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겨울 맵고 칼칼한 짬뽕한그릇?? 짬뽕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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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겨울 맵고 칼칼한 짬뽕한그릇?? 짬뽕의 유래


2016. 12. 27.

해산물과 돼지고기, 채소를 볶아 육수로 끓여낸 국물에 면을 삶은 한국식 중화 면요리들 중에 하나. 국내 중국 요리에서 짜장면과 함께 두 축을 이루는 면 요리. 포지션상으로 보자면, 일본식 중화요리의 라멘에 대응한다고 할 수 있다.





어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중국어로 '밥 먹다'는 뜻의 '吃饭(chī fàn, 츠판)' 의 복건성 사투리인 '食飯(chia̍h pn̄g, 짜쁭)'이 일본 내에서 변환을 거쳐 짬뽕이 되었다는 설이 흔히 알려져있다.





짬뽕의 순화어는 초마면이며 재료와 조리 방법 등이 비슷한 중국 요리인 초마면에서 따왔다.

일본의 문헌에는 츠판설 외에 포르투갈어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확인하기 어렵다. 일본어 대사전에 등재된 단어라는 참팽(搀烹)기원설이 한자어의 뜻 역시 '섞어서 삶다, 섞어서 조리하다' 의 의미가 통해서 개연성이 높다. 영문 표기도 일본어 어휘에서 유래됐다는 점 때문에 Champon이다.

한편 동남아시아에서 유래된 단어로도 추정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단어 Campur(짬푸르)는 섞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 예로 인도네시아 요리 가운데에서도 나시 짬뿌르(Nasi Campur)라는 게 있다. 접시에 밥과 여러 반찬을 같이 놓고 먹는 일종의 백반정식으로 말 자체는 섞은 밥, 비빔밥의 의미다.

초마면에서 기원했다는 설도 있지만, 초마면 기원설은 어떠한 근거도 없다. 그저 조리학상 비슷한 음식을 찾아서 가져다 붙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초마면의 고향은 중국 남서부인데 그 지역의 화교들은 한반도나 일본으로 이주한 경우가 거의 없다.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주영하 교수의 저서 '잔폰 차폰 짬뽕' 에 의하면 초마면과 우리나라의 짬뽕은 사실 그 유사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 연세가 지긋한 화교들도 초마면이 짬뽕의 기원이라는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그 어원에 대해서는 일본에 잔폰에서 나온 것임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많다.

또한 일본의 강점을 당했던 나라들에만 "짬뽕"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단어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나 오키나와, 인도네시아는 음식이 존재하는 경우이며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같이 음식은 없지만 단어는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실은 주영하 교수가 최초로 밝힌 것으로 "짬뽕"이라는 단어가 일본에서 유래했음을 명쾌히 논증한 것이다.

짬뽕의 일본 기원설은 사실 한-일 양국 화교들의 교류사만 봐도 답이 나온다. 일본의 화교들은 복건성 출신이 많았는데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들은 졸지에 적성국가 국민이 된다. 또한 일본 화교들의 대부분은 본국과의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중-일전쟁으로 무역이 불가능해졌다. 이 때 이들이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조선을 비롯한 다른 지역 화교들과의 무역이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화된 중국음식들이 조선으로 건너온 것이다. 중국집에서 밑반찬으로 단무지 다쿠앙을 주는 것만 봐도 답은 나온다.

초마면 기원설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는 화교들의 교류와 역사를 주변부의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는 인종차별적 편견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제 치하의 화교들은 조선인과 마찬가지로 피지배층이었다. 같은 아픔을 공유하던 피지배층의 음식을 일본에서 기인했다는 이유만으로 백안시하고 그 역사를 조작하고 부정하려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한국의 짬뽕은 붉은 국물을 트레이드 마크로 한국화 토착화 되어 차별점을 가지고 나가사키식 뽀얀 국물을 가지는 굴짬뽕이 바리에이션으로 정착되었다. 짬뽕밥도 짬뽕의 바리에이션에서 당당하게 한 자리 차지한다. 그 외 홍합이나 전복 등의 재료 해산물을 강조한 버전이 있으며 국물이 적은 볶음짬뽕도 등장하고 '간짬뽕' 의 이름으로 인스턴트 제품이 시판되기도 한다. 그리고 차갑게 먹는 냉짬뽕도 최근 많이 생겼다.

한 세대 전의 중화요리점에선 짜장과 대등한 정도의 지위는 아니였고 울면과 중화 우동의 몰락과 함께 인기몰이를 해 짬뽕전문점까지 존재하는 지금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짜장면과 우동의 가격이 같았기에 주문을 할 때 통상 짜장면 몇, 우동 몇 (탕수육 하나) 이런 식으로 주문했고 이 둘보다 가격이 비싼 짬뽕과 울면의 경우 주문할 때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가 있었다. 여럿이 있는 상황에서 홀로 짬뽕을 시킬 경우 메뉴를 통일시켜야 된다고 눈총을 받거나 저 자식은 지가 뭔데 유별나게 비싼 메뉴를 주문하냐 등의 뒷담화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심할 경우 구타까지... 양원경이 90년대에 혼자 짬뽕을 시켰다는 이유로 유재석의 뺨을 때린 적이 있다고 한다 ㅋㅋㅋ.

우동의 경우 90년대 후반 장우동, 클우동 등 일본식 우동을 메인으로 내세운 체인점의 등장과 라우동, 생생우동 등의 시판으로 한국 내에 일본식 우동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우동 하면 해물이 듬뿍 들어간 중화우동을 떠올리던 소비자의 기호 변화에도 영향을 받았으며 이후 중화우동은 짜장면의 라이벌 자리를 짬뽕에 내주고 말았다.

한국식 짬뽕은 일본과는 달리 얼큰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으로 과거에는 중국 요리의 조리법인 얇게 썬 돼지고기와 해물, 야채 등을 볶다 닭육수를 부어 수프를 내는 방식으로 국물을 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가는 오르지만 짬뽕 가격은 오르지 않는 현실적 제약에 의해 원가 절감의 목적에서 냉동 해물을 넣어 육수를 내게 되었다. 현재 동네 배달 중국집의 짬뽕은 대부분 냉동 오징어 다리를 잔뜩 넣은 후자의 짬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원조 짬뽕은 강한 화력에 재료를 볶아서 아삭한 맛과 불맛, 그리고 양질의 고추가루를 듬뿍 넣은 얼큰한 닭육수의 맛이 강조되었으나 점점 그런 조리법을 유지하는 업소는 정말 최고급 음식점밖에 안남았다. 사먹기 어려운 건 아닌데 1그릇에 1만원 정도 한다. 일반 짬뽕의 2배다. 짬뽕으로 유명한 한국의 유명 중국 음식점의 경우 고전적인 조리법을 고수하는 과거의 일반적인 중국 음식점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후 원가 절감 목적이 아닌 음식의 맛을 위해 육류를 사용하지 않고 해물만을 사용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 짬뽕 또한 나타났다. 해물과 야채를 강한 화력으로 볶다가 고춧가루와 해물 육수를 부어 만드는 것이다. 돼지고기를 사용한 전통적 짬뽕과 대비하여 현대적 짬뽕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야끼우동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처음 온 일본인들이 잘 낚이는 메뉴.

중국집에서 짜장면 다음가는 인기 메뉴로 그 맛에 따라 주방장의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다. 다만 허접한 배달 전문 동네 중국집에서 시키면 별로 맵지도 않고 화학조미료만 듬뿍 처넣은 국물에 비린내 나는 해산물과 너무 익어서 녹아내리는 야채 그리고 밀가루 비린내 풍기는 면이 둥둥 떠있는 혐오식품이 날아들기도 하니 주의하자. 못하는집 짬뽕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라 할 수 있는데, 짜장면은 못만들어도 최소한 춘장빨로 덮을 수 있지만 짬뽕은 못만들면 얄짤없이 다 드러난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짬뽕에 김치를 넣는 중국집이 있다는 것. 당연히 원래 안 넣는 게 정석이지만 의외로 이런 김치짬뽕을 만드는 집이 종종 보인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만주에서 살던 한국 교포들이 최초로 김치짬뽕을 개발했으며, 이들을 통해 조리법이 전파되었다고 한다. 확실하게 아시는 분은 추가바람. 심지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모 짬뽕체인은 김치도 아닌 배추(!)를 주재료로 쓰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짬뽕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 식당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주로 체인점 형태로 된 곳이 많으며 맛은 짬뽕에서 불맛이 나는 등 대개 일반 중국집보다 괜찮다. 그리고 이런 식당에서는 반드시 일반 짬뽕과 함께 매운 짬뽕을 취급하는데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제대로 즐길 수 있겠지만 가게에 따라서 후유증을 남길 정도로 매운 경우도 있으니 주의할 것.

짜장밥처럼 국물에 면 대신 밥을 말아 내오거나 말아 먹으면 짬뽕밥이 된다. 다만 호남 지역(특히 전라남도)에서는 많은 중국집들이 짬뽕밥 대신 국밥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어서 해당 지역의 중국집에서 짬뽕밥을 먹고 싶다면 국밥을 주문해야 한다.

대학가 등의 젊은 층들이 자주 다니는 곳에서는 맵거나 빨갛지 않은 짬뽕들도 더러 존재한다. 예를 들면 크림 짬뽕이라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