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라면 햄맛 파동 사건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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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라면 햄맛 파동 사건을 알아보자


2017. 3. 13.

삼양라면에서 햄맛이 나지 않은 것이 어떤 소비자의 항의 때문이라고 알려져서 벌어진 사건이다.

사건은 2006년 9월 1일 디시인사이드 면식갤에 어떤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된다.

"나는 그다지 라면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 몇 년전이었나.......삼양라면을 오랜만에 먹었는데, 햄맛이었나 소세지 맛이었나 여하튼 그런 맛이 났어. 그래서, 내가 삼양라면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어.... 좀 몇해 지나서 잊어먹었는데, 여하튼 햄인가 소세지 빼달라고 했어. 옛날 삼양라면의 맛에 비해, 햄인가 소세지 맛이 너무 강해서 라면의 맛이 이상하다고....   여하튼 그때 삼양라면 정말 맛이 이상했거든요.   그래서, 작년엔가 올해였나 여하튼 삼양라면 사서 먹어보니까 정말 그것 빠져있더군요. 그것 빼니까 훨씬 맛도 더 좋고.......   삼양라면 글이 있길래, 생각나서 써 봤어요. 아 그리고, 라면 칼로리 보니까, 삼양라면 칼로리 수치가 다른 라면에 비해 조금 낮더군요."


글 내용인 즉슨 몇 년 전 삼양라면을 먹었더니 햄맛이 강해서 이상하다며 삼양식품 홈페이지에 건의사항을 올렸다. 그리고 이후 몇 년이 지나 다시 먹어보니 햄맛이 나지 않아 먹기 좋았더라고 한다. 이에 대해 햄맛을 좋아했던 유저들이 글쓴이를 비난하는 리플을 올리다가 어느새 성지가 되었다.


이 글이 성지순례 코스가 되어 유명해지자 디씨뉴스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직접 삼양식품측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회사 측에서는 맛이 일부 변한 것을 시인했지만 분말수프에는 여전히 햄맛을 내는 재료가 들어간다고 해명했는데, 사실은 우연의 일치로 바뀐 거라고 한다. 삼양식품의 입장도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므로 특정 개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특정 맛을 뺀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저 윗 글의 작성자가 건의해서 햄맛이 줄어든 건 확실히 아니라고 했다. 직접 글을 보면 알겠지만 예전 삼양라면의 맛을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누리꾼들로부터 수년째 욕을 먹고 있다. 댓글을 확인해보면 2006년 10월 25일 댓글을 마지막으로 묻히는 듯했으나 3년 만인 2009년 11월에 다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2010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이 글이 발굴되면서 성지순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와는 반대로 삼양라면 컵(컵라면)은 햄맛이 매우 강한 편이었으나 정작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후 2014년 삼양라면이 리뉴얼되면서 그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그 특유의 햄맛으로 회귀됐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그러나 성지순례는 2017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2014년 11월 29일, '삼양라면에 햄맛 빠진 거 나 때문이 아니래잖아' 라는 호소문을 올렸지만 여전히 10년째 댓글로 욕을 먹고 있다. 2016년 8월 6일 기준 성지에 달린 댓글만 13614개. 이 사연이 인터넷 각지로 퍼져서 욕을 먹은 것 까지 합하면 적어도 삼천갑자는 살 수 있을 정도로 욕을 들어먹었을 것이다.

2015년 7월 15일 기준 수요미식회에서 삼양 관계자의 발언에 의하면 햄 맛이 빠진 게 맞다고 한다. 햄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뺐다고 한다. 우지 파동 이후 부대찌개 맛이라는 새로운 맛을 내세우고 핑클, 소녀시대 등 스타 마케팅을 펼치면서 삼양라면은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그나마 신라면을 유일하게 견제할 수 있는 라면의 콩라인 위치 정도는 차지했었는데 햄맛이 사라지면서 결국 농심그룹과의 격차만 커졌다. 2016년 기준 삼양라면은 콩라인을 넘어서 3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즉 실상과 정반대의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비슷한 상황으로 코카콜라가 펩시의 점유율을 뺏으려 펩시콜라 맛을 낸 뉴 코크를 출시했다가 도리어 말아먹을 뻔 했다.

2016년 3월 18일 생산분부터 건더기 스프에 햄이 다시 들어간 걸로 확인되었다. 누리꾼들은 이 게시글로 돌아와 '햄복절'이라면서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 중반 부터는 포장지와 조리예 사진에 햄을 그려놓은것도 모자라 광고 문구에도 햄맛이 돌아왔다는걸 대놓고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맛을 리뉴얼하면서 또 다른 문제는 삼양라면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라면의 정체성은 해당 라면의 특색있는 맛을 의미하고 라면의 인기 비결이 되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제품이 단종되는 수도 있다.

각 회사별 대표 라면의 정체성을 보면 신라면이 (고가라면 우선 정책이 있는 지 지금은 디버프 가득 먹었지만) 표고버섯과 쇠고기의 풍미가 가미된 매운 맛을 강조하고, 진라면은 평균적인 무난함+ 자칭 계란면발을 강조했다면, 삼양라면의 정체성은 바로 부대찌개를 연상시키는 햄맛+닭고기 육수맛이었는데, 다른 대안없이 그냥 햄맛만 빼버린 결과 이도저도 아닌 맛의 라면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과거 청보식품에서 만든 라면마냥 아예 못 먹을 맛은 아니고 그냥 먹을만한 맛이긴 하지만 어딘가 심심한 라면이 되어버리며 제품의 아이덴티티가 사라진 것.

2016년 시점에선 햄맛으로 회귀했다고 하지만 본래 상품이라는 게 그 아이덴티티를 확립시키고 그걸 또 정착시키는 게 엄청 어려운 법인데, 그걸 단절시킬 경우 그 단절된 아이덴티티를 대체하거나 그 이상의 역량을 보이는 새로운 아이덴티티가 없다면 소비자들이 떠나는 법이다. 그나마 몇 년 정도면 모르겠는데, 2000년대 초반에 일이 터지고 10년이 지난 2010년대 중반에서야 복귀했고 햇수로 따지면 약 15년 정도 된다. 이 정도 기간이면 다른 상품들도 적지 않게 나왔을 테고, 이러면 아이덴티티 자체가 많이 희석되기 때문에 과거의 명성 회복이 엄청나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