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억 상당의 금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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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억 상당의 금괴


2016. 5. 2.


< 재미로 보는 금(Gold) 이야기 >


금(Gold)은 하나의 원소이며, 특히 화학적으로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다른 원소들과 거의 반응을 하지않는 것은 물론이고, 산화하지 않고 산(酸)에 대한 저항력이 커서
수백년, 수천년을 바다속이나 땅속에 파묻혀 있어도 변질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밀도가 매우 높고 다른 금속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르고
가단성(얇게 펴서 늘릴수 있는 성질)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 만약 금(gold) 1온스(31g)를 두드려서
얇은 판으로 만든다면, 무려 9m2(약 2.7평)의 판(금박)으로도 만들수가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얇은 금박을 녹여서 다시 덩어리 형태로 복원할수 있습니다.

금(Gold)은 부서지거나 깨지는 법이 없고 밀도가 높아서 위변조도 불가능합니다.
인류가 선사시대부터 2001년 까지 채굴한 금의 양은 대략 1억 3,000만 킬로그램[13만톤]입니다.
이것은 한면이 약 20미터인 정육면체 크기에 해당하는데 ... 유럽의 평범한 4인가족이 사는
연립주택규모 라고 생각하시면 될것같습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는 매년 약 2500톤의 금(Gold)이 생산(채굴)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장신구로 가공되고 일부는 의료용(치과)과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더불어
지금까지 생산된 전체 금(Gold)의 약 25% 정도는 금괴의 형태로 전세계 중앙은행 금고에 보관되어 있는데
전 세계에서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미국 정부입니다.

미 재무부의 금 보유량은 약 8천톤 정도이며, 이 수치는 세계 각국 정부 금 보유량 전체의
3분의 1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단일 기관으로 따지면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맨해튼의 지하 수장고에
약 2만5000개의 금괴를 보관하고 있으며, 뉴욕연방준비은행의 금 보유량만 해도
전 세계 금의 3% 수준에 이릅니다. 또한 이와 비슷한 양의 금(Gold)이 켄터키주 포트녹스(Fort Knox)의
지하금고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경(Bible)은 물질의 우상화를 상징하는 "황금송아지"를 언급했고,
기원전 8세기경 소아시아에서 살았던 미다스(Midas)는 세상의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려 했습니다.
그리고 미다스 왕이 한 때 지배했다던 오늘날의 터키 서부에 정주한 리디아족의 왕 크로에수스(Croesus)의 이름은
아직까지도 지역에서는 부(富)의 상징으로 통하며, 기원전 7세기경 리디아에서는 처음으로 금화가
주조되었고, 그 금화는 소아시아 전체에서 통화로 사용되었습니다 ... 당시만 해도 지배권력층과
성소(聖所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곳)에만 제한되었던 금(Gold)의 사용이 일반적인
통화(금화)로 주조되어 유통되면서 금(Gold)의 민주화가 되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세계제국 로마에서는 금(Gold)이 곧 권력이자 민중을 통치하는 수단 이었습니다.
카이사르(Gaius Julius)는 오늘날의 스페인이었던 지역에서 재정담당관으로 근무하다 로마로 돌아오면서
정치판에 뛰어들기 충분한 엄청난 양의 금(Gold)을 가져왔는데 ... 그때 정치와 군사적 성공을 바랐던
부유한 로마인 크라수스(Crassus)와 동맹을 맺었지만, 크라수스(Crassus)는 기원전 53년경에 전투에 나섰다가
파르티아(Parthia 고대 이란계 유목민의 왕국)인들에게 치명적인 패배를 당해 처형됐는데 ...
워낙 부(富)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지라 파르티아인들은 그에게 아주 독특한 처형을 내리게 됩니다.

"금(Gold)을 녹여 저놈의 목에 부어라!"

로마의 제국이 확장되면서 금과 은에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당시의 원시적인 채굴기술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통치자들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한 방법으로 금화의 질을 낮추는 방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 그리고
그리스인들도 이를 따라했습니다.

금화의 크기를 줄이면서 금(Gold)의 함량도 줄였는데, 당연히 돈의 가치하락이 뒤따랐습니다.
기원후 약 200 년간은 인플레이션이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이후부터는 1.5세대만에 20배 가까운
물가상승이 있었고 너무나 심각하게 돈의 가치가 하락하자 서기 305년 경에는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 황제가 자발적으로 퇴위하기 까지 했습니다.

물러난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의 후계자였던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기독교에 심취해
비기독교 성지를 약탈하여 자신의 금(Gold) 보유량을 4배로 늘리게 됩니다 ... 그리고
순도 98%의 금화 "소리두스" 를 발행해 급격했던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도 했습니다.

무게 4.55그램의 이 금화(소리두스)는 넓은 지역으로 퍼져 중세까지 유통되었는데,
기간으로 따져보면 무려 1,000년의 기간이나 됩니다 ... 인류 역사를 놓고보면
이렇게 오랜기간동안 유통된 통화는 없었습니다 ... 오늘날의 기축통화인 달러($)도
1944년 브레튼우즈체제 이후부터니까 ~ 고작 역사는 7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아무튼 ... 소리두스 이후인 13세기 부터는 피렌체에서 주조된 "후로린 금화", "베네치아의 금화",
1489년 영국 헨리 7세 때 만들어진 1파운드 금화인 "소브린(sovereign)" 등 ... 유럽 각지에서
근대적인 통화로서 금화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금(Gold)은 그렇게 유용한 금속은 아닙니다.
앞서 얘기했듯 치과치료 등의 의료용이나 전자업계를 제외하면 금(Gold)에 대한 "산업적 측면"에서의
수요는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 물론 반지나 귀걸이 같은 장신구 등이 있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준화폐 성격이 강하다고 할수있을뿐(급할때 금반지 파는것 등) 산업용은 아닙니다.

이렇게 금(Gold)은 비화폐적(산업) 용도로 사용되는 수요가 매우 적기 때문에
화폐용 금과 산업용 금의 수요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2006년 독일의 최고 시사주간지 슈피겔에서 발표한 자원관련 특집 내용을 살펴보면,
전세계에서 전자산업과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금(Gold)의 비율은 ... 금(Gold)의 연간 생산량의 6% 수준이며,
이는 인류가 지금까지 생산(채굴)한 양의 0.12% 수준 이라고 합니다. ~ 더불어
금(Gold)을 치과 등의 의료용으로 사용하는데, 특별히 효율적인 면이 있는것도 아닙니다.
여기에 전자업계 에서도 신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적은 양의 금으로도 같은 기술효과를 내는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철과 석유, 식량자원 등은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되는데(보편적으로 생산된후 1년안에 거의 소비되어 없어져 버립니다.)
하지만 금(Gold)은 생산량이 총공급량(13만톤)에 비해서 상당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연평균 2% 미만수준이며, 최종 소비는 이 수치보다 훨씬더 적습니다.

금(Gold)은 전세계에 고루 분포되어 있어 정치적인 영향에 의해 생산량이 갑작스럽게 증가하거나
줄어드는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세계 최대 금(Gold) 생산지인 남아프리카는 2,000년에 약 450톤을 생산했는데,
이는 전세계 생산량 2,500톤의 18% 수준이며, 2위는 미국으로 약 340톤이었고, 호주가 300톤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금(Gold)생산 상위 10위 내에 속하는 국가들의 생산규모를 모두 합하면 대략 1,500톤 정도 됩니다.

참고로 ... 만약 작년에 한포기에 1천원했던 배추가 올해 풍년으로 수확량이 2배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
배추값은 작년에 비해 크게 떨어지게 될것입니다 ... 당연히 선물(선도)가격도 하락하게 됩니다 ... 하지만
금(Gold)의 생산량(2500톤)은 지금까지 전세계에 공급된(13만톤) 양에 비하면
생산이 거의 "정체"되어 있다고도 할수 있습니다 ... 따라서 금(Gold)은 다른 상품들과는 달리
금선물 시장에서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이 발생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 이것은 달리 말하면
금(Gold)대출 금리가 대부분 플러스 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 일반적으로 선물가격은 현물가격보다 높아야 하는것이 정상적입니다.
이는 선물만기까지 소요되는 현물의 보유비용 즉 이자, 창고료, 보험료 등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소요되기 때문인데
이와는 반대로 현물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높게 형상되는 것을 백워데이션이라고 합니다.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겟습니다.) ]

1492년 이후로 세계의 금공급량은 연간 5% 이상 증가하지 않았고, 1850년대 골드러시 때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이후 1890~1910년 까지는 연평균 3~4% 선에 머물다가, 그 이후로 현재까지는
2% 미만수준의 생산량에 그치고 있습니다.

다른자원들이 어떤 시장요인에 의해 가격이 변동할 때, 금(Gold)은 그러한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통화계의 북극성"으로 불리웁니다 ... 더불어 금(Gold)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항상성(恒常性변하지 않는 성질)에 있어서는 거의 완벽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 또한
어느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금(Gold)을 매매하였다 하더라도 인류가 수천년부터 지금까지 채굴해서
가지고 있는 총량(13만톤)에 비하면 거의 조족지혈인 수준이라 할수 있습니다.

금(Gold)은 인류 역사를 경험하면서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친 세계인의 공통되고 보편적인
가치의 척도가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과거 세계가 금본위제를 유지하다 실패한 이유는
금의 가치가 손상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정치)가 안전한 통화체제의 약속을 스스로 어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