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권한을 분할시키는 책임총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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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권한을 분할시키는 책임총리제


2018. 4. 12.

책임총리제

국무총리와 대통령의 권한을 분할, 상호 견제하게 하는 정치 체제.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총리에게 분산하여 상호 견제를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허나 헌법에 명시된 국무총리의 권한이 대통령에 비해 명확하지 않아 권한행사에 한계가 있다. 그나마 있는 행정각부 장관의 제청권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의중에 따라 행사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다음은 헌법에 나오는 국무총리의 권한이다.

헌법 제62조

① 국무총리·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은 국회나 그 위원회에 출석하여 국정처리상황을 보고하거나 의견을 진술하고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


헌법 제71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헌법 제86조

②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헌법 제87조

①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③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헌법 제94조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국

초기 제헌의회 당시 구상되었던 한국의 정치 체제는 의원 내각제에 상징적인 국가원수로 대통령이 존재하는 체제였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의 강화를 원한 이승만 등에 의해 상황이 바뀌어 의원 선거로 대통령이 선출되는 초기 제헌헌법이 발의되었다. 그리고 이후 그 유명한 발췌 개헌으로 인해 그마저도 무너지게 된다.

이후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부통령 제도가 사라지고 대통령의 임명직으로써 국무총리가 부활하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통령 눈치를 봐야 하는 국무총리 직책이 탄생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명시된 권한은 어찌보면 대통령에 맞먹을 정도의 직책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권한은 그냥 대통령의 아바타 수준으로 대통령이 비난에 직면해있을 때 대신 비난을 받고 해임당하면서 쇄신 국면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제라고까지 불리는 현 한국의 대통령 중심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개헌을 하던가 아니면 대통령의 통 큰 결단으로 실질적 책임총리제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만 책임총리제가 실현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도 있는데, 바로 실제 정책을 하다보면 외치/내치를 구분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 YS 시절 이회창 총리는 내치 부분 책임총리를 천명하며 취임했지만, 4개월만에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자진사퇴한 바 있다. 물론 참여정부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본인의 권한을 많이 위임해줘서 실세총리라 불린 이해찬 총리가 책임총리급의 권리를 행사한 바 있지만, 그건 대통령과 총리 두 사람의 이념이나 생각이 많은 부분 일치하거나 아님 대통령이 통 큰 양보를 해야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번 실현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책임총리제가 실행되면 국회의 권한이 강화되는데 이는 행정부에 대한 권한에 대해 크게 제약이 가해진다는 의견도 많다. 보수측에서는 대통령들이 대한민국을 발전시켰다는 것을 꾸준히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책임총리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국회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상당히 크다. 추가로 이들은 현재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책임총리제는 과거 자유한국당(前 새누리당)에서 추진했던 국회선진화법과 같으며 이후 자유한국당에서 다시 행정부의 수반을 배출하고 여당이 된다면 또다시 국정 추진력에서 발목을 붙잡는 자승자박이 될 것임을 꾸준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후 2016년 대한민국 헌정 사를 통틀어 보아도 최악의 흑역사인 박근혜정부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하고, 박근혜정부의 신뢰도가 완전히 추락하자 여야를 막론하고 거국중립내각과 책임총리 도입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발생 자체가 대통령에게 과하게 권한이 집중된 현 상황의 문제라고 보는 개헌론자 입장 또한 있고, 반대로 제도보단 인물 문제가 크다는 입장도 있다, 하여튼 현재의 대통령 자체가 이미 국정능력을 상실한 상태인건 사실이므로 박근혜 정부의 인사가 아닌 제3자가 다음 대선까지 포함한 국정 전반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 후자의 경우 책임총리제보다는 책임총리라는 인물에 집중하고 있다.

2016년 11월 초 김병준 교수가 박근혜정부 책임총리로 내정되었지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에서는 여야 합의가 없는 일방적인 대통령 지명이라며 제안을 거절해 난항에 부딪혔고,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비슷한 비판이 나왔다. 결국 11월 8일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장을 만나 여야 합의에 의한 총리를 선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민심은 이미 떠나간 버스라 야권은 대통령의 탈당이나 총리에게 국정 전권 이양 같은 2선 후퇴 언급이 없다며 에둘러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국민의 즉각 퇴진 요구는 갈수록 심해졌고, 결국 책임총리제는 제대로 실현되지도 못한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며 기존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행사하게 된다. 



외국

정치 체제가 내각책임제인 국가에선 의회에서 선출된 총리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있고, 대통령은 제한된 권력을 가진 경우가 주로 해당된다. 책임총리의 권한이 행사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대통령의 인사권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명목상의 국가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독일, 이탈리아, 인도 같은 나라의 정치체제를 보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