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판 하나회 '우병우 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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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판 하나회 '우병우 사단'


2017. 6. 16.

2013년 4월 5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우병우가 “23년간 검사로 살아 왔다. 한 번도 다른 길을 걸어 본 적도, 돌아본 적도 없었다. 이제 보람은 가슴에 품고, 짐은 내려놓고자 한다.”는 글을 올렸고 178개의 댓글이 달렸다. 훗날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 된 사람들 중 대부분이 이때 이 글에 우병우의 성공을 새로운 기원하는 댓글을 달았다.(김진모, 정점식, 이영렬 등)



2016년 11월 11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관련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검찰과 국정원에 우병우 사단이 포진해 있다"며 최순실측 비호 세력이 있음을 실명과 정황을 열거하여 발표하였다. 이때 현직검사 12명이 언급 된다. 이에 검찰은 “아무런 근거 없는 허위 내용”이라고 반박 하였다. 반 년 후 12명의 명단은 ‘박영선의 리스트’, 혹은 ‘박영선의 데스노트’라고 불렸다.

법조계에서는 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19기)이거나 학연(서울 법대 84학번), 지연(TK), 같은 근무지 출신 등등의 인맥으로 얽히고 인사에서 도움을 받은 검사들을 ‘우병우 인맥’으로 분류한다. '우병우 사단', '우병우 라인' 등으로도 불린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대다수가 검찰조직 내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특정인이 검찰을 지배하고 있다는 문제 이상으로 심각 한 것은, 이 우병우 사단의 인맥이 단지 검찰청에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 최윤수 국정원 2차장, 우명호 육사 41기등 국정원 국내정치 담당자들 및 군부의 감찰기관원까지 연결되어 대한민국의 모든 합법,불법 감찰 시스템을 장악하려 든 것. 

부연설명 하자면 단순히 동기라는 이유로 우병우 사단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우병우와 똑같이 서울대 법대 4학년때 소년급제하였으며 연수원 동기(19기)인 봉욱 검사를 보자. 우병우와 봉욱은 라이벌이였다. 우병우 하면 수식어가 '서울대 법대 재학중 최연소로 사법 시험 합격한 사람, 이른바 소년 급제한 천재'라는 것인데 봉욱도 완전히 동일하다. 검사 발령 이후 인사 이동때 마다 계속 봉욱이 잘 나갔다. 예를 들어 우병우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검사였을 때, 봉욱은 같은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부장검사로 항상 한 끝발 씩 높은 자리에 있던 것이다. 둘 다 능력이 뛰어난 검사로 불렸지만, 봉욱은 온화한 사람, 우병우는 성격이 개차반인 사람으로 불렸다. 이후 40대 검찰총장을 노릴 정도로 야심만만 하던 우병우는, 검찰총장은 커녕 지검장 승진에도 실패하였고 오히려 봉욱이 동기중 가장 먼저 지검장 승진에 성공 하였다. 우병우는 다음해 인사 이동때도 또 지검장 승진에 실패 하였고 검찰을 떠난다. 그런데 주지의 사실 처럼 우병우는 민정수석이 되어 검찰을 한손에 장악하여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마저 자기사람으로 심어 버리는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동기중에서 가장 잘나가던 봉욱은 한직만 맴돌게 된다.


그 외에도 연수원 19기 동기중에서 조은석이 세월호 사건으로 우병우 민정수석과 충돌하여 한직만 돌았다. 검찰계에서는 반 우병우 세력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봉욱 서울동부지검장과 조은석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딱 2명뿐이라고 한다. 서울동부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부원장 자리는 고검장 승진이 안 되는 지검장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다.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있고, 우병우 사단은 검찰공화국을 지배하고 있었다. 누구도 못 깰 것 같은 철옹성이였지만 정말 순식간에 와해되었다.

먼저 2017년 5월 10일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5월 12일에 우병우 사단의 최고위직인 김수남 검찰 총장이 사의를 표시한다. 2년 임기제가 보장된 검찰총장이였고 문 대통령에게 협조할 듯 한 제스처까지 보인지라 다소 의외였다.(1명 숙청. 11명 남음)

3일후인 5월 15일에는 검찰내 돈봉투 만찬 사건이 터진다. 이 사건의 주모자이자 우병우 사단의 핵심 멤버인 이영렬 중앙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은 사의를 표하지만 반려당하고, 5월 19일자로 이영렬 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차장으로, 안태근 검찰국장은 대구고검차장으로 좌천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자 같은 날 오전 장관대행이자 연수원 19기 이창재 법무차관이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하여서는 먼저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저녁에는 검찰총장 대행이자 연수원 18기 김주현 대검차장이 "원활한 검찰 운영을 위하여 직을 내려놓을때"라며 줄사표 냈다. 이중에서 김주현 대검차장이 우병우 사단에 속한다.(2명째 숙청. 10명 남음)


21일에는 총장 대행이자 대검차장 후임 인사로 봉욱 서울동부지검장, 장관 대행이자 법무차관 후임으로 이금로가 임명 된다. 봉욱은 거의 유일한 반우병우 인사이며, 이금로는 우병우 사단과 아무 관계 없는 몇 안되는 지검장급 검사이다. 앞서 15일에는 대한민국의 특수부를 한손에 쥐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우병우에게 직접적으로 좌천당한 윤석열 차장검사가, 법무부에서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검찰국장에는 TK 세력 일색이던 검찰 수뇌부 중 무려 11년 만에 호남 출신인 박균택이 임명 되었다. 이로서 그동안 우병우 라인으로 도배되었던 검찰수뇌부가, 극소수에 불과했던 비우병우 세력이 수사권(검찰 총장 대행 봉욱,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인사권(법무부 장관 대행 이금로, 검찰국장 박균택)을 장악하며 완전히 뒤바꼈다.

6월 7일. 돈봉투 만찬 사건 감찰 결과가 발표 되었는데 이영렬 차장검사와 안태근 차장검사에 대해 징계위원회에 면직을 권고하기로 했으며 그 외 이영렬 차장검사의 경우 김영란법 위반으로 수사의뢰를 넣겠다고 하였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경고로 끝났다.(4명째 숙청. 8명 남음)

그리고 운명의 6월 8일. 인사 이동철도 아닌데 전격적으로 10명의 고위 검사들이 인사 이동 했다. 언론은 바로 [우라인 물갈이(동아일보)], [검, 인사태풍 우병우 라인 날아갔다(국민일보)], [우병우 라인 속아내기(매일경제)], [우사단 대거 좌천(서울경제)]라며 이번 인사 이동이 이병우 사단을 겨냥 했다는 점을 캐치 하였다. 일반적으로 한 세력을 물갈이 하려면 1년에 2번 있는 대규모 정기인사 이동 때 슬쩍 이름을 끼워 넣어 좌천 시키는 것이 관례 였다. 이번처럼 특정 세력 물갈이를 목적으로 10명 규모의 소규모 ‘표적 인사’ 한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던 사건.

이번 인사 이동의 이유로 법무부는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 문제가 제기됐던 검사들을 수사 지휘보직에서 연구/비지휘 보직으로 전보한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중에서 6명이 박영선 의원이 언급한 12명의 우병우 사단 중 아직 숙청되지 않고 남아 있던 바로 그 6명이였다.(나머지 4명 중 정수봉 차장 검사는 박영선의 명단에 없는 우병우 라인. 3명은 인사 이동은 우병우 7인이 좌천되어 가는 보직에 원래 있던 사람으로 자리 피해주기 이동.)


그 7인중에서 최고위직인 윤갑근 대구고검장,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서울법대 84학번),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서울법대 84학번), 전현준 대구지검장(서울법대 84학번)등 무려 고검장 1명과 검사장 3명이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를 이유로 연구위원으로 발령 났다. 또한 유상범 창원지검장(서울법대 84학번)은 광주고검차장으로 정수봉 대검범죄기획관은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 났다. 이날 유일하게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서울법대 84학번)만은 대구지검장으로 영전 하였다.

이들 7인의 좌천 사유에 대해 좀 더 부연 설명 하자면 윤갑근 고검장은 우병우 '황제 조사' 논란의 장본인이고, '정윤회 사건' 대검반부패 부장으로 부실 수사의 책임자이다. 당시 유상범 지검장은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정윤회 사건 수사팀장, 정수봉 차장검사는 형사1부장으로 정윤회 사건 수사 담당이 되어 이 사건을 함께 조사 하였다. 정점식 지검장은 2016년 4.13 총선때 야권쪽에 대한 편파 수사 논란을 일으켰다. 김진모는 우병우와 개인적 친분이 두터우며 2014년 대검 기획조정부장이였을 때 세월호 사건으로 광주지검에 압력을 넣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해경 123정장을 과실치사 처리 할려던 광주지검에 맞서, 정장이 '처벌 불가'라는 의견을 냄). 전현준 지검장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9년 MBC PD수첩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하였다. 다만 노승권 지검장만은 우병우 사단이자 돈봉투 만찬 사건의 당사자로 경고 까지 받았음에도 영전 하였는데, 이는 그가 속해 있는 박근혜-최순실 특별수사본부 팀원들에게 '흔들리지 말고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재판에 매진하라'라는 매세지로 읽힌다.

윤갑근 고검장등 4인이 발령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총원 7명중 4명까지만 검사가 임명 될 수 있는 자리로 주된 업무는 알아서 옷 벗고 나갈 때 까지 벽보고 수련하는 곳이다. 결국 윤갑근 고검장등 4인은 6월 8일 인사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하였다.(8명째 숙청, 4명 남음)

이날 인사 이동으로 남은 우병우 사단 4명중에서 노승권은 영전, 유상범은 좌천 되었다. 이제 박영선 의원이 언급한 12인의 우병우 사단중에서 남은 사람은 김기동 대검 부패 범죄 특별수사단장,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 뿐이다. 또한 박영선 리스트에 포함 안 되어 있을 뿐이지 위의 ‘언급된 인물’ 항목에도 나오는 우병우 사단들이 아직도 다수 존재 한다.

주목할 점은 우병우 사단 4명의 사의표명으로 법무연수원의 연구위원 4자리가 공석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4명을 고려장 인사이동 할 자리가 다시 생기게 되어 2차 인사태풍이 예고되었다.


보통 검찰 인사를 하면 내부 게시판에 이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정권이 검찰 길들이기를 한다며 평검사 회의를 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르지만, 문재인 정권 초기 일련의 검찰 숙청 작업 중에는 검찰이 매우 조용하였다. 노무현 정권 첫 법무부 장관인 강금실 장관 초기에 검사 인사만 했다 하면 검찰 내부에서 난리가 나며 언론에 대놓고 항명에 가까운 비난을 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 다만 검사 출신인 자유한국당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보복성 인사다. 이들을 숙청함으로써 검찰 조직에 대한 길들이기에 나섰다"라고 주장하였다.

같은 날 박영선 의원은 검찰 인사 소식을 듣고 자신의 페이스 북에 고흐의 ‘두 마리의 게’ 그림 사진을 올리며 “게는 한 번 뒤집히면 결코 혼자서는 돌아누울 수 없으며 그래서 게가 뒤집혔다는 건 죽음을 뜻한다. 내심 뒤집힌 게와 달리 검찰 스스로 돌아누울 수 있기를 바라며 시간을 기다려 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국 내부 복원력을 갖지 못한 채 인사라는 칼에 몸을 내맡기고 말았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