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제발 내버려둬.... 히키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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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제발 내버려둬.... 히키코모리


2016. 12. 27.

일반적으로 최소 3개월 이상 집에 틀어박혀 외부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정신병리학적으로는 얄짤 없이 회피성 성격장애 삽화다.일본 웹에서는 보통 줄여서 '히키'로 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방구석 폐인, 은둔형 폐인, 은둔형 외톨이, 방콕족 등이 있으며, 그 밖에도 '방안 퉁수'라는 말이 있긴하지만, 뉘앙스가 좀 다르다. 보다 고전적 표현인 "두문불출" 역시 뭔가 뜻이 있거나 생각이 있어 칩거한다는 의미라 히키코모리의 정의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낙군수"라는 말이 가장 비슷하나, 남자에게만 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영어에는 비슷한 의미로 shut-in, basement dwelle 등의 용어가 있다. 은둔형 외톨이를 줄여서 은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니트족과의 다른 점은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살아간다는 점이다. 일상적인 사회적 활동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는 니트족과는 달리 이들은 대인관계와 사회생활 자체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경우이므로 분명 차이가 있다.

그냥 밖에 나가기 귀찮거나 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히키코모리라고 지칭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건 히키코모리와는 다른 유형의 '활동형 외톨이'다(...). 한국에선 이를 흔히 집돌이, 집순이 등으로 칭한다.


사회적으로 큰 충격이나 절망감을 경험하고 히키코모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집단괴롭힘을 당한 사람들이 이쪽으로 빠지는데 이유인즉슨, '밖'은 누군가와 놀 수도 없고 괴롭힘만 당하는 장소이지만 '집 안'은 안전지대이기 때문에 집을 벗어나기 싫어하는 것으로, 이런 사람들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수단인 인터넷에 중독되기도 한다. 상태가 더욱 심각해지면 인터넷조차 끊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멍하니 시간만 보내는 나날을 반복하다 묻지마 살인, 가정폭력, 자살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한다.

이들은 남모르는 심리적 고통을 안고 있다. 일본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으며, 사회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단체도 있다. 한국 또한 히키코모리가 상당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조사나 대처 방안이 미흡한 실정이다. 더구나 한국에서도 학교폭력, 청년실업, 사업실패, 경제난, 질병 등으로 이렇게 삶을 포기하고 은거하는 사람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 매우 심각하다.

흔히 히키코모리는 오타쿠 + 20대 젊은 남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초기에는 그렇긴 하다. 하지만 점점 여성, 노인 등 다양한 계층,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히키코모리는 다양한 원인만큼이나 사실 성별을 가리지 않으며, 그중 상당수는 장년, 중년, 심지어 노년층도 섞여 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다가도 해고, 배신, 사내 정치, 파산, 사기 등 살아갈 의욕을 꺾는 사고를 당하고 그 충격으로 히키코모리가 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가정이 있는 가장도 히키코모리가 되기도 하며 당연히 가정은 파탄난다. 유명 인사 중 어떤 큰 사건이나 파탄을 겪고 은거하다가 사망했다는 기사는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보수가 낮고 일이 힘든 업종을 천대하는 한국 사회에서도 히키코모리가 양산된다. 예를 들어 중국집 배달부의 경우 " 저런 사람은 학교 다닐 때 공부 안하고 양아치 짓이나 하다가 짜장면 배달이나 한다 " 가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다. 실제로 그 사람이 학교 다닐 때 급우나 괴롭히고 공부를 안해서 배달부를 하는 지 아니면 그냥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닥치는대로 일을 하는 지 그 속사정은 알 길이 없는데도 함부로 예단하고 인격을 모욕하는 풍조가 강한데 이 때문에 히키코모리가 양산되거나, 혹은 히키코모리에서 벗어나 재활하려는 사람을 다시 방 속으로 등 떠밀어 넣게 된다. 방에 있으면 최소한 인격 모욕은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다시 방 밖으로 끌어내기는 훨씬 어렵게 된다.

마치 온라인 게임이나 하며 사는 게 히키코모리의 스테레오타입처럼 보이지만 나름 방 안에서 각자가 가진 취미생활에 빠지는 게 일반적이다. 어떻게 잘 풀려서 그 취미생활이 생업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극소수다. 거기다 취미생활조차 하지 않고 완벽하게 무기력하게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극단적인 히키코모리도 존재한다. 픽션에서 그려지는 히키코모리는 어느 정도 순화된 모습이며, 실제로는 극단적으로 타인 및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고 방안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쇠약해지고 성격도 예민해지기 쉽다.

또한, 상황이 악화되면 집기를 부수거나, 가족을 위협 또는 폭행까지 하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우울증으로 발전하고 자해나 자살로 발전하기도 한다. 더 심하게는 묻지마 범죄로 악화되는 등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히키코모리의 문제점이지만 이를 히키코모리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하게 되면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가족이나 주변에서 사회단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며 외부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억지로 외부 활동을 유도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들은 모든 것으로 심지어 때때로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친 것인데 그런 자들을 억지로 밖으로 끌어내면 자해나 자살 위험성이 터지며 심하면 묻지마 범죄까지 터지게 된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을 잘 설득하면서 취미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무엇보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문가 없이 직접 해결해보려 하는건 위험한일이기 떄문. 물론 말이 아예 통하지 않는 인간말종 히키코모리 같은 경우엔 계속 방치한다면 가족에게 큰 위협이 되고 범죄를 저지를수 있는 인간폭탄이기에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다. 이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히키코모리 개인 때문에 가족까지 피해를 볼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일본의 사례를 보면 사법처리가 오히려 성격 전환의 계기가 되는 일도 있어 반드시 당사자에게 부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만도 아니었다. 사법처리를 한다고 해도 동기, 사안의 경중과 재범 여부, 위험도를 판단해 결정하므로 반드시 교도소에 끌려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조사와 각종 면담, 보호관찰 과정 등을 거치면서 심리 전문가와 연결될 경우 정신차리고 갱생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

2016년 기준으로 일본의 히키코모리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다. 일본 정부는 2010년 70만명에서 50만으로 2016년에 줄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지만 통계오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사를 보면 히키코모리 조사 대상은 39세까지이고 40대부터는 아예 조사에서 빼는 통에 실제 숫자는 결국 70만 이상이라 추정되는 중. 특히 1970~80년대 히키코모리 1세대들은 이제 40대 이상으로 접어들었는데(...) 아직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도 매우 많다.

외견만 보고 내향적인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내향적이다가 외향적으로 성격을 바꾼 사람들이 더욱 히키코모리가 되기 쉽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다가 상처만 계속 입는 악순환을 경험할 확률이 높기 때문. 또한, 성격이 외향적일수록 히키코모리 상태에 여러 가지로 고통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특히 성격은 외향적인데 남의 기분에 둔감하거나 눈치, 사회성이 약한 사람들일수록 더욱 괴롭다.

한국에서는 히키코모리의 범주를 굉장히 넓게 잡으면서 오용하기도 한다. 농장을 운영하는 가족이 우리 애는 나이 먹고 결혼도 안 하고 가족들하고 얘기도 안 하면서 농장 일만 한다며 MBC <생방송 오늘의 아침>에 취재를 의뢰하는 일도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취재진)이 담배 같이 피우자고 실실대며 다가갔을 때 취재대상이 거북해 하며 피하자 마음을 열지 않는다며 자막을 띄워 사람 하나를 병신 만든다. 물론 이 경우는 경제활동도 하고 큰 문제없이 삶을 가족과 함께 영위하므로 히키코모리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일본에서 한 때 언론과 TV 프로그램에서 엄청나게 유행했던 단어지만 어느 순간 '나름대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인데 너무 몰아붙이지 말자.'라는 동정여론이 생겨서 현재는 자주 규제를 통해 거의 볼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 한국 TV에서는 그냥 히키코모리라고 쓴다. 반쯤은 비하의 의미로 말이다. 김구라가 종종 쓴다. 자막으로도 그냥 히키코모리라고 나온다. 대신 다큐나 교양 프로그램에서 좀 더 진지한 의미로 쓸 때는 한국식 표현인 '은둔형 외톨이'를 좀 더 자주 쓴다.

참고로 영국 옥스포드 사전에도 등재되었다.

2016년 나온 기사에 따르면, 일본의 히키코모리도 40대 이상 장년층 히키코모리가 기존의 만 15~39세 청년층 히키코모리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1990년 버블 붕괴 이후에 나타난 히키들이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늙어버린 것이다

히키코모리의 결말은 매우 비참하다. 그나마 친척, 형제들에게 도움 받거나 금수저라면 낫지만 벼랑 끝에 내몰리다가 마침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겪고 히키코모리가 된 상태인데 보통 이 지경이면 대부분 힘을 짜내서 무언가를 해보려고 해도 사회 생활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회로 나가는 첫 발걸음을 디딜 용기조차 갖지 못한다. 아니, 중증의 경우는 정말로 방이나 현관 문턱을 자기 발로 넘어갈 용기조차 나지 않는 경우마저 있다. 이 정도까지 상태가 악화되었을 경우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공황장애나 발작을 불러올 정도로 심한 정신적 충격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문 밖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 자체가 바닥이 보이지 않는 벼랑끝 외나무다리에 발을 올리는 심정이라 보면 된다.

게다가 히키코모리로 보낸 기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사회 복귀와 치료가 곱절로 힘들어지는데, 심지어 일본에선 30~40년간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먹을 것조차 떨어져가는 통에 구조를 요청한 사례들도 발생했었다. 그래도 당사자가 구조 요청이라도 했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최악의 경우 아예 자살을 선택하고 시체 썩는 냄새에 이웃이 신고해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도 적지 않다.

틀어박혀 지낸 기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막상 용기를 내서 사회로 나가도 문제가 심각해지는 이유는 있다. 10대나 20대 초반에 히키코모리가 되었는데, 반대로 자신과 비슷한 또래들은 20대를 지나 30대로 접어들며 계속 사회에서 활동한다면 직장경력, 연애, 결혼, 인간관계 면에서 많은 단절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이 제한을 심하게 따지는 문화일수록 나중에 정신차려 복귀하려 해도 취업은 힘들어진다. 최악의 경우 40대나 50대까지 몇십년을 틀어박혔다면 이미 자신의 또래는 실권을 지닌 사회의 주류인 상태가 되고 정작 히키코모리와 비슷한 사회적 위치나 그 이하는 주류 모임에 없다. 아니, 있을 리가 없다. 그들은 히키코모리화할만한 경험을 겪지 못했거나 빨리 벗어났으므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것조차 넘어가 60~70대를 향한다면 이제 동갑나기들은 직장생활을 마치고 퇴직금과 함께 은퇴하고, 결혼해 낳았던 자식들은 성장해서 사회의 신진세력이 될 준비를 하는 시기다. 이 시기까지 40~50년을 박혔다면 이젠 재취업문제 정도가 아니라 인간관계가 단절된 노인으로 노령빈곤과 건강문제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다.

그리고 부모도 관심이 없었거나 관심 가질 여유가 없었던 경우가 대다수이다. 유산 상속을 받는다 쳐도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면 건강이 당연히 나빠지기 때문에 치료비와 상속세로 상당 부분이 나갈 것이고, 겨우 남은 돈으로 1~2년을 버티다가 사회로 쫓겨나면 그 뒤는 답이 없다. 특히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이 본인의 행동 때문에 형제와도 관계가 막장으로 치닫은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형제들에게도 버림받기 일쑤다. 아예 형제들 중에선 의절해버리고 계속 찾아오면 경찰을 부르겠다며 접근금지까지 신청한 사람도 있을 정도다.

윗세대들은 경쟁사회에서의 자기관리 부족과 정신력을 운운하며 그들을 사회에서 필요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기에 좌절하고 또 다시 히키코모리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겪는다. 그리고 사회로 나온 순간 욕심은 생기는데 그걸 충족할 방법이 없으니 문제가 된다. 여기서 사회복지 시스템이 히키코모리들의 치료와 복귀를 위한 노력을 지원해 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상당한 차이를 낳는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만을 탓하며 무조건 버려두는 것은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득될 것이 하나도 없다. 개인주의의 극치인 일본사회에서도 아예 히키코모리의 갱생을 위한 기관을 만들고 돕는 것은 단지 도덕적인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히키코모리 한 사람을 돌보는데 다른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경제적 사회적 손실이 더욱 심각하므로, 초기 비용이 약간 들더라도 적극적으로 갱생을 돕는 쪽이 경제적 논리로도 훨씬 효율적인 것을 깨닫기 시작해서다.

이를 다루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매체에서 내놓은 해결 방안은 결국 돈이 다 떨어져서 막장 상황에 놓이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시작하게 되거나, 타인의 도움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다시 발돋움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전자의 경우 돈이 다 떨어지면 세상을 비관하고 묻지마 범죄를 일으켜 구속되어 감방에 살거나 자살하기 일쑤이니 후자의 경우가 그나마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히키코모리를 구제하고 싶다면 해당 인물이 사회에서 겪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단 따돌림이나 왕따, 자아실현의 뼈저린 실패, 원활하지 않은 이성관계, 과도한 중독으로 인한 무기력증으로 한정하면 의외로 그렇게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란걸 알 수 있다. 당장 학창시절에 자신을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면 이들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테니까.

가장 먼저 그들의 처지가 그렇게까지 막장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상처를 보듬어 줄 필요가 있다. 만약 자신감이 생겼다면 가장 먼저 간단하게 청결을 유지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청소와 집안일 등을 통해 피폐해진 심신을 청결하게 하고 아무리 막장 상태에 놓여있는 자신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을 계속해서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남이 보기에 하찮은 것이라도 하나하나를 자기 손으로 할 때마다 성취했다는 것을 스스로 강조하며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하다 못해 자기 방 문지방을 넘어 현관에 가서 슬리퍼라도 신어보고, 대문 밖에 한 발을 내딛고 돌아온 것만이라도 복귀를 위한 첫 시도로는 정말로 훌륭한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을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게는 정말로 어렵고 모든 용기를 쥐어짜서 해낸 일이니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말자. 그 한걸음,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쌓여가면서 점차 앞으로 나아가게 되고 발전하는 것이다. 그걸 비웃거나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야말로 오히려 생각없고 무식한 잉여인간들인 것을 명심하자. 다르게 비유하자면 큰 사고를 당해 반신불수가 되고 평생 못 일어날 거라 의사조차 포기했던 사람이 죽을 힘을 다해 재활을 시작했고, 그 결과 반신불수를 벗어나 비틀거리면서도 하체를 조금 움직이는 기적적인 일을 이뤘는데.. 거기 갖다대고 너는 왜 일어나 걷지도 못하냐고 옆에서 비웃는 꼴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건 놀리는 인간이 오히려 나쁜 것이며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꾸준히 개선해 가자.

그리고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히키코모리들의 생각만큼 바깥세상이 위험한 곳도 아니고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는 치안의 국가이다. 그리고 대낮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잠시 나갔다는 걸로 이유없이 누가 때리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갱생을 위해 용기를 내서 다산콜센터를 찾아 전화하거나 기타 관련기관에 연락했는데 담당자가 친절한 말 대신 다짜고짜 폭언을 퍼부을 일이라도 일어날까? 아무리 한국이 복지와 상담제도가 엉망이라지만 자기 스스로 살 길을 찾으려는 생각을 하고 담당기관들에 전화하는 사람을 완전히 방치할 정도는 아니다.

만약 가족 중에 폭력을 휘두르고 방에 가둔 상태에서 말도 안 되는 학대를 한다면 112로 즉시 신고해라. 아무리 "가족간의 일은 가족끼리 처리하세요" 하는 식으로 넘어가려는 곳이 많다지만, 요즘 들어서 한국도 그렇게 넘어가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안 되면 당신의 이름과 연락처와 함께 제발 살려달라, 도와달라는 한 마디 말이라도 좋으니 관련기관에 글을 남겨라.

다음으로는 세간에서 말하는 도덕과 종교, 선한 존재에 대한 갈망과 환상으로 인해 생긴 상처를 먼저 과감히 버리게 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것은 험난한 사회를 살아갈 처세술과 강한 끈기, 이성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심 등 자신이 사는 세상을 바로 알고 다시는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요령이다. 뜬구름잡는 희망이 아닌 실질적인 비전을 심어줌으로써 세상을 바로 알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게 중요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자신은 어떤 상태에 있건 어떤 상처를 받았건 간에 그간에 행했던 모든 행동과 노력을 존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깨닫고, 언제든지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할 수 있으며 뿌듯한 일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 글을 읽는 히키코모리라면 이것을 알아둬라.

1. 당신은 한 인격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2. 당신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사람이다.
3. 당신이라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거나 행복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4. 당신에게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좋으니 일단 복귀에 도움되면 무조건 시작하라.
5. 당신은 사회복귀를 위한 도움 요청을 망설이지 말고 이 글을 보는 순간 검색해 실천하라.

그런데 성인이 된 후에도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히키코모리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어떤 사건으로 인한 충격으로 히키코모리가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 중에도 어떤 사건이나 사회, 혹은 내면의 갈등으로 인해 은둔하다가 사후에서야 세상에 부고가 알려지는 경우도 많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J.D 샐린저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