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25.
추운 겨울에는 뜨거운 물을 사용할 일이 많다.
그런데 뜨거운 물로 세차를 해 보면 평상시에 생각하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여느 때 세차를 하는 것처럼 뜨거운 물을 자동차의 앞유리에 붓고 걸레로 닦아내려고 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다시 뜨거운 물을 부어서 녹이려고 해도 곧 얼어붙어 미끌미끌해지고 만다.
하지만 미지근한 물로 세차를 하면 이렇게 금방 얼어붙지는 않는다.
그럼 뜨거운 물이 미지근한 물보다 빨리 얼어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생각하면 뜨거운 물이 식어서 미지근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 미지근한 물이 빨리 식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뜨거운 물에서는 증발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기화열로 많은 열량을 빼앗기게 된다.
따라서 실제로는 미지근한 물보다 뜨거운 물이 빨리 식게 되고 먼저 언다.
물이 식을 때는 증발과 함께 주위로 직접 열이 전달되는 전도 현상도 나타난다.
증발이 전도보다 더 활발히 일어날 때는 뜨거운 물이 먼저 언다. 증발과 전도 중 어느 것이 더 활발히 일어나는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는 물의 온도와 물이 담긴 그릇의 재질을 들 수 있다.
충분히 뜨거운 물을 사용할 때 증발량이 많아지는데, 대체로 물의 온도가 80℃ 이상일 때 이런현상이 나타난다. 또 그릇의 옆벽으로 열이 잘 새나가지 않는 열전도율이 작은 재질로 된 그릇의 효과가 크다.
따라서 스테인리스 그릇보다는 열전도율이 작은 종이컵이나 컵라면 그릇에서 증발 현상이 더 잘 나타난다. 또한 증발은 물의 표면에서만 일어나므로 그릇 윗면이 넓은 경우에 더욱 활발하다.
시나이 사막에 사는 베드윈족은 검은 천으로 된 헐렁한 옷을 입고 산다.
햇빛을 받으면 검은 물체가 흰 물체보다 더 뜨거워진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일까,아니면 흰 천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베드윈족이 검은 옷을 입는 이유는 땀을 빨리 마르게 하기 위해서이다. 수분이 증발하면서열을 빼앗아 가면 더 시원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검은 옷을 입으면 흰옷을 입을 때에 비해 옷 안의 온도가 6℃ 정도 더 높아진다고 한다. 이렇게 데워진 공기는 상승해 헐렁한 옷의 윗부분으로 빠져나가고, 외부의 공기가 옷 아래의 터진 곳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몸 주위로 언제나 바람이 불게 된다.
물론 바람이 분다고 해서 기온이 저절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땀의 증발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그 기화열로 인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바람이 부는 날 체감 온도가 낮아져서 실제 기온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이유와 같은 원리이다.
증발 현상은 사람이 체온을 조절하는 주된 원리이기도 하다. 바로 땀의 배출이 그것이다.
피부에 있는 땀샘에서는 땀이 끊임없이 배출되는데 체온에 따라 그 양이 조절된다. 배출되는 땀이 매순간 기화해 열을 빼앗아 가면 우리 몸은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배출되는 땀의 양이 너무 많거나 공기 중에 습기가 꽉 차서 증발이 잘 일어나지 않으면 체온 조절이 원활하지 않아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 평소보다 불쾌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