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오찬 송로버섯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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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오찬 송로버섯 사건


2017. 2. 4.

[송로버섯 (truffle)트러플]

희귀한 버섯류의 일종. 한국어로는 송로버섯, 영어로는 트러플(truffle), 프랑스어로는 트뤼프(truffe), 이탈리아어로는 타르투피(tartufi) 혹은 투베르(Tuber)라고 부르는 모양. 진미로 유명하다. 


흰색, 검은색 두가지 종류가 있으며 땅 속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돼지나 개 같은 후각이 발달한 동물을 이용하여 파낸다. 특히 암퇘지가 이 냄새에 심하게 반응해 발정기를 연상케할 정도로 날뛰기 때문에 최음제로도 여겨졌다고 한다. 이들도 결국은 동물들인지라 그 비싸고 귀한 버섯을 찾는 족족 먹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재는 쇠스랑을 이용하여 온 숲의 바닥을 다 파헤치는 방식으로 버섯을 채취하고 있다.

떡갈나무 숲의 땅 속에 자라는 이 버섯은 극히 못생겼고, 육안으로는 돌멩이인지 흙덩이인지 구분도 어렵다. 땅 속에서 채취하기에 식물 뿌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엄연히 버섯류다. 종균은 5~30㎝ 땅 속에서 자라며 더러는 1m 깊이에서까지 발견되는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주로 검은 송로버섯을 최상품으로 치며, 이탈리아에선 흰 송로버섯을 최상으로 친다. 그래서 프랑스에 남는 흰색을 이탈리아에서 팔고 이탈리아에서 남는 검은 송로버섯을 프랑스에서 판다고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검은 송로버섯은 물에 끓여 보관해도 향기를 잃지 않으나 이탈리아의 흰 송로버섯은 날 것으로만 즐길 수 있으며, 만일 프랑스식으로 해먹으면 특유의 향이 날아간다는 단점이 있다. 많은 버섯이 그렇듯 향이 중요하다고 한다.

재료가 대중적이지 않은데다 유럽의 식재료라, 사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2016년 8월 기준, 제일 하급으로 치는 중국 운남성의 송로버섯의 가격이 G마켓 기준 50g에 56,000원이나 한다. 1kg을 사면 약 112만원이 필요한것. 중국이 아닌 프랑스, 이탈리아산은 1kg 구입시 최대 1억 5천만원을 호가한다고 알려져있다. 2012년 기준 면세점 물가로는 100g에 10만원정도 한다. 금속 은의 가격과 거의 비슷하다. 게다가 캐비어, 푸아그라와는 달리 주재료가 될 수 없는 식재료인지라 주로 파스타나 고기 소스 위에 필러(Peeler)로 긁어다 얹어먹거나 오일과 섞어 소스로 뿌려먹는 진미(珍味)로 취급한다.


고가로 매매되기 때문에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으로도 불리우고, 채취꾼끼리 절도나 폭력, 살인도 자주 벌어진다. 미국에서는 송로버섯 채취시즌이 되면 난리가 난다. 그 지역 땅주인이 일꾼들을 사서 총기로 무장시키고 24시간 감시하는데, 이에 맞서서 몰래 송로버섯을 채취하는 불법채취꾼의 분쟁이 매년 벌어진다. 이런 불법채취를 통해 얻은 송로의 유통을 막고자 유통허가제도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워낙 송로버섯을 구매하려는 중간상인이 많아서 별 효용은 없다.


[맛?]

맛은 강렬한 버섯과 약간의 식초와 고기와 살짝 흙이 섞인 맛이다. 이것 말고는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 혹은 잣 을 한움큼 입에 넣어 씹은 상태에서 라이터 가스 냄새를 동시에 맡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강렬함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진미가 그렇듯이 매우 이질적이고 짙은 향을 풍긴다.

그래서 처음 먹은 사람들은 "이게 대체 뭐가 맛있다는 거지?"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오래 먹어도 적응하기 힘드며 비싸다니까 먹을 뿐 맛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힘들다. 특히나 한국 사람들은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함부로 도전하지 말자. 

굳이 도전하겠다면 순수한 트러플보단 향만을 추출해서 만들어 놓은 트러플 오일을 쓰는 것이 좋다. 어차피 트러플은 향으로 즐기는 음식이니 트러플 오일로도 충분히 자신이 트러플에 맞을지 안 맞을지를 판단할 수 있다. 진짜 트러플을 샀다가 돈만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오일도 그렇게 싸지는 않다는 점. 우리나라에서 인기 많은 송이버섯의 향은 맡자마자 대부분이 좋아할만한 향이지만 트러플은 절대 아니다.

트뤼프의 향은 휘발성이 강하므로 쓸 일이 있다면 송이버섯처럼 향 관리에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는데, 그렇다고 너무 아껴서 쓰면 아무런 맛도 안 난다. 여러모로 쓰기 참 까다로운 식재료.

사실 송로버섯의 향을 내는 물질은 발견되었다. 티오에테르의 일종인데, 퓨어 올리브유나 포도씨유에 이 향을 입혀서 인공 트러플 오일도 만들 수 있다. 이것도 비싸다. 이런 탓에 싸구려 올리브유를 포장한다고 욕먹는 것 같다.



[청와대 오찬 송로버섯 사건]


청와대 오찬 송로버섯 사건을 풍자한 2016년 8월 18일자 경향신문 만평 장도리

아마도 한국에서 송로버섯을 대중적으로 각인시킨 대표적인 사건이자 기득권층의 부패함을 제대로 보여준 사건.

2016년 8월 11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송로버섯이 나왔는데 워낙 임팩트가 큰 탓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물론 네티즌들의 주장처럼 억 단위를 부르는 비싼 송로버섯인 것까지는 아니고 음식의 향미를 돋우는 용도로 소량만 사용되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시기적으로 전기요금 누진세 문제 등으로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져 있던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가장 가깝게 느끼고 있던 이정현을 비롯하여 친박계가 여당 지도부에 대거 당선되자 호화 만찬을 대접하고 즐겼다는 것이 국민들에겐 부적절하게 느껴졌던 것.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 사건을 송로버섯을 채취할 때 개와 돼지를 사용하는 것과 연관지어 이를 개돼지 망언과 엮어서 "피땀 흘려 일해서 세금 납부하는 민중은 트뤼플 캐내는 개돼지고, 그런 민중은 개돼지니 안중에 없고 세금으로 호화식단이나 즐긴다."라고 조롱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바로 며칠 뒤 박근혜 대통령은 제 71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모두가 스스로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고, 어려운 시기에 콩 한 쪽도 서로 나누며, 대기업 노조를 비롯하여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은 근로자들께서는 청년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해 한 걸음 양보하며 우리 국민 모두가 자신의 기득권을 조금씩 내려놓고 노동개혁의 물꼬를 트는 데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연설을 했다. 국민들에게는 기득권을 나눠라, 콩 한 쪽도 나눠먹으라면서 정작 대통령과 관료들과 여당 지도부들은 호화 오찬을 즐겼다는 사실에 야당과 진보성향 매체는 물론 보수성향 매체들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와중에 정게할배를 비롯한 일부 극우 성향 네티즌들은 "청와대 오찬에 나온 송로버섯은 우리나라에서 인공재배한 1kg당 7천원 짜리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게, 진짜로 우리나라에서 송로버섯이 그 정도의 저가로 팔릴 정도로 인공재배에 성공했었다면 당장 동네 마트에서 송로버섯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이고, 세계 모든 국가 중고급 레스토랑에서 한국산 송로버섯으로 요리했을 것이다. 애초에 송로버섯 인공재배가 성공했다면 그 소식이야말로 박근혜정부에서 강조하던 창조경제가 아닐 수 없으므로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하고 정부에서 주요 사업으로 지원하지 않을 리가 없는데 네이버 검색창에 "송로버섯 인공재배"라고 검색하면 뜨는 것이 2011년도에 올라온 카페글과 블로그글 두 개 뿐이고 그 후 5년 동안 아무 소식이 없다는 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역사학자 전우용이 대통령의 행위를 비판하는 트윗을 올리자, 저격한답시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내 나라 산하 지천에 깔린 송로버섯도 못 먹어보고 살아야 되겠느냐"라고 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이 사람은 송로버섯이 그냥 우리나라에서 나는 흔한 버섯 종류로 알고 있었던 듯 하다. 

만화가 윤서인은 한정식집에서 송로버섯을 10장씩 팍팍 얹어 먹었다며 옹호하는 글을 페북에 올렸는데, 여기에 이 발언에 지지하는 사람들은 '서민들도 일년에 한두 번 씩 송로버섯을 먹는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애시당초 송로버섯은 한정식에서 사용하는 재료가 아니다. 아마도 한정식 집에서 먹은 송이버섯 혹은 새송이버섯을 송로버섯과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애초에 송로버섯은 요리에 쓰일 때 곱게 갈거나 얇게 썰어 주요리에 올려 향을 즐기는 식으로 사용되며, 누구 말대로 10장씩 팍팍 얹어 먹으면 향이 이질적이라 맛있게 먹기 힘들다. 덤으로 윤서인은 송로버섯 드링크와 샥스핀깡을 팔자는 조롱조의 주장을 내놓았는데 샥스핀은 상어의 개체보호를 위해 국제조약으로 거래가 금지되었다. 어이가 승천하다 못해 달을 뚫을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