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좋고 맛도좋은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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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좋고 맛도좋은 고구마


2017. 5. 26.

고구마는 메꽃과의 한해살이 뿌리 채소며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고구마는 구황작물이 아니다.

한반도에 고구마가 들어온 때는 조선시대 후기(18세기 후반)으로, 감자가 들어온 시기(19세기 초반)와 비슷한 무렵이다. 고구마가 조선에 전래된 경위에 대해서는, 조선 영조 39년 조선 통신사 조엄이 일본 쓰시마 섬에서 들여와 제주도와 동래(부산)에서 이를 길렀다는 설이 정설이다. 통신사들이 사신으로서 일본으로 길을 향하던 가운데 군고구마 가게를 보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본래 고구마는 감저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한자로는 甘藷라고 쓰는데, 이는 단맛이 나는 덩이줄기라는 뜻이다. 감자, 고구마 모두 남미 기원의 외래작물로서, 이들이 한반도에 들여져왔을 당시에는 고구마를 뜻하는 명칭이 엄밀하게 구분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甘藷가 현재의 감자가 되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고구마를 가리켜서 북감자, 하지감자 등과 같이 감자라는 어휘 앞에 북 이나 하지와 같은 별도의 수식어를 붙여 감자와 구분하였는데, 나중에 고구마라는 낱말이 일본어 낱말에서 파생되자, 甘藷는 음이 변음되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감자만을 뜻하게 변하였다. 제주도 방언, 서남 방언, 충청도 방언에선 이런 옛 명칭이 아직 남아 있다. 藷란 한자는 본래 "마"와 "덩이줄기"를 뜻하는데, 감자를 나타내는 어휘가 되어 사전을 찾아봐도 감자라는 뜻밖에 찾을 수 없다. 일본어로는 덩이줄기를 imo라 하므로, 두 작물 모두에 이 이름이 접미사로 붙는다. 김동인의 소설 제목으로 쓰인 감자도 사실은 고구마를 의미한다.

고구마라는 명칭은 일본에서 고구마를 부르는 별칭인 '고코이모(孝行芋)'가 전래된 것이라는 설이 정설이다. 참고로 이 고코이모라는 이름은 가난한 효자가 고구마로 부모를 봉양(孝行)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러한 낱말이 조선에 전래될 당시 이 낱말은 본래 대마도 지역에서만 쓰이는 고구마를 뜻하는 명칭이었다. 때문에 이 낱말은 일본의 대마도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잘 쓰이지 않으며, 오늘날 일본에서는 고구마를 가리켜 과거 사쓰마 번의 이름을 딴 이름인 '사쓰마이모(薩摩芋)'라고 부른다.

고구마는 고구마씨로 번식시킬 수도 있으나 교배 목적이 아니라면 그러는 경우는 별로 없고, 보통 줄기, 즉 고구마 순이라 불리는 부분줄기를 잘라서 땅에 심어 번식시킨다. 씨고구마를 습하고 따뜻한 온상에 묻으면 4 ~ 6주 후에 싹이 나오는데, 이 싹을 잘라 땅에 심는 것이다.싹을 자른 곳에서는 새로운 싹이 나므로 계속 잘라내서 번식시킬 수 있다. 이렇게 이식해서 번식시키는 것을 삽묘라고 한다.


고구마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며, 평균 기온이 섭씨 24도 정도 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란다. 뿌리줄기가 형성될 때 가뭄이 들면 망하지만, 그렇다고 물이 너무 많은 땅에서는 뿌리줄기가 썩을 수 있다. 

습한 환경에서는 증산작용의 억제에 의한 부종(Oedema 혹은 Edema)에 걸리기 쉽다. 고구마를 키우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다면 물을 덜 주거나 덜 습한 환경을 조성할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재배환경에서 무난하게 잘 큰다. 충해에 강하기 때문에 농약을 안쳐도 되는 것 또한 장점이다.

재배 목적이 아니라 관상 목적이라면 페트병에 물을 받아서 담구어두면 고구마순이 올라온다.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역시 중국. 연간 8,000만 톤을 생산하여, 독보적인 1위의 생산량을 보인다. 그에 한참 못미치지만, 하여간 그 다음으로 많이 생산하는 나라들은 의외로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우간다. 그러다 보니, 많은 양이 아시아에서 생산되며(78%), 아프리카에서 그 다음으로 많이 생산된다(18%). 유럽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그나마 이탈리아에서 소규모로 재배하고 있는 정도. 쉽게 말해서 쌀이 나올 수 있는 기후에서 같이 키울 수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대한민국에서는 주로 남해안에서 주로 재배되며 강진과 해남의 땅끝고구마, 욕지도의 욕지도 고구마가 유명하다.

고구마는 뿌리 식물이다. 다시 말해 고구마는 여러 방식을 통해서 섭취한 영양소를 뿌리에 최대한 저장하는 식물이며, 우리가 섭취하는 부분은 덩이뿌리이기 때문에 덩이뿌리의 크기가 크게 유도하려면 고구마로서 스스로 뿌리에 영양소를 많이 모아둘 수 밖에 없는 환경, 즉 척박하고 가문 땅에 키우는 것이 제격이다. 땅이 걸면 애써 뿌리에 영양소를 비축할 필요가 없게 되므로 뿌리는 자라지 않고 그 영양소를 줄기와 잎이 우거지게 하는 성장에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마를 첫서리가 내릴 때까지 키울 수 있는데, 늦게 고구마를 수확할수록 작황이 좋으나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서리가 내리면 썩어버린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고구마는 구황작물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생육기간이 최소 120일이고 제대로 수확하려면 150일 이상 180일까지도 소요된다. 이렇듯 고구마는 환경에 좀 예민한 생물이며, 때문에 덩이뿌리의 성장도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구황작물로 불리는 작물의 재배기간이 60~90일 정도이고 환경이나 토양 등을 잘 타지 않는 생물들인 사실과 고구마의 생육 조건을 비교하면 고구마를 수확하기 전에 배고픔을 이기지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때문에 고구마는 전통적으로 구황작물보다는 상품성이 높은 기호품으로 많이 재배되었다.


추운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와는 달리 고구마는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서 잘 자란다. 한국에서 고구마가 많이 재배되는 곳이 전라남도 해남, 강진 등 남해안 지역인 것은 이렇게 고구마의 생육조건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고구마를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생밤과 비슷한 맛이 난다. 고구마를 씹어 삼키면 텁텁한 맛이 조금 느껴지지만, 굽거나 찐 고구마와는 다른 별미가 있다.

감자와는 달리 고구마는 싹이 돋아도 먹을 수 있다. 독성이 큰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구마 줄기를 무쳐서 나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깨끗하게 씻을 때 싹도 같이 문질러 떼어내고 조리하면 된다. 하지만 독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므로 걱정된다면 싹이 난 자리와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쪽은 칼로 잘라내고 요리하자. 그리고 싹이 난 고구마는 싹이 나지 않은 고구마보다 당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연구를 보면 고구마를 45분 이상 구우면 GI수치가 94로 껑충 뛴다고도 하고, 실제로 고구마를 먹고 혈당을 재 보면 170 쯤은 가볍게 넘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고구마를 구우면 고구마에 든 효소인 베타아밀라아제가 녹말을 맥아당으로 바꾸는 작용이 커지기 때문으로, 고구마는 찌거나 삶은 것보다 굽는 것이 더 단맛이 난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들이 고구마의 GI지수가 낮다는 말만 믿고 먹었다가 식후혈당이 너무 높아지는 바람에 문제를 겪기도 한다. 다이어트 할 때 간식 삼아 우걱우걱 먹지는 말도록 하자. 되도록 껍질과 함께 먹자. GI수치도 낮아지고 소화도 잘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구마는 무지방 고탄수화물인데다가 칼륨이 풍부한 식품이기 때문에 나트륨과 지방섭취는 줄이면서 고탄수화물은 많이 섭취해야 하는 보디빌더들에게는 최고의 음식이다. 비슷하게 바나나도 보디빌더들에게 환영받지만, 사실 고구마는 바나나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장한다. 게다가 고구마를 익혀 먹어도 비타민과 섬유질이 거의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여성미용에도 좋다. 


수확 후 오래 보관하기가 좀 까다로운 편이다. 추위에 약한 것도 있고, 생고구마는 상처가 나면 금방 썩는다. 따라서 상온의 건조한 지역에 보관하는 게 좋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맛이 떨어지고 금방 부패한다. 시골에서는 농작물을 토굴에다 저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안의 고구마가 메탄가스를 뿜어대서 사람을 질식사시키는 경우도 있다. 토굴 질식이라고 뉴스를 검색하면 수두룩하게 나올 정도.

경상남도 쪽에서는 얇게 썬 뒤 바람에 말려 보관하기도 한다. 동남 방언으로는 빼떼기 혹은 빼깽이라고 하는데, 먹을 때는 껍질을 벗기고 잘 씻은 뒤 말린 것을 쓴다. 좁쌀과 팥, 강낭콩 등 잡곡을 섞어 죽을 쑤어 먹는 것이 흔한 조리법. 고구마 자체가 달기 때문에 단팥죽 비슷한 맛이지만, 뒤끝이 약간 씁쓸털털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주로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많이 먹었던 음식인 탓에, 젊은 세대들은 익숙치 않아 하거나 싫어하는 경우도 많은 듯.

고구마를 얇게 썰어서 찌거나 삶은 뒤 말린 곤조라는 식품도 있다. 익혀서 말리기 때문에 빼떼기보다는 식감이 좀 더 쫀득하고 단맛도 더 강해서 술안주 혹은 비상식량 용도로 사용한다. 주정의 원료로도 쓰이는데, 고구마 값이 오르자 카사바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말려서 먹으면 꽤 맛있다. 맛은 딱 고구마 맛 육포 정도. 다만 육포처럼 딱딱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씹다 보면 꽤 물렁해진다. 특유의 쫄깃쫄깃한 식감이 별미. '말랭이' 란 이름으로 대기업 및 중소기업에서도 많이 생산하고 있다. 고구마를 굽거나 찐 뒤 썰어 건조기나 햇볓에 말리면 되는데 집에서 만들 생각이라면 밤고구마 보다 수분 함량이 높은 호박고구마를 쓰는 것이 좋다.

일본에서도 고구마를 찐 뒤에 말려서 먹는다. 호시이모(干し芋)라고 하는데 전국 생산량의 대부분은 이바라키 현에서 난다.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는데, 고치 현에서는 토사벤(고치 사투리)으로 히가시야마(ひがしやま)라고 하며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모양.


튀겨서 맛탕으로 먹어도 맛있다. 고구마를 깍두기의 2~3배 크기로 썰어서 프라이팬에 기름 달달 달군 뒤, 속은 맛있게 익고, 겉은 약간 단단할 만큼 튀겨준 뒤에 물엿과 기호에 따라 참깨 따위를 뿌려서 버무리면 되는 어찌 보면 초간단 간식이다. 탄수화물 덩어리인 고구마와 튀길 때 쓰는 기름, 그리고 당분 덩어리인 물엿이 주 재료인 간식 답게 열량은 안드로메다로... 하지만 한 입 베어물면 바삭바삭한 겉과 촉촉한 안, 그리고 극강의 달달함 덕에 포기할 수 없게 된다. 더불어 감자칩과 유사한 형태로 튀긴 고구마칩도 존재한다.

먹을 때의 식감이 퍼석하고 단단한 것은 '밤고구마', 무른 것은 '물고구마', 단호박처럼 속이 노란 것은 '호박고구마'라고도 부른다. 속이 진한 자주색인 고구마도 있는데, '자색고구마'라 부른다. 그냥 껍질을 깎지 않고 날로도 먹을 수 있고, 찌거나 구워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튀김, 전에 쓰이거나 케이크 등의 속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도 좋다. 그리고 줄기는 껍질을 벗겨서 나물 반찬이나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는데 상당히 별미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은 작물. 다만 먹고 나면 방귀가 많이 나오는 게 옥의 티. 고구마의 섬유질이 대장에서야 겨우 분해되기 때문인데, 고구마 껍질에는 고구마의 섬유소를 분해하는 야라핀이라는 효소가 있어 먹으면 먹고서 나오는 방귀 냄새를 중화해 준다. 방귀가 걱정이라면 껍질째 먹을 것.
가을, 겨울에 길가에서 드럼통을 개조한 화덕에서 군고구마를 파는것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2017년 현재는 고구마의 줄어든 수확량에 따른 가격인상으로 군고구마를 파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군고구마를 기호에 따라 우유나 김치, 식혜나 동치미와 같이 먹으면 한층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우유와 함께 먹으면 방귀를 덜 뀐다는 말도 있다.

덩이줄기를 뺀 모든 부위에 독성이 있는 감자와 달리, 고구마 순은 먹을 수 있다. 살짝 데쳐 된장과 버무려 나물을 만들어 먹거나 다듬어 고구마 순 김치로 담그기도 하며, 장국을 끓여 먹을 수 있다. 일본에서도 고구마 줄기로 요리를 하는지 가토 기요마사가 구마모토 성의 다다미를 말린 고구마 줄기로 만들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감자에 견주어 본체를 이용한 음식 레시피는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케익에 쓰이는 정도. 카페 같은 곳에 가면 종종 고구마로 만든 우유음료 고구마 라떼를 판매하는데, 마실 때 조심하자. 매생이로 끓인 국처럼 김이 잘 올라오지 않아 겉보기에 뜨거운지 어떤지 알아보기 힘든데, 아무 생각없이 마셨다가 입이 홀라당 델 수도 있다. 집에서도 시중에 파는 고구마를 찐 뒤 우유와 믹서기에 갈아 만들 수 있다. 따뜻하게 데워서 먹는 것이 좋다. 주의점 으로 믹서기에 뜨거운 음식물을 갈면 고장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만든 뒤 데워 먹어야 한다.


고구마와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얌과 카사바라는 작물이 있는데, 주로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의 열대 지방에서 많이 먹는다. 얌은 얼핏 보면 고구마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고구마와 관계가 없고 한국에서 자라는 작물로는 마와 친척 관계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오렌지색 고구마(sweet potato)를 얌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경우가 많아 혼동을 주고는 한다.

미국에서 오렌지색 고구마는 얌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팔지만, 지금은 그리 인기있는 농산물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남부 지방은 온난하고 다습하므로 고구마가 자라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고, 특히 개척 초기에 미국 남부에서는 중요한 요리 재료로 널리 쓰였다. 그러나 지금은 고구마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고 생산량도 그다지 많지 않다. 미국에서 파는 고구마는 한국 고구마와 달리 대체로 단맛이 강하진 않다. 맛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겠으나 익혀서 먹어보면 대략 고구마+당근+호박의 맛을 합친 것과 비슷한 맛이 난다. 미국인들은 이런 고구마를 설탕, 메이플시럽, 마시멜로, 버터, 사워크림 등과 같이 먹거나 파이로 만들어 먹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단맛이 강하지 않은 고구마를 재배하는 편이다. 미국에서 한국인들이 이런(주로 얌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고구마를 그대로 찌거나 구워먹고서는 밍밍하다고 불평하는 경험담을 흔히 들을 수 있다. 한국에서 파는 것과 같은 달달한 고구마를 먹고 싶다면 한인 마트를 찾거나 일부 아시아 식품을 같이 취급하는 마트로 가야 한다.(주로 중국에서 수입한 것을 판다.)

한편 미국인들이 한국에서 고구마 관련으로 이해하기 힘든게 바로 피자 토핑으로 쓰는 고구마 무스라고 한다. 안그래도 느끼한 피자에 느끼함을 더해준다고. 사실 당장 주위를 둘러봐도 피자에 들어간 고구마의 단맛에 이질감을 느껴, 고구마피자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긴 있다.

서양 여러 나라에서는 고구마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농산물이지만, 뉴질랜드는 예외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마오리족이 오래전부터 고구마를 재배했는데, 후에 들어온 유럽인들도 즐기게 되었다. 뉴질랜드에서는 고구마를 일반적인 영어명칭인 sweet potato 대신 마오리인들의 명칭인 쿠마라(kumara)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지금은 뉴질랜드에도 중국산 농산물이 대거 진출, 뉴질랜드에서 팔리는 쿠마라의 상당수는 중국산이다.

고구마 덕택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에 도달했던 바이킹들과 비슷한 시기에 태평양 원주민들이 아메리카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근거로 고구마 자체가 아메리카 원산이라는 점과 언어학적인 연구 결과가 있다. 전자의 경우, 서기 10세기 경의 폴리네시아 원주민 유적지에서 고구마가 출토된 바 있었고, 태평양 지역에서 고구마를 일컫는 어휘가 케추아어에서 고구마를 지칭하는 단어와 유사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었다. 거기다가 노르웨이의 아마추어 고고학자이자, 모험가였던 토르 헤이에르달이 페루 원산의 발사나무로 만든 배인 콘티키 호를 타고 페루의 카야오에서 소시에테 제도의 라로이아 환초에 도달하는 데 성공하면서 폴리네시아인들이 아메리카까지 가는데 문제가 없었음이 밝혀졌다. 고구마가 인류 이동의 한 흔적을 밝혀낸 셈이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섬인 뉴기니 섬의 고지대 주민들의 주식이기도 하다. 뉴기니 섬 고지대는 역사적으로 농사를 자체적으로 시작한 전 세계 여덟 곳 중 하나이지만 농경에 적합한 작물이 부족해서 오랫동안 주민들이 고생을 했었는데, 이 지역에 고구마가 전래된 뒤로 고구마 농사의 높은 생산성에 수천년에 걸친 뉴기니 인들의 농경 기술이 접목되면서 뉴기니 고지대의 식량 생산량과 인구가 폭발했다고 한다.

우리 나라 백령도에는 특이하게도 하얀 고구마(백고구마, 백색 고구마) 라는 것이 있다. 얼핏 보면 좀 이상한 감자 처럼 생겼는데, 한번 쪄보면 일반적인 물고구마보다도 더 수분이 많고 전분함량이 낮아 흐물흐물해질 정도의 물고구마다. 다만 이 고구마를 백령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면 이런 형태가 되지 않고 특유의 맛이 나지 않는다고. 중국 산동반도에도 백색 고구마가 있기 때문에 산동에서 전래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참고로 일정 시기에만 출하되므로 시기를 놓치면 내륙(?)에서는 구매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일본에서 고구마로 유명한 지역은 가고시마 현. 애초에 가고시마의 옛 이름이 사츠마(薩摩)이고 고구마를 일본어로 사츠마이모(薩摩芋)라고 하니까. 가고시마의 치란베니(知覧紅)같이 유명한 품종도 여럿 있다. 가고시마는 또 고구마로 만드는 증류식 소주로 유명하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베니이모(紅芋)라는 이름의 자색고구마를 생산한다. 기마 웨카타 신조(儀間親方真常)라는 인물이 1605년 복건성에서 종자를 가지고 류큐 왕국으로 돌아온 이후 오키나와의 특산물로 자리잡았다. 별로 달지는 않지만 향이 깊다. 파이나 쿠키, 음료수, 소금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가공해서 판다. 다만 익히지 않은 생 베니이모는 현외로 반출이 불가능하다. 


당연히 꽃이 피긴 하는데 보기가 매우 어렵다. 고구마꽃이 길조라는 곳도 있고 흉조라는 동네도 있는데 흉조설은 일본사람들이 해방 전에 자기네들 종자를 팔기 위해 고구마꽃이 피면 집안과 나라가 망한다는 소문을 낸 탓에 꽃이 피기도 전에 꺾어버려서 꽃이 적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은 고구마는 꽃이 피는 품종이 따로 있는데다 같은 메꽃과인 나팔꽃과 아주 똑같이 생겨서 처음 보는 사람은 그냥 나팔꽃인가 하고 지나칠 정도. 구별법이라면, 대낮에 밭에 피어 있는 나팔꽃 모양의 꽃은 고구마꽃이다. 나팔꽃은 오전에 모두 져 버리고, 메꽃은 식용할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골치아픈 잡초이다.

경상도에서 고구마를 사투리로 고매라고 하는데 장학퀴즈에서 정답이 고구마였는데경남 출신 학생이 고매라고 하였고 사회자가 안타까워서 세 자입니다 하니까 물고매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