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하고 달그작작한 골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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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하고 달그작작한 골뱅이


2017. 8. 26.


사진은 동해안산 백골뱅이. 서해안에서 나는 큰구슬 우렁이와는 다른 종으로 단가가 훨씬 비싸지만 부드럽고 달콤하다.
사진은 서해안에서 주로 나오는 큰구슬우렁이 종류. 일명 '배꼽'이라고 부르거나 '개소라' 라고도 한다. 전남권에선 방언으로 '따개미'라고도 불린다. 최근들어 통골뱅이라는 이름으로 영업하는 식당들의 대다수가 저가형인 이것을 쓰고 있다.

본명은 물레고둥. 횟집등에서 참골뱅이나 백골뱅이로 파는 종류가 이것으로 이것이 진짜 골뱅이에 해당한다. 저가형 골뱅이집이나 저가형 통조림에 쓰이는 큰구슬우렁이와는 다르다. 고급형 을지로 골뱅이나 유동 등에서 나오는 골뱅이 통조림은 수염고둥 (Bai Top Shell)을 사용한다. 영어로는 Whelk 라고도 한다. 저가형에서 쓰는 서해안산 큰구슬 우렁이는 Moon Snail 이라고 해서 맛도 진짜 골뱅이와 비교하면 훨씬 떨어진다. 큰구슬 우렁이의 경우 질기고 맛도 소라에 가깝다. 골뱅이처럼 연하고 달콤한 맛이 아니다.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식감과 쉬운 조리법때문에 술안주로 주로 사용된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어 간식으로 쓰기에도 좋다. 물론 그냥 먹는 것보다 소면과 섞어서 양념에 버무린 국민안주 골뱅이무침에 소비되는 양이 절대적이다.

수산물에 대한 명칭이 통일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쓰이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별로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엄연히 다른 종을 더 비싼 종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백조기나 부세조기를 비싼 참조기라고 파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고, 학공치를 꽁치라고 파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싸구려 바지락을 비싼 모시조개로 파는 것과 같은데도 마이너한 종류라고 생각해서인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1998년 시판되는 3개 회사 골뱅이 통조림에서 포르말린이 검출되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래서 당시 골뱅이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나빠졌는데, 결국 밝혀진 진실은 자연 상태의 골뱅이에서도 발견되는 극소량의 포름 알데히드를 과대해석, 의도확대로 포르말린 투입으로 넘어갔다는 것이었다. 결국 식약청 판정을 거쳐서 재판소까지 간 사건이다. 삼양라면 우지 파동, 2004년 만두 파동, 기생충알 김치파동과 더불어 확실하지 않은 정보가 생각 없이 발표되고 이를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면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좋은 실례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골뱅이를 즐겨먹는 유일한 나라인데, 전세계 골뱅이 생산량의 80% 이상을 한국에서 소비한다고 하니 말 다했다. 참고로 한국을 넘어 주변 바다를 합쳐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여 저 멀리 아일랜드 공화국, 영국, 불가리아에서 골뱅이를 많이 수입해온다고 한다. 그 쪽 사람들은 골뱅이는 아예 먹지 않아서 영화 괴물에서 송강호가 골뱅이를 먹는 걸 보고 신기하게 여기기도 했다.

사족이지만 큰구슬우렁이는 대부분의 조개류와 달리 다른 조개를 적극적으로 잡아먹는 육식성이다. 주로 바지락이 많이 희생되는데, 껍데기에 치설(조개의 이빨에 해당하는 부분)과 위산으로 구멍을 낸 뒤 구멍안에 위산을 흘려넣어 조개의 살을 녹인 후 빨아먹는 엽기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해변가에서 조그맣게 구멍이 뚫린 조개껍질을 발견했다면 백 퍼센트 이녀석 짓이다. 심지어 동종포식까지 하기 때문에 구멍이 뚫린 큰구슬우렁이의 패각도 볼 수 있다. 이것 때문에 조개 양식업자가 골치를 썩는다고.

알집이 기괴하게 생겼는데 모른다면 상상도 못할 듯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모래가 섞여 있으며 꼭 패트병 목처럼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