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과자 약과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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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과자 약과 만드는 법


2017. 8. 3.

약과는 유밀과의 한 종류, 그만한 것이 쉽다, 다행이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정도면 약과지, 그만하면 약과야.' 등이 있다. 약과가 치아가 약한 노인들도 먹기 쉽기 때문에 사용된 듯 하다.

'약'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기름과 꿀이 당시 약으로도 취급되었기 때문이라 한다.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등 옛 조리서에도 약과 조리법이 수록되어 있다.

약과는 모약과(개성약과), 만두과, 연약과 등의 바리에이션이 있다. 만두과는 그 이름대로 약과를 피 삼아 소(보통 대추)를 넣고 송편처럼 빚은 것이고, 연약과는 볶은 밀가루로 만드는 것이다.

개성 쪽에서는 밀고 접기를 반복해서 페이스트리처럼 결이 생기는 약과도 있다. 이런 개성약과(모약과)의 경우 일반 약과와는 달리 파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고 결 사이사이에 조청이 스며들어 한입 물면 배어나온다.

맛이 없는 것도 아니고, 틀에 찍고 기름에 튀기는 물건인만큼 대량생산이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여러가지 문제로 대중적인 상품화가 잘 안되는 식품이다. 일단 칼로리가 개당 밥 반공기 수준으로 높아 부담이 되는 점이 그것이고, 가장 큰 문제는 오래 보관하기 힘들다는 것. 조금만 바깥에 내놓아도 눅눅해고, 마르기 시작하면 돌덩이처럼 굳어지기 때문에 포장이 제대로 된 후에야 팔 수 있었다. 그래서 판매되는 모든 약과는 낱개포장이 기본이다.

또한 원래 참기름과 조청, 꿀 등을 이용하여 반죽하고 튀긴 후 조청에 집청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반죽에 들어가는 기름도 참기름 등이 아닌 별로 질이 좋지 않은 일반기름에 조청, 꿀을 대체하는 옥수수로 만드는 물엿, 과당 크리. 이래저래 본래의 맛이 나올리가 없다.

지금도 제대로 된 약과는 제사음식 전문점 외에는 사기 힘든 편. 서울 안에서 제대로 된 약과를 파는 집이라면 호원당이 있다. 전통 방식의 약과를 맛볼 수 있지만 매우 높은 칼로리와 꽤 비싼 가격이 부담.

아무튼 소위 제대로 된 약과는 가격도 비싸고 접근성도 낮아 사먹기 부담스러운게 사실이기 때문에 쉽사리 권하기는 어렵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값 싼 공장제 약과를 먹을 경우에는 한과가 주종목인 메이커의 제품을 선택하자. 한과 전문 메이커에서는 그래도 최소한 약과에 속하는 물건을 내놓는다. 한과가 주종목도 아닌 메이커에서 만드는 약과는 이게 약과인지 비스켓인지 구분을 하기 어려운 괴악한 물건(이 나오는 수가 있다.


고려시대에는 고려병(高麗餠)이라는 이름으로 몽골에 전래되어 크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고려시대 때에는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이 쇠퇴해 있었고 제사상에도 어육을 올리는 것을 금했다고 하는데 어육을 대신해서 과자를 올리게 되었고 그 때문에 과자 문화가 매우 잘 발달했다. 이후 고려가 몽골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몽골에도 약과가 전해지게 된 것이다. 고려양의 대표 예시로 거론되기도 한다.

조선시대엔 잔치나 제사 때나 올라가는 고급 음식이었으니 흉년이 들거나 나라가 어지러울 땐 한동안 왕궁 밖에서는 만드는 것이 법으로 금지될 때가 있었다. 이는 당시 밀가루와 꿀, 조청, 기름 등이 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어서 나라가 주관하는 잔치 때 가격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약과 금지법이 시행될 동안 적발되면 곤장 80대를 맞았다고 한다.

제사상에 오르는 음식이다 보니 "약과는 누가 먼저 먹을는지"라는 괴랄한 속담이 있다. 누가 먼저 죽을지는 알 수 없다는 뜻.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경 군대 PX에서 옛날약과라는 약과가 유통 되었는데 보통 약과보다는 두껍고 큰데다가 속에 팥앙금이 들어있는 네모난 약과였다. 단 약과에 단 팥이 들어있으니 단맛은 말할 나위가 없었지만 평소 달콤함을 갈구하는 군인들에겐 초코파이와 더불어 인기 품목중 하나였다. 지금은 판매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터키를 비롯한 중동 지방에서는 이것과 비슷한 헬와를 먹는다.

처음 보는 외국인들은 "이거 비누 아님?" 이라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색깔도 그렇고, 질감도 그렇고 과자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 하지만 일단 한 번 먹어보면 그리 거부감은 보이지 않는다. 대체로 와플 같은 느낌이라는 듯. 미국에서 한국 전쟁에 참전한 노병들을 찾아간 블로거가 선물로 강정과 약과를 가져갔더니 강정은 별로 손을 안 댔고, 약과는 동이 났다고 한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라 치아에 부담이 되는 강정보다 푸석푸석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약과가 훨씬 나았던 듯.


만드는 법

음식디미방에는 반죽 재료가 밀가루 1말, 꿀 2되, 기름 5홉, 술 3홉, 끓인 물 3홉이라 나오지만 이후의 기록에는 소주나 청주 등의 술도 반죽에 섞는다.

음식디미방에는 즙청 재료가 즙청 1되에 물 1홉 반만으로 나오지만 이후에는 계핏가루, 후춧가루, 생강가루, 생강즙 등을 섞는다고 나온다.

반죽 재료 : 밀가루, 기름(보통 참기름이나 들기름), 소금, 후추
추가 반죽 재료 : 술, 꿀, 생강즙
즙청 재료 : 조청이나 꿀(정 없으면 집청이나 설탕), 물
즙청 선택 재료 : 생강즙, 생강가루, 후춧가루, 계핏가루 등. 유자청 등의 과일청을 넣기도 한다.

-밀가루에 소금과 후추, 참기름을 섞어 체에 내린다. 혹은 밀가루에 소금과 후추를 섞어 체에 내린 뒤 참기름을 먹인다.
-그릇에 생강즙, 꿀, 술을 섞어놓고 기름 먹인 밀가루에 끼얹어가며 반죽한다.
-약과판에 기름을 바르고 반죽을 넣은 뒤 눌러서 박아낸다. 이것을 꼬치로 찔러 구멍을 몇 개 뚫는다. 이 과정을 반복해서 약과 반죽을 준비한다.
-즙청 기본 재료(조청, 물)를 모두 섞어 졸인다. 이것에 준비한 추가 재료를 섞은 뒤 식혀둔다.
-약과 반죽을 140도 정도의 기름에서 서서히 온도를 올리며 옅은 갈색이 될 때까지 튀긴다.
-튀겨진 반죽을 뜨거운 상태에서 즙청한다. 속까지 완전히 배어들어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모약과는 모양을 만드는 과정에서 반죽을 반으로 나눠 겹쳐서 누르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여 층층이 켜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켜를 낸 반죽을 1cm 정도로 민 뒤 알맞게 잘라 구멍이나 칼집을 낸다. 기름을 130도와 170도, 혹은 110도와 140도같은 식으로 차이가 나게 준비한 뒤 온도가 낮은 쪽에서 먼저 미색이 될 때까지 튀기고 온도가 높은 쪽으로 옮겨서 갈색이 될 때까지 다시 튀긴다. 이 때에 켜가 생겨야 한다. 이후의 과정은 일반 약과와 같다. 켜 사이사이에 배어들도록 푹 재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