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0월 15일, SPC그룹의 계열사인 SPL의 경기도 평택시 소재 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이하 A씨, 23세 여성)이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 직후 교반기에 낀 A씨를 처음 꺼낸 것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이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는 4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함께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을 직접 수습한 노동자들 외에도 트라우마를 호소한 이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다음날 바로 현장 작업에 투입됐다. A씨가 끼인 기계는 덮개를 열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는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공장에선 일주일 전에도 비정규직 직원의 손이 20분간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있었는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보건실에 데려간 뒤 '3개월 파견직'이라 알아서 병원을 가라고 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노동자는 택시를 타고 혼자서 병원에 가서 치료하였다.
사고 다음날 SPL은 고용노동부가 9대의 소스 혼합기 가운데 인터록이 없는 7대에 대해서만 작업중지 명령을 했다는 이유로 나머지 2대로 소스 배합 작업을 시작했다. 노동부는 이날 오후 뒤늦게 나머지 2대 혼합기에 대한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사고가 발생한 3층 전체의 공정 중지도 권고했다.
사고 이후 SPC그룹의 대응 및 조치와 관련해서도 큰 비판이 있었다. SPC그룹은 사고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 없이, 사고 발생 다음날인 16일부터 휴일인 17일 일요일까지 파리바게트의 9번째 해외진출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허진수 글로벌 총괄사업 사장이 나서서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에 대하여 SPC가 그룹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사고 관련 기사들을 "밀어내기"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SPC그룹의 사고 대응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다. 이에 결국 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사고가 난 지 이틀이 지나서야 공식적으로 사고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고 유가족들에게 사과하였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작업환경 개선과 시설투자' 등 재발 방지를 거듭 약속했다.
한편 노조 측에서는 이번 사고가 SPL 사측이 안전 매뉴얼을 무시하고 과중한 업무를 부과하여 발생했다고 언급하며, 사고 이전의 상황과 사고 이후 회사의 대응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했다. 공장 근무 매뉴얼은 해당 작업을 실시할 때 2인 1조로 하게 돼 있으나 사고 당시 동료 직원 1명은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2인 1조로 근무하게 규정해 놨지만, 기계를 만지는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명은 재료를 나르거나 주변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상황이 원래부터 많았다"며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다면 기계 앞을 2명이 지킬 수 있게 3인 1조 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공장의 노동자들은 말했다.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회장도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그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3인 1조로 해야 했던 것인데, 회사는 비용 탓에 그러지 않았다. 하루 목표 배합량이 40개라고 한다면 무조건 채워야 했다, 관리자들은 빠르게 작업하라고 독촉했고, 노동자들은 항상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또한 10월 16일 화섬식품노조SPL지회에 따르면 사망 사고가 있었던 작업장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또 다시 샌드위치를 만드느라 바빴다고 한다. 사고를 목격한 직원들도 쉬는 일 없이 출근시켰다고 한다. 이런 비인간적인 대우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으며 SPC그룹 관련 업체들을 불매하겠다는 의견도 확산되었다.
이러한 점이 밝혀지고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SPC 측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고현장 주변 근무 노동자들에게까지 일주일 간의 유급 휴가를 제공했다. 추가적으로 심리 치료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를 직접 수습한 노동자들은 곧바로 업무에서 배제하여 출근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현장에서 "인원을 충원해 달라는 요청은 없었다"와 같이 비용 문제 때문에 현장 인력을 줄인 게 아니라 마치 현장의 잘못이라는 식으로 해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 SPL 사업장 관련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작업중지를 명령한 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과 화섬식품노조는 이날 SPL평택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원인조사와 경영책임자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확한 사고원인은 추후 명확히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 언론보도와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SPL 사측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며 4가지 의혹을 제시했다.
- 2인 1조로 일하는 공정이지만 사고 당시 홀로 근무하게 방치한 점, 평소에도 앞치마가 벨트에 끼이는 일이 있었으나 개선 조치를 하지 않은 점
- 하지도 않은 안전교육을 했다는 서명을 하라고 지시한 점
- 수당을 추가로 받을 정도로 신체적으로 힘들어 여성 투입에 대한 불만 제기도 있었음에도 강행한 점
- 이번 사고 일주일 전 일어난 손 끼임 사고에 대해 재해자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
결국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SPC그룹은 이제라도 그룹사들의 노동환경, 노동안전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지금처럼 SPC그룹사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증언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문제를 해결했다'는 언론 플레이만 지속해서는 계속 발생하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촉구했다.
한편 해당 공장에서는 201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발생한 사고 재해자는 37명이고, 이 중 15명이 끼임사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이런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안전장치 설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SPC 측은 현행법상 안전장치 설치 의무가 없다고 해명했다.
사고 현장을 천으로 가려놓은 채 직원들에게 작업을 계속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장 사진까지 공개돼 공분이 일었다.
게다가 A씨의 빈소에 사측이 조문객 답례품으로 하라며 파리바게트 브랜드로 판매되는 가공품 빵 두박스를 두고 가는 일이 있었다. 흔하디 흔한 파리바게트 빵을 보낸 것도 그렇고, SPC그룹의 빵을 만들다 사망한 사람 장례식에 답례품으로 SPC그룹의 빵을 보낸 것은 대놓고 고인능욕을 시전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기사에서 인터뷰한 유족도 '우리 애가 빵을 만들다가 죽었는데, 그 회사 제품을 답례로 주라는 것이 말이 되냐,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기사에 의하면 SPC 측에 몇 번이고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SPC 측은 매뉴얼에 따른 통상적인 경조사 지원품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직원이나 그 가족이 상을 당하면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경조사 지원품 중 하나라는 것이 SPC 측의 주장이다. 이후에 나온 SPC 측의 해명에선 "조롱의 의미가 아니다. 그런데 이걸 왜 보냈냐고 하면 더는 드릴 말씀이 없다. 빵을 보내지 않았다면 ‘장례 물품에 빵이 포함돼 있는데 왜 안 보냈냐, 생산직이라 차별하는 것이냐’고 기사가 나왔을 것이다" 라는 발언이 나왔다.
사실 요즘엔 조문 답례품이라 해서 떡 같은 소소한 먹거리를 주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조문 답례품으로 저런 가공품 빵을 주는 경우는 전혀 없다. 아무리 경황없는 장례식이라 할지라도 안주느니 못한 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SPC의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더구나 줄게 빵 밖에 없다는 변명도 할 수 없는게 SPC 계열사엔 빚은의 조문용 답례떡과 같이 충분히 조문 답례품으로 써먹을 수 있는 상품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파리바게트, 배스킨라빈스 31, 던킨도너츠 등 SPC그룹 관련 업체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었다. 사고 발생 후 바로 다음날 나온 기사는 SPL회장의 사과가 아니라 파리바게뜨 런던 1호점 개점에 대한 홍보기사였던 사실이 더욱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SPC그룹 자체가 제빵 관련으로 워낙 과점에 가까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보니 이를 피해 가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일부 존재한다. 트위터 등지에서는 SPC 관련 제품을 생산하지 않은 뚜레쥬르 같은 브랜드 정보를 공유하는 등 다양한 방법의 불매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피 묻은 빵을 상징하는 영상도 등장했다.
이전의 산업재해 관련 여론 악화와는 달리 식품안전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사태의 행방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하인리히의 법칙에서 볼 수 있듯이 숨겨진 다수의 중상 경상 사고 사례가 있을 수도 있으며, 그 과정에서 혈액/뼈/근육 등 인체조직이 제품에 섞여들어갈 수 있다는 의심에 이르면 사태는 장기화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SPC 대응 방안으로 SPC 불매는 오히려 자영업자들만 괴롭게 만드는 방법론이며 SPC계열사를 아는 건 중요하지만, 저들이 제분계에 도미넌트 파워를 가진 중간재 회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SPC그룹에 종속된 소상공인 가맹점주를 걱정하는 의견들도 나왔다. 특히 기업 측의 의견을 반영하는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같은 경제지를 중심으로 이러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들 기사를 보면 ‘애꿎은 자영업자에 불똥’ 따위의 단어들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SPC가 제분계에 '도미넌트 파워'를 가진 회사라는 말은 틀린 말이며, 제분업계에서 삼립은 메이저 3개사(CJ제일제당(CJ), 대한제분(곰표), 사조동아원(사조))가 차지하고 남은 25퍼센트 언저리에서 각축장을 벌이는 '기타 업체'이다. SPC가 가진 지배력은 SPC가 제공하는 밀가루나 빵 생지 등을 공급받아야 하는 SPC산하 프랜차이즈 소매 매장들에 대한 지배력일 뿐, SPC가 빵 업계 전체에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다시 말해 SPC 프랜차이즈만 불매해도 물량 대부분이 장기적 B2B 거래인 밀가루 업계에서 SPC의 밀가루 판매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과 불매운동으로 인해 SPC의 주가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차라리 기업 입장에서 제일 무서워 하는 주가를 떨어트리자는 반응도 많은 편이다. 물론 이 불매운동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그냥 이것도 한때로 끝나고 시간 지나면 지겹다고 다 잊어버릴 것이라는 냉소적인 전망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