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에서 짜낸 기름 고래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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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에서 짜낸 기름 고래기름


2017. 3. 13.

말 그대로 고래에서 짜낸 기름을 고래기름 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쓰인 용도는 기름 자체로 사용하는 등화용 및 양초, 비누 제조, 윤활유, 피부 미용유 등이지만 애초부터 고래를 기름만 얻으려고 잡은 것은 아니다. 포경의 시초는 서양에서도 고래고기를 얻기 위해서였고, 차츰 기름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고기는 바다에 그냥 버리게 된다. 사실 그것도 고기의 가치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유럽 근해의 고래가 고갈되어 사냥터가 멀어지면서 변질 및 수익 문제로 유럽까지 고기를 갖다 팔 수 없기 때문에 기름만 짜낸데서 비롯된 것이다. 유럽 근해에서 고래를 잡을 때는 잡은 고래를 바닷가로 끌어다가 기름, 수염, 고기, 내장, 혀 할 것 없이 모조리 분해해서 팔았다. 초기에는 지방조직을 소금에 절여 운반했으나 장거리 항해에서 지방이 변질되는 문제가 생겼고, 피하지방 조직을 얇게 썰어 튀겨서 액체 상태의 기름만 뽑아내는 것으로 방식이 바뀐다. 그리고 쓸모가 있는 고래수염을 제외한 단단한 뼈와 내장 부위는 그냥 바다에 버렸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보다 효율적인 기름 채취를 위해 지방조직 이외에 고기, 내장, 뼈까지 전부 얇게 잘라 압력솥에 푹 삶아서 기름을 짜냈다.


그리고 간단하게 고래기름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여러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고래의 종 및 부위에 따라 기름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 조명용으로 쓰기 좋은 종은 수염고래류, 윤활유나 향유로 쓰기 좋은 종은 향유고래이며 물개나 바다코끼리 기름도 종류에 따라 용도가 약간씩 다르다.


고래기름 산업이 몰락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고래의 멸종 위기였다. 지나친 포경으로 인해 고래의 개체수가 줄어들자 고래를 잡고 싶어도 더 이상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두 번째는 다양한 대체재의 발달이었다. 기존의 생선기름, 식물성 기름, 가축기름 등의 비슷한 수준의 대체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그럭저럭 경쟁이 가능했지만 특히 석탄/석유 관련 중화학공업의 발달로 플라스틱을 비롯한 싸고 좋은 대체재를 훨씬 싼 값에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게 가능해져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며 점점 귀해지는 고래를 잡을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었고, 사람들의 관심 역시 고래기름에서 멀어져갔다. 현재는 고래기름을 쓰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