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아메리카노 '존 찰스 채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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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아메리카노 '존 찰스 채스틴'


2014. 2. 4.

[도서] 아메리카노 '존 찰스 채스틴'


오늘날 강대국에 속하는 국가들의 역사에 대해서는 자료가 참 많은 편이다. 관심이 쏠려 있으니 그들의 역사를 설명한 책들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그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도 오늘날의 초강대국을 이룬 상태이기에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역사 길이가 비슷한 남아메리카는 어떨까?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의 식민지에서 독립을 하려던 시기부터 따져보면 미국보다 대략 50~80여년 정도의 차이가 난다. 시기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이들에 대한 역사책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스틴 교수의 <아메리카노>는 실로 단비와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에스파냐어로 아메리카인을 뜻하는 <아메리카노>는 당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던 남아메리카의 독립사를 다룬 책이라 할 수 있다. 나도 이런 책이 있는줄 몰랐으나, 역시 추천을 통하여 읽게 되었고, 아직도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하면 사람들이 그 존재를 거의 모르는듯 하다.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운 이들의 역사는 기껏해야 에르반테스나 피사로와 같은 에스파냐 정복자들에 의한 식민지로의 전환만이 언급되어 있을 뿐, 그들의 독립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은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아메리카노>는 1799년 훔볼트의 방문을 시작으로 하여 이후 독립의 과정까지를 서술한 책이다. 대략 300여 페이지 정도 되기 때문에 독립사를 다룬 책 치고는 양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지 않은 분량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익숙치 않은 지명으로 인하여 한번 읽어서 남아메리카의 독립사를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이 책도 역시 저자 나름의 정수라 생각되는 부분을 서술하긴 하였으나, 내용적으로 조금 빈약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내용 자체가 빈약한 것이 아니라 적은 분량에서 오는 부족감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남아메리카의 독립사를 간결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서술한 느낌을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각 시기별로 남아메리카의 독립을 서술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좀더 간단히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한번 읽고 적는 내용이기 때문에 빈약한 리뷰가 될듯하다. 이 책은 보관하면서 여러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익숙치 않은 역사는 여러번 읽고 접하면서 배워나갈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훔볼트의 방문과 남아메리카의 상황

 저자는 훔볼트라는 프로이센 출신의 학자의 남아메리 방문으로 글을 시작하고 있다. 훔볼트는 명망있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지질, 곤충, 광물, 식물, 동물 등 다방면의 학문적인 소양을 갖춘 인재로서 남아메리카에 대한 관심을 지니고 남아메리카를 탐험하기를 희망한다. 당시 남아메리카의 대다수의 식민지는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점령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훔볼트는 에스파냐 국왕인 카를로스 4세의 허락을 받고 1799년 남아메리카로 향한다. 훔볼트는 당시 29이라는 젊은 나이에 프랑스 대혁명을 옆에서 지켜본 학자로서 지적인 호기심으로 가득한 남아메리카 탐험의 여정을 시작한다. 저자는 훔볼트의 탐험 과정을 통하여 당시 남아메리카의 상황을 서술하고 있다. 우선 당시 남아메리카는 대부분 해안을 따라 도시를 형성하고 있으며, 내륙은 거의 개발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멕시코시티, 상파울로, 리마와 같은 도시 단위로 거주지가 형성되어 있으며, 에스파냐의 경우에는 4개의 부로 나뉘어서 각각 부왕(총독의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들이 통치하고 있었다. 이들 식민지는 은광을 개발하여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로 발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지배 계층은 페닌술라르(이베리아반도 출신의 백인)가 형성을 하고 있었고, 크리오요(아메리타 태생의 백인)가 서서히 페닌술라르의 특권에 대한 불만을 형성해가고 있었다. 또한 아메리카 토착민과 백인과의 혼혈, 아프리카계의 흑인들이 피지배 계층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훔볼트의 여정을 통하여 당시 남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은 본국의 식민지 정책에 겉으로 큰 불만이 없어 보였으나, 프랑스 대혁명의 발발로 인하여 혁명 정신을 연구하는 귀족들과 학자들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이전에 독립을 이룬 미국의 예를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폴레옹의 이베리아 반도 침입에 따른 남아메리카의 상황(1806~1810)

 나폴레옹의 이베리아 반도 침공으로 인하여 유럽의 상황은 복잡해진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애매한 입장을 취하던 포르투갈을 공격하기 위하여 나폴레옹은 에스파냐와 동맹의 형식을 취하여 함께 포르투갈을 공격한다. 순식간에 포르투갈은 점령당하고 포르투갈 여왕과 황태자인 주앙은 영국함대의 호위아래 식민지인 브라질로 왕궁을 옮기게 된다. 이후 나폴레옹은 에스파냐의 카를로스 4세와 페르난도 7세를 협박하여 자신의 형인 조세프를 에스파냐 왕으로 앉히게 된다. 이에 에스파냐에서는 반란이 일어나지만, 전면전은 불가능한 상태였고, 산발적인 게릴라전으로 저항을 이어가며, 카디스에서 의회를 수립한다. 남아메리카의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브라질은 당장 포르투갈의 왕궁이 이전되면서 왕실을 반기는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아직까지 브라질은 독립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에스파냐의 식민지 지역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페루 부왕령을 제외하고는 무능력한 부왕들로 인하여 각 지역은 우선 자체적으로 협의회를 소집한다.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에스파냐의 페르난도 7세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것은 독립을 꿈꾸던 남아메리카 사람들의 위장과 다름이 없었다. '페르난도의 가면'이라 불리우는 이것은 겉으로는 페르난도 7세를 지지하는 척하면서 서서히 독립에 대한 열망을 꿈꾸면서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내전과 독립운동의 좌절(1810~1815)

'페르난도의 가면'은 이제 서서히 벗어 던지고 국가별로 독립 운동이 실제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처음 언급한 백인(유럽 본토 출신)과 아메리카인(아메리카 태생의 백인)은 지배 계층의 자리를 놓고 대립을 하던 상황에서 독립이라는 이름으로 백인들에 대한 저항이 일어난 것이었다. 멕시코 지역에서 이달고의 저항이 시작되고, 유럽에 있던 미란다가 베네주엘라로 건너가서 독립을 선언하고, 그 유명한 볼리바르도 독립 운동에 불을 지핀 것이었다. 각 국가별로 독립을 위한 정책이 상이한 부분이 있긴 하였지만, 공통적으로 백인 지배계층에 대항하여 각 지역의 거점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무능한 부왕들은 제대로 방어를 하지 못하고 후퇴를 거듭하고 그나마 페루 부왕인 아바스칼이나 카예하가 선방하면서 반란군을 패퇴시킨다. 독립이라는 이름으로 모여들었지만,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하여 소수의 정규군에게 패배를 당하게 된 것이었다. 실제 이달고를 따르는 무리들도 그의 독립이라는 기치아래 모여있었으나, 무장이라고 해봐야 머스킷 총도 없이 창과 투석기 밖에는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초기의 기세는 점점 꺽이면서 밀리기 시작한다. 심지어 1814년 페르난도 7세가 다시 제위에 오르고, 나폴레옹의 지배가 종식되자, 에스파냐 본국에서는 노련한 병사들을 파병하여 독립 운동의 열기를 꺽어버린다. 이달고나 그를 대신하여 독립 운동을 전개한 모렐로스는 결국 처형되고, 볼리바르 역시 몸을 사려야 하는 형편이었다. 결국 이 시기에 모든 독립운동은 다시 과거 이전으로 환원이 되고 만다.


독립운동 재개와 국가 건설(1816~1840)

 어느 정도 숨을 돌린듯 하였지만, 1817년부터 남아메리카의 독립 운동이 전개된다. 볼리바르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산마르틴이 멘도사 지역의 후원과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안데스 산맥을 넘어서 칠레로 진입을 한 것이었다. 또한 볼리바르도 베네수엘라 귀국 작전을 개시하면서 다시금 독립의 열망에 불을 땡기게 된다. 브라질은 포르투갈과 동등하게 왕국으로 선언된 상태였지만, 급속한 자유주의 전파로 인하여 주앙 6세는 본토인 리스본으로 다시 왕궁을 옮기고 아들인 페드루 1세가 브라질 제국을 다스리게 된다. 포르투갈의 유일한 식민지인 브라질은 이후 자유주의 사상으로 인하여 점차 입헌 군주국과 같은 체계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한다. 다시 에스파냐 지역에서는 산마르틴과 볼리바르의 활동으로 인하여 독립 운동의 열기가 확산된다. 신중하게 준비하고 일을 추진하는 산마르틴과 준비보다는 과감한 결정으로 일을 진행하는 볼리바르는 행동 양식이 정반대였지만, 어쨌든 둘의 라이벌 의식은 독립으로의 여정을 더욱 앞당기고 있었다. 심지어 잘 알려지지 않은 에스파냐의 입헌 혁명으로 인하여 에스파냐는 남아메리카 식민지 경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산마르틴은 리마를 공격하고, 해상으로 페루마저 공략을 하게 된다. 볼리바르 역시 여러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볼리비아, 페루를 독립을 시키게 된다. 에스파냐는 결정적으로 아야쿠초 전투에서 패배를 하게 됨으로써 결국 남아메리카의 대다수의 국가는 독립을 쟁취하게 된다. 


책의 내용을 위와 같이 간략하게 요약을 하였지만, 정말 간략히 요약을 한 것이다. 남아메리카 독립은 다수의 나라가 독립의 길을 걸었기에 초기에 멕시코 지역에서 독립 운동을 일으켰던 이달고를 비롯하여 대표적인 인물인 볼리바르와 산마르틴을 주로 언급을 하였으나, 이외에도 다수의 인물들이 독립 운동을 이끌었다. 또한 어떤 인물은 남아메리카의 모든 인물이 평등하다는 정책을 주장한 반면, 다른 인물은 아메리카 태생의 백인을 위주로 한 제한적인 정책을 주장한 인물도 등장하고, 각 국가별로 여러 인물들이 다른 방법으로 독립을 전개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하여 알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식민지라고 하더라도 포르투갈령인 브라질은 공화정 추구에는 큰 열의가 없었으며, 에스파냐의 각 독립국들이 신분 해방을 주장하는 반면 그 시기에도 여전히 노예제를 이용한 플렌테이션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차이점도 살펴볼 수 있었다.


프랑스 대혁명이 여러 나라에 혁명과 평등의 개념을 전파하였다는 내용은 책에서 배웠다. 하지만, 단지 그줄 하나밖에 기억하질 못하고 있었는데, <아메리카노>에서 정말 이러한 혁명적 사상이 어떻게 남아메리카에 영향을 주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짧은 기간과 함께 아직까지 세계사에서 주류로 등장하지 못하였기에 소외를 받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하여 어느 정도 그들의 독립사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볼리바르나 산마르틴의 눈부신 활약으로 독립을 하였지만, 말년에 이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죽게 된다. 오히려 죽어서야 지금처럼 독립의 아버지처럼 떠받들고 있는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독립 운동을 이끌었던 분들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지 않았나 싶다. 비주류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서 한번쯤 읽어보았으면 한다. 책을 한번 읽고 이렇게 리뷰를 쓰긴 하였지만, 이 책의 내용을 3할이나 이해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적은 분량이지만, 많은 것을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