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글로벌 금융위기 대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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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글로벌 금융위기 대처 논란


2017. 5. 23.

이명박 대통령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주장이 있다, 대부분 당시 한국과 세계의 GDP 성장률을 단순비교해 봤을 때 한국이 상대적으로 좋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을 그 근거로 한다.

하지만 이는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과 그러한 미국과 밀접한 교역관계를 갖고 있었고 추가적인 재정위기까지 발생했던 유로존과 단순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경제가 상대적으로 괜찮았다는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고, 보다 적절한 비교대상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과 비교했을 땐 적어도 GDP 성장률에 한정한다면 우리나라가 특별히 글로벌 금융위기에 잘 대응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반박이 존재한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 네 나라의 GDP 성장률 시계열 자료다. 얼핏 봐도 유사한 경기변동 패턴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에도 비슷한 패턴인데, 우리나라가 특별히 더 나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진 않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의 6.3% 성장을 자신들의 가장 큰 치적으로 자랑하지만, 2010년 6.3% 성장은 아시아의 수출경제 국가 네 곳 중에선 꼴등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 해 싱가포르의 GDP 성장률은 14.8%에 달한다. 대만도 1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홍콩도 한국보단 높다.


사실 2010년은 수출주도형 국가들에게 있어서 근래 보기 드문 호황기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완화된 상황이었고 유로존 재정위기도 본격화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이다. 2008년에서 2011년 사이의 평균 GDP 성장률은 싱가포르가 4.9%, 대만이 3.3%, 우리나라가 3.1%, 홍콩이 2.9%이다. 한국이 가장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긴커녕 가까스로 꼴등을 면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유사한 경기변동 패턴을 보이고 있다곤 하나 그들과 단순비교해서 한국의 GDP 성장률을 평가하는 건 무리가 있다. 이상의 분석은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세계 경제성장률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으므로 그들이 한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박에는 문제가 있다. 경제성장률의 체감은 솔로우 모형을 비롯한 많은 경제성장 모형에서 밝혀졌듯 per capita가 기준이 되지 Gross가 기준이 되지 않는다. Gross를 기준으로 한다면 중국은 벌써 GDP 성장률 0%에 근접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거듭 말하지만 현실경제는 경제모형과 같이 단순하지 않으므로 한국의 1인당 GDP 수준이 싱가포르와 홍콩보다 낮으니 한국의 GDP 성장률은 반드시 그 두 나라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또 한 번 거듭 말하지만 이상의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GDP 성장률 간의 단순한 비교보다도 경기변동 패턴의 유사성이다. 세계경제의 총수요 충격과 회복 과정에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은 같은 방향의 GDP 성장률 변화 추세를 보였고 낙오된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 그렇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한국의 GDP 성장률 추이는 정책의 성공이라기보단 자연스런 경제적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정책결정 과정이 독재적이라 재정정책의 내부시차를 무시할 수 있는 나라인데 한국이 그런 나라들과 별 다를 바 없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했다간 누가 들으면 싱가포르와 홍콩에는 의회도 없는 줄 알 것이다. 물론 비교적 일당독재적 성향이 강한 것은 맞으므로 추경 편성이 더 수월하긴 했을 것이나 그것이 한국과 두 나라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요소라 보긴 어렵다. 그리고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 1인당 GDP도 비슷한 대만도 무리없이 극복했다. 

그래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다른 동아시아 수출주도형 국가들도 무리없이 대처했으니 한국의 극복도 '당연한 것이다'라고 간주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행정부의 글로벌 금융위기 대처는 평타 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과하게 칭송할 필요도 그렇다고 굳이 깎아내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