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과 한국축구의 잃어버린 2년9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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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과 한국축구의 잃어버린 2년9개월


2017. 6. 23.

2017년 6월 15일 대한축구협회 제5차 기술위원회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아울러 울리 슈틸리케를 선임한 것에 대해 책임이 있었던 이용수 기술위원장 또한 동반 퇴진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한국 축구는 2년 9개월이라는 시간만 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허정무호 이후 7년의 시간을 버렸다. 다만 역대 감독 중 최고의 승률인 69%를 자랑한 것과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아컵 우승 그리고 무실점 최종예선 진출이라는 희대의 성과도 같이 냈다는 점은 아이러니.


슈틸리케호는 사상 최악의 월드컵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여파에서 시작되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자체에 대한 커리어 문제가 있긴 했지만 당시 홍명보 감독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나빴고, 그로 인해 국내파 감독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졌기 때문에 외국인 감독 선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내감독이 선임되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슈틸리케호의 출발은 순탄했다. 신태용 대행체제도 대행체제로는 잘 돌아갔으며, 이후 슈틸리케호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되었던 2015년 AFC 아시안컵에서는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올리며 갓틸리케라는 칭송까지 받았다. 무엇보다도 당시 선수선발에 있어서 국내파와 해외파를 가리지 않았고, 이정협이라는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때도 늪축구라는 별칭이 붙으며 전술적인 문제가 지적 되었지만 어떻게든 결과는 가져왔고 아직 부임초기라는 면죄부와 홍명보호에서 불거졌던 인맥축구에서 탈피한 모습을 보여준 것 자체에 호평을 보냈다.

아시안컵 준우승 이후에도 이러한 평가는 변하지 않았다. 승리를 자주 했으며, 선수 선발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던 2015년 EAFF 동아시안컵에서는 우승을 일궈내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또한 2차예선도 순탄하게 경기를 진행해나갔다. 2015년 11월 17일 라오스를 상대로 원정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둔 경기가 슈틸리케호의 찬란했던 마지막 불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틸리케호의 2014년 출범 이후부터 2015년까지의 성적은 17승 3무 3패였다. 이 기간동안에 실점은 단 7실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6년 들어서 서서히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6년 3월 21일 레바논전과 태국 평가전을 대비한 대표팀 명단 발표에서 사람들은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출장을 자주 못하면서 경기력에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해외파인 이청용, 김진수, 박주호가 그대로 선발이 되었다. 결국 레바논전에서는 슈틸리케호의 황태자였던 이정협의 결승골에 힘입어 홈이었음에도 간신히 1:0 승리를 거뒀다. 곧바로 쿠웨이트전을 대신해서 펼쳐진 태국과의 원정 평가전에서도 역시 좋지 못한 경기력을 그대로 선보이며 이번에는 석현준의 경기초반 벼락같은 골을 간신히 지키며 1:0 승리를 거두었다. 약팀을 상대로 그리 공격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그래도 무실점 경기를 지속해나갔다.

하지만 이 해 6월 평가전에서 강팀 스페인을 만나면서 그 수비도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1:6이라는 대패를 당했는데 물론 그동안 슈틸리케호를 지탱해오던 주력 선수들이 상당수 빠져나가며 조직력에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6점이나 내준 것은 수비 조직력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 때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인터뷰를 하며 그 후에 탓틸리케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후 체코전에서는 2:1로 승리를 거두면서 그러한 수비 조직력에 대한 불안정성은 그래도 해결이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불안불안했던 슈틸리케호는 월드컵 최종 예선에 돌입하게 되었고 여기서부터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2016년 9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전은 슈틸리케 감독의 몰락의 시작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선 선수 선발에 있어서 20명밖에 선발을 하지 않았고 거의 대다수가 해외파로 구성된 그야말로 엽기적인 선수 선발을 가져갔다. 국내파 선수는 단 4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것이 가져온 패착은 상상 이상이었다. 경기에서 3:0으로 이기고 있던 후반 중반전에 갑자기 분위기가 흐트러지더니만 순식간에 2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는 수비진의 불안정성이 컸는데 무엇보다도 자기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았다. 수비수는 이용 빼고 죄다 해외파로만 구성시키다보니 그러한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부터 미디어와 등을 지게된다. 경기 후 후반 막판 집중력 저하로 실점한 것에 대한 인터뷰에서 승리가 중요하지 2실점에 대해 언급한 기자에게 불쾌한 기분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당한 비판이었으나 묵살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외통수를 두기 시작했다. 

이어진 시리아전에서는 공격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손흥민이 없어지니까 전혀 공격이 풀리지 않게 되면서 무득점 0:0 이른바 원정 무득점의 신화가 시작되어버리고 말았다. 시리아 대표팀은 자신의 홈에서 경기도 못 치룰 정도로 안습의 상황이었는데도 이를 돌파해내지 못했다. 그야말로 경기력 추락의 시작이었다. 결국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고 불과 며칠전 승점 3점만 따면 아무 상관이 없다던 그 발언을 그대로 자기가 뒤집어 쓰게 되어 집중포화를 받게 된다. 어찌되었든 최약체를 상대로 승점 3점을 가져오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이고 어느정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화해의 제스쳐를 보내며 어느정도 일단락 되는듯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표팀의 막장 경기력은 멈추지 않았다. 카타르전에서는 문제로 지적되었던 선수 선발에서 그나마 해결이 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감독의 태도에서 나타나듯 지난 경기에서의 반성이 부족한 모습이 경기장에서 나타났다. 수비기용에 있어서는 이른바 중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선발하면서 수비의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말았다. 물론 오심이 겹치긴 했지만 카타르에 3:2로 간신히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하지만 홈경기에서 카타르를 간신히 이기고 나서도 다시 승점 3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쨌든 결과를 가져왔다며 경기 내용에 대한 비판을 불쾌히 생각하며 묵살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홈 임에도 심판 판정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서 심판 판정으로 불만 여론을 달래고 결속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날리며 또 외통수를 두었고 홍명보호마냥 그들만의 원팀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펼쳐진 이란원정에서 오재석-장현수의 잘못된 배치, 기성용, 손흥민 두 선수의 플레이 성향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공격진 배치로 인해 이란에게 유효슈팅 0개의 참담한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이 때부터 슈틸리케 감독의 별명이 슈팅영개가 되었다. 또한 이때부터 슈틸리케 감독은 안하던 선수 탓을 하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우리팀에는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었다."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대표팀 수석코치로 있는 아르무아 코치가 사실상 감독의 말동무에 지나지 않는다든가 한국인 코칭스태프진과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든가라는 내부고발이 터져나오고 말았다. 이제껏 보여준 외통수의 독선을 보아온 여론의 반응은 감독을 옹호해주기 보다는 싸늘하게 식어갔다. 


물론 11월에 있던 캐나다와의 평가전과 우즈베기스탄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감독 경질설이 강하게 일지는 않았지만 두 경기 모두 경기력에 있어서는 그렇게 좋아진 모습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이겼으니 되었다는 반응을 지속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2017년 3월 슈틸리케호의 암적인 문제가 터지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중국전과 시리아전을 대비한 선수선발부터 문제였다. 부상중인 곽태휘를 선발하면서 결국 곽태휘는 명단에서 제외가 되는 우스운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미드필더진에서 측면자원의 부족이 여실했다. 죄다 중앙자원으로 뽑았고, 손흥민의 경우 중국전은 경고누적으로 출장을 못하기 때문에 측면을 더 뽑았어야 했음에도 측면자원을 전혀 뽑지 않았다. 또한 공격진에서는 이정협을 계속 중용했는데 이정협의 경우 2부리그 선수였다. K리그에서는 이정협 보다 더 좋은 공격수가 많았지만 이정협으로만 밀고 나갔다. 이러한 문제의 선수선발은 전혀 바뀌지 않는 전술과 더불어 그야말로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으며 중국원정에서 참패를 하고 말았다.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중국에게 그야말로 완패를 당했다. 

이후 시리아전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지속되면서 홈에서 간신히 1:0 승리를 거두는데 그쳤다. 그래서 시리아전 이후로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경질론이 확산되었다. 하지만 기술위원회는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유임을 결정하고 말았다. 그 유임이 몇개월 뒤 또 다른 참사로 다가올 것이라고 미리 예상이라도 했으면 지금 이런 글이 작성되고 있었을까? 

슈틸리케 감독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가 2017년 6월 찾아왔다. 대표팀은 반쪽이긴 하지만 5월 말부터 미리 소집하며 호흡을 맞췄다. 선수선발에 있어서도 상당히 다양한 선수들을 선발하면서 바뀌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애초에 선수선발이 바뀌어봤자 감독의 생각이 그대로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대표팀은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어색한 3백 전술을 쓰는 등 그야말로 졸전을 펼치며 0:0 참패를 당했다. 특히 이란전에 이어 또 다시 유효슈팅 0개의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펼쳐진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3:2의 패배를 당했다. 카타르에게는 33년만에 패배를 당하고 만 것이다. 당시 카타르에는 주포라 부를 수 있는 슈틸리케가 그렇게 찾아 해매던 소리아도 경고 누적으로 빠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수비조직력에서 문제점을 보였고, 그게 카타르 도하 참사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렇게 마지막 기회마저 날린 슈틸리케 감독은 결국 2017년 6월 15일 전격 경질되고 말았다.


슈틸리케호가 안고 있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선수 선발의 고정패턴화였다. 분명 초반만 해도 다양한 선수층을 사용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표팀을 구성하는 선수층은 대부분 해외파였다. 문제는 해외파들 상당수가 2016년부터 소속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선수 선발을 바꿨어야 했다. 만약 빠른 시일 내에 이들의 경기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K리그 클래식의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내는 움직임을 보였어야 했으나 전혀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대표팀의 수비수들은 최종예선에 들어서서는 매 경기마다 선수가 바뀌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수비조직력에 있어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공격진영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고정패턴의 선수 선발로만 가져가다보니 역시 나쁜 경기력의 선수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문제점을 안게 되었다. 이는 약팀 상대로도 제대로 된 공격을 못 펼치게 되는 단점을 가져왔다.

두 번째로는 단순한 전술에 있다. 슈틸리케호의 전술은 지나칠 정도로 단조로웠다. 선수들의 경기력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부분 사용하던 전술이 4-2-3-1이었는데 이 고정 패턴을 가져가면서도 대표팀의 주축 선수인 기성용과 손흥민 두 선수에 대한 활용법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손흥민의 경우 대표팀의 최종 예선 기간 동안 EPL에서 시즌 21골을 기록하며 EPL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고작 1골에 그쳤다. 이는 감독이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손흥민으로 집중된 상대 수비를 파쇄할만한 오른쪽 공격수의 배치 부족, 손흥민의 최근에 바뀐 스타일과 전혀 다른 기성용에게만 의존하는 공격 전술은 손흥민의 고립만 가져왔고 대표팀 공격의 파괴력도 끌어올리지 못했다. 원톱 공격수에 있어서도 이정협만 고집한 나머지 다른 선수들은 제대로 발굴조차 하지 못했다. 뒤늦게 황희찬이 활약을 하려고 했으나 고정된 전술 하에서는 황희찬의 공격력도 무색해졌다.

세 번째로는 소통부족이다. 홍명보 감독이 욕 먹었던 이유는 다른 것보다도 소통의 부족이었다. 홍명보는 본인의 고집대로 선수선발을 했고 그것이 부른 파국은 너무나 컸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우도 그러한 점을 인식해야 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의 자리는 쉬운 자리가 아니다. 또한 선수들의 선발에 있어서도 정말 너무나 다르고 다양한 리그에서 뛴다. 국내파는 물론이고, 중국리그, J리그에 중동에서 뛰는 선수도 많았고, 유럽파들도 역시 지속적으로 뛰고 있었다. 선수 선발을 자기 뜻대로만 되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본인이 2015년까지 대표팀이 잘 나가니까 너무 자만한 느낌이 강했다. 2016년부터 홍명보호에서 반복했던 원칙 없는 선수선발이 이어졌고, 그 해 후반에는 미디어의 공격을 받자마자 선수 탓, 미디어 탓을 하기 시작하며 꽉 닫힌 모습을 보여왔다. 신태용 코치가 각급 대표팀의 소방수로 긴급 차출되어 나간 이후로는 대표팀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코치진 수급도 전혀 하지 않았다. 경력도 없는 자신의 친구를 수석코치 겸 피지컬 코치로 앉혀놓고 그야말로 따로 놀았다. 이러한 모습은 2017년 들어서도 변함이 없었다. 축구협회는 이러한 슈틸리케의 모습을 몇명의 코치진을 교체하는 수준에 머무르면서 그대로 용인했고, 그 결과는 월드컵 본선 진출 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몰리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세대교체 실패가 있다. 이 문제는 2년 9개월 무려 1000일에 가까운 시간을 줬음에도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에 전혀 발전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직접적인 반증이 되겠다. 대표팀의 선수라인업은 어느 순간부터 고정패턴이었다. 그리고 그 선수 그대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쇠화, 그리고 해외파들의 경우 소속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면서 기량저하가 뚜렷해졌다. 슈틸리케호의 마지막 소집 선수를 보면 가장 어린 선수가 21세의 황희찬이었고, 그 다음이 23세의 이창민이었는데 이 선수를 빼면 죄다 25세 이상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즉 2010년 12월에 데뷔한 손흥민이 여전히 대표팀에서는 막내급인 셈이다. 그 사이에 선수들이 없었냐 그것도 아니다. 그저 슈틸리케가 본인이 마음에 드는 선수들로 계속 선수를 선발하고, 해외파 위주로 선발하다보니 어린 선수 특히 K리그 클래식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중용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슈틸리케호의 출범은 홍명보호의 잘못을 반복하지 말자는 것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슈틸리케호가 걸어온 2년 9개월동안 한국 축구는 다시금 성장하지 못하고 침체에 빠지고 말았다. 어떤 이들은 이왕에 월드컵 본선진출을 실패해야 정신 차릴 것이다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진출 실패는 국내 축구시장에 있어서 최악으로 다가올 수 있다. 축구는 아직 국내리그가 해외리그를 압도하는 인기가 아닌 편이다. 그런데 대표팀마저 무너지게 된다면 한국축구는 그야말로 암흑기 그 이상으로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 축구는 조광래호부터 시작해서 최강희호, 홍명보호로 이어지는 암흑기를 전혀 극복해내지 못하고 또 다시 2년 9개월이라는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이제 더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다. 이번 기회마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는 그야말로 헤어나오지 못할 암흑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이제 단순히 선수만 잘 뽑으면 된다는 허상에 빠지지 말고 제대로 된 감독을 구하고 제대로 된 기술적인 도움을 주면서 제대로 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또한 기존의 장점이었던 한국의 팀 컬러였던 속도와 압박스타일의 축구를 다시 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에 맞지 않는 패싱축구를 지향한다던 조광래호이후 홍명보호에서도 점유율 축구 철학을 내비쳤고, 이는 슈틸리케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리그와도, 해외의 주축 선수들의 대부분의 스타일과도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입히려 했던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는가? 삿포로 참사이후, 정확히는 2011년 아시안컵 준결승 이후 일본에게는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있으며, 이란에게는 지난 4년간 이긴 적이 없고, 호주에게도 가장 최근인 아시안컵 결승에서 패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사장 추세인 패싱축구를 7년째 고집했고, 최근의 결과는 시리아, 카타르 등 중동에서도 결코 상위권이라고 볼 수 없는 팀에게도 체력과 압박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한국축구의 현실이다. 이게 한국축구 선수들의 인재풀이 나빠서가 아니다. 패싱축구 하겠다고 스피드와 압박이 강점인 선수들을 차출한게 아니라 스피드도 압박도 그닥인데 그나마 패스가 나은 선수들을 차출하니 당연히 밀릴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차출한 선수들은 팀에서의 활약도 부진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니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 수 밖에 없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는 그 코트디부아르를 압박으로 제압하고 나이지리아와 호각을 겨루던 팀이 이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전방압박이 실종되어 버리고 우리 진영에서 압박으로 공을 뺏기는 상황에서 선수들을 무의미한 볼 돌리기로 빠른 역습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은지 오래다. 결국 선수들 개개인의 개인능력으로 득점을 만들거나, 상대팀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혼란기를 기대해야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지경이 되어버리니 당연히 월드컵 본선으로 가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와 붙을 나라 중 최소한 하나는 무조건 세계 10위권 내의 최강팀들이며, 죽음의 조에 들어가면 그런 팀들이 2개 이상이 된다. 나머지 나라들 역시 남미, 유럽, 아프리카에서 한가닥 하는 팀들밖에는 없는 것.

개인능력으로 득점을 올릴 기회는 거의 떨어지게 되며, 팀 수준이 높고 조직력이 좋을수록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서 우리나라에게 득점을 내줄 기회도 적어진다. 그나마도 그 기회에 패스하느라 시간낭비하면 당연히 득점은 물 건너가는 것. 그리고 이것이 이제는 월드컵 예선레벨에서 다른 아시아권 팀들에게 행해지고 있었으니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또한 선수진들 역시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 소위 말하는 중국화된 선수들과 중동화된 선수들이 실력보다 돈을 노리고 가는 것은 이미 국민들 대부분이 안다. 그나마 거기서라도 잘한다면 말도 안하겠지만 소속팀에서도 제대로 자리를 못잡고 벤치 멤버를 전전하는 와중에 차출을 고집하면 당연히 팀 분위기는 망가지고 성적은 잘 나올 리가 없다.

현재 한국축구는 두말할 것 없는 위기 상황이다. 여타 아시아 강국들과의 상대전적에서도 밀리고 있고, 팀 컬러는 무너지다 못해 붕괴되어 기존의 장점은 상실하고 말았는데도 맞지도 않는 스타일을 고집했으며, 그러다보니 최후의 보루였던 월드컵 예선에서도 탈락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지금 한국축구는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그 동안의 실책을 거울삼아 초심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매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