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7.
아무래도 19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거의 변함없이 그대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구시대적인 단점이 많다.
일단 잉크 찌꺼기. 유성 볼펜의 숙명이라고도 하지만 모나미 153은 그 중에서도 굉장히 심한 편에 속한다. 가히 업계 원탑. 오죽하면 별명 중에 똥펜이라는 게 있을까. 요즘 나오는 4, 5세대 잉크를 사용하는 볼펜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고 동가격대의 저가형 볼펜과 비교해봐도 좀 심각하게 많이 나온다. 153을 기피하는 사람 열에 아홉은 이 잉크 찌꺼기 문제로 기피한다고 봐도 좋을 정도. 쓰다 보면 자주 새끼손가락 바깥쪽이 까매지기도 하고, 종이 낱장에 적어서 뒤집어 두면 책상에도 잉크가 묻어나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그림을 그릴 목적으로 153을 사용한다면 옆에 휴지를 접어놓고 수시로 잉크 찌꺼기를 닦아주면서 사용해야 찌꺼기 때문에 그림을 망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4, 5세대 잉크를 사용하는 볼펜의 최저 가격이 못해도 800원이라는 것을 봤을 때 300원 대의 153에 많은 것을 바라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Bic 처럼 비슷한 가격대에 훨씬 볼펜똥 문제가 적은 제품도 있기 때문에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볼도 그렇게 부드럽지 않고 필기 초반에 헛발질을 해줘야만 잉크가 제대로 나온다. 가격대가 낮아서 그런지 제품 편차가 커서 뽑기 운이 제법 작용하는 펜 중 하나로, 제품마다 필기감이나 잉크의 농도가 제각각이다. 이게 생산 주차 이런 문제도 아니고 한 다스 안에 들어있는 놈들끼리도 이 모양이다. 필기감도 부드럽고 진하게 나오는 놈이 있는가 하면 어떤 놈은 뻑뻑하고 볼펜을 긋고 나면 흰색 부분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잘못 뽑은 경우에는 정말 흐리게 나오는 놈을 뽑을 수도 있다. 부드럽고 진한 건 또 좋냐 하면 이건 안그래도 많이 나오는 잉크 찌꺼기가 더 많이 나오는 문제점이 있다.
또, 색상 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 이건 모나미 제품의 공통적인 단점으로, 다른 회사는 녹색이라도 만드는데 모나미는 그런 거 없고 흑적청만 고집 중. 사실 이 부분은 변호를 해줄 수가 있는 부분인데, 유성 잉크의 한계상 다양한 색상을 내는 게 쉽지 않고 내더라도 젤펜만 못한 퀄리티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구태여 만들어야 할 필요도 없다. 당장 녹색만 봐도 녹색 볼펜 특유의 촌스러운 색상을 볼 수 있다.당장 녹색 볼펜을 들고 와서 색상을 비교해 보면 2가지 중 1가지는 해당될 것이다. 그리고 찌꺼기도 흑적청보다 많이 나온다. 그리고 153의 색상 많은 모델이 나왔는데 초록색은 없고 연두색만 있다. 근데 그 연두색이 색이 연하고 약간 촌스럽고 불량품이 많다.
예전에는 12가지 색이 있는 컬러 모델에 초록색을 비롯하여 일반 볼펜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든 다양한 색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거 없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보면 잉크가 뒤쪽으로 나와버리는 경우가 있다. 다만 이는 다른 볼펜에도 해당하는 얘기라...
마지막으로 오래 보존할 문서라면 이 펜으로 작성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볼펜 자체의 물리적인 내구성은 끝장나게 좋지만 잉크의 내구성은 약간 문제가 있다. 노트나 관공서 문서처럼 밀폐된 환경이 된다면 괜찮은데, 일반 메모지나 신문 등에 같은 곳에 작성하고 5~10년쯤 두면 검은 색소가 모두 날아가고 노란 글씨로 바뀐다. 잉크 단가 문제로 대부분의 중저가 유성 볼펜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정 오래 보관해야 하는 문서라면 좀 더 고가의 볼펜이나 만년필 같이 잉크 내구성이 있는 제품을 쓰는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