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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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사건


2017. 3. 24.

<미인도>


<장미와 여인>


<바리의 처녀>


<고>


화가 천경자의 그림으로 알려졌던 '미인도'의 진위 여부를 놓고 벌어졌던 위작시비. 짧게 본론부터 말하자면 천경자 본인이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그림에 대해 소장 박물관이 진품이라고 반론한 결과 작가의 일시적 절필, 여기서 더 나아가 전두환 정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공작이 아니었냐는 의혹까지 이어진 사건이다. 자세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천경자 <미인도>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진위시비는 1991년에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움직이는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원작을 복제해 판매하던 중 복제에 의구심을 가진 작가가 원작을 직접 보고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천경자의 위작 주장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은 진위를 가리기 위해 X-ray, 적외선, 자외선 촬영등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였고,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는 1991년 4월 11일 진품이라고 판정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앞으로 위작임을 확증할 수 있는 증거가 밝혀지면 받아들이겠다"는 단서를 붙인 끝에 진품임을 주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는 사건 직후 예술원 회원직을 사퇴하고 전시회 출품 등 작품공개 활동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하고 미국으로 갔다. 이후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적은 있으나 신작은 보기가 어려워졌으며, 1998년 말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 93점과 화구 등을 기증하였다.
<미인도>에 대한 논란은 1999년 고서화 위조범 권춘식이 자신이 미인도를 위조했다는 증언을 함으로써 논란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입수 시점과 위조했다고 진술한 시점이 불일치하고, 위조자가 수묵화 위조 전문이어서 천경자의 채색화를 위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기존 입장을 고수하였다. 검찰에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더 이상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미인도>를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했던 권춘식은 "미인도는 내가 그리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며 기존의 주장을 번복했다가 다시 자기가 그렸다고 재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언급한 것처럼 사건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이던 미인도를 아트포스터로 제작해 판매하면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이에 내막을 적은 기사에 따르면, 천경자의 후배 시인이 천경자의 집을 방문했을 때 대화 중에 "선생님 그림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후배 시인은 현대그룹 사옥 부근에 살면서 현대그룹 사옥 지하 사우나탕에 자주 들리는데 그 안에 천경자의 미인도가 하나 걸려있다고 했다. 그 미인도는 오리지날 작품이 아니고 현대미술관에서 당시에 보기 좋은 그림, 유명 작가의 그림을 선택하여 미술관 아트숍에서 대량 프린트하여 미술문화 대중화 차원에서 한 장당 만원씩 받고 팔고 있었는데, 그 중에 인기작가인 천경자의 그림(프린트)이 잘 팔려 나갔다고 한다. 현대사옥의 헬스클럽도 예외는 아니어서 싸고 좋은 천경자의 미인도 프린트를 사다 장식용으로 걸어 놓았던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그 말을 전해 들으신 예민하고 자존심 강한 선생님께서 그냥 넘어가실 분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튿날 아침 일찍 직접 프린트가 걸려 있다는 헬스클럽에 찾아가 확인하신 뒤에 그 그림의 미인도는 진짜가 아니라고 현대미술관 측에 통보했고, 모 신문사에도 정보 제공을 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그 시인을 통해 들은 바 있다."고 한다.

당시 천경자는 분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작품은 내 혼이 담겨 있는 핏줄이나 다름 없습니다.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나는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이 없습니다.
나는 절대 머릿결을 새카맣게 개칠하듯 그리지 않아요.
머리위의 꽃이나 어깨 위의 나비 모양도 내 것과는 달라요.
작품 사인과 연도 표시도 내 것이 아닙니다.
난 작품 년도를 한자로 적는데, 이 그림에는 아라비아 숫자로 적혀 있어요.
내가 낳은 자식을 내가 몰라 보는 일은 없습니다."

작가 자신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했으니 위작을 발견한 단순한 사건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 되었으나…국립현대미술관이 이 작품은 진품이라고 맞서며 국내 미술계 최대의 위작시비가 벌어지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소장품이었다가 국가에 환수되어 재무부 문공부를 거쳐 미술관으로 넘어온 소장 경위가 확실하다는 근거와, 전문위원이었던 미술평론가 오광수씨가 이미 진품으로 감정했다는 이유를 들어 진품으로 주장했다.

화랑협회 감정위원회는 1차 감정 실시후 적어도 가짜는 아니다란 결론을 냈고, 2차 감정에서도 진품이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생존 작가이고 정신 상태가 정상이라면 작가 의견에 감정의 우선 순위를 둔다는 화랑협의회 내부의 규정에도 어긋난 결론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재판까지 가게 되었지만 법원에서는 판단 불가를 판정했다.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천경자 화백은 사건 직후인 1991년 4월 7일 아래와 같이 절필을 선언하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4월 16일 요양차 둘째 딸 김정희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붓을 들기 두렵습니다.
창작자의 증언을 무시한채 가짜를 진짜로 우기는 풍토에서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4개월간 미국에 머물다 귀국한 천경자는 "절필은 죽음과도 같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붓을 잡기 시작해, 1995년 호암갤러리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게 된다(대중들에게 알려진 것하곤 달리 절필은 일시적인 것이였다). 그러다 1998년 건강이 나빠져 9월 큰딸이 머물고 있는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고, 11월에 일시 귀국하여 서울시에 채색화와 드로잉 93점과 화구 등을 기증하였다.

천경자의 둘째 딸 김정희는 이에 대해 감정위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8년 후인 1999년, 고서화 위작 및 사기판매사건으로 구속된 위조범 권춘식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화랑을 하는 친구의 요청에 따라 소액을 받고 달력 그림 몇 개를 섞어서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위작시비는 재연됐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당시 "'미인도'는 진짜이며 현대미술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다."면서 "한국화 위조범과 현대 미술관 중 어느 쪽을 믿느냐"고 반문했다.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은 후속 조치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에 작품 감정을 의뢰했고 한국화랑협회에서는 다시 진품이라는 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한 재수사는 없었으며 수많은 의혹을 간직한 채 이 그림은 여전히 진품으로 소장되고 있다. 2014년 12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공식사이트에서 소장품 검색을 해 보면 이 작품은 검색되지 않는 상태이다. 참고로 2010년 즈음 공식사이트 개편 이전까지는 검색이 됐다. 

2015년 천경자가 사망한 이후 유족들을 중심으로 재감정 요구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측에서는 재감정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그동안 미술관 측이 진작 근거로 제시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미인도 정밀감정이 애초에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아마도 2002년에 감정했다는 국립현대미술관 측의 주장에 대해) 두 기관 모두 감정했다는 기록이 없다고 밝혔으며, 이로 인해 과학적 증거가 있다던 당초 주장과 달리 감정위원들이 분위기와 색채 등 안목으로만 진품 결론을 내렸다는 의혹이 더 짙어지고 있다.

사실 미술관측의 몇몇 주장에는 신빙성 문제가 있었다. 김재규가 소장했다고 그것이 진작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위조범으로 지목된 권춘식의 자백이 오락가락 하는 문제 또한 위조범의 기억이 불확실한 것일 탓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근대회화선집에 수록된 사진도 컬러가 아닌 흑백이라는 점에서 원작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회화선집에 실린 작품이 작가의 동의를 거친 바로 그 작품이라는 근거도 사실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진작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는 국립과학수사원과 한국과학기술원의 감정 결과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감정이 애초에 없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이 위작 사건은 더 점입가경의 상황이 된다.

그런데 자신이 위조했다고 자백했던 권춘식이 2016년 3월, 17년만에 자신이 미인도를 그리지 않았다고 밝히며 기존의 주장을 번복했다. 권춘식은 “당시 수사검사였던 최순용 검사에게 조사받으며 혹시 감형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로 미인도 복사본을 보여주며 확인을 요청했을 때 우물쭈물했고, 그래서 사건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덕분에 가뜩이나 오리무중인 진위논란이 더 점입가경으로 치닫게 됐다.

위작범으로 미인도를 자신이 그렸다고 했다가 2015년 말을 번복한 권춘식이란 자가 2016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는 자신이 그린, 위작품이라는 사실을 자필로 다시 고백하면서 논란이 재점화 되었다. 화랑협 임원의 회유로 진술을 번복하게 되었다는데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2016년 4월 27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를 대리하고 있는 '위작 미인도 폐기와 작가 인권 옹호를 위한 공동변호인단'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고발한 상태이다.이로 인해 앞으로의 사태 추이는 지리한 법정공방이 끝나야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2016년 6월 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는 8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인도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미인도는 위작 논란이 제기된 1991년 이후 25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서 나온 것이다. 작품을 받은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등에 감정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고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62)씨는 국내 기관이 아니라 해외 기관에 감정을 의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6월 14일 부터 8월 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천경자 1주기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가 열렸다. 참고로 고 천경자 화백은 과거에 서울시에 작품들을 기증한 적이 있다.

2016년 11월 3일 마침내 프랑스 감정팀은 위작이 맞다고 판정을 내렸다. 그림의 눈, 코, 입 등 특정 부분을 1600여 개의 단층으로 쪼갠 뒤 분석해 다른 천화백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각 요소들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했다. 수치상으로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2%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인도'는 도안화된 인물을 그린 작품이 아니라 천 화백이 차녀인 김정희 씨를 보고 그린 것이어서 프랑스 감정단이 제시한 패턴화 분석은 의미가 없으며, 미술품 감정 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인 작가에 대한 전반적 배경지식, 작품에 대한 미술사적 분석자료, 재료 분석자료, 소장 경위 자료, 전문가 의견 등이 배제되어 있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12월 1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프랑스 감정팀의 판정과 정반대로, 과학감정·소장 이력 및 여러 증거를 통해 진품이라 판단하였다. 검찰은 프랑스팀의 감정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1) '미인도' 감정 보고서에 심층적인 단층분석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점, 2) 뤼미에르 팀이 사용한 계산식을 천 화백 다른 작품에 사용했더니 진품일 확률이 4.01% 수준으로 나왔던 점, 3) 뤼미에르팀이 미인도의 원본이라고 밝힌 장미와 여인에 대한 비교·분석 자료가 없는 점 4) 국립미술관으로 넘어간 김재규 소유품 목록에 '천경자 작 미인도'라는 항목이 있었던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근거로 미인도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당연히 유족측은 이에 반발했다. 유족측은 미인도를 눈으로 감정한 감정인들 중에 미인도 사건과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가 포함됐다며 안목감정위원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족측은 검찰의 '4.01%' 주장이 프랑스 감정팀에 대한 명예훼손이라 보았고, 프랑스 감정팀에서 이에 대해 대응을 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유족측 법률 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해인법률사무소)는 "국제적 명성의 연구소가 한 달 이상 걸려 완성한 치밀한 연구 결과를 검찰이 고의적으로 배제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항고를 통해 미인도가 위작이란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27일에도 유족 측 대변인은 "검찰 발표가 나자 마치 위작 논란이 종식된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잘못됐다"며 "검찰 수사 발표는 중간 발표고 검찰의 판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검찰의 결정에 대해 30일 이내에 항고하고 재정신청할 수 있다"며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등을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개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12월 27일 유족측의 의뢰로 미인도를 분석했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랑스 뤼미에르 감정단 CEO인 쟝 뻬니코(Jean Penicaut)는 천 화백 유족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객관적이고, 수치화가 가능한 범주 안에서 작품 자체 분석에만 집중했고 어떤 주관적 해석이나 논평도 삼갔다"고 밝혔다.

뤼미에르 팀은 다중스펙트럼, 초고해상도 촬영, 1650층의 층간분리 기술과 광학, 물리학, 수학을 동원해 미인도를 분석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인도의 출처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 경위, 위작 논란의 경과, 육안을 통한 일반적인 안목 감정 결과 등은 감정인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모두 차단했다고 밝혔다. 뤼미에르 팀은 그 결과를 63쪽 분량의 분석 보고서에 담아 제출했는데 검찰이 이를 무시한 것은 "논리적 근거도 없이 과학적 분석 결과를 전적으로 무시한 것"이며, "검찰이 보고서 묵살하고 왜곡했다"며 반발했다. 프랑스 감정팀은 2017년에 국제과학저널에 이번 감정 결과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과 기자 회견에 참석했던 빅데이터 전문가(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은 한 교수)는 확률의 오류가 있다며 뤼미에르 팀을 비판했다.

프랑스 감정팀의 과학적인 감정 결과가 나왔을 때까진 천경자 유족 측이 판결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됐는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이를 부정하고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하면서 법원에서 재판조차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일부 언론은 서울중앙지검의 불기소처분을 근거로 '검찰이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으니 25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일단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으나 상황이 유족측에게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일단 유족측은 "검찰 수사 발표는 중간 발표고 검찰의 판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항고와 재정신청을 비롯해 정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긴 했다. 그런데 상황이 쉽지가 않다. 왜냐면 일단 유족측이 검찰측에 항고를 해야 하는데, 검찰에 항고시 그 항고장을 받는 곳은 법원이 아니라 검찰이기 때문이다. 지방검찰청의 판단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고 상급검찰청(고등검찰청)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항고이고, 이 항고에 대한 결정은 "항고 기각" 또는 "재기수사명령" 둘 중 하나가 나오게 된다. 만약 재기수사명령이 나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사실상 불기소 처분을 한 바로 그곳에 다시 기소하라고 항의하는 꼴이라서 항고 기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봐야 한다.

다만 2007년 12월 21일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뒤로는 모든 당사자 고소 사건에 대해 검찰에 항고 뒤 재정신청이 가능하게 되었다. 즉 일단 항고한 뒤에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또 불기소처분을 하면 유족측은 재정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재정신청은 서울고등법원이 받아서 처리하게 된다. 항고 기각이 합당한지를 묻는 재정신청 결과는 "신청 기각"이나 "공소 제기(기소)"의 두 가지 중 하나의 결론이 나오게 된다. 여기서 일단 공소제기가 나오면 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되는 거지만, 만약 신청 기각이 나오면 유족측 대리인은 형사재판은 못하고 민사재판으로 가는 쪽으로 대응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가뜩이나 질질 끌어온 사건이 또 질질 끌고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말이다. 일단 이번 사건의 향후 처리는 다시 검찰의 몫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형사절차상으로만 따져도 바로 재판부로 넘겨 판결을 내기는 어렵고, 만약 민사소송까지 간다 치면 적어도 몇년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설령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극단적인 경우 형사재판에서 판사들이 프랑스 감정팀의 의견을 배척하고 일반인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법적 처리 과정 가운데 뤼미에르 감정팀의 보고서가 나올 것이고, 일단 재판이 열린다면 프랑스 감정팀의 보고서가 재판 증거로 제출될 것이다. 그 뒤에는 계속 증거에 증거에 증거를 제시하는 지리한 공방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사재판의 경우에는 이번 문제와 좀 동떨어져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경자 미인도 위작 여부와 관련된 시시비비를 가려 미인도 작품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화가 천경자의 명예를 회복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지, 유족들이 금전적으로 정부측으로부터 얼마나 보상을 얻어내느냐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술관 측의 주장]

1.미인도는 진짜다.

2.천경자 작가는 본인이 작품년도를 한자로 적는다고 하였으나, 천경자 화백의 1973년 작 길례언니에는 아라비아 숫자로 적혀있다.

3.미인도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소장품이었다는 확실한 소장 기록이 남아있어 신빙성이 높다.

4.해당 작품을 위조했다고 자백한 권춘식은 정선의 금강전도를 위작한 혐의로 수사 중 스스로 천경자의 미인도를 3점 위작하였다고 자백하였다. 자백 당시 위작 의뢰를 84년에 받았다고 말하였으나 현대미술관의 미인도 입수는 80년으로 시기가 맞지 않는다. 이에 권춘식의 위작이 해당 미인도일 가능성은 없다고 검찰은 판단하였다.

5.사용된 안료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원과 한국과학기술원의 여러 감정 결과 기존 천경자 화백이 사용하던 것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6.해당 작품은 논란이 일어나기 한참 전인 1990년 1월 출간된 '한국근대회화선집'의 '장우성/천경자'편에 흑백사진으로 수록되었다. 주요작을 엄선한 화집에 작품 이미지가 실린 것은 작가의 동의를 거쳤다는 것, 즉 작가가 인정한 작품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7.작가는 이미 이전에 인도의 무희라는 작품을 위작이라고 주장했었지만 출처가 분명해서 진품으로 밝혀졌던 적이 있다. 자신이 그렸다고 말했다가 안그렸다고 말하는 권춘식의 진술은 오락가락해 신빙성이 없다.

8.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측의 주장은 오류와 모순을 '과학'이라 주장하고, 한국 미술계 전문가들의 견해와 검찰의 과학적·종합적 수사 결과를 무시하는 태도일 뿐이다. 명암대조값, 흰자위 두께 수치 차이만으로 진품 확률이 낮다고 했는데 이런 공식이라면 다른 9점은 100% 확률이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것은 진품 확률 공식 자체의 오류다. 뤼미에르사는 국립현대미술관 측으로부터 비과학적인 공격을 받는다는 등 피해자인 척, 공정하지 못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편 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었던 미술평론가 정준모는 미인도가 위작이 아니라는 내용의 의견을 기사를 통해 밝혔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상업적으로 팔려나가는 것에 분노해서 사태가 이렇게 흘러왔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정준모 학예실장은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16년 12월 27일 기자회견에서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명암대조 분석값을 근거로 대고 있지만, 진품들을 대상으로 해도 진품이란 게 증명되지 않는다"며 분석방법에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측의 주장]

1.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팀의 감정은 기소 의견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품 이력, 재료, 기법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미인도' 감정 보고서에는 심층적인 단층분석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3.뤼미에르 팀이 사용한 계산식을 천 화백 다른 작품에 사용했더니 진품일 확률이 4.01% 수준으로 나왔다.

4.뤼미에르팀이 미인도의 원본이라고 밝힌 장미와 여인에 대한 비교·분석 자료가 없다.

[천경자 유족 측의 주장]

1.미인도는 가짜다.

2.미인도 위작 행위를 벌인 주체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화랑협회 감정 관계자들이다.

3.작가가 그린 작품은 작가가 제일 잘 안다. 작가는 미인도를 그린 기억이 없다.

4.권춘식이 자신이 미인도를 위작했다고 자백했다.

5.검은 머리, 꽃과 나비 장식, 작품 사인과 연도 표시 등이 천경자의 다른 작품과 다르다.

6.유족측은 검찰측 감정단중에 전문가는 단 한명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X레이 촬영 정도 수준의 감정은 과학 감정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초보적인 것이라 주장했다. 검찰이 유전자(DNA) 분석을 실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천 화백의 진품 12점을 확보해 대조한 필적 감정에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7.유족 측 검찰이 자체적으로 프랑스 감정팀의 기술을 적용해서 얻어냈다는 '진품끼리의 4%' 라는 수치도 믿을 수 없다. 프랑스 감정팀이 적용한 수학 공식을 돌리는 데는 특수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검찰이 어떻게 적용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날카로운 필기구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리는 건 동양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법이고, 다른 밑그림의 존재는 권춘식이 원작을 보고 위작에 베끼고 수정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뤼미에르 감정팀 측의 주장]
1.미인도 위작 판별을 위해 다중스펙트럼, 초고해상도 촬영, 1650층의 층간분리 기술을 동원했다. 분석에 광학, 물리학, 수학 지식을 동원한 결과 검찰에 제출한 분석 보고서가 63쪽에 달할 정도로 충분한 데이터 검증을 마쳤다.

2.한국 검찰의 자체 과학수사 결과는 비과학적이고 비객관적이며 임의의 자료를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우리 연구소의 25년 이상 축적된 첨단기술과 경험을 그렇게 쉽게 흉내낼 수 없다. 검찰 측은 미인도의 출처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 경위, 위작 논란의 경과, 육안을 통한 일반적인 안목 감정 결과를 배제했다고 했는데, 객관적이고 수치화가 가능한 범주 안에서 작품 자체 분석에만 집중하고 어떤 주관적 해석이나 논평도 삼가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일 뿐이다.

3.검찰은 심층적 단층분석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허위 주장을 했다. 그림 1개당 1천650개의 단층을 촬영해 작품 간의 차이점을 분석했지만 검사는 이 보고서를 참고자료로 사용하지 않았다.

4.검찰은 자신들이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사용한 수학적 방법을 자체 실험에서 대입했고 그 결과 진품도 진품으로 나올 가능성이 4%라고 발표했는데 "검찰이 주장하는 바는 존중하고 받아들이고 싶지만 주장할 때는 근거가 뚜렷해야 한다." "어떤 수식과 방법으로 계산해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알고 싶다."

5.화가가 빛을 인식하는 과정은 개개인마다 다르며 이는 쉽게 모방할 수 없다. 광도 편차값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명암 대비(contrast)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미인도와 천경자의 동시대 다른 작품 9점을 비교한 결과 다른 작품들의 값은 20~30으로 일정한 반면, 미인도는 45.29로 다른 작품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6.화가가 작품 안에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방식도 쉽게 모방할 수 없다. 휘도 편차값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빛의 균형(balance)자료를 얻을 수 있다. 천경자의 다른 작품 9점의 은 21~34 사이에 분포하는 반면, 미인도는 45로 높게 나타났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함수로 계산한 결과 "미인도가 다른 작품들과 동일한 화가(천경자)에 의해 그려졌을 확률이 0.0002%"이다. 11월 3일 제시했던 수치는 이 휘도 편차값에 근거한 것이다.

7.화가의 작품들 중 비슷한 대상을 그린 경우 객관적인 비교를 하기에 좋다. 천경자의 경우눈동자 흰자위 부위가 객관적인 비교 대상으로 적절했다. 흰자위 두께를 다중층간확대분석방법을 이용해 900나노미터까지 측정했다. 이 분석 결과 미인도의 흰자위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채색이 얇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6%에 불과하다.

8.눈 주위 곡선의 모양과 코와 입술의 작업방식등도 천경자의 다른 작품과 달랐다.

먼저 전체 작품의 경우 1981년 화백의 작품 장미와 여인의 구도와 광원 등 전체적인 틀을 따온것으로 보인다. 

구도의 경우 여인의 어깨선과 목선, 턱선이 일치하며, 광원의 경우 관찰자의 기준으로 턱선을 따라서 왼쪽 목빗근으로 내려가는 그림자와 오른쪽 쇄골에 진 그림자, 볼에 광대뼈를 따라 이어진 그림자, 콧대와 안와를 따라서 진 눈두덩의 그림자가 일치하는걸 볼 때 광원의 방향은 물론 그림자의 형태 까지 모작한 것으로 보인다.

여인의 어깨에 앉은 나비의 경우 1974년 작품 고에 그려진 나비 전체의 윤곽과 날개에 그려진 점, 무늬를 표현한 붓질의 위치가 일치한다.

여인의 화관을 구성하는 이파리의 경우 1974년작인 바리의 처녀에 그려진 이파리의 윤곽과 색채의 구성이 일치한다.

또한 화관의 경우 1975년작 발리 섬의 처녀에 그려진 화관을 오른쪽으로 눕혀 다시 그린 것에 불과하다.

화백의 전 작품과 일치하는 것이 오히려 진품이라는 근거가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이러한 짜집기는 오히려 전형적인 위작의 수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