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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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에 대한 오해


2016. 4. 10.

불가사리의 생물적 특성

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시기동안 우리는 인쇄나 방송매체 등을 통해 불가사리에 대한 보도를 많이 접하게 된다. 또한 스쿠버 다이버들이 연안에서 잡아온 불가사리를 발 아래 펼쳐두고 전쟁에서 개선한 장수들 마냥 의기양양하게 기념 촬영하는 모습 또한 종종 볼 수 있다.



이때 불가사리를 지칭하는 멘트로 '바다의 해적', '천적이 없는 포식'자 등의 무시무시한 수식어가 반드시 붙어 다닌다.
물론 불가사리는 어민들이 채집하는 수산자원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모든 불가사리를 무차별적으로 포획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 또 불가사리는 인류에게 백해무익하기만 할까 ?



Star fish 또는 Sea star로 불리는 불가사리는 극피동물문 불가사리강에 속하는 해양 무척추동물이며 세계적으로 1800여종, 국내에는 100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중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토착종인 별불가사리, 캄챠카와 홋까이도지역에서 건너온 아무르불가사리, 거미불가사리, 빨강불가사리 등의 4종류이다.



불가사리에 대한 최대의 관심사는 불가사리의 포식성과 강한 생명력에 있다. 성숙한 아무르불가사리를 기준으로 할 때 한 마리당 하루에 멍게 4개, 전복 2개, 홍합 10개를 거뜬히 먹어치운다고 조사된 바 있는데 이들은 팔 밑에 있는 관족을 이용 조개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자신의 위장을 조개 속으로 밀어 넣어 조갯살을 녹여서 먹는다.



이 동물이 불가사리로 불리게 된 것 또한 재미있다. 서구에서는 별처럼 생겼다하여 Starfish 라 이름 짓고 중국에서도 海星이라 부르지만, 우리 선조들은 몸의 일부가 잘려도 스스로 재생해내고, 물에서 건져 올려도 몇 일간은 살아있는 강한 생명력에 의미를 두어 불가사리라 이름 지은 것 같다.



실로 가장 오래된 지층인 3억년 전의 지층에서 발견되는 불가사리가 오늘날의 불가사리와 큰 차이가 없는 점을 보면 긴 시간동안 진화되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이들이 가지는 강한 생명력을 기반으로 진화를 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무르 불가사리




우리나라에 퍼져있는 불가사리중 가장 악명을 떨치는 것이 전형적인 육식성 불가사리인
아무르 불가사리이다. 혹시 물 속에서 이놈을 볼 기회를 가진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실로 소름 끼칠 정도의 크기에(큰놈은 길이가 40cm에 이르는데 물 속에서는 실제보다 25%정도 더 크게 보인다.) 희거나 누르스름한 몸체에 푸른 점 무늬가 새겨져 있는 징그러운 외형을 가지고 있다.



추운 지방에 있다가 전파되어온 영향으로 오히려 겨울철에 활발한 활동을 하며, 여름철에는 연안에서 조금 떨어진 깊은 곳으로 이동하거나 가능한 움직이지 않는 습성이 있다.



여타 불가사리와 마찬가지로 조개류를 포식할 때 다섯 개의 팔로 조개를 감싼 후, 팔 밑에 무수히 붙어 있는 관족의 힘으로 조개 입을 벌려 위장을 조개속으로 넣어서 조갯살을 녹여 먹는데 관족의 힘이 여타 불가사리에 비해 엄청나다. 일단
아무르 불가사리 떼가 한번 지나간 곳은 살아남는 조개가 남아 나지 않을 정도여서 말 그대로 싹 쓸고 지나간다고 할 수 있다.



외래종인 아무르 불가사리가 우리나라 연안에 급속도로 퍼지게 된 것은
아무르 불가사리의 특이한 이동법에도 기인한다. 아무르
불가사리는 강한 관족의 힘으로 1분에 1m 정도 이동할 수 있으며 자신이 있는 곳에서 더 이상 먹이감을 찾지 못하면 몸에 공기를 채워 부력을 맞춘 후 조류를 타고 먼 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알에서 깨어나 플랑크톤 상태일때는 물 속을 떠다니며 자기가 살기에 적합한 곳을 찾는다고 알려져 있다.



별 불가사리




토속종인 별불가사리가 조개류를 전혀 포식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별불가사리는 팔이 짧고 움직임이 둔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별불가사리의 움직임 보다 전복의 움직임이 더 빠르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느린 움직임은 별불 가사리가 포식할 수 있는 먹이감에도 다른 육식성 불가사리와 차이를 두게 되어 주로 죽은 물고기나 병들어 부패된 조개류등의 유기물을 먹이감으로 삼는다.



별불가사리의 이러한 습성은 오히려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아주는 순기능으로도 작용한다. 또한 우리연안 기온에 적응을 하고 있는 별불가사리는 아무르불가사리의 활동이 뜸한 여름이 되면 아무르불가사리를 공격하여 포식하기도 한다.



거미 불가사리와 빨강 불가사리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제주연안에서 많이 발견되는 거미불가사리와 빨강불가사리류는 인간에게 오히려 도움을 주는 불가사리라 할 수 있다. 제주 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들은 조개류를 전혀 공격하지 않고 물 속에서 부패한 고기와 유기물만을 먹이로 섭취한다고 한다.
이들의 습성은 육지에서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을 옥토로 만드는 지렁이에 비유될 정도로 해양환경에 유익한 것이다.



불가사리의 약용연구




앞에서 불가사리라 해서 모두 우리의 어족자원을 해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불가사리가 어민들의 재산에 큰 피해를 준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불가사리를 구제하긴 해야 하는데 문제점은 일일이 인간의 손으로 잡아내야 한다는데 있다.



양식장이나 연안에서 불가사리를 구제하기 위해 다이버를 고용한다는 것은 채산성에도 맞지 않는다. 이에 불가사리를 식용 또는 약용으로 쓰자는 연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스개 소리로 ‘몸에 좋다면 개똥도 귀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불가사리가 약용으로 개발만 된다면 불가사리 구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될 법도 하다.



현재 불가사리에 대한 약용 연구는 국내외 연구진에 의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관동대 의학과 이용수 교수팀은 ‘동해안 해양생물로부터 의약품소재개발’이라는 프로젝터를 통해 2004년까지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물질로 항암 작용을 가진 신의약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강원대 동물자원연구소 김창혁교수팀은 불가사리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과 철분을 이용 기능성 가축사료를 개발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연구사례를 보면, 불가사리 팔이 잘렸을 때 절단 부위가 감염되지 않고 새로운 팔이 재생하는 생물학적 특성에서 착안한 미국 애팔래치안 스테이트의 생물학교수 엘렌스트랄 박사는 거미 불가사리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감염 저항 박테리아를 분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의 탄생을 예고한다.



글을 마치며




이와같이 불가사리는 그 종에 따라서는 해적으로 분류할 수도,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로 분 류할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연례행사처럼 해온 민관의 불가사리 구제작업을 보면 실로 보 여주기 식의 행사가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러한 점은 스쿠버다이버와 어민들의 반목에서도 기인한다. 어민들은 다이버들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일부 다이버들의 먹거리 위주의 다이빙으로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이유에서다. 어민과 다이버들이 대립하면 할수록 아쉬운 쪽은 다이버들이다. 어민들이 어촌계를 중심으로 '우리 바다에서는 절대 다이빙을 못한다'고 막고 서 있으면 다이버들은 바닷물에 몸을 적시지도 못하게 된다. 

결국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바다를 끼고 사는 어민들과의 화해를 모색할 수 밖에 없게 되고, 가장 눈에 띄는 방법으로 불가사리 구제라는 이벤트가 만들어져 모든 불가사리가 백해무익한 나쁜놈으로 포장되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볼 문제다.



자연은 자연스스로 생태계 균형을 맞춰 나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건강한 바다에서는 어느 한 종류의 동식물이 그 지역을 점유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고 생태계 균형을 이룬다.



오히려 이러한 균형을 인위적으로 깨뜨리는 것이 생태계를 파괴 하는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사리라기 보다는 연안에 빽빽이 가두리 양식장을 만들거나 생활하수를 유입시켜 불가사리에게 풍부한 먹이감을 제공하는 인간에게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