를 떠야 한다. 잠시 뒤 지원군 2~30마리를 데리고 날아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속도가 슬로스타트로 인해 느리기 때문에 전속력으로 튄다면 무사할 수 있다.
떨군 뒤에는 밟아 죽일 수 있지만 그냥 종이컵 찌그러트리듯이 밟는 정도로는 금방 날아오르거나 지형에 따라 밟아도 사는 때도 있다. 혹시 개체가 도망가면 얼마 뒤엔 몇 마리씩 떼를 지어 그 지역을 배회한다. 집단으로 생활하는 만큼 조직적인 행동이 가능하기에 그야말로 뒤끝이 끝내주는 깡패벌. 산에서 실수로 장수말벌집을 건드렸다면 끔살당할 수도 있다. 일반 벌집을 건드리면 과민성 쇼크를 일으키지 않는 한 더럽게 아프고 끝나겠지만 이건 진짜 죽는 수가 있다. 일반적인 말벌에게 5번만 쏘여도 목숨이 위험한데 장수말벌이라고 다를 리 없다. 실제로 제초 작업하다가 장수말벌에게 3방 쏘인 병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국군병원으로 실려가서 겨우 목숨을 구한 실화들이 꽤 많다. 장수말벌에게 쏘였을 때의 고통은 '뜨거운 손톱으로 다리를 쑤시는것같다'고 한다. 일본의 곤충학자 오노 마사토 교수의 말이다. 물론 실제로 쏘여본 사람도 비슷한 느낌을 회술할 수 있는데, 그야 말로, 송곳으로 신체를 쑤시는 느낌이다. 한방 한방이 공포스러운 고통이며, 약 일주일동안 지속되는 독통은, 손을 왕주먹으로 만들고, 발을 대발이로 만드는 일시적 신체기형을 선사한다. 목위로 한방이라도 쏘이면 어지간하면 죽는 다는 말이 절로 실감되는 충격과 공포를 맛보게 된다.

게다가 턱도 아주 세다. 거미줄이야 뭐 우습고 일반적인 그물이나 비닐은 몇 분이면 아작낸다. 사람 피부를 물면 살점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잘못 알려진 것이다. 장수말벌의 턱은 돌기가 무딘편이어서 물린다고 피가 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뺀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일단 무는 힘 자체가 장난 아니게 강하므로 조심할 것. 괜히 실험하려 했다간 큰 고통을 맛 볼 위험이 있으므로... 또한 파리끈끈이에 다리와 날개를 세게 붙여놔도 5분 이내로 탈출한다. 그러나 장수말벌 전용으로 만들어진 끈끈이에는 쪽도 못쓰고 당한다. 양봉업주들이 장수말벌 퇴치용으로 쓰는 물건인데, 다른 벌집을 공격하기 전 장수말벌이 동료 장수말벌들과 더듬이로 교신하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시체가 미끼가 되어 다른 개체를 부르고 말벌의 공격적인 탈출시도가 오히려 더욱 끈끈이에 엉키게 만든다.

참고로 전기 파리채로는 무식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장수말벌을 잡을 수 없으니 전기파리채로 장수말벌을 잡을 생각은 하지 말자. 차라리 위에 언급한대로 테니스 채나 베드민턴 채로 잡자. 좀 마이너하긴 하지만 라켓볼 채가 있다면 더더욱 안전하게 잡을 수 있다. 물론 전기파리채도 그정도 타격쯤은 버티기 때문에 전기파리채를 테니스 채처럼 써서 장수말벌을 떨궈도 문제없다. 만약 전기 충격만으로 운좋게 추락한다면 계속 지질생각 말고 그냥 밟아서 끝장내는게 좋다.

장수말벌은 검정에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학자들은 오소리나 곰같이 어둡고 짙거나 검은 털빛을 가진 벌집이나 개미집의 유충을 중요한 단백질원으로 삼는 천적들에 대항하기 위한 본능으로 추측한다. 따라서 검은 옷을 입은 채로 산지 등에 가면 위험하다.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삼가면 될 일이나 검은 머리칼을 가진 동양인은 장수말벌에게 공격받을 확률이 높으니 흰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이래저래 활동량이 장난이 아닌지라 제거 의뢰도 많고 이것에 쏘인 환자도 이 시기에 집중된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는 벌초 때문에 벌집을 건드리는 사고가 많아서 9월 중순~10월 초까지는 하루에 1번은 꼭 나가는 수준이다. 소방관들이라고 딱히 답은 없었으나 근래 신무기를 개발해 배치를 기다린다.

근래에 등장한 말벌 방제용 무기는 말벌을 얼려서 기절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 압축한 극저온의 이산화탄소를 가스 형태로 분사하여 말벌을 일시적으로 얼려버리니 기존 가스를 이용한 화염방사 형식에 비해 구조물의 손상, 소방관 방화복의 손상을 피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말벌을 죽이지 않는 친생명적(?) 무기체계로 각광을 받는다. 하지만 늘 예산이 문제이기에 아직도 대부분 일선 관서에서는 방화복+화염방사기(?)+뜰망 으로 여름을 넘긴다고 한다.

일본 소방청의 말벌 방제용 특수방호복은 말벌의 공격성을 자극하지 않는 하양의 2중 구조로 옷감과 옷감 사이의 공간이 있어 침에 뚫려도 빈 공간 때문에 타격을 잘 안 받는다.

제초할 때 말벌류에 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제초할 때 보호장구 외에도 두꺼운 보호의와 머리 전체를 덮는 두건이 권장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걸 구할 여유는 없다. 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보호장구부터 챙기라고 하면 귀찮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 만약 벌이 있을 것 같다 싶으면 풀이 우거진 곳에 돌을 먼저 던져보고 벌들이 날아오르면 119를 부르는 것이 좋다. 혹시라도 제초 중에 갑자기 주변으로 말벌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인지한다면 일단 말벌집을 건드린것 같다고 판단하고 신속하게 제초기를 멈춘 후 제초기를 벗어놓고 신속하게 그 장소를 이탈해야 한다. 재수없게 하필이면 장수말벌집을 건드렸다면 날아다니는 소리가 "부우웅~"하는 묵직한 소리가 울리니 장수말벌이든 아니든 확인하려 하지 말고 일단 자리를 태어난 이후로 가장 빠르게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튀어야 한다. 산속에서 말벌에 쏘이면 병원에서 항히스타민제 처방을 받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적게는 30분, 길게는 수 시간이 걸리며, 하산 하는 도중이나 구급차를 기다리는 도중에 알러지 반응으로 호흡곤란 또는 쇼크로 사망하는 실제 사례가 대부분이다. 벌 한두 번 쏘여봤다고 사나이 자존심 찾으며 말벌들이 주위에서 호버링하고 있는데 느긋하게 이동하고 있다면 곧 그딴 자존심은 말벌침 앞에 처참히 무너지게 된다. 장수말벌은 겨우 한마리가 호버링해도 무시무시한 소리가 나며, 그 놈에게 한방이라도 어깨 위로 쏘인다면, 체질에 따라서 생사가 판가름 나게 될것이다. 이미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호버링 하고 있다면 말벌들은 머리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샴푸 향이나 향수에 더욱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므로 벌초할 때 만큼은 진한 향수는 자제하고 두꺼운 긴팔 옷에 모자를 쓰는 것이 안전하다.

도망갈 때는 손을 휘젓지 말고 드러나 있는 목과 머리 부분을 감싼 채로 신속하게 달리는 것이 좋다. 만일 이동하는 도중에 머리나 목 부근에 말벌이 앉은 느낌이 나면 해당 부분만 빠르게 쳐내야 한다. 어떻게든 목과 머리는 꼭 보호하는게 좋다. 산속에서 말벌에 쏘이게 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스스로를 보호하는게 상책이며, 설령 머리나 어깨 위로 쏘였다면 구급차 기다리지 말고 도로에서 차를 얻어타든 뭘 하든 어떻게든 병원으로 최대한 빨리 달려야 한다. 드물지 않게 한두 방에도 치명적인 상황을 맞는다. 괜찮은 듯 보여도 어느 순간 호흡곤란과 쇼크로 의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말벌퇴치 경험이 많은사람들은 배드민턴 라켓을 적절히 쓰며 혼자서 말벌집을 박살내기도 한다. 무조건 돌진이 아니라 적정 거리를 벌리면서 라켓으로 후려치면 단단한 외피와 달리 허리가 가늘고 얇아 일격에 두세동강나 무력화 시킬수있다. 그러면 말벌들이 경계상태를 유지하면서 집근처를 배회하는데 하나씩 쳐내다보면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위협의 강도가 세지고 격해진다 싶으면 천천히 뒤로 물러나 거리를 유지하면서 쳐내다 줄어들거나 약해지면 다시 하나씩 내려치면된다. 집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작은집은 하루면 되고 , 큰집은 3~4일에걸쳐 하루에 수백마리씩 쳐내야 한다. 하루에 다잡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힘들어서. 다음날 되면 팔이 굉장히 뻐근하다. 뜸할정도로 말벌집이 조용하다면 이사를 갔거나 패잔병만 몇마리 남아있을것인데 천천히 쳐내거나 에프킬라로 마무리하는게 속 편하다. 50 마리도 안되는 군집의 벌집은 에프킬라 양손에 쥐고 집중분사만 해도 입구컷 낼수있다.

장수말벌의 독침은 무려 6 mm(약 0.24인치) 길이를 자랑한다. 일반 말벌들보다 조금 더 긴 수준이며, 때문에 적을 공격하여 독침을 쏘았을 때 다른 말벌들보다 많은 양의 독을 주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수말벌 독의 구성성분은 많은 다른 말벌 및 꿀벌과 큰 차이가 없지만, 아세틸콜린이 있어 고통이 더욱 크며 다른 말벌에는 없는 신경독 성분인 만다라톡신(mandaratoxin)이 들어 있다. 이 신경독은 근육 신경의 나트륨 채널을 차단시켜 근육신경을 마비시킨다. 벌독 알러지가 없는 사람도 장수말벌에 많이 쏘이면 충분히 치명적이다(장수말벌 1마리는 치명적일 정도로 그렇게 많은 독을 주입할 수는 없지만 , 집단공격당하거나 여러 번 쏘이면 치명적이다). 벌독에 대해 알러지가 있으면 과민성 쇼크로 인한 사망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므로 즉시 응급처치 및 병원후송이 필요하다.

장수말벌은 침을 찔러서 독을 뿜기도 하지만 침이 들어가지 않으면 독을 그냥 뿜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말벌집 채취하는 사람들은 보호안경을 끼고 채취한다. 장수말벌이 눈에 독을 뿌리면 실명할수도 있기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매년 장수말벌에 쏘여 사망하는 사람 수가 약 30~40 명 정도라고 하며, 중국에서 전해져내려오는 것으로는 10방 이상 쏘이면 의료적 처치가 필요하고, 30방 이상 쏘이면 즉각적인 긴급의료처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끔 가다가 장수말벌에 쏘였을 때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2013년 중국에서는 산시 성 한 곳에서만 41명이 죽고 16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통계상으로는 장수말벌에 쏘여 죽은 사람은 평균 59방(표준편차 12)을 쏘였으며, 겨우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평균 28방(표준편차 4)을 쏘였다.
참고로 장수말벌 독의 LD50(반수치사량)은 kg당 4.0m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