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의 끝(탄두)은 왜 뭉툭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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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의 끝(탄두)은 왜 뭉툭하죠?


2016. 6. 12.

총알의 끝(탄두)이 뾰족하면 관통력과 공기저항을 덜 받아서 더 성능이 좋을 것같은데 왜 그렇게 안하죠?



전문가는 아니지만 간만에 좀 써봅니다. 전문가가 아니니 여기서 활동하시는 다른 분들 의견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 원래는 윗분 답변에 댓글을 달려고 했었기에 그것부터 하겠습니다.

탄두가 날아갈 때에 화살처럼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똑바로 날아가지 않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불규칙적으로 아무데로나 날아간다는 뜻이죠. 명중율? 당연히 안나오죠. 그렇기 때문에 회전을 주는 겁니다. 그리고 어디에 안맞는 이상은 탄두에 변형은 거의 없습니다.

회전은 몸속에서 뭘 헤집으며 휘감고 나가라고, 또는 뒷구멍(exit wound) 크게 나라고 주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까지 구멍 크게 나지도 않습니다. 회전은 탄두가 가진 모양새 때문에 비행시에 자세가 제대로 잡힐까 걱정되니까 회전을 주는 겁니다. - 탄두의 살상력과 회전 얘긴 안할랍니다. 그건 지식IN 답변 내용을 좀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관통력에 있어서 탄두의 재질이나 구조만큼이나 중요한 게 탄두의 모양입니다. 물론 공기역학적으로 명중율 문제에 더 밀접한 게 형태겠지만 관통력과도 어느 정도는 관계가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질문자께서 뭉툭하다고 하신 탄두 형태가 어떤 것인지 - 그러니까 뭉툭하다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좀 애매합니다.

 

첫번째 의미, 아주 뾰족하다는 것이 그만큼 탄두의 길이에 비해 굵기가 가늘다는 뜻과 연결된다면... 가늘고 뾰족할수록 당연히 공기저항을 덜 받는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원거리를 빠른 속도로 날려보낼 그 뭔가라면 대체로 앞이 뾰족하죠.

그 뭔가를 날려보내 목표물을 맞히는, 그러니까 날려보내는 탄체가 비행시에 제대로 자세를 잡도록 하는 방법으로서 회전을 주는 것에는 단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편류현상입니다. 공기 저항과 회전 때문에 먼 거리를 갈수록 회전하는 쪽으로 쏠려서 날아간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탄두의 굵기에 비해 일정 비율 이상 그 길이가 길어지는 장탄(長彈) 형태일수록 이 편류현상이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행자세 제어 방법으로 미사일 같이 가늘고 길쭉한 것은 날개를 달아주는 반면, 포탄 같이 비교적 굵고 짧은 것은 보통은 회전을 줍니다.(예외적으로 일부의 것들, 예를 들어 전차에 쓰이는 포탄중에는 날개 달린 것이 있습니다. 날개 달린 거라....) 총알 역시 포탄과 생긴 것도 비슷하고 또 사용 여건상 그 작은 탄두에 날개를 달아주기에는 좀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강선에 의한 회전 방식을 택합니다.(특수한 것들 빼고)


두번째 의미로서 탄두의 종류별 형태에 따른 차이에 대한 거라면, 즉 그 형태와 관통력 문제입니다. 물론 앞에서 언급했지만 탄두의 형태는 명중율과 탄도에 더 밀접한 관계가 있겠지만 관통력과 무관한 것도 결코 아닙니다.

엄청난 속도를 가진 탄두에게 사람의 몸은 공기저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 단단한 물체입니다. 심지어 물 가까이에서 소총탄을 발사했을 때에 물의 저항으로 인해 탄두가 부서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의 몸에서라면 이 현상은 더 심해지죠. 찌그러지거는 건 보통이고 산산조각 나버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따라서 탄두의 형태가 뭉툭하다면 그만큼 관통력은 급속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왼쪽은 소총탄(아마도 AK47에 쓰이는 7.62mm로 보임) 오른쪽은 권총탄입니다.

 

우선 소총탄과 권총탄을 비교하는 쪽부터 보죠. 소총탄의 경우에는 먼 거리의 목표물을 정확히 노려야하고 어느 정도 관통력도 필요합니다. 탄두도 권총탄에 비하면 작고 가볍습니다. 대신 속도는 몇 배로 빠르죠. 반면 권총탄은 탄속은 느리고 위력도 소총탄보단 못합니다. 애당초 명중율이 떨어지는 근거리용인 권총탄이라면 소총탄처럼 작고 가벼운 탄두를 빠른 속도로 날려 보내는 것보단(빠르게 날려보내려면 화약이 많이 필요한데 그만큼 반동이 커지죠.) 크고 무거운 탄두를 날려 보내서 느리지만 큰 펀치 한 방으로 근거리의 목표물을 확실히 쓰러뜨리는 쪽으로 만들어질테고 그렇다면 형태는 앞이 뾰족한 것보단 조금은 뭉툭한 쪽이 낫겠죠.

 

여기서 흔히 나오는 얘기가 대인저지력(stopping power)이란 개념입니다.

이것은 탄두가 가진 물리적인 에너지를 목표물에 최대한 빠르고 확실히 전달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목표물을 무력화시키는 능력으로 목표물이 입게 되는 데미지, 그러니까 살상력과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날카로움과 무딤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전진에 힘이 드는 뭉툭한 형태라면 아무래도 몸속을 뚫고 가는 동안 빠르게 속도를 잃을 테고 그만큼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인체에 전부 전달하려고 할 겁니다. 그걸 더 확실히 하려고 아예 몸속에서 쉽게 찌그러지도록 만들어진 것들도 있습니다. 홀로우 포인트처럼 앞부분에 홈을 내놓은 것은 홈을 중심으로 마치 버섯 모양으로 탄두가 찢어지면서 찌그러집니다. 이러면 몸속에서 상처도 많이 줄 뿐더러 그냥 박혀버릴 확률도 높죠. 대신 방탄복을 입은 상대에겐 좀 어려워질테고 이런 탄두 형태는 공기역학적으로 비행에 좋은 편이 아니라서 거리에 따라 명중율의 차이가 심해지는 편입니다. 



라운드 노즈, 플랫 노즈나 와드 커터 계열, 앞쪽이 움푹 파여져 있는 홀로우 포인트 같은 것들은 대개가 대인저지력에 중점이 맞춰진 타입입니다. 주로 권총탄에서 볼 수 있는 타입들이죠. 탄두의 형태나 재질 등은 그 용도나 특성에 맞게 선택됩니다. 지나치게 관통력만을 우선시한다든가 또는 지나치게 대인저지력만을 우선시한다든가 하지 않고 그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거나 특수한 일부 용도에 한해서만 특이한 형태를 갖는 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