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형을 대신한 부활의 보컬 김재희
본문 바로가기

사망한 형을 대신한 부활의 보컬 김재희


2017. 7. 9.

부활의 4대 보컬. 故김재기의 동생으로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사망한 형을 대신해 부활에 합류했다.

사랑할수록의 음원은 형 故김재기의 목소리지만, 뮤직비디오와 활동은 형을 대신해서 했다.
정규앨범은 3집의 활동과 4집 앨범의 보컬리스트다.

가난한 달동네에서도 더 가난하게 판자촌에서 살았던 3형제는 대단히 우애가 깊었다. 바쁜 부모님 대신 큰형이 부모의 역할을 대신했고, 큰형이 학교에서 카스테라를 안 먹고 챙겨와 동생들에게 주면 형 김재기와 함께 나눠먹었다고 할 정도였다. 때문에 김재기가 사망하고나서 우울증까지 앓고 트라우마가 심각했다.



그에게 있어 김재기는 음악적 스승과도 다름없다. 유사한 음색과 음역대를 지녔고, 어린 시절 발성은 형이 연습하는 걸 어깨너머로 따라했다고 한다. 김재기의 기타를 두들기며 음악의 꿈을 키우기도.

그러나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사실상 두 동생을 키웠던 큰형은 막내마저 음악을 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이미 김재희가 공부도 상당히 잘 해서 증권사에 들어가 집안 형편이 나아질까 싶었는데 갑작스럽게 음악을 한다고 때려쳤으니.

큰형은 이 때 김재기를 말리지 못 한 것이 큰 후회라고 한다. 결국 부모님을 대신해 진학상담을 간 큰형의 결정은 상고에 보내는 것. 흔히 떠오르는 꼴통 상고가 아닌, 당시 인근에서 명문으로 통했던 덕수상고에 진학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몰래 몰래 기타를 갖고 놀면서 음악을 집에서 형을 따라하거나, 독학하게 되었다.

김태원과의 관계는 독특하다. 당시 마약으로 힘들어하던 김태원을 김재기가 깨워 한참 녹음하던 시기였다. 둘은 김재기의 사고 일주일 전 쯤 소개받았다고 한다. 김재희를 소개하며 동생이 음악을 하고싶어 한다고, 잘 부탁한다고 소개시켜줬다고 한다. 언젠가 트윈보컬도 해보자고 했으니.

어찌 보면 무서운 부분인데, 딱 그 시기에 요즘 꿈자리가 사나우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의 자리를 대신 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이를 김태원은 마치 사람이 죽기 전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라며 회상하기도.


형의 사고 이후, 장례식에서 그가 부활의 보컬이 된 건 다름아닌 그의 아버지 때문인데, 장례식장에 온 김태원에게 동생 재희가 있다. 목소리도 비슷하니 보컬로 써라. 식으로 밀고 나갔다. 김재기의 목소리를 이대로 썩힐 순 없다며 적극적으로 부탁했다고. 이를 고민하던 김태원은 무정 블루스를 한 번 불러보라고 시킨 뒤 녹음실에 몇 차례 부르면서 결국 정식 보컬로 기용하게 되었다고.

사고 이후엔 삼형제 사이에서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던 김재기가 없으니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우애가 상당히 깊은지라 20년이 넘은 지금도 계속 아파하고 그리워한다. 김재희의 공백기도 형이 없어지면서 온 우울증이 겹치기도 했으니.

3집의 활동을 마치고, 정식 보컬로서 4집 활동을 했지만 썩 잘 되지 않았고 잘 돼도 형의 자리를 빼앗은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또 잘 안 되면 형의

자리에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죄책감까지 들어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4집의 판매량이 저조했지만, 금전적인 이유로 탈퇴한 게 아닌 것.


부활에서 탈퇴한 이후 솔로 활동도 하고, 팀 활동도 하며 방황했지만 이렇다 할 히트곡은 없고 대중에겐 여전히 김재기의 동생으로만 기억 돼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어느정도 극복하고 CCM 가수와 뮤지컬 가수로 활동하며 뮤지션으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집이 대단하긴 대단했는지 다큐에서 나온 집을 보니 상당히 으리으리하다.


보컬 스타일은 형 김재기랑 유사한 음색과 음역대를 지녔지만, 보컬 스타일은 좀 더 발라드에 가깝다. 그도 그런게 아무리 하드웨어가 비슷하더라도 락보컬로 갈고 닦은 그 창법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시 김재기가 일대에서 가장 유명했고 스카웃도 많이 들어왔던 보컬이였음을 생각하자.

여담으로 방송에 나와서 던지는 멘트들이 김태원처럼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콘서트 고백에 나와서 가수라는 직업에 대해 말해달라는 질문에 MC들은 노래하는 게 축복이라고 말하길 바랐으나, 담담하게 하는 말이 가수라는 게 좋은 직업이긴 한데, 그래도 안정적인 직업 하나는 갖고있어라. 매달 일정한 돈이 들어오는 건 축복이다라는 냉소적인 답변에 현장을 초토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