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은 더이상 왕따의 상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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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은 더이상 왕따의 상징이 아니다.


2017. 5. 16.

<조선말기의 식사모습>

나무 젓가락은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데 이것은 조선의 모든 주막에서 철칙으로 되어 있다. 다른 사람의 젓가락은 절대로 사용하는 법이 없다. 그리고 각자 자기의 밥상과 밥그릇, 국그릇을 따로 가지고 있다. 아무리 가난한 남자라도 마누라 밥상은 없어도 자기 밥상만은 반드시 가지고 있다. (중략) 중국 사람은 공동접시에 음식을 담아 여럿이 나눠 먹지만 우리(1930년대 당시 한민족)는 그렇지 않다. (중략) 우리들은 식사 때 늦는 사람이 있어도 기다리지 않으며, 식사 중에는 말을 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밥을 먹고 나면 남자들은 긴 곰방대로 담배를 피우고 난 후 이야기를 한다. (중략) 우리가 중국사람들보다 훨씬 더 개인주의적이다. 조선 주막에서는 손님끼리 이야기를 해서 친해지는 법이 절대로 없다. 그리고 모든 식사 시중은 따로 받는다. -김산, 님 웨일스 <<아리랑(동녘, 2005)>>



<교토대학 요시다 캠퍼스 중앙식당>

말 그대로 혼자 밥을 먹는 행위. 실상 특별할 게 없는 일이지만 여기서는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이가 그 소속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혼밥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른데, 혼자 먹고 싶어서 혼자 먹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이랑 같이 먹는 게 불편하다고 생각돼서 혼자 먹는 사람도 있으며, 그냥 밥 때가 됐는데 혼자라서 혼자 먹는 사람도 있다. 가장 비참한 건 같이 먹고 싶은데 안 끼워줘서 혼자 먹는 경우.

사실 어느 나라의 어느 사회에서건 혼자 밥을 먹는 다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며 실제의 인식도 그렇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젊은 세대에서는 개인주의와 혼밥이 워낙 많이 퍼졌기 때문에 정작 주변사람은 혼자 먹든말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데 오히려 스스로 '혼자 밥 먹는다 = 친구가 없다 = 사회성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라고 생각하고 괜히 신경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종종 혼밥하는 이들을 보고 친구 없나보다 라며 히히덕대는 경우나 촬영하여 SNS에 조롱하는 글을 업로드하는 놈들도 간혹 존재한다.

이런 고정관념은 혼자 생활할 일이 적으며 식사에 관념적 의미를 많이 부여하는 기성세대에서는 그래도 이전보다는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은 유효하다. 사실 회식이라는 식사문화의 원인 중 하나가 이 혼자 밥 먹기에 대한 거부반응이기도 하다.

분식집이나 국밥집 같은 곳은 일인 손님이 많지만 흔히 단체로 가는 곳이라 여겨지는 곳, 레스토랑이나 고깃집같이 가격이 높은 곳은 혼자 먹고 있는 사람을 보는 것 자체가 아주 드문 일이다. 심지어 어느 식당은 아예 한 명은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1인분 주문을 받는 곳이 매우 드물어, 그런 경우 따로 업주가 1인분 주문 가능이라고 써 붙여 놓는다. 갈비집, 삼겹살 뿐만 아니라, 일부 부대찌개 식당 같은 경우도 1인분 주문은 받지 않는다. 이는 시간이나 식당의 인기도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데, 식사시간이나 인기가 많은 곳같이 식탁이 꽉 찰경우 식탁 하나에 한명의 손님을 받는 것보다 2인, 4인 이상 손님을 동시에 받아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이다. 때문에 사람이 별로 없는 시간에는 1인분 주문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밥상에 차리는 반찬 준비나 1회 제공되는 식사의 요리 가공 비용 등을 따지면 식당에서는 한 번에 많은 양을 할수록 음식의 생산비용이 줄어드는 반면, 특히 저녁시간대에 술이나 음료 및 각종 부대 서비스를 더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 단체손님은 객단가 및 객당 이윤이 제일 높다.2016년 말 기준 맥주 1병당 공장 출고가가 약 1200원이므로 맥주 1병이 식당에 도매로 제공될 경우 1500~2000원 쯤으로 예상할 수 있다. 보통 식당에서 맥주 1병을 3천원 이상에 판매하므로 굉장히 수지맞는 장사. 맥주 뿐만 아니라 주류, 음료는 보통 다 이렇다. 게다가 주류와 음료는 병, 병따개, 컵만 제공하면 되기에 일단 조리해야 하는 음식보다 훨씬 손이 덜 간다. 즉 인건비는 낮게 들면서 수익률은 높은 효자상품이라는 말이 되겠다. 

혼자 밥먹는 걸 더 편해하면서도 혼자 식당에 가지는 않는 사람은 이걸 고려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그래도 손님이 차고 넘쳐 테이블이 다 찰 정도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식당들은 혼자 먹기에 큰 문제는 없다. 위에서 '손해'라는 말을 써서 헷갈릴 수 있으나 절대 손해는 아니고 그냥 이윤이 적은 재미없는 장사를 하게 될 뿐이다. 즉 손님이 꽉찰 때는 단체손님을 받을 경우 100을 벌수 있는데 50밖에 못버는 1인손님을 받지 않는 것이고 어차피 손님을 받지 않으면 0인 때에는 50이라도 버는게 낫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력이 낮은 손님이 많이 분포하는 학교 근처, 대학가, 고시촌 등에선 혼밥이 일상적이다. 여기에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식당들도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게 되었다. 과거에는 천원 내외 물건, 담배 하나 사면서 카드 내밀면 싫어하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가게가 거의 멸종했다는 점 또한 이를 방증할 것이다.

혼자 밥 먹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일본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반대로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 혼밥에 대한 부담감이 비교적 적지만 학식 이전까지는 혼자 밥먹는게 신경쓰여 화장실에서 먹는다는 변소식이란 말이 나올정도다.


다만 일본이나 한국도 1인 가정, 독신, 미혼이 늘어나면서 개인주의가 갈수록 늘어나고, 혼자 밥 먹는 걸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조금씩 늘고 있다. 식당의 종류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실제로 중국집에서 서빙을 해보면 요즘에는 혼자 오는 손님도 적지않고, 딱히 위화감이 생기지도 않는다.

사실 한국의 이러한 '같이 먹는' 겸상 문화는 전통이라 보기엔 애매한데 원래는 한국도 1인 1상으로 혼밥이 기본이였다. 물론 독상이라고 해도 여럿이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함께 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하나의 국과 반찬을 두고 여럿이 같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하는건 비교적 최근부터 시작된 일이다. 보면 알겠지만 1인 1상으로 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밥그릇, 반찬그릇, 국그릇 등을 따로따로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그릇 수가 늘어나서 준비도 힘들고 설거지도 힘들다. 조선시대 아낙의 삶이 고되다고 한건 이유가 다 있었다. 특히나 당시에는 대가족이라 사람수가 어마무시하니...

겸상이 일반화된건 6.25 전쟁 이후 물자 부족으로 모든 가족들에게 1인 1상을 차려줄만큼 여유가 없어지다보니 시작하게 된 궁핍한 생활이 문화로 자리잡은 케이스인 것이다. 말인즉 시대가 급격하게 변하다 보니 '아랫것들과 불편하게 같이 먹을 수 없다.'라는 의식에서 출발하는 양반의 문화였던 혼밥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서민의 문화였던 겸상이 메인으로 뒤바뀐 것. 이는 드라마 전원일기에서도 볼 수 있는데 작중 김회장댁은 온가족이 겸상하는게 아니라 세대별로 밥상을 따로 차려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물론 리얼 양반 스타일은 1인 1상이기 때문에 이것도 진정한 양반 스타일은 아니지만). 


사실 이러한 문제는 같이 밥을 먹는 사람간에 '서로 같은 신분/수평적이고 평등한 존재'로 의식하냐? 의식하지 않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군대에서는 사병과 장교간에 완전히 다른 신분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아예 사병식당과, 간부식당이 별도로 존재한다. 비슷하게 중고등학교에서는 교직원 화장실, 학생용 화장실이 별도로 존재한다. 대학교에서는 학생식당과 교직원식당이 별도로 존재한다. 같은 상에서 같이 밥을 먹으면 서로 수평적 관계가 형성되기 쉽기 때문에 계급사회였던 과거 양반 문화는 겸상을 피한것이다. 서양에서도 귀족이나 왕이 식사를 할 때 가족이 아닌 기사나 가신, 신하, 손님과 같은 식탁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를 신뢰하고 대우해준다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전통적인 식문화에서 피치못하게 윗계급의 사람이 아래계급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계급구조가 흔들리는 행위로 여겨졌을것이다.

현대에도 겸상과 독상에 대한 계급적인 인식의 흔적은 남아있다. 양반사회와 달라진것은 겸상으로 상징되는 소통의 가치가 현대사회에서 중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집단 구성원들간의 수평적인 관계를 도모하는 리더들은 겸상, 즉 회식을 통해 결속을 다지려 한다. 취지대로 시행된다면 계급간 사무적인 2차적 인간관계에서 친밀한 1차적 관계로 발전할 수있는 좋은 문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주최자의 의식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취지도 왜곡되기마련인지라,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자 고위계급들이 가학적으로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는 악폐습이 되고 말았다.

어쨌거나 요즘 장사가 안되어 홀로 오는 손님 마다하는 식당(고기집은 좀 언짢아하지만)이 줄어들고 있다. 2016년 5월 20일 서울신문 기사에서도 신림이라든지 독신 직장인이 많은 곳에서는 혼자 밥먹는 건 일상사라고 기사로 소개했는데 사진으로도 남녀 직장인들이 여럿이서 따로 한 베트남 식당 일자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었다. 


'혼자 밥 먹기'가 특히 어려운 경우는 중고등학교 교내 식당, 회사 사내 식당, 특정 용도 빌딩/건물의 구내 식당같이 식당이 물리적으로 특정 공동체/커뮤니티 안에 속해 있는 경우다. 하지만 직급이 높은 사람의 경우는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뭐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보통 상급자는 일반 직원과 일정이 다른 경우도 많으며, 결정적으로 상급자랑 같이 먹으면 그게 더 불편하다. 그리고 상급자도 하급자와 밥 같이 먹는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보통 상급자는 상급자끼리 식사한다. 다른 부서의 상급자들과 식사하면서 업무를 조율하기도하고 사장이 이사진이나 부장급들 전부 불러서 점심 먹기도 한다. 상급자가 부서에 틀어박혀 각자의 부서를 챙겨야 하는 업무 시간과 달리 점심시간은 다른 부서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기에 이러는 경우가 제법 있다.

사내식당/구내식당/교내 식당과 같이 특정 공동체에 속하지 않았을 경우는 혼자 밥 먹는데 전혀 어려운 것은 없다. 그러나 영업하는 직종은 점심시간도 접대의 일종으로 회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접대 명목 식사이기에 보통 상대에게 맞추어 음식점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 결과 생각지도 않았던 비싼 메뉴를 억지로 먹거나 먹기 싫은, 심지어 못 먹는 메뉴를 먹게 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남성의 경우 군대라는 최종보스가 자리잡고 있는데, 군대는 특성상 사령부와 같은 특별한 부대가 아닌 이상 절대 혼자로 먹을 수 없는 곳이다.무조건 내무반 인원들과 함께 식당으로 끌려가 같이 움직이고 같이 먹고 같이 나온다. 뭐 짬 차면 생까고 PX 가서 냉동식품 돌려먹는 거지만... 그나마도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같이 먹는 경우가 많으니... 현역이면 이런 생활을 2년간 강제로 해야 하니 사회로 나와서도 혼밥이 어색해질 수 있다.


혼밥을 심하게 싫어하는 경우 업무 특성상 혹은 시기상 한 명씩 교대로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 직장을 못 견디고 사표를 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영업직은 거래처를 돌며 업무를 보다 보면 혼자 먹을 수밖에 없다. 물론 거래처 직원과 섞여서 식사를 할 수도 있지만 갑을 관계이면 서로 불편하기 때문에 접대가 아니면 가급적 혼자 먹는다. 그리고 은행 창구 직원처럼, 점심시간에도 업무를 진행해야하는 창구직 직원들은 빨리 먹고 교대해줘야 하기 때문에 혼자 가서 식사하고 신속하게 돌아온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서 대화하면서 밥 먹다가는 다른 동료들은 굶어야 한다. 또한 항상 손님 맞이할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자영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이 되면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있지만 직원이 여럿 있는 업소는 1명씩 보내서 교대로 식사를 하고 오게 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일자형 식탁에 칸막이가 되어 있거나, 바처럼 테이블 없이 주방 앞에 카운터만 설치된 형태(다찌)의 식당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가게 면적이 좁아서 공간활용을 용이하게 하거나 좌석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일수도 있다. 

특히나 퇴근 시간인 저녁 시간에마저 가족 단위보다 혼자 와서 묵묵히 밥을 먹고 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편이다. 실제로 일본의 한 라멘집은 아예 컨셉이 '혼자 식사하는 사람을 위한 식당'이었고, 식탁에 칸막이가 쳐져 있는 데다가 손님 한 명 한 명의 취향을 스티커로 구별해서 존중해주기도 했다. 90년대 말에 한국 TV 프로에서도 소개되었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이런 1인 손님을 위한 식당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카운터형 테이블을 놓는 정도이며 아직까지 식탁에 칸막이가 쳐져 있는 식당은 드문 편이다. 이런 식당들은 주로 고시촌이나 재수학원가 등 1인 손님이 많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유치원에 가는 순간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혼밥을 할 일이 거의 없다. 주변에 하루 일정이 똑같은 친구들이 많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같이 밥을 먹게 된다.


하지만 대학교에 가는 순간 그렇지가 않은데, 중고등학교처럼 집단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각자 수업 일정, 수업 있는 요일이 달라져서 식사시간 맞추기 어려울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그 이전에 어지간히 교내/학과/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같이 밥 먹을 정도의 친밀감을 가진 친구 자체가 줄어든다.

또한 군대를 전역한 후 복학하면 일단 아는 사람도 다들 군대나 휴학, 졸업 등으로 줄어들 뿐더러, 나이도 전부 다 동갑내기인 중고교때와 달리 완전 뒤죽박죽이라서 쉽게 친해지기 어렵다. 수강신청, 성적관리나 재수강 등의 이유로 동기들과 시간이 맞질 않아 혼밥을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예비역들은 신입생때와 달리 우르르 몰려다니지도 않고, 혼자 밥을 먹는다고 해서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도 않는다. 그리고 취업시즌이 다가오면 혼밥의 두려움 따위는 취업걱정에 밀려 사라져버리게 된다...만 사실 이것도 학교마다, 사람마다 다르다.

한편 이런 학생들 중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화장실 등 안 보이는 곳에서 밥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로 일본 학원물 서브컬처에서 나오는데,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현실에선 화장실 이용자에게도 민폐이거니와 비위생적이다. 한국에선 기안84의 만화 복학왕에서는 우기명이 화장실에서 혼자 밥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한편 여러명이 어울려다니며 노는 데 사용되는 시간이 아까워 공부를 위해 자발적으로 혼자 밥을 먹는 경우도 많은데, 대표적으로전현무가 그런 케이스. 실제로 수험생들은 친구랑 밥 먹으면 시간 뺏긴다고 일부러 혼자 먹는 경우가 많다.

고시촌 등 수험가에서는 일명 밥터디 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혼자 밥 먹기 싫은 수험생이 같은 처지의 수험생 4~5명 정도를 모아 함께 밥을 먹는 그룹을 결성하는 것이다. 수험생들이 그룹을 결성하여 함께 공부하는 것을 스터디라고 하는데, 그룹은 그룹이지만 공부하는 그룹이 아니라 밥 먹는 그룹이라 밥터디라고 하는 것. 물론 스터디 그룹이 밥터디를 겸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화가 대학 내에까지 들어와서, 대학교 게시판 등에 밥터디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심지어는 혼밥하는 게 두려워서 다른 혼밥하는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동석하는 경우도 있다. 


식당이나 도서관 등 많은 사람들이 장기간 앉는 장소들을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앉은 자리의 옆, 앞자리에 앉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일단 일행이 있을 수 있고, 기왕이면 될 수 있는 한 서로 널찍하게 앉는 게 서로의 행동반경을 덜 침범하는 등 상호간에 이득이기 떄문이다. 식당에서 4 ~ 6인 테이블을 보면 일행이 아닌 사람들이 지그재그로 앉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일행이거나 정 어쩔 수 없을 때만 동석을 한다.

중장년층 이상에서도 느리지만 혼밥이 확산되어가고있다. 결혼적령기가 늦추어지면서 늦게까지 결혼을 못/안 한 사람이나 배우자와 이혼 내지 사별한 사람 등 여러 이유로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시대이며, 실제로 백반집이나 국밥집 등에는 혼자서 느긋하게 혼밥 하는 어르신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령화가 심화된 일본에서는 식당에서 혼밥하는 노년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KBS에서는 혼밥이 비만을 부른다고 뉴스에서 주장했다. 물론 댓글에서 폭풍처럼 까이고 있다.



격식없이, 싸게, 빠른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곳은 대체로 혼자 밥을 먹기 쉬운 편이다. 학식, 기사식당, 분식집, 편의점,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주변 식당 같은 곳이 좋은 예이며, 실제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도 많다.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도 혼자 먹기에 별 부담이 없다.

반대로 고급 레스토랑, 고급 한정식집 같은 비싸고, 격식있고, 혼자 오는 손님이 거의 없는 곳에서는 혼자 밥을 먹기 상당히 부담스럽고, 1인 손님은 아예 받지 않는 곳도 간간히 있다. 술집도 자작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서 혼자 가기 힘든 편이다.

탕수육, 족발, 보쌈, 부대찌개같은 경우는 1인분을 팔지 않고 2-3인분 이상을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리적인 이유보다 경제적인 이유로 혼자 먹기가 힘들다. 이런 음식들은 보통 '소(小)'자 크기가 2인분 정도를 기준으로 나온다. 요즘은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장사가 잘 안 되면서 미니탕수육 같이 양을 줄이고 가격을 약간 낮춘 메뉴나 점심시간 한정으로 족발/보쌈 정식 같은 1인용 메뉴를 파는 곳도 늘고 있다.

피자, 치킨는 판매정책에 따라 다른데 조각피자나 1인분 세트 같은 것을 파는 경우라면 혼자서도 별 문제는 없지만, 1판이나 1마리가 판매 기준인 경우는 양이 많은 편이다.

반대로 급식, 회사식당, 같은 곳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많이 이용하는 곳인데다 점심시간이 정해져있어 다 같은 스케줄에 따라 식사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혼자 밥 먹기 힘든 편. 혼자 밥을 먹다간 왕따, 은따로 취급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부인이 아닌 외부인이라면 반대로 난이도가 하락하는데 어차피 아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 먹는다 한들 이상하게 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급식은 불가능하지만 회사식당은 외부인도 충분히 이용 가능한 경우가 많으니('외부인 환영'이라는 현수막을 내건 경우도 많다) 싼 값에 부담없이 이용하기 좋다.

혼자 밥 먹기 레벨은 편의점<푸드코트<분식집이나 김밥집<패스트푸트<중국집이나 냉면집<전문요리집이나 일식집<패밀리레스토랑이나 피자<고깃집<술집 순이다. 역시 술은 술집에서 혼자마시기는 좀 힘들다.


요즘은 수도권 등지를 필두로 하여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한 식당들도 늘고 있다. 라멘, 우동, 돈부리 등의 일식당의 경우가 특히 많다. 양식은 고가이고, 중식은 주문해 먹는 경우나 코스 요리가 대부분인 반면 일식은 간단하고, 또 이제는 일본의 혼밥 문화가 영화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있기 때문.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혼자 밥을 먹는 행위를 특별히 안 좋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일찍 혼밥 문화가 시작된 일본은 개인주의 확산과 함께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지만 아직도 변소식이 존재할 정도로 아직은 남아 있다.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나라인 중국은 이런 게 없다고.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이런 인식에 대하여 묘하게 여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만 혼자 밥먹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풍조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서는 레이첼 그린이 혼자 레스토랑에서 먹기 좀 그렇다는 듯이 말하자 친구들이 '혼자 밥을 먹는 것도 좋은 것이 있다.'고 설득한다. 레이첼이 혼자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오자 챈들러 빙이 혼자 밥을 먹는 여자에 대해 선입견이 있다고 말한다. 모니카 겔러가 그 이유를 묻자, 그 이유에 쉽게 답하지 못하고 '그냥... 혼자 먹잖아?'라고 말한다. 결정적으로 레이첼도 나중가서는 같이 먹는 것이 좋아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이걸로 서양도 혼밥을 이상하게 여긴다고 일반화하면 안 되고, 애초에 프렌즈가 종영한 지 10년이 넘은 시트콤이라 그 동안 젊은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변했을 것이다. 이 영상을 보면 일반 서양인들은 이제는 대단히 일상적인 일로 여기는 듯. 그리고 사실 1961년작 영화인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오프닝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길거리에서 혼밥하는 것도 오래전부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