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제도 허점과 투자자 피해, 주가 조작의 진실
본문 바로가기

공시 제도 허점과 투자자 피해, 주가 조작의 진실


2024. 6. 25.

깜깜이 공시와 주가 급등락, 대기업 계약의 허상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대규모 공급 계약을 공시한 후, 이를 철회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고 있다. 특히 계약 상대나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호재성 공시를 낸 후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통해 주가 조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일, 이차전지 장비 제조사 하나기술은 1724억 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의 연매출의 1.5배가 넘는 금액이었으나, 계약 상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하나기술의 주가는 공시 후 2거래일 동안 27% 하락했다.

 

하나기술의 경우, 계약 상대가 아시아 지역 이차전지 제조사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비공개 공시가 투자자들에게 큰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증권사는 이 계약 상대가 중국 CATL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발간했으나, 이는 정확한 정보가 아니었다.

 

하나기술의 주가는 계약 체결 공시 후 한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주가가 오르자,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얻은 투자자들이 급증했다. 하나기술의 전환사채 보유자들은 작년 9월 초까지 255억원 규모의 주식을 전환가액에 바꾸었고, 이후 주식을 팔아 두 배 이상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 후 불이행, 번복, 변경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사는 10곳에 달한다. 이는 전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 중 약 20%를 차지하는 수치로, 작년 한 해 동안 7곳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 규정에 따르면, 계약 규모가 직전연도 매출액의 10% 이상이면 의무공시 대상이 된다. 그러나 공시 후 계약 금액이 변동되거나 해지되는 경우가 많아, 이는 투자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한다. 거래소는 공시 전 상장사로부터 계약서와 발주처 정보를 받아 검토하지만, 시간적 한계로 인해 상세 내용을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더 강력한 사후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판매·계약 공시 등을 철회할 경우, 내부정보를 활용한 선행매매 여부 등을 확인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규모 수주 계약 공시의 허점과 비공개 공시 관례는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엄격한 제재 조치와 투명한 공시 제도가 필요하다. 거래소와 감독 기관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적 개선을 통해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