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틀 뮤틸레이션 (가축 도륙사건) UFO의 소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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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틀 뮤틸레이션 (가축 도륙사건) UFO의 소행인가?


2017. 1. 26.

1970년대 영국, 캐나다, 미국과 중남미,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일어났던, 가축이 도륙되어 내부의 피와 내장만 사라진 채 죽어 있었던 현상을 일컫는 말. 당시에는 외계인이나 흡혈괴물 추파카브라의 소행으로 봤었다. 

대한민국, 일본, 중국, 중동 등 아시아에선 있지 않았던 일이라서 딱히 번역되지 않아 캐틀 뮤틸레이션이라 그대로 불린다. 굳이 고유명으로 부를 땐 중국어로는 수족절단(手足絶斷)이라고 부른다.



외계인 음모론의 주요 떡밥 중 하나. 하지만 요즘은 통 일어나지 않는 일인지라 인기가 시들하다. 하지만 빈도수가 덜할 뿐 아직도 미국 남부 농촌지대나 핵실험장 근처, 멕시코 북부 국경지대, 브라질 등에선 간간히 일어난다. 공교롭게도 장소들이 하나같이 군 부대나 핵실험장, 원전 등과 연관있는 게 특징이다. 

가축 절단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미군의 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절단면이 레이저로 자른 듯 정교하거나 현장에 대놓고 미합중국 육군 및 미합중국 공군의 의무대에서 사용하는 외과 수술용 메스가 떨어진 것은 이 사건의 범인이 미군이라는 반증이다. 정확힌 핵 실험장이나 전술핵 배치기지, 원자력 발전소 등에서 방사능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모종의 실험을 한 것으로 국내에선 2000년 경 호기심 천국에서 퇴역 미군 병사가 나와 텍사스 일대에서 자신들이 이런 일을 벌였다고 증언했다.

  • 캐틀 뮤틸레이션은 핵실험장이나 군사기지 근처에서만 일어난다.

  • 외계인 소동을 벌인 건 일의 특성 상 대놓고 하기 힘들어서이다. 이런 짓을 한 이유는 보상하기가 귀찮았기 때문일 것이다.
  • 한국에도 대규모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개중에 나이트스토커 등 특수부대 전력도 있는 만큼, 그리고 1990년까지 전술핵이 실제 배치되었고 완도 근처에는 영광원전도 있는 등 미군이나 핵 떡밥은 충분해서 충분히 이런 실험을 할 만 하다. 어차피 해도 한국 정부는 일의 특성 상 항의도 못 할것이 뻔하기 때문.

위와 같은 주장에 헷갈리면 안 된다. 이하의 내용이야말로 가축 절단에 대한 가장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설명이다.

지난 1979년, 미국 뉴멕시코 주의 목축업자들과 낙농업자들 사이에 가축납치 및 절단에 대한 무서운 소문이 돌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주 정부에서는 "가축 의문사 조사위원회" 를 구성하는 한편, 당시 물가로 약 44,170달러의 조사기금을 책정하여 5월 28일 조사에 착수하였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흐른 뒤인 1980년 5월 27일, 조사위원회의 케네스 롬멜 주니어(K.M.Rommel Jr.)는 그간의 연구성과를 담은 한 편의 보고서를 발표한다.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한 웹 문서를 일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롬멜은 자연사한 젖소들을 야외에 방치한 채 가만히 관찰한 결과, 검정파리 같은 곤충이나 새, 그리고 스컹크, 말똥가리, 족제비 등과 같이 비교적 크기가 작은 야생 동물들이 시체의 비교적 부드러운 부분들을 모두 게걸스럽게 뜯어 먹었으며 그들이 이빨로 베어먹은 것이 다른 캐틀 뮤틸레이션과 마찬가지로 마치 칼로 자른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캐틀 뮤틸레이션처럼 시체 주변에 피가 배어 나오지도 않고 마치 피만 적출한 것과 같은 모양새로 변하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는데, 롬멜은 피는 혈관 속에서 가라앉고 심장은 죽으면 더는 펌프질을 하지 않으며, 곤충들이 몸 밖으로 나온 피들을 모두 게걸스럽게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참고로 롬멜은 미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한때 FBI 소속으로 일하긴 했지만 이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FBI 은퇴 이후에 뉴멕시코 주정부에게 고용된 때였다.

또한 과학적 회의주의의 관점에서 음모론들을 논박하는 서적 《회의주의자 사전》 에서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신봉자들은 동물들이 그런 특이한 상처를 입은 데에는 유산중독증처럼 지상에서 볼 수 있는 원인 혹은 자연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중략) 포식동물(스컹크, 대머리수리, 족제비 등)이나 곤충(검정파리 같은 곤충들) 또는 새들 같은 자연이 원인이라고 설명해도, 또 아무리 철저히 조사해봐도 거기에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할 정도로 불가해한 점이 없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Rommel, 1980)

곤충과 동물들은 종종, 죽은 가축의 가죽을 파헤치려고 들기보다는 생식기처럼 공격하기 쉬운 점막성의 부드러운 부위를 먹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또한, 포식동물이나 청소동물의 이빨로 죽은 동물을 절개한 부위는 칼로 베어낸 자국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거의 없는 이유는 동물이 죽으면 피가 굳고 심장이 멈추기 때문이며 곤충들이 흘러나온 피를 먹어치운 것이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중략)

음모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런 사실은 우리 군대가 의심받을 이유가 없는 민간인 목장주의 가축을 대상으로 신무기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한때 사람을 대상으로 그런 짓을 자행한 군대가 비밀리에 가축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을 자기들의 권리로 여긴다고 해도 놀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외과 수술용 메스가 떨어져 있었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추측일 뿐이며, 유독 군사기지 근처에서만 발견된다고만 하지만 이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내지는 단순히 "어디에서나 군사기지는 의외로 찾기 쉽기 때문" 일 가능성이 더 높다. 하물며 방사능 무기 테스트설은 고등학생들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썰에 불과하다. 방사능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과 캐틀 뮤틸레이션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방사능 체외/체내 피폭을 당하면 레이저로 잘린 듯한 정교한 상처가 난다는 식으로 설명되는 문헌은 어디에도 없다! 전직 군인 등이 나서서 우리가 했다느니 하는 식으로 양심고백(?)을 하는 건 음모론 세계에서는 워낙 흔한지라 그 세계 바깥에서는 그렇게 결정적인 근거도 되지 못한다. 그렇게 따지면 5.18 광주 민주화운동 때 북한군을 수백 명씩 보냈다는 헛소리도 탈북자 임천용 씨가 당당히 증언하고 있으니 받아들여도 될까? 중요한 것은 소위 양심고백이 아니라 외적 근거와의 교차검증인 것이다. 교차검증이 안 되면 그냥 개인의 돌출발언에 불과할 뿐이다.

사실 군부대나 기타 관련 산업체와 한 번이라도 협업이나 프로젝트를 해 보았다면 "귀찮아서 보상을 안 해주려고 비밀리에 한 거다", "인근 목장의 동물들을 대상으로 시험해 봤다" 는 따위의 추측들이 얼마나 황당무계하고 허무맹랑한지 대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무기개발이라는 것은 당장 사용자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무기 테스트하는 사람들은 한낱 소 따위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다. 아니 거꾸로 말해서, 여러분이 군 장성이라면 신무기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거 성능 죽여줍니다. 제가 뒷집 목장의 소들을 대상으로 쏴 봐서 확실합니다." 이따위로 광고를 하는 무기를 수십, 수백억씩 주고 구입하고 싶을까? 눈을 희번득거리면서 지켜보고 있을 국회의원들은 어쩌고?

아무튼 이런 소문에 함부로 부화뇌동하지 말자. 세상에는 이 정도 썰보다도 훨씬 이상야릇하고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널리고 널렸다.

사실 이 사건들의 범인들은 의외로 다름아닌... 실제로 2006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섬에서 키우는 염소가 내장만 사라진채 죽는 캐틀 뮤틸레이션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때도 범인은 멧돼지였다. 처음엔 내장만 먹고 버렸지만 점점 대담해져서 나중엔 머리와 가죽만 남기고 몽땅 먹어치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