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와 유칼립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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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와 유칼립투스


2016. 10. 26.

호주의 마스코트 “코알라”

서식지 파괴와 잦은 질병으로 종족 보존 힘든 코알라. 호주인들의 사랑은 각별하기만 해.



유칼립투스 잎만을 먹는 편식종인 코알라

행동 느리고 스트레스에 민감

코알라는 호주 동남부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호주에만 사는 동물이기도 하다. 또한 영장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문을 가지고 있는 특징을 지녔다. 게다가 대나무만 선호하는 중국의 판다처럼 편식종으로 호주에만 있는 유칼립투스 나뭇잎만 먹고 사는 포유류다. 코알라는 야행성으로 주로 낮에는 잠을 자며 밤에만 활동을 한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가슴선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나무의 이곳 저곳에 묻히는 것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한다. 입 속에 볼주머니를 가지고 있어서 다량의 나뭇잎을 입안에 담아 두었다가 조금씩 꺼내어 밤새도록 씹어먹는다. 하루 섭취량은 500g∼1kg 정도다.
보통 사람들이 코알라를 인형 같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낮에는 꼼짝하지 않고 잠만 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지 관광 가이드들은 유칼립투스 잎의 성분이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코알라가 수면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학자들은 유칼립투스 나뭇잎이 영양가가 낮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나무 위에서 18시간 이상 잠을 잔다고 주장한다. 수면을 취할 때 코알라는 오랑우탄처럼 나무 위에 둥지를 만들지 않고 나무 기둥에 기대어 잠을 잔다. 오랫동안 나무에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떨어질 염려는 없다고 한다.
또한 코알라는 행동이 느린 것이 특징이다. 주로 나무 위에서 지내다가 다른 나무로 이동할 때에는 땅 위로 다니는데, 느릿느릿 걷다가 차에 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현지 안내원들은 관광객들에게 코알라를 쓰다듬는 것에 대해 주의를 준다. 특히 야생 코알라는 외부와의 접촉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수명이 짧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물을 마시지 않는” 동물

원래 ‘코알라’라는 말은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순수 호주 원주민어다. 코알라는 물을 따로 먹지 않고 단지 유칼립투스 잎을 통해서만 수분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유칼립투스만을 먹으며 나무 위에서만 생활하던 코알라가 가끔씩 땅으로 내려와 모래를 섭취하기도 한다. 이는 식물성 먹이의 소화를 돕는 새의 모래주머니와 같은 기관이 있어 모래나 작은 돌멩이를 채워 넣어야 소화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모래나 작은 돌멩이는 변과 함께 배출되어 버리기 때문에 코알라는 모래를 지속적으로 섭취해 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코알라는 소화와 흡수를 위해 몸길이의 3배가 넘는 긴 맹장을 가지고 있다.

유칼립투스 외에는 먹이 사절

앞서 언급했듯이 코알라는 판다와 같이 까다로운 식성을 가지고 있어서 유칼립투스 나무가 없는 호주 이외의 나라에서는 살기 어렵다. 게다가 호주에는 수백 종의 유칼립투스 나무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12종 외에는 절대로 먹지 않는 고집쟁이다. 그나마 미국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는 코알라를 유치하고 있다. 호주산 유칼립투스 나무를 심고 호주 남동부의 온도 및 습도 등 모든 주변 환경 조건을 그대로 갖추어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웬만해선 다른 나라에서는 코알라를 모셔올 엄두조차 못내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호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호주의 명물인 코알라를 보고 돌아가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캥거루처럼 육아주머니 있어

코알라는 애칭을 많이 가지고 있는 동물 중에 하나다. 특히 네이티브 베어(native bear)라고 해서 주머니곰 또는 새끼보기곰이라 일컬어진다. 학자들의 경우에는 ‘회색 배주머니를 가진 곰’이라 부르기도 한다.
코알라는 이처럼 곰이라는 별명이 많지만 실상은 곰과에 속하는 동물이 아니다. 코알라는 쿠스쿠스과의 한 종으로 유대류에 속한다. 유대류란 아기를 키울 수 있는 배주머니를 가진 동물들을 말하는데 캥거루, 주머니쥐 등이 이에 포함된다. 특이한 점은 코알라의 배주머니는 캥거루의 배주머니와 달리 주머니 입구가 아래로 향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배주머니 안에서 어느 정도 자란 코알라는 어미의 젖을 떼고 어미가 반쯤 소화시켜 배설한 유칼립투스 잎을 먹기 시작한다. 이때 어미의 항문으로부터 먹이를 가져다 먹기에 편리하도록 배주머니의 입구가 아래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체중 감당 못할 때가 독립시기

나무에서 생활하는 포유류들이 대개 단독생활을 하는 것처럼 코알라도 혼자 지내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일부 다처제인 코알라는 수컷의 영역 내에 여러 마리의 암컷 코알라가 살고 있으며, 수컷들간에 함부로 자신의 영역에 침범치 못하도록 영역간 구분을 확실히 두고 있다. 수컷 코알라는 짝짓기 시기에만 암컷과 함께 다니기 때문에 새끼를 낳은 후에 새끼 양육은 결국 어미의 몫이다.
코알라는 보통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출산하는데, 임신기간은 약 5주 정도다. 이 기간이 지나면 2㎝ 정도의 미발육 상태인 새끼 한 마리만을 낳는다. 배주머니 안에서 어미 젖을 먹으면서 수개월 동안을 지낸 후에야 비로소 밖으로 나온 새끼는 어미 등에 매달려서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어미 코알라는 새끼가 자라도 새끼를 독립시키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 등에 매달린 새끼 코알라가 성장하면서 늘어난 체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어미의 등으로부터 떨어진 새끼 코알라는 그때부터 홀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생후 2년이면 거의 다 성장하고 4년 정도가 되면 새끼를 낳을 수 있다. 다 자란 코알라라 해도 몸길이가 60∼85㎝ 밖에 안 되고, 몸무게가 4∼15kg 정도여서 귀여운 아기곰과 같은 느낌을 주어 세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보통 수명은 16∼20년이다.

환경 파괴 및 질병으로 시달려

과거 호주 원주민들은 코알라를 잡아 그 고기를 먹기도 했는데, 그 당시는 원주민의 수가 적었기 때문에 멸종 위기에 놓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18세기 초 유럽인들이 호주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온순한 코알라는 사람들에게 쉽게 잡혀 수난을 당했다. 더욱이 코알라의 털은 모피로도 각광받아 가죽을 마련하기 위한 밀렵꾼들에 의해 마구잡이로 포획되었다. 이같이 코알라의 수난이 계속되자, 심각성을 느낀 호주정부는 코알라 보호법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씩 발생하는 산불은 코알라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화재로 인한 서식지 파괴뿐만 아니라 행동이 느린 코알라들이 미처 피하기도 전에 재난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래 코알라에게는 천적이 없었지만 최근 인간들이 데리고 들어온 개들이 코알라의 새로운 천적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알라는 방어능력이 없기 때문에 나무 밑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는 개들이 짖기만 해도 강한 스트레스를 받아 아드레날린 분비에 이상이 생기거나, 이로 인해 죽기도 한다.
또한 코알라만이 걸리는 특이한 질병으로 인해 눈이 멀거나 폐렴으로 생명을 잃기도 한다. 그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코알라 암컷이 잘 걸리는 불임성병(chlamydia)으로 인해 생식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종족을 번식시키는 데 치명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거의 한 자세로 꼼짝하지 않고 잠만 자는 습성 때문에 엉덩이 부위에 생긴 욕창으로 살이 짓물러 썩어 들어가도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해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코알라를 돕기 위해 비정부 단체인 호주 코알라 보호 위원회(AKF. The Australian Koala Foundation)가 조직되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요즘에는 코알라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를 제작해 얻어진 수익금으로 병든 코알라를 치료하고 보호하고 있다. 호주인들은 코알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편이다. 보호시설에 수용된 코알라 돌보기 자원봉사 신청자가 계속 증가하는 바람에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는 1∼2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AKF는 보고서를 통해, 매년 4000마리의 코알라가 차에 치여 죽거나 개에 물려 죽는다고 발표하고 있다. 현재 호주 내에 서식하고 있는 코알라는 4만∼8만 마리 정도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