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쓰레기때문에 인류는 지구에 갇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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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쓰레기때문에 인류는 지구에 갇힐지도 모른다.


2017. 6. 6.

정지궤도 밖에서 본 우주쓰레기의 군집을 모사한 모식도. 정지궤도와 지구 저궤도에 운집한 우주쓰레기들을 볼 수 있다.

영어로 Space debris. 말 그대로 우주에 떠다니는 쓰레기의 총칭으로, 일반적으로는 지구 궤도를 도는 각종 물체 중에서 인간이 만들었으나 쓸모가 없는 것들을 가리킨다. 그 종류는 초기의 로켓에서 분리된 부스터, 수명이 끝난 인공위성, 페인트 조각이나 누출된 냉각재 등 다양하다. 또한 위성 요격 무기로 인공위성을 파괴하면 그 잔해는 모두 우주 쓰레기가 된다.

1978년 도널드 케슬러 박사가 제안한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있다. 우주쓰레기가 다른 위성 등에 충돌하면 또다른 우주쓰레기가 생성, 이것이 다른 인공위성과 충돌하는 연쇄반응을 일으켜서 궤도 전체가 우주쓰레기로 덮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만일 이렇다면 인류의 우주 진출이 불가능하고, 인공위성도 사용할 수 없으니 큰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큼 위험이 큰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로켓의 연료소모를 줄이기 위해선 지구의 자전방향으로 궤도의 진행방향을 잡으므로 대체로 진행 방향이 같다. 또, 최저 초속 8km대에서 최고 약 초속 11km급의 속력으로 이동하는 물체만 궤도비행하며, 비슷한 속력대가 아니면 고도자체가 다르다. 특히 초속 8km 이상부터는 타원 궤도이니 서로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우주 공간은 3차원 타원이 어떻게 걸리냐의 변수는 엄청나다) 사실상 오비탈에 가까운 수준.

우주쓰레기는 주로 발사체가 지난 궤도를 따라 돌기도 하고, 그 고도가 천차 만별이다. 전직 우주 비행사 마이크 멀레인의 저서에 따르면 모두 같은 고도로 쳐도 텍사스 주에 5개가 있는 정도라고. 쉽게 생각해서 서울시만한 크기의 황야에서 눈감고 자동차 5대가 랜덤주행을 해서 박을 확률보다 낮다. 문제는 그 랜덤주행이 몇십 년이고 몇백 년이고 끊이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위험성의 인식이 점차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미 지구 저궤도(지상에서 고도 2000km까지의 구간) 중 900~1000km 구간과 1500km 구간은 이미 임계 밀도를 돌파한 상태로 볼 정도다.

실제로 충돌한 사고도 있었다. 1981년 소련에서 쏜 인공위성 코스모스(Kosmos) 1275는 발사 한 달 만에 통신이 두절되었고 300개 이상의 새로운 쓰레기들을 만들어냈다. 1993년에 코스모스 1484도 비슷한 사고로 파괴되었다. 1996년에는 프랑스에서 쏜 소형위성인 Cerise가 1986년에 폭발한 아리안-1(Ariane-1)의 부스터와 충돌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2009년 2월에는 수명이 다한 러시아의 인공위성인 코스모스 2251과 미국의 통신위성인 이리듐 33이 서로 충돌해 두 위성이 박살나면서 엄청난 양의 우주쓰레기를 만들어냈다.

지상으로 우주쓰레기가 낙하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중국에 잔해가 낙하하기도 했고, 1997년에는 오클라호마 주에 거주하는 여성이 10x13cm 크기의 검게 변색된 금속물체에 어깨를 맞았는데, 이는 1996년에 미 공군에서 발사한 델타2 로켓의 추진제 탱크였다.


2006년에 NASA에서 만든 모델에 따르면, 새로 발사를 하지 않아도 2055년까지는 지금의 숫자를 유지하다가 그 이후로는 자가증식할 것으로 예측된다. 2009년도에 열렸던 유럽 항공 우주 회의에서 사우햄프턴 대학의 연구자인 휴즈 루이스는 다가올 10년 안에 우주쓰레기의 양은 2배로, 50년 안에는 4배로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1년에는 미국 국립 연구회(National Research Council)에서 궤도상의 우주쓰레기 양이 한계점에 도달했으며, 일부 컴퓨터 모델로는 이미 임계점(tipping point)을 돌파하여 서로 충돌하면서 그 양이 더욱 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해에 NASA에서는 약 22,000개의 물체를 추적할 수 있었다.

실제로 국제 우주 정거장(ISS)은 우주쓰레기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회피 기동을 여러 번 해야 했고, 2011년 6월에는 우주쓰레기와 정거장이 거의 충돌할 뻔해서 승무원 6명이 소유즈 탈출용 캡슐에 탑승해 지구로 긴급탈출을 준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현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는 지금의 3배에 가까운 우주쓰레기가 지구 궤도를 돌 것이다. 저 많은 걸 레이저로 죄다 처리할 수는 없으니 일단은 뭘 우주로 쏘아올려 보내서 쓰레기를 회수하거나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 너무 늦으면 해결방안을 개발했는데도 우주쓰레기 때문에 우주로 나갈 수가 없어 치우지 못하는 촌극이 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의 우주 산업은 우주 쓰레기가 미치지 못하는 상공 600km이하의 소형 위성으로 제한된다. '스스로 지구에 자신들을 가둔 인류'라는, 뜻하지 않은 디스토피아를 맞이할 것이다.

가장 현실성 있는 대책은 국제 규약을 지정하고 최대한 우주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것이다.

여러 기술적인 대책도 있다. 

플라네테스에서와 같이 크기가 큰 것은 직접 랑데뷰를 해서 회수 뒤 재활용하고, 크기가 작은 것은 대기권에 밀어 넣어 태우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 문제로 당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인공위성 2개가 그물을 붙잡고 우주 쓰레기를 쓸어담는 방식의 우주 그물과 지상에서 레이저를 쏴서 대형 쓰레기는 궤도 밖으로 밀어내고, 소형 쓰레기는 그대로 태우는 오리온 계획 등이 논의되었지만 비용 문제로 사실상 포기.


미국의 마이클 던이라는 발명가가 이러한 궤도상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안해 특허를 출원했다. 이른바 탄도 가스(Ballistic Gas)라는 방식으로, 특수한 청소 위성으로 비중이 무거운 기체를 분사해 마치 빗자루나 에어 컴프레서로 쓸어 모으듯이 우주 쓰레기들을 임의의 수거지역으로 모아서 그 뒤에 처리한다는 것. 이 방식은 우주쓰레기와 직접 접촉하는 위험이 없고, 기존의 방식으로 수거나 처리가 힘든 작은 크기의 쓰레기도 모아서 처리할 수 있다.

스위스 EPFL은 Clean Space One이라는 위성을 이용해 치울 것을 제안했다. 위성이 로봇팔로 쓰레기를 붙잡고 이온연료를 이용 지상으로 떨어져 쓰레기를 불태운다. 그러나 이 위성을 쓰레기가 있는 곳으로 정확하게 보낼 기술이 부족하고 일회용이기에 아직 문제가 개선해야할 점이 조금 보인다.....

현재 JAXA에서는 전기역학 끈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전기 끈이 지구자기장을 지나 플레밍의 왼손법칙으로 힘을 생성해 그 힘이 우주 쓰레기를 떨어지게 해 쓰레기를 불태우는 방식이라고 한다. 좀 더 정확히는 자기력을 통해 우주쓰레기의 궤도를 변경시켜 떨어뜨리는것.
이 줄은 굉장히 얇은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으로 개발 중이고 현재 우주에서 전기역학 끈을 작동시키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일단 올리면 비교적 적은 양의 전기만으로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많아진 쓰레기들을 이것만으로 처리하기에는 힘들다는 점에서 완벽한 대안이 되지는 못할듯.

Laser broom을 통한 청소도 논의되고 있는데 인공위성에 레이저 무기를 장착해 1cm에서 10cm 크기의 물체를 파괴시킨다. 혹은 레이저의 에너지로 쓰레기의 궤도를 변경시켜 우주선과의 충돌을 막는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만 여러 우주조약들이 우주에서의 무기사용을 금지하기에 해당 조약에 의해 현재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