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부동산 버블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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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부동산 버블 붕괴'


2017. 7. 1.

1980년대 일본 거품경제의 소멸 이후 1991년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어진 일본의 경제 불황을 일컫는 말. 유식하게 말하면 일본 경제의 3대 과잉 요소(설비, 고용, 부채)의 해소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여파는 현재 2017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10년이 아니라 잃어버린 20년, 30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94년에는 일본의 주택 가격이 확 떨어지는 버블 붕괴라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비싼 돈을 주고 아파트를 구입한 단카이 세대나 전후 세대는 집값을 자신이 구매한 금액보다 내려서 팔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2010년 무렵에는 도시, 지방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가 텅텅비는 현상이 등장했다.




1950년대 이후 일본은 눈부신 경제 성장을 거듭했다. 원래는 효율적인 경제 전략 및 투자와 일본인의 근면성과 높은 저축률 등에 의한 것이었으나, 성장이 계속되면서 점점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이익을 더 많이 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에 따라 거품도 점점 커지게 되었다. 거품이 터지기 직전에는 '일본을 팔면 미국을 산다'는 말이 나오고 한 술 더 떠서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산다는 말도 나왔으며, 도쿄 긴자에서 제일 비싼 땅 값이 평방미터당 10억원에 육박할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1980년대 일본 거품경제 당시 일어난 일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 예를 들어 보면,

  • 채용 면접 때 기업에서 거마비를 준다. 그것도 1인당 2~3만엔씩 쥐어줬다고 한다. 이건 뭐 여기저기 면접만 보러 다녀도 금방 부자될 기세. 이런 식으로 기업에게 받은 돈이 수백만 엔을 넘는 사람이 많다.
  • 흑자가 나는데도 일할 사람이 안 모여서 망했다. 3D직종이라서가 아니라 알바만 근근히 해도 먹고 살 수 있어서.
  • 입사 시험에서 일부러 다 틀리게 냈는데 취직. 오히려 회사에서 대학들을 돌아다니며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세워서 취직해 달라고 사정을 했다고.
  • 20대 연봉 천만 엔. 일본에서 천만 엔은 완전 거금이다.
  • 정기 예금 금리가 8%.
  • 프리터는 낭만의 대명사였다. 왜냐면 취직할 수 있는데 안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면서 여유롭게 지내니까.
  • 파라파라, 줄리아나 도쿄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 야간에 택시를 잡으려면 1만엔을 흔들어서 잡았다고 한다.
  • 돈좀 있다는 기업 대표는 월급날 유흥업소에 가서 돈을 뿌리거나, 아가씨들 속옷에 팁으로 만엔다발을 아무 데나 쑤셔 넣었다고 한다.
  • 지방에서도 건설 붐이 일어 굳이 필요 없는 곳에 보여주기식 토목 공사를 진행하는 데가 많았다고 한다. 물론 거품이 꺼지고 나서는 유지비가 부담이 되어 철거되거나 건설사들이 파산하는 곳이 많았다.
  • 소니는 헐리웃의 콜롬비아 영화사를 인수, 라이벌인 파나소닉은 유니버셜 영화사를 인수.
  • 일본의 부동산 재벌 요코이 히데키가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인수.
그러나 이 흥청망청은 거품 덕분이었으므로 불과 몇 년도 가지 못한 건 물론이며, 이후 일본을 지옥으로 몰아 넣게 된다.


결국 1989년 말 주가가 고점을 찍은 것을 신호로, 1990년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대장성(現 재무성. 한국으로 치면 기획재정부)에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출자총액제한 제도라는 강수를 둠으로서 주가와 부동산이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헬게이트가 열렸다. 이후 10년간 주가 지수(닛케이 지수)는 반토막나고 부동산은 평균 1/3에서 최대 1/10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담보를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돈이 모자라 갚지 못하는 경우가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다량의 부실 채권(상환 불가)이 발생하였고 이를 견디지 못해 은행이 도산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당시 대출의 약 1/10이 날아갔으니 그 타격은 알 만할 것이다. 게다가 90년대 말 IT버블로 인해 주가가 잠시 회복되는 듯 보였으나 이것도 얼마 못 가 꺼지면서 주가가 거기서 다시 반토막이 났다. 참고로 2017년 현재 주가 지수는 최고점의 거의 50% 수준.

잃어버린 20년

결과적으로 일본의 성장률은 그때 이후로 거의 0~2% 수준으로, 2010년까지 이런 현상이 계속되어 10년이 아니라 20년이 되었다. 때문에 가끔씩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간혹 1980년 기준으로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말도 쓰기도 한다. 게다가 불황을 탈출하기 위해 말 그대로 돈을 퍼부어 일본의 국가부채는 2011년 3월말 973조엔(=한화 1경원), GDP 대비 220% 가량으로 선진국 중엔 가장 높고, 전 세계 모든 국가 중 짐바브웨 다음으로 2위가 되었다. 사실 이것도 옛날 이야기고 1999년 이탈리아를 추월한 이후 계속 1위이다. 2016년 현재는 그리스와 짐바브웨를 넉넉히 따돌린 246%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지 않는다면 결국엔 종말이 불가피하다. 
1000조 엔에 달하는 빚을 가진 나라의 국채를 낮은 이자에도 기업들이 척척 구매한다는 점에서 일본 특유의 끈끈한 정경유착의 결과라고 하는 의견도 있으며, 일본 국채의 대부분을 일본 금융 기업이 구매한다는 것은 역으로 말해 정부가 돈이 없으니 국민들 예금 빼다가 쓴다라는 말이나 다름 없다. 정부가 돈을 못 갚으면 은행은? 은행이 망하면 예금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리고 이탈리아는 이제 금융 위기로 망했습니다. 그 덕분에라도 경기가 잠시나마 약간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으나, 2008년 중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로 인한 전 세계적인 불황이 찾아왔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을 겪는 상태. 
여담으로 이때 일본 국민들이 불안해 하자 일본 정부에서 마이너스 채권을 발행했다. 이율은 -0.05%.


잃어버린 30년

2011년에는 사상 초유의 천재지변까지 겪으면서 가뜩이나 모자란 재정, 지출될 일만 더 많아졌다. 

그런데 그놈의 사상 초유의 천재지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11년도 3/4분기 최초로 건설 경기 붐이 일어 일본이 오랜만에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1980년 이후 31년만에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미 중국에게 추월당한 GDP는 되찾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 2012년 12월 16일 치른 중의원 선거에서 의회 제1당이 된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가 공공 지출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무제한 양적완화를 공언하며 "일본 중앙은행과 협의를 통해 물가 상승률 목표 수치를 2% 상승시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일명 아베노믹스. 즉 물가가 3% 오를 때까지 화폐를 찍어 내겠다고…이 공약이 정말 실행될 경우 내려가고 있는 엔화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앙 은행은 선거 전 양적 완화를 탐탁치 않아 했으며 장기적 대책과 구조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그 주장을 한 중앙 은행 총재는 아베 총리 당선 직후 짤렸다. 
2012년 말, 8,000엔 수준에 머물던 닛케이지수가 2013년 5월 15942.60엔의 고점을 찍고야 만다. 무려 6개월만에 주가가 2배가 된 것이다. 주가가 2배로 오르고, 일본 최대 기업인 도요타를 포함한 거의 모든 기업의 주식의 가치가 2배, 5배, 10배 등 미친듯이 폭등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주식과 금리가 이처럼 상승하여 경기가 급 회복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자산 가격만 오르고 대기업이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는 등 실질 임금이 오르지 않아서 일본 국민들이 체감하는 아베노믹스의 효과는 크지 않다.
다만 2016년 들어 임금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3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기준 2.2%를 찍는등 나름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한편 니케이 주식은 트럼프 당선 이후 또 한번 폭주해 18,000대에 진입하였다. 여하튼 인구 구조 개편을 위한 이민 등 사회 전반적 개혁이 정답이라는 의견이 인기를 얻게 되고 아베 총리 역시 신속히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2016년 브렉시트로 인해 엔화 가치가 급상승하여 4년동안 내려놓은 엔화가 4시간만에 원래대로 되었다라는 말이 나돌았다. 다만 이후 다시 엔화가치는 하락하였고 현재로써는 문제 없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또한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계속 회복되면서 잃어버린 30년 이라는 말까지는 잘 안나온다. 대부분 잃어버린 20년으로 부른다.


역으로 세계금융위기 이후 생각해 보니 그나마 일본은 연착륙에 성공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게 선진국들의 현실이다. 최소한 일본은 실업자 양산을 막으면서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로 여겨졌던 평생 직장은 되레 이런 시기에 일본의 중산층들을 20년 동안이라도 버티게 해줬던 놀라운 비결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애초부터 몇몇 석학들이 말해오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2010년대에 들어서도 그나마 미국, 영국 정도가 제대로 된 경제성장률을 회복한 거 보면 기존 유럽 국가를 비롯한 선진국들의 성장율은 일본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독일조차 1%대 중후반의 경제성장율을 답보하고 있다. 한때 2000년대 초반 저성장,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일본의 양적완화, 건설 촉진을 비웃던 서구 국가들이 이제는 그 정책들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일본이 과연 장기 불황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1990년대에는 거품 붕괴의 여파로 다른 선진국들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았지만, 2000년대에는 다른 서구 국가들에 비해 1인당 국민 소득 증가율이 결코 낮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이 90년대 이후에 겪은 실업률 상승과 일자리의 질 악화, 성장률 둔화는 다른 선진국들도 겪은 것인데, 왜 일본만 장기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환자로 묘사하냐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