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세 가지 위기2 (무리수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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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세 가지 위기2 (무리수의 등장)


2016. 1. 25.

위기 2 피타고라스 학파가 수학계에서 지존자리를 지킬 때 터졌던 무리수의 개념.

이런 의문을 품은 자는 죽였다고 하죠.



고대 수학자이며 철학자, 그리고 신비주의자로 알려진 피타고라스(Pythagoras, 기원전 570경-479 경). 그를 신처럼 따르던 추종자들은 비밀 집회를 통해 수학을 비롯한 피타고라스 지식의 정수를 전수 받았다. 현재 알려진 피타고라스의 가장 큰 수학적 업적은 "직각삼각형의 빗변의 제곱은 다른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내용의 '피타고라스 정리'다. 그런데 바로 이 내용 때문에 피타고라스 추종자들의 신념에 커다란 동요가 일고, 급기야 동료 한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얘기가 전해진다.

 

피타고라스는 에게해의 사모스섬에서 태어났다. 그는 섬을 지배하던 군주의 폭정을 혐오한 나머지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크로토네로 이주하고, 여기서 비밀 공동체 조직을 창설했다. 피타고라스는 이미 당대에 신비한 인물로 인식됐다. 아폴로 신의 아들과 동정녀 피타이스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소문이 돌았을 뿐 아니라 각종 기적을 행하고 마신들과 대화를 나눈다고 알려졌다. 추종자들은 피타고라스를 신에 가까운 존재로 여겨 그리스의 영적 지주로 추앙했다고 한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數)를 만물의 근본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자연계의 물질을 삼각형이나 사각형 같은 기하학적 도형으로 표현했을 뿐 아니라 각 수에 윤리적 의미를 부여했다. 예를 들어 홀수는 선하고 짝수는 악하다고 규정했으며, 6은 결혼의 수로서 여성수 2에 남성수 3을 곱한 값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수가 오로지 1,2,3과 같은 자연수만 존재한다고 믿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만일 √2(=1.414 …)와 같은 무리수가 발견된다면 학파를 지탱하는 신념의 기반이 흔들리는 셈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일이 발생했다.

 

피타고라스는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을 제외한 두 변의 비율이 3 : 4일 경우 빗변의 값은 5라는 사실을 발견했다(사실 자신의 업적인지 제자들의 업적인지, 아니면 선대의 지식인지 불명확하다). 현 대의 공식으로 표현하면 3(2) + 4(2) = 5(2)이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이 대발견을 기념해 황소 1마리(1백 마리라고도 함)를 신의 제단에 바쳤다고 한다.

 

그러나 기쁨은 잠깐이었다. 만일 빗변을 제외한 두 변의 비율이 1 : 1이라면 빗변의 길이는 √2에 해당한다. 자연수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념에 가득찬 학파로서는 커다란 충격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피타고라스 추종자들은 일단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어떻게든 √2를 자연수로 표현해보려 애썼다. 이런 와중에 추종자의 한 사람인 히파수스가 비밀을 외부인에게 누설시켰다. 그러자 분개한 동료들이 히파수스를 바닷물에 던져 사망시켰다고 한다. 신념 때문에 새로운 과학 지식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모한 행태를 벌인 일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