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나가면 터져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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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나가면 터져 죽는다?


2017. 3. 12.

진공상태에서는 몸이 팽창하여 터진다는 이야기. 몇몇 영화에서 이런 개념을 차용하는 장면이 있는데 특히 유명한 것은 피터 하이암스 감독, 숀 코너리 주연의 아웃랜드(Outland, 1981). 여기서는 직접적으로 몸이 터지는 묘사가 나온다.



박무직이 연재했던 '영화를 믿지 마세요'에서는 1기압 차로는 사람이 터지거나 하지 않는다고 제대로 설명했다. 순간적으로 진공상태에 던져지면 몸 속은 약 1기압, 바깥은 0기압으로 1기압 차이이며, 이는 1㎠에 약 1.03㎏ 무게가 밖으로 가해지는 것과 같다. 허나 인체는 의외로 튼튼해서 1기압차만으로는 찢어지기는 커녕 안구가 빠져나오지도 않는다. 글쎄... 라는 생각이 든다면, 수심 10m(2기압) 살던 물고기가 공기중에 노출된다고 해서 몸이 펑 터질까를 생각해보면 1기압차의 위험성에 대해 답이 나온다. 반대로 1기압의 우리 몸이 수심 10m로 내려간다고 눈구멍이 쑥 찌그러질까... 잠수병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급격한 기압저하로 걱정해야 할건 뼈와 살의 분리보단 혈액의 기포일 것이다. 그리고 안구의 모세혈관이 터지는 꼴은 볼지도...


기고된 논문과 리포트를 근거로 한 NASA 고다드 기지 홈페이지의 답변을 읽어봐도 이와 대부분 일치한다. 

당연히 미국 등에서 자원자를 대상으로 하여 진공감압 실험을 한 적이 있고, 결과는 "생각보다는 견딜만 하다" 는 것. 이 때 의외의 사실이 몇 가지 밝혀졌는데, 물 속에서 숨을 참는 것처럼 숨을 들이쉰 뒤 내쉬지 않는 행위는 진공 상태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더라는 것. 그리고 열이면 여덟, 방귀가 나오더라고 한다. 사실, 방귀 정도는 여객기 탑승 시 정도의 감압 상황에서도 충분히 자주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다.

진공 상태에서 사망 원인은 저압으로 인해 끓는 점이 낮아져서 체액이 끓어올라 기화하는 것과 질식이다. 1965년 존슨 우주센터 사고의 당사자 짐 르블랑도 입 안의 침이 끓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경우 잘 훈련받은 사람의 경우 진공 상태에서 1분까지 생존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나가면, 수 초 정도는 기분이 괴이하겠지만 견딜만 하고 정신도 멀쩡할 것이다. 아직 피에 산소가 남아있기 때문에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또 몇 초 정도 지나고 나면 산소가 전달되지 않게 되고 피부도 파랗게 변한다. 그리고 산소 부족으로 의식을 점차 잃게 된다. 뇌의 산소 결핍으로 인해 사지 경련이 발생할 수 있다. 이대로 놔두면 그냥 죽게 되고, 사실상 한기를 느끼기도 전에 죽게 된다.

이렇게 뇌가 의식을 잃어도 심장은 계속 뛴다. 처음 약 1분 30초 정도는 진공 상태에 의해 혈액 순환이 교란된다든지 심장이 정지한다든지 낮은 온도로 인해 타격을 입거나 하진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점을 들자면 태양으로부터의 자외선과 X선, 감마선 등이 심각한 화상과 함께 유전자 돌연변이를 만들어 후일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 전에만 구출된다면 어찌됐든 되살아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실사례를 보자면 1965년에 미국의 존슨 우주센터에서 우주복 테스터인 짐 르블랑(Jim Leblanc)이 진공에 가까운 저압상태에 15초간 노출되는 사고가 일어났으나 실신했을 뿐 살아났다. 보스호드 계획 보스호드 2호의 알렉세이 레오노프는 EVA를 마친 후 돌아가려다 우주선과 우주 사이 감압실(에어록)의 통로가 좁고 섬유재질이라서 밖으로 나갈때는 마음대로였지만 거꾸로 들어갈 수는 없어 20분쯤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자신의 우주복내 기압을 진공 수준으로 낮추고 간신히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지만 대신 잠수병으로 죽을 뻔한 사례도 있다.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에서는 우주 공간에 노출되면서 갑작스레 감압이 되자 모세혈관이 두드러지고 안구, 점막 등 약한 부위에서 피가 나오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사람의 피부는 그렇게 약하지 않기 때문에 피까지 나는 것은 오류이다.
이 잘못된 인식을 거의 블랙 코미디풍으로 이용해 먹은 영화도 있는데 그게 바로 폴 버호벤 감독의 토탈 리콜. 여기서는 화성 지상에서 얼굴이 부풀어 오르고 안구가 튀어나오는 장면이 있다. 헌데 화성 지상에는 산소는 없지만 대기가 있기에 질식으로 죽을 뿐이다. 작중에서 화성에 대기를 만들었다면 질식사겠지만, 실제 화성의 대기압은 지구에 비하면 매우 낮다. 폴 버호벤은 물리학과 수학 박사 학위를 가진 극렬 공돌이이니 이를 모를 리는 없을 것이고 결국 관객을 상대로 장난을 친 셈.

게임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날 영상에서도 나오는데, 프로토스의 공격을 받아서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공격이 닿기 전에 머리가 터졌다...잘 보면 산소가 밖으로 다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보인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는 역습의 샤아와 카우보이 비밥, 성계 시리즈에서 맨몸으로 우주에 나가는 묘사가 있다. 물론 순간이지만 전부 멀쩡하게 있다가 돌아온다. 오히려 그렇게 멀쩡한 쪽이 과학적 고증에 충실한 묘사이다. 턴에이 건담에서 비슷한 상황이 있다. 윌겜을 타고 우주에 올라갔을 때 우주에 대해 전반적으로 무지했던 밀리샤들이 술을 마시면서 잡담을 하다 야니 오뷰스가 술통을 타고 우주 공간으로 나가면 지구의 인력에 유도되어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여 실제로 실험해 본다... 물론 술통이 우주 공간에 나가 잠깐 노출되었음에도 동상에 걸렸다. 헬멧이 곧바로 씌워져서 더 심한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또한, 우주는 아니지만 진공상태에 던져지는 상황이 노 게임 노 라이프 에서도 지브릴과의 끝말잇기 중에 등장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도 우주비행사가 헬멧 없이 잠시 진공에 노출되는 장면이 나오지만 멀쩡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는 우주 공간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30초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사실 진공 상태에서 숨을 참을 수 없다. 이것은 오류. 어쨌든 이 30초 내에 우연히 지나가던 우주선에게 구조될 확률은 1/76,567,870,681이지만, 주인공인 아서 덴트와 포드 프리펙트는 다행히 29초가 되는 순간 구조된다.

맨몸으로 우주 공간에 나가면 몸이 터진다는 인식과 비슷한 것으로 우주 공간에서 얼어죽는 장면의 묘사 오류가 있다.
영화 미션 투 마스를 보면 어느 우주인 하나가 죽을 운명에 처했을 때 그의 아내가 구하러 가겠다고 하자, 그 우주인이 동료들이 자신을 포기하게 만들어서 미션을 성공시키게 하겠다며 헬멧을 벗어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헬멧을 벗고 나서 내쉬는 숨은 얼음 결정이 맺혀 나오고, 인체도 동시에 바싹 얼어버린다. 이 역시 그럴듯한 묘사는 아니다. 우주 공간은 절대영도에 가깝지만, 진공이기에 열이 전도될 매질이 없어 냉각 속도는 느리고, 몸이 순간적으로 얼어붙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피부의 수분이 죄다 증발해 버리는 과정에서 기화열 때문에 일부 수분이 얼어붙을 가능성은 있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는 주인공인 스타로드와 가모라가 공격을 받아서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노출되는 장면이 있다. 이때 두 사람의 피부에 얼음이 맺히고 체온이 내려가는 묘사는 있지만 둘은 무사히 구출된 뒤에도 별다른 치료 없이 멀쩡했다.

포탈 2의 주인공 첼도 후반부에서 잠시 동안 우주 공간에 노출된 적이 있으나 멀쩡했다.

이외에도 ZAZ 사단의 1984년작 "에어플레인 2"에서도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시체를 개그로 써먹지만 딱히 피가 터진다든지 하는 묘사는 없다. 그냥 마네킹 같은 시체가 둥둥 떠다니며 왈츠를 출 뿐...

이렇듯 한 때는 상식 취급받았지만 이젠 사실이 아니라는 게 조금씩 알려져 가면서 대중매체에서도 오류를 고쳐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 개봉했던 그래비티로, 첫 번째 우주 잔해들이 휩쓸고 간 스페이스 셔틀로 간신히 복귀한 두 주인공이 셔틀 내부를 들춰 보다 갑자기 튀어 나온 우주 비행사의 사체(잔해가 셔틀을 휩쓰는 순간 유리창까지 전부 박살나면서 순간적으로 우주 공간에 노출되어 사망한)를 보고 기겁하는 장면이 나온다.그리고 환각이지만 우주복을 입고있지 않을때 우주선의 문이 열리는데도 터지거나 하지 않았다.

맨몸으로 우주에 나가 터져 죽는 시례는 아니지만 최근 창작물들의 트렌드는 대체로 얼어죽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스타워즈 등 우주가 등장하는 매체에서는 맨몸으로 우주에 던져지면 급속도로 얼어버리는 묘사들이 있다. 몇 초 정도는 멀쩡하지만.

우주 공간 노출을 스쿠버 다이빙과 비교해서 '몸은 짜부러지지 않으니까 터지지도 않는다'라고 설명하기에는, 인장강도와 압축강도가 엄연히 다른 성질이므로 적절한 설명은 아니다. 체내/외의 기압차가 1기압이더라도 체내가 1기압, 외부가 0기압인 경우 신체의 인장강도로 버티는 것이고, 체내가 1기압, 외부가 2기압인 경우 신체의 압축강도로 버티는 것이니 동등하게 비교할 수 없다는 것. 다만, 이를 역이용해서 우주공간과 유사한 상황을 만든다면 올바르게 비유할 수 있다. 10미터(2기압) 정도 잠수해서 일정시간 머무르며 몸을 적응시킨 후 단숨에 수면까지 부상하면, 신체 내부의 압력이 2기압에 적응한 상태에서 1기압인 공간에 나오는 것이므로 맨몸으로 진공에 나간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 역시나, 몸이 터져 죽는 일은 없다. 물론 그렇다고 이런 짓을 하라는 건 아니다. 몸이 터져 죽지 않는다고 했지 잠수병 안 생긴다고는 안 했으니.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몸 자체가 터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고막이나 모세혈관, 폐포처럼 압력에 취약한 부분은 터질 수 있다.

기껏해야 1기압 차이가 나는 우주 공간에는 해당이 없지만, 체내의 압력이 1기압보다 훨씬 높아진 상황에서 낮은 압력에 노출되었을 땐, 인체가 정말로 완전히 분해될 수 있다. 실제로 1983년, 북해의 심해 원유굴착설비 바이포드 돌핀에서 그런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 당시의 기압은 9배 차이가 났었다… 자세한 것은 바이포드 돌핀 문서 참고. 요것과 약간 비슷하게 인체에 치명적인 것으로 묘사되는 중력도 플러스 G보다는 마이너스 G가 훨씬 무섭다.

731 부대에서 행한 여러 가지 새디스틱한 인체실험 중에 사람에게 공기를 계속 주입해서 고압상태로 만들어 터뜨렸다는 것도 있다. 이 경우도 진공에 사람을 넣었더니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에 방법을 선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