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 '홍차'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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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 '홍차'에 대해 알아보자


2017. 2. 4.


[홍차]

동양에서는 우러난 차의 빛깔을 보고 홍차라고 하지만, 서양에서는 찻잎의 색깔을 보고 흑차(Black Tea)라고 부른다. 녹차는 동서양 공통으로 綠茶-Green Tea다. 
즉, 동양(특히 중국)에서 '흑차'라고 하면 보이차 종류의 후발효차를 지칭하는 명칭이다. 반대로 서양에서 '홍차', 즉 Red tea는 허브의 일종인 루이보스를 우려낸 차를 말한다.


취향에 따라 우유나 생크림, 설탕, 꿀, 레몬, 브랜디, 딸기잼 등을 첨가하여 마신다. 특히 우유를 넣은 홍차는 따로 밀크티로 분류한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금발의 유럽 귀족이 우아한 분위기를 즐기며 먹을법한 이미지로 굳어져있지만, 실제로는 영국의 노동자, 인도의 서민, 터키의 아저씨 등등 폭넓은 계층에서 사랑받는 대중음료이다. 맛있게 우려먹는데 특별히 비싼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커피와는 달리 로스팅이나 분쇄 등을 가정에서 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유럽에서는 녹차가 일본 다도의 영향으로 어렵고 까다로운 이미지로 굳어져있다. 가격적인 부분도 대체로 이미지 보다 비싸지 않다. 게다가 홍차는 거의 직접 우려먹으니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티백은 개당 100~500원선이고, 고급 브랜드의 잎차라고 해도 100g 당 3만원선이다. 틴으로 한번에 사야되니까 비싸보이지만 실제로는 한번에 2g 정도를 먹으니 1번 섭취 기준으로 600원 선이다.


[기원 및 역사]

차를 배로 운송하다가, 더운 기후에 의해 산화가 되었는데, 마셔보니 의외로 맛이 있어서 일부러 이 방법으로 만들어 마시게 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몬수닝 과정을 거친 커피도 아니고, 찻잎은 그 정도의 습기로 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위의 제조 과정을 생각해 보면 옥수수에 수류탄을 던지니 팝콘이 되었다는 이야기급의 낭설임을 알 수 있다.

다른 유명한 이야기로는

400년 전 청나라의 군대가 복건성의 어느 산골마을에 들이닥쳤는데, 마을 사람들은 군대가 쳐들어오자 그들을 피해 꼭꼭 숨어버렸다. 병사들은 찻잎이 쌓여있는 광에 들어가 머물면서 먹고 자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사라졌는데, 찻잎은 병사들이 머무는 동안 차로 만들 시기를 놓쳐 상해버리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찻잎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주민들은 낙담했지만 그렇다고 힘들게 거둔 찻잎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주변에 있는 소나무 가지를 불살라 찻잎을 말리고 차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 차가 의외로 서양 상인에게 몇 배의 가격으로 팔리게 되었고, 이렇게 최초의 홍차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도 홍차의 시초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 일화 이전에 이미 홍차와 비슷한 제다법이 있었다. 심지어 녹차를 발명하기 이전의 차 역시 홍차로 분류하기도 한다.

참고로 위의 일화로 만들어진 홍차가 랍상소총((正山小种, Lapsong Souchong, 실제 발음은 랍상 쑤-총)이다. Centennial이라는 소설에서는 랍상소총을 찬양하면서 "남자를 위한 차이며 위스키보다 낫다"고 얘기하는 인물이 나온다.

서양, 특히 영국에서는 차라고 하면 홍차를 대표적으로 떠올린다. 유럽식 홍차의 역사는 16세기 중엽 중국에서 시작되는데, 본래 유럽인들이 접한 차는 반발효차인 오룡차였다. 그러나 점점 강하게 발효된 차들이 유럽인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면서, 어느새 홍차라고 하는 새로운 스타일로 굳어진 것. 도자기나 기타 고가의 재품을 수입하던 배가 제품의 파손을 대비한 충전재로 (본 상품 외에도 추가적인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찻잎을 사용하면서 대규모 수입이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정설은 아니다. 중국산 도자기를 수입할 때 찻잎을 채운 상자에 함께 담아서 파손을 방지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18세기 영국의 홍차 수입으로 인해 차의 가격이 급증하고 재정이 줄어들자, 당시 식민지인 미국에 비싼 값에 강제로 팔아먹으려다 결국 미국인들의 저항으로 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19세기에는 차의 소비량이 최고조로 급증하여, 당시 차의 주요 수출국인 청나라와의 무역으로 인해 영국의 무역적자가 심각해졌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영국은 대량의 아편을 반강제로 청나라에 팔아넘겨, 결국 청나라와 영국 사이에 아편전쟁이 일어났다. 결국 영국이 승리하여, 난징 조약을 맺는 동시에 청나라에 막대한 배상금을 요구하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청나라 왕조를 무너트리는데 크게 일조하게 된다. 여기서 "인도산 홍차도 충분히 맛있는데, 왜 굳이 중국산을 고집하다가 적자가 났는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19세기까지 인도는 홍차를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중국은 차의 재배법이나 제다 기술을 비밀로 취급했고, 유럽인들 역시도 차나무는 중국의 토양에서만 제대로 자라는 줄 알았다. 그런데 1823년에 탐험가 로버트 브루스 소령이 인도의 아삼 지방에서 새로운 차나무 품종을 발견했고, 1848년 영국의 식물학자 로버트 포춘은 중국 상인(혹은 몽골 고관)으로 변장하여 중국에서 차의 제조법을 알아내고, 중국의 기문종 홍차 묘목과 종자를 유출시켰다. 당연히 이 시기 이후, 영국은 인도에서 본격적인 홍차 재배를 시작했고, 19세기부터 인도는 본격적으로 영국의 홍차셔틀이 되었다.
사족으로 이 아편전쟁 때문에 영국에서 나온 약을 빨았다고 일컬어지는 각종 기행이나 해괴한 물품, 작품들을 일컬어 홍차에 아편을 탔다 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실제로 예술계에는 아편이나 대마초를 피우고 저술한 글이나 그림 등이 남아 있다.

[홍차와 한국]

일단 기후와 품종 문제로 홍차 자체가 한국에서는 잘 생산되지 않는데 딱히 뭐 가까워질 계기도 없어서(...), 국내에서는 커피나 녹차에 비해 별로 대우가 좋지 못하다. 녹차를 만들던 국내 업계가 가끔 다른 품종을 들여오던가 해서 홍차를 만들어보는 경우도 있는데, 맛은 호불호가 갈리고 숫자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수입을 다양하게 많이 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게다가 관세에 따른 가격도 문제도 있고 해서 매니악하게 즐기게 되면 해외구매로 가게된다. 다만 해외에서 사게되면 배송비 때문에 한번에 많이 사게되는데 기호식품인 홍차의 특성상 혼자서는 상당히 먹기 힘든양을 사게되는 문제가 있다.

당장 대형 카페를 들어가 보면 이름대로 커피의 종류는 수십가지에 이를 때가 많지만, 홍차는 없거나 있더라도 2~3가지에 불과한 경우가 많으며 그나마도 트와이닝이나 립톤 티백을 넣어주는 경우가 많다. 소규모 카페에는 아예 홍차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소셜커머스 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전보다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그쪽을 이용하자. 물론 홍차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카페도 찾아보면 있긴 있다. 다만 이 경우 커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게 흠. 물론 티폿에 워머를 씌워서 통째로 주기 때문에 대략 3잔 정도를 마실 수 있다. 커피 3잔이라 치고 마시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지만 직접 우려먹으면 몇십 배는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다는 게 문제...

국내에서 홍차를 살 수 있는 곳은 홈플러스, 이마트, 인터넷 쇼핑몰, 인터넷 개인 쇼핑몰, 남대문시장 수입 상가, 이태원동 외국인 마트, 드러그 스토어, 카페쇼 등이 있다. 개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경우, 시음해볼 수 있게 랜덤하게 티백 두어 개를 보내는 경우가 있다. 또 일부 개인이 하는 티 룸에서도 소량을 살 수 있고, 한국에 입점한 홍차 브랜드의 카페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격대가 매우 비싸므로,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환율에 따라 다르지만 거의 2~3배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배송도 지원하는 사이트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브랜드만 직구가 가능하므로, 그 이외의 브랜드를 접하고 싶다면 구매 대행을 이용하거나 영국이나 미국 사이트라면 배송대행을 이용하자. 해당 국가에 방문하는 지인에게 부탁하는것도 좋다. 국내에선 티젠 등에서 얼그레이 등을 조금씩 내놓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동네 슈퍼에서도 가끔 만나볼 수 있다.

닥치고 싸게 마시겠다면 그냥 립톤이나 아크바 상표 것을 인터넷 최저가로 골라 잡거나, 홈플러스 테스코 홍차를 찾으면 된다. 홈플러스의 경우 250g짜리 잎차(FINEST공정무역홍차), 288g짜리 티백(캡틴스캇티), 125g 얼그레이(티백/잎차), 125g 짜이(티백) 등이 6,000원 안팎에 팔린다. 하지만 2015년 9월 7일 홈플러스가 매각되면서 TESCO는 사실상 한국을 떠나게 됐다... TESCO를 포함한 수입상품 코너가 홈플러스의 매력 중 하나라 쉽게 사라질 것 같진 않지만, 2016년 8월 기준으로 홈플러스에서 TESCO 상표의 상품들(홍차 포함)이 지점과 시기에 따라 있다가 없다가 한다.

참고로 홍차는 국내 통관 관세가 높은 편이다. 커피 원두는 8%, 가공품은 그 이하의 관세를 받지만 홍차의 수입분류인 홍차및 발효차는 40%이다.


[영양 및 효능]

차잎 내부의 성분이 차잎 자체에 들어있는 효소에 의하여 산화되어 붉은 빛을 띠는 차를 뜻한다 보통 발효라고 쓰지만, 보이차와 달리 미생물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산화라고 하는 것이 맞다. (발효의 개념에는 미생물의 효소작용으로 인한 fermenting외 재료 자체의 효소작용에 의한 aging의 개념도 포함되므로 따지자면 발효가 맞다). 녹차나 보이차와 같이 효소의 작용을 중지시키는 쇄청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잎 자체의 효소로 산화가 된 것이다.

대신 이러한 산화과정으로 영양소는 녹차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이렇게만 보면 녹차보다 영양소가 적어서 몸에 안 좋다고 단정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홍차가 녹차보다 몸에 더 좋을 때도 많다. 예를 들면 홍찻잎이 산화하는 과정에서 테아플라빈, 테아루비긴 등의 폴리페놀이 새로 생성된다고 한다. 홍차는 일반적으로 다 큰 잎을 쓰고, 차나무는 잎이 자라면 자랄수록 영양소가 많아진다. 문제는 녹차의 질은 잎이 어릴수록, 영양소가 적을수록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녹차에서는 싸구려로나 취급하는 대엽이 홍차에서는 일반적인 정도다. 이 때문에 시판하는 차를 기준으로 하면, 산화로 영양소가 절반 정도 날아간 홍차가 녹차보다 카테킨이 더 많을 때도 부지기수이다. 물론 이건 티백들에 갈려 들어가는 평이한(?)수준을 이야기하며 홍차 또한 오렌지페코니 플라워리니 하며 잎이 어린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며 어린 거일수록 환장하며 달려들고 가격도 미친듯이 뛰는 페도필리아적 성향은 홍차시장에도 존재한다.

카페인의 경우에는 차 자체가 커피보다 카페인이 많다.하지만 우려나오는 양은 60% 정도이며 차 성분인 카테킨이 카페인의 효과를 적절히 억제시키기 때문에, 카페인 중독의 위험성도 크게 높지는 않다. 이 때문에 초보자의 경우에는 녹차보다 홍차를 더 추천하기도 한다. 맛이나 향이나 우려내는 시간에서 초보자에게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마시면 칼슘 흡수가 저하되므로 식사 직전, 직후에는 마시지 않는다. 또한 각종 약물의 흡수 및 약리작용을 방해하므로 약을 먹을 때도 금물이다.



[홍차 Tip]

홍차에는 산지와 제조 공정에 따라 얼 그레이, 아쌈, 다즐링 외에도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데 전부 맛과 향이 다르다. 특히 향기는 홍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므로, 가능한 끓는 물 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즐기는 편이 좋다. 홍차는 쓰다고 알려져 있으나, 종류에 따라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단맛이 나는 종류도 있다.

1가지 종류의 잎만으로 홍차를 우리기도 하나, 향을 첨가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여러 찻잎을 블렌딩하여 우려내기도 한다. 그러나 블렌디드의 명칭이 아닌 산지의 이름으로 판매하는 홍차라 하더라도, 엄밀히 따지자면 정말 1가지 찻잎으로만 만드는 것은 아니고, 보통 매 해의 작황과 수급상황 등을 고려하여 지역 차를 사면 된다. 농장의 명예를 걸고 내놓는 상품이므로 품질도 체감이 가능할만큼 더 훌륭하기는 하지만, 가격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므로 잘 모르겠다면 무시하자. 참고로 이와 같은 일종의 기만행위는 차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커피나 와인 같은 경우에도 공통된 일이다.


또한, 해외에서 바로 수입된 홍차의 포장에는 '몇 분 만큼 우려라'라고 쓰여 있는데, 한국에서 이 시간대로 우리면 차가 매우 쓰고 진하게 나온다! 외국의 경우 수질이 경수와 같이 한국에 비해 센물이 주가 되어 있기 때문에 성분이 빨리 녹아나지 않지만, 국내의 수질환경은 연수가 많아 차의 성분이 빨리 녹아나기 때문. 그러나 수입차는 보통 해당 주력 판매 국가의 입맛에 맞게 설명을 달아 놓으므로, 영국과 같이 경수가 많은 지역에서 소비되는 수입차를 기준으로 우려내는 시간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티백의 경우 국내의 녹차가 보통 1~1.5g으로 쪼잔한 용량인데 비해 차가 생필품인 지역(중국, 영국 등)의 차 제품의 경우 티백 하나에 기본이 2g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 진하게 우러나온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수입차 포장에 나온 시간대로 우려내면, 연수에서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있으면서 과추출되기에 맛이 과하게 진해지고 써지는 것. 이런 이유로 많이 즐겨본 사람들은 일부러 설명에 나온 시간보다 차를 빠르게 우려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나라의 수도나 물의 정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또한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의외로 이렇게 과추출되어 진하고 쓴 차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루스 티, 즉 티백이 아닌 찻잎을 살 경우 조금씩 소분해 놓고 하나씩 집어 마시면 편하다. 다이소에서 파는 다시마 국물망이나 전문 쇼핑몰 등의 일회용 티백을 사용하면 된다. 인퓨저를 사용할 경우, 모양보단 구멍의 크기를 잘 보자. 찻잎이 잘게 잘린 차는 구멍사이로 숭숭 빠져나와서 찻잎이 이빨에 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체 공 같은 인퓨저가 가장 이런 현상이 덜하다. 주전자, 집 등의 모양을 한 예쁜 인퓨저는 세척이 어려우니 집게형, 스틱형, 체 공 모양 등을 추천한다.

다 마신 찻잎은 꼭 휴지 등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리자. 싱크대, 더 심하면 세면대에 버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러다간 막힐 수 있다. 화분에 방향제 겸 거름삼아 뿌려두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냥 뿌리면 안 되고 흙으로 묻어야 된다. 그러지 않으면 작은뿌리파리 등 온갖 해충이 창궐한다.

구두쇠들이 티백을 말려 다시 우린다던가, 홍차가 귀중품이던 시절 유럽 사람들은 찻물 색이 안 나올 때까지 우려냈다거나, 귀족 집안에서 우려낸 홍차 찌꺼기를 고용인이 모아 팔았다던가 하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엔 쓴맛 때문에 재탕은 추천되지 않는다. 남은 찻잎을 정 재활용하고 싶다면, 그냥 팔팔 끓인 다음 걸러내 우유랑 설탕 섞어 밀크티로 만들자. 참고로 녹차는 재탕, 삼탕할 수 있다.

리조토에 밥물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최현석 셰프가 이 조리법을 선보였다.

'홍차의 설탕' 이라는 단어는 "홍차에 설탕은 굳이 필요하지 않으나 있어도 상관 없다"는 뜻으로,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것을 의미하는 관용구다.



[잎차 끓이는 법]

잎차의 경우는 보통 잎 2~3g에 물 200~300cc, 우리는 시간은 3분 정도가 표준이기는 하나, 이건 대체로 유럽에서의 기준. 우리나라의 경우는 수질이 유럽보다 좋고 차가 잘 우러나기 때문에, 안내문대로 우리다가는 말 그대로 쓴 맛을 보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저것보다는 시간을 짧게 우리는 것이 좋다. 추후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자신의 입맛이나 차 종류에 따라 시간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좋다.

밥숟가락과 보편적으로 쓰이는 티스푼의 중간 정도 크기인 티 메저 스푼으로 적당히 한번 푼 정도이며, 티스푼 기준으로는 아주 수북하게 조심해서 푸거나 한 스푼 절반 정도가 그만큼이다. 잎을 잘게 바숴놓은 브로큰 계열의 경우에는, 같은 무게나 부피에서 표면적이 넓어져서 더 많이 더 빨리 우러나올 뿐더러 쓴맛이 더 강조되기도 하므로, 주의해서 조금만 우려내도록 하자.

물은 공기방울이 크게 올라올 정도로 확실하게 끓인 물을 사용하며 녹아있는 공기의 양에 따라서도 차가 우러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생수보다는 차라리 수돗물이 낫다. 물론 기호에 따라 생수를 써도 무방하다. 그러나 에비앙을 비롯한 미네랄 함량이 높은 소위 웰빙 생수와 광천수라고 명명된 제품은 반드시 피하도록 하자. 심할 경우 잎을 넣은 채로 끓여도 우러나지 않는다.

제대로 우리려면 먼저 티 포트나 잔에 찻잎을 깔아놓은 후에 뜨거운 물을 그대로 끼얹어야 한다. 조심해서 살살 붓는 것이나, 물을 먼저 붓고 그 위에 찻잎을 올리는 것은 삽질이다. 넘치거나 튀는 것만 주의하면서 확 부어버리자. 소위 점핑이라고 부르는 현상을 일으키려는 것인데, 찻잎이 물을 머금고 위로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면서 향과 맛을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살 부어버리면 찻잎이 물위로 끌어올려지지 않으므로 점핑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동안 뭘로 꼭 덮어놓도록 하고, 그동안 마른 행주나 목도리 같은 것으로 잘 싸서 조금이라도 덜 식게 해주는 것도 좋다. 아예 그럴 용도로 만들어진 티 코지(Tea Cosy)라는 것이 있다. 모자처럼 생겼는데 솜이 누벼져 있어서 티 포트에 포옥 씌워주기 간편하다. 또는 직접 열을 가하는 티 워머(Tea Warmer)도 있다.

잎의 크기에 따라서 우러나는 시간이 다르니 작은 잎은 조금 짧게, 큰 잎은 좀더 길게 우린다. 그리고 잔으로 그냥 우리는게 아니라 티 포트에 우려서 여럿이 마시려고 하는 것이라면 다 우린 후 잔에 따르기 전에 남은 뜨거운 물로 잔도 살짝 덥혀주는게 좋다. 그리고 처음 마셔보는 사람에게는 찻잎을 거르는 것도 조금 고민할만한 문제인데, 잎의 크기가 크다면 티 스트레이너라고 부르는 철망을 하나 장만해서 쓰면 된다. 너무 잘게 바숴진 잎이라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 싶으면 커피용 여과지를 이용하거나 아예 국물내기에 쓰는 다시팩에 담아서 티백처럼 마셔도 괜찮다.

필터가 같이 딸려오는 티포트라면 알맞게 우린 다음 필터를 빼도록 하자. 다만 유리 티포트 메이커인 사마도요같은 제품은 티필터를 뺄 경우 뚜겅을 닫을 수 없으니, 이런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뚜껑을 닫지 못한다면 차가 빨리 식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점을 모르고 구매했을 경우, 티필터가 있음에도 인퓨저로 또 다시 우릴 수밖에 없는 눈물나는 상황이 연출된다.

한편, 영국식으로 홍차를 끓이는 방법을 ISO에서 ISO 3103으로 표준화시켜 놓았다. 1999년에 이그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경력까지 있다.



[티백 끓이는 법]

우선, 티백 뒤에 써있는 대로 '100cc에서 3~5분' 우렸다가는 쓰고 떫은 홍차가 되어버리니 주의하자. 어지간한 티백 1개당 찻잎 2.5g 정도가 담겨 있어서(잎차의 1잔 분량이 약 3g) 오히려 양이 적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잎차의 형태로 파는 것에 비해 티백 내용물의 전반적인 품질이 낮을 수밖에 없기도 하고, 좀더 간편히 마실 수 있도록 빨리 우러나라고 잘게잘게 가루처럼 빻아놓았기 때문에 아주 순식간에 풀려나온다. 

그리고 이 와중에 현미녹차 마실 때 버릇으로, 티백으로 낚시질도 해보고 스푼으로 꾹 눌러서 엑기스를 뽑아내놓고 '홍차는 너무 써서 못 먹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티백을 꾹꾹 짜는 건 정말 차맛을 망치는 지름길이니, 그러지 말자. 아깝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경우도 있는데 원래 찻잎을 아끼면 맛있는 차는 마시기 힘들다. 그리고 한국은 유럽에 비해 물에 섞여있는 미네랄 함량이 낮은 편이다. 그 때문에 차 성분이 상대적으로 잘 우러나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티백을 우릴 때에는, 뜨거운 물을 부은 뒤 티백을 세워서 미끄러지듯 투하한다. 티백에는 공기가 들어있기 때문에, 티백을 먼저 넣고 물을 부으면 티백의 공기가 빠져나오지 못해 티백이 물 위에 동동 뜨게 되어 제대로 우러나지 않게 된다. 일단 티백 하나당 200cc 정도가 적당하고, 취향과 물의 양에 따라 2~3분 가량 우리면 된다. 영국의 기준으로 3-3-3 (3g, 300cc, 3분)을 기준으로 취향대로 조절해가면서 마시면 되지만 위에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잎차를 잘게 부숴놓은 경우가 많으므로 한국에서는 보통 2분 내외의 시간으로 조절한다. 밀크티의 경우는 보통 3~5분이다.

비교적 맛이 연한 다즐링이나 얼 그레이는 티백으로는 2분~3분 정도 우리면 아주 미세하게 쓰면서 조금 텁텁한 느낌만 나지 쓰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진한 아삼이나 실론 계통은 2분 정도 우리면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쓰다. 따라서 홍차를 우릴 때는 홍차의 종류와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적절하게 우리면 된다. 그리고 잘못 우려내서 너무 쓴 경우, 버리지 말고 그대로 우유를 타서 밀크티로 만들면 맛이 괜찮다.


[보관 방법]

홍차의 상미기한은 대개 3년으로 표기하나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보관을 잘 했느냐에 따라 더 오래 마실 수도 있다.

그냥 통이나 캔에 한꺼번에 담아 자주 여닫으면 쉽게 향이 날아가고 잎이 빨리 산화하므로, 은박 봉투 등에 조금씩 나눠담아(소분) 밀봉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습기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굴러다니는 실리카겔 봉지 따위가 있다면 같이 두자. 단, 김 포장에 들어 있던 것은 좋지 않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실리카겔도 팔고 있으니 그걸 사다가 넣어두자. 가격도 싸니 돈 아끼겠다고 김 포장에 들어 있던 실리카겔 넣었다가는 김 냄새가 밴다. 그마저도 아까우면 약국에 가서 남는 실리카겔을 얻어오자.

녹차에 비해 향이 쉽게 날아가므로, 홍차를 사서 봉지를 뜯었을 때, 반드시 완전하게 밀폐되는 용기에 보관하거나 지퍼백으로 개봉한 용기를 포장해놓고 가능하다면 방습제도 동원하자. 만약 그렇지 않고 끈 등으로 대강 묶어두어 보관하면, 나중에는 향이 거의 없는 빨간물로 전락한다.

다기를 사용하다 보면 찻물이 들어서 신경쓰일 때가 있는데, 웬만하면 합성세제로 닦지 말고 중성세제나 소다-탄산수소나트륨을 사용하자. 소다를 적당량 덜어서 약간 물기가 있는 상태의 다기에 문질문질하다보면 의외로 잘 닦인다. 정말 확실한 효과가 필요하다면, 영국에서 수입된 astonish tea&coffee cleaner 써보자. 일반 주방세제처럼 오염부위에 대고 문질러대는 것보다는, 물에 개어 오염부위에 묻히고 수시간 후 닦아내는 것이 효과가 좋다. 정말 기적처럼 찌든 때가 사라진다! 

다만, 플라스틱이나 실리콘은 사용이 안 되고, 금박이 벗겨질 수도 있으며 1통에 1만원 가까이 하는 비싼 가격이 단점이다. 또는 아크릴 수세미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뜨거운 물을 다기에 담아 예열시켜 두고 아크릴 수세미는 따뜻한 물로 한번 헹군다. 그리고 다기를 아크릴 수세미로 문질러주면 거짓말같이 찻물이 사라진다. 이렇게 사용한 아크릴 수세미는, 세제를 사용하거나 다른 그릇을 닦는데 사용하면 안 된다.



[홍차 아이스티]

차갑게 식혀서 마시는 홍차. 홍차를 찬물에 미리 넣고 그대로 팔팔 끓여낸 후 식힌 다음 설탕, 레몬, 얼음을 첨가하면 그게 바로 아이스 티다. 보통 상큼함을 더하기 위해 레몬주스를 약간 첨가하고, 차의 쓴맛을 약화시키기 위해 베이킹 소다도 약간 넣는다. 미국 남부식 아이스티는 스위트티라고 부르는데, 설탕 대신 시럽을 부어 넣어서 달게 만든 버전이다. 그리고 우리가 보리차를 물 대신 마시듯이 미국 남부에서는 이걸 물 대신 마실 정도다.

만드는 방법이 2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급랭 또는 급냉이라고 하는 진하게 우린 차에 얼음을 넣는 방법이다. 당연히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므로 밍밍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평소보다 찻물을 반 정도로 줄여서 붓는 센스가 필요하다. 2번째는 냉침이라는 방법인데, 액체에 찻잎을 넣고 잘 밀봉해 냉장고에 오랜시간 넣어두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급랭보다는 오래 걸리지만, 향이 비교적 더 잘 보존되어 있고 카페인은 뜨거운 물에서 보다 잘 우러나기 때문에 카페인의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주로 생수에 하지만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해서 탄산수, 사이다, 우유 심지어 소주나 와인같은 술에도 가능하다.

팁을 조금 주면 사이다에 할 시에는 어째 털어줘야 할 듯한 사이다나 즐사이다 보다는 일곱 별 사이다로 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제일 맛있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사이다나 탄산수같이 탄산이 들어있는 음료는, 병을 열고 한 모금 정도 조금 마신 뒤에 찻잎을 넣어야, 열었을 때 흔든 뒤에 열었을 때처럼 폭발하듯 넘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 냉장고에 넣어둘 때 뚜껑을 꼭 닫고 뒤집어 넣어 두어야 소중한 탄산을 지킬 수 있다. 

우유냉침을 할 때는 찻잎에 소량의 뜨거운 물을 부어서 살짝 불린 뒤에 넣어야 보다 잘 우러나오고, 혹시 히비스커스나 베리류같이 새콤한 허브가 들어있는 차를 우유나 요구르트같은 유제품에 넣어서 냉침하면 우유에 식초를 넣었을 때처럼 조금 몽글몽글하게 엉기는 경우가 있으니 이게 꺼려지는 사람들은 주의하자.

홍차 대신 녹차로 만들면 아야타카가 된다.

참고로 롱 아일랜드 아이스 티는 이름이랑 맛만 아이스티고 사실은 소주보다도 도수가 높은 술이다! 괜히 헷갈려서 마시고 꽐라 되지 말자.



[홍차와 꿀]

일반적으로 설탕 대신 꿀을 타면 꿀의 철분과 홍차의 탄닌 성분이 결합하여 탄닌산철이 되는데 탄닌산철은 인체에서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되어 변비, 빈혈등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꿀 속에 철분이 많이 든 것도 아니고, 벌꿀 기준으로 100g에 0.4mg 들어있다1Tsp 푹 떠서 넣어도(20g) 그 안에 들어있는 철분의 함량은 고작 0.08mg. 비정제설탕 속 철분 함량이 이것보단 더 높으니 홍차에 꿀 타서 먹고 싶으면 탄닌산철 걱정하지 말고 타먹자. '티허니'라는 물건은 철분을 제거한 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일본 홍차 회사 루피시아에서 발매되는 티허니에는 철분을 제거했다는 말이 쓰여있지않다. 벌꿀에 과즙, 향료, 차 추출물을 섞은 물건일뿐. 다만 뜨거운 홍차에 꿀을 타면 꿀의 향이 차 향을 가리거나 비싼 꿀을 넣은 보람도 없이 꿀향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굳이 넣진 않는 것일 뿐이다. 설탕도 많이 넣으면 뒷맛이 텁텁해지니 적당히 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