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9.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코카콜라다. 하루에 6억잔 이상 소모된다는, 명실공히 지구 최강의 음료수.
그리고 이러한 부동의 1위를 따라잡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2위, 펩시콜라. 그 빨간색과 파란색 만큼이나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아이템은 지난 수십년간 서로를 이기기 위한 대결을 끊임없이 펼쳐왔다.
코카콜라의 역사는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약사였던 존 팸버튼이 시럽을 조제하던 중 탄산을 섞으며 탄생한 것이 초창기의 코카콜라. 한번 맛들인 사람들은 꾸준히 이 음료를 찾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카 잎사귀가 주요 재료 중 하나였기 때문. 코카인이 들어간 음료수인데 인기가 없으면 그게 이상할 듯.
존 팸버튼이 발명하긴 했지만 이를 사들여 전 세계로 보급한 것은 아사 캔들러. 각지에 원액과 탄산수를 섞어 병에 담는 '보틀링' 공장을 세우고 프랜차이즈를 통해 대대적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비록 20세기 들어 마약으로 지정당해 코카 추출물을 쓰지는 못하게 됐지만 이미 부동의 소비자층을 확보해 놓은지라 사업은 꾸준히 성장해 나갔다.
'코카콜라 박물관의 존 팸버튼 동상'
'초창기와 현재의 펩시콜라 로고'
펩시 역시 약제사였던 칼랩 브레드햄에 의해 1898년 만들어졌는데, 펩신이라는 소화효소에서 따온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음료라기보다는 소화제로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코카콜라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2류 브랜드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콜라 시장의 규모가 워낙에 증가 추세인지라 2등도 충분히 먹고 살만한 환경이었고, 그 덕에 펩시 역시 사업을 확장하지만 그로 인해 1차대전 이후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전후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사탕수수를 대량으로 선물구매 했는데 이 투자가 제대로 빗나가면서 도산하고 만 것. 예나 지금이나 선물거래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랄까. 이 당시 경영진은 코카콜라에 매각 의도를 밝히지만 코크 입장에서는 어차피 내버려두면 말라죽을 회사에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판단, 이를 거절한다. 그러자 어차피 망할 거, 갈데까지 가보자고 결심한 펩시가 안그래도 저렴한 가격을 더 떨어트리는 판매전략을 시행한다. 코카콜라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한 가격 정책이 대박을 쳐서 펩시는 위기를 모면하고 다시 2인자의 자리를 회복한다.
'펩시의 기막힌 역전극, 펩시 첼린지'
펩시가 극적으로 기사회생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코카콜라와의 격차는 컸다. 코크는 이 무렵 벌어진 2차대전에서 미군을 공식 후원하며 다시 한번 절대적인 1위의 면모를 과시했다. 오랜 세월동안 펩시는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특히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감각적인 광고 전략을 선보이며 저가 상품의 이미지를 탈피해왔다.
하지만 펩시가 코크에 결정적으로 한 방 먹인 사건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펩시 첼린지'다. 미국 전역을 돌며 콜라 애호가들 (특히 코크 고객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더 맛있는 콜라를 고르게 했고, 그 결과 펩시가 압도적인 우세로 드러난 것. 그 결과로 펩시는 코크의 시장 점유율을 거의 다 따라잡고, 코카콜라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
하지만 기존의 코카콜라를 단종시키고 야심차게 출발한 뉴-코크는 그야말로 참담한 실적을 기록했고, 코카콜라의 시장 점유율은 순식간에 추락하며 펩시에게 1위를 빼았긴다. 하지만 여기엔 음모론도 뒤따르는데, 엄청난 실패임을 시인한 코카콜라가 예전 상품을 '코카콜라-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재판매하기가 무섭게 이슈가 되며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 그래서 일각에선 이를 고도의 마케팅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펩시가 보유중인 브랜드 상품들'
그 후 코카콜라의 시장 장악은 계속 이어졌고, 서로 티격태격하는 광고가 끊임없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펩시는 8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는데 실패한다. 코카콜라는 세계 전체를 통틀어 브랜드 파워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콜라 시장의 점유율 또한 압도적이다. 하지만 코카콜라 컴퍼니가 진정한 승자인가? 이 질문에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펩시는 콜라 한가지에 목을 메지 않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 현재 립톤, 게토레이, 마운틴 듀, 세븐 업, 치토스, 썬칩 등 수많은 제품군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펩시는 매출과 시가총액 등 사업 전반적인 측면에서 코카콜라를 압도한다.
물론 코카콜라의 브랜드 파워는 문화 아이템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요즘 사회에서는 큰 가치를 지닌다. 이름값만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코카콜라는 그 자체로 이미 미국 문화의 상징을 넘어 세계화의 심볼로 여겨질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명성에 못지않은 악명 또한 만만치 않아서 2차대전 당시 독일군 지원 문제에서부터 반미주의로 인한 타도 대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줄기차게 까이고 있는 것 또한 코카콜라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내용물 비교'
하지만 둘 다 근본적으로는 설탕물에 불과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 모든 경쟁과 치열한 다툼이 부질없어 보이기도 한다. 코카콜라는 비밀 제조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콜라 첨가물 목록을 조심스럽게 보관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건 현장에 남아있는 액체 한방울로도 성분 분석 가능한 요즘 세상에 그런 비밀이 있을 리 없다. 다만 또 하나의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일 뿐.
두 제품의 내용물을 비교해 보면 놀랄만치 비슷하다. 탄산수에 설탕 대신 옥수수에서 뽑아낸 당분 시럽, 캐러맬 색소, 카페인, 인산... 결국 둘의 차이는 내용물의 차이라기 보다는 회사의 이름과 제품 브랜드의 차이이고, 그 차이가 백년이 넘는 경쟁과 대결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똑같은 놈들끼리 뭘 그리 서로 다르다고 주장하며 치고받고 싸우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이거야말로 인간적인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내용물은 거의 똑같은 인간들끼리 피부 색깔 다르다고 싸우고, 종교가 다르다고 싸우고, 이념이 다르다고 싸우는 게 인류의 역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