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신지 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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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신지 디스


2016. 10. 8.


학자형 군주였던 정조를 사람들은 흔히 점잖은 사람이었던 것으로 짐작하는데, 우리의 상상과 다르게 정조는 꽤 잘 노는(?) 사람이었습니다. 술은 자주 안 마셨다지만, 한번 마시면 폭음하기 일쑤였고, 더군다나 다른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아주 안 좋은 버릇이 있었었습니다. 이 때문에 술을 잘 못하는 정약용은 정조가 강권하는 술을 받아 마시느라 무척 고통스러워했다는 이야기도 전합니다. 이렇게 아랫사람들이 괴로워할 만큼 술을 즐겼던 정조는 담배도 즐겨 피웠습니다. 조선 후기에 전래된 담배는 빠르게 전파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흡연했다는 기록이 보이지만, 특히 정조는 대단한 골초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조의 아들 순조는 아버지와 달리 혐연가여서 백성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는 점이 재밌는 사실입니다(여러모로 순조는 정조와 다른 유형의 인물이었지만요).


또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보면 세종이 걸핏하면 지X라고 자빠졌네 등등 온갖 욕설을 날리는 욕쟁이 임금님으로 나오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상상으로 묘사한 성격인 것과 달리 정조는 진짜로 근거가 뚜렷한 욕쟁이 임금님이었습니다. 정조가 당시 노론의 거두였던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들이 고스란히 남았는데(이른바 정조어찰첩이라고 합니다), 이 편지들을 보면 정조는 글을 쓰다가 감정이 격해지면 욕설과 막말을 일삼았던 듯합니다. 한문으로 편짓글을 쓰다가도 딱히 어울리는 표현이 없으면 한글로 단어를 휘갈기기도 했고요. 사실 정조뿐만 아니라 아버지 사도세자, 할아버지 영조, 큰할아버지 경종, 그 위의 숙종까지 대단히 다혈질적인 성품의 소유자들이었는데(참고로 경종의 경우 몸이 워낙 약해서 왠지 안 그럴 것 같은 이미지지만, 실록에는 '차마 듣지 못할 말'이라고 해서 욕설을 한 기록이 있습니다), 이런 기질이 욕설과 막말로 발현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조선 왕실의 족보인 '선원보감'에는 정조의 간략한 초상화가 남았는데, 초상화로 볼 수 있는 정조의 얼굴은 현대에 상상해서 그린 어진과 정반대로 대단히 우락부락합니다. 학자라기보다 장수에 가까운 듯한 외모입니다. 한마디로 깨는 부분이 많은 임금이었고, 그래서 재밌는 부분도 많은 임금이 정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