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하인리히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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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하인리히 법칙


2014. 12. 11.

직장에서 안전관리 교육을 받을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바로 '하인리히 법칙'이다. 1건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300건의 경미한 사고, 29건의 중형사고가 발생한다는 법칙이다. 그래서 '1:29:300 법칙'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것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하인리히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90여 년 전에 발견한 이 법칙은 여전히 그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사회 각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저자 김민주는 대기업, 전문기관, 비영리 기관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트렌드 및 마케팅컨설팅 회사인 리드앤리더 대표이다. 그는 이 시대 안전불감증에 빠진 우리에게 다시금 이 책을 통해 하인리히 법칙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이 법칙이 알려주는 것과 같이 결정적 대형사고를 피하려면 그 이전에 나타나는 사고의 징후들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책을 시작한다.



 

책은 하인리히 법칙에만 초점 맞춰 집필된 책은 아니다. 책은 크게 '하인리히 법칙', '선박 침몰 사고', '위기관리', '실패 자산화 방안', 이렇게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하인리히 법칙 외에 안전과 관련된 도미노 이론, 1:10:100 법칙, 깨진 유리창 법칙, 아킬레스건과 최소율의 법칙 등을 소개한다. 재난발생 방지 측면에서 대입해야 이 법칙들이 무시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또 잘 지켜질 때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다양한 사례와 예를 들고 있어서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그렇다고 결코 가벼운 내용은 아닐 것이다.




2부에서는 우리가 익히 듣고 봐서 잘 알고 있는 3건의 선박 침몰 사고를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는 세월호 침몰 사건도 있다. 저자는 하인리히 법칙의 예로서 분명한 교훈을 주는 사건이라고 판단하여 책에 포함시켰다고 조심스럽게 서두에 밝히고 있다. 세월호 사건의 전체 내용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이익을 위해서라면 안전과 직업윤리, 도덕까지도 버리는 우리나라의 사회 현실에 답답함이 차올랐다. 타이타닉 사건과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빙산이 많은 지역을 통과하는데 자리를 비운 타이타닉 선장과 물살이 거센 지역을 통과하는데 자리를 비운 세월호 선장의 모습은 같다. 저자는 선박사고들을 설명하면서 작은 징후들을 무시한 결과가 얼마나 큰 재난을 불러오는지 우리에게 보여준다.


 

3부는 위기관리 실패와 성공 사례를 들고 있다. 실패 사례에는 '페이레의 가짜 물소동', '엔론', '베어링스 은행', '카트리나 허리케인'이 있다. 성공 사례는 '9.11 테러와 모건스탠리', '허드슨 강의 기적', '두산전자의 페놀 방류사건', '도미노피자 동영상 사건'을 들고 있다.  9.11 테러 위기대처 내용에서는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다. 무역센터 내 모건스탠리 2,500여 명의 임직원 중에 단 10명만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놀랍다. 그 중심에는 릭 레스콜라라는 위대한 안전요원이 있었다. 평소에 직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릭 레스콜라는 안전대비 훈련을 주도하여 실시했다. 결국, 그 일은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됐다. 



이렇게 3부에서는 비상사태를 대비한 철저한 대피훈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해준다. 또 평소 안전 훈련에 대한 우리의 그릇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도 배우게 된다.  끝으로 4부에서는 실패를 자산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실패를 좋은 기회로 바꾸고자 하는 기업과 나라의 다양한 노력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하인리히 법칙을 소개하고, 실패와 성공의 사례들을 들어 위기를 미리 고민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대형사고가 터지고 난 후에야 뒤늦게 안전을 생각하고, 시간이 흘러 무감각해지는 것을 반복하는 우리 사회가 개혁되길 바란다. 이 책은 경제선진국를 이루는 것에 급급하여 사회 시스템의 기본을 놓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또 우리가 속한 가정과 직장에서 재앙을 예고하는 사고의 징후들을 무시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안전을 외치며 안전 예방을 습관화하게 될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영국의 전 수상, 마가렛 대처는 "습관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안전해지려면 안전 예방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물론이고 개인 차원에서도 안전예방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p. 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