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햄 하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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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햄 하몬


2017. 5. 26.

통 하몬을 저미는 모습

Jamón. 스페인어로 햄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하몽'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표준 발음으론 하몬이 맞다.

하몬이라는 단어 자체는 꽃보다 할배 등 한국 미디어에서 언급된 것과 달리 특정 요리의 이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햄이란 뜻이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흔히 하몬이라고 하면 으레 특정 햄 종류인 하몬 이베리코(Jamón ibérico. 이베리아산 흑돼지 혈통이 50%이상인 돼지의 고기로 만든 햄)를 가리키는 것으로 다들 이해를 하기 때문에 그저 하몬을 달라고만 해도 소통에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하몬이라는 단어가 고급품인 하몬 이베리코보다는 낮은 등급인 하몬 세라노(Jamón serrano. 시에라 산맥에서 자란 돼지로 만든 햄)를 가리키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실제로 스페인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생산량과 비싼 가격, 희소성 등으로 인해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하몬의 대부분은 하몬 세라노다. 둘 사이의 가장 간단한 차이는 하몬 세라노는 흰 돼지, 하몬 이베리코는 이베리코라 불리는 스페인 토종 흑돼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돼지의 뒷다리를 소금에 절이고 천장에 매달아 수 개월에서 수 년까지 건조시켜 만든다. 앞다리로 만드는 팔레타(Paleta)도 있지만, 하몬과 비교하면 넘사벽. 종류 또한 엄청나게 많은데, 도토리만 먹여서 키운 이베리코 품종 돼지 뒷다리로 만든 것이 최상품인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 (Jamón ibérico de bellota)'다. 하몬의 등급은 알파벳 'J'의 개수로 표기하며, 최상급인 5J급 이베리코는 1kg 당 120~140유로까지 받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한다. 한국의 대형 마트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일반 등급이 100g 에 1만원이 넘는 상당한 가격이다.

먹을 때는 익히지 않고 생으로 얇게 썰어서 술안주로 하거나, 빵에 끼워 보카디요(스페인식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 게 보통이다. 복어와 마찬가지로 두툼하게 썰어 먹으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고, 스페인의 바나 레스토랑에는 아예 하루 종일 하몬 저미는 일만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맛은 소금에 오랫동안 절였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굉장히 짜다. 때문에 아무리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많이 먹기 힘들다. 또한 특유의 향이 처음엔 굉장히 역하게 느껴지기에 비싸기만 하고 맛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점차 익숙해지면 오히려 향이 좋아서 먹게 된다. 대체로 건조한 식품들이 그렇듯이 쪄먹으면 상당히 먹을만 하다. 일설에 의하면 하몬을 밥솥에 얇게 저며넣고 밥을 지어 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주로 살코기가 많이 붙은 부위를 저며서 먹지만, 비계만 붙은 부위도 따로 썰어내 수프나 스튜를 만들 때 쓴다. 소금에 절인 것이라 조리할 때 자동적으로 간을 볼 수 있고 기름진 국물 요리의 풍미를 살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