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31.
우리가 생태계에 유해한 물질을 방출했을 때,그것이 자연에 사는 생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기로 하자. 먼저, 생태계에 방출하는 물질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어떤 물질들은 그 성질상 독성이 매우 강해서 아주 소량으로도 많은 생물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 또 어떤 물질들은 독성이 비교적 약해서 상당히 많은 양을 방출해도 그것에 노출되는 생물들이 별로 심각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언론에서 자주 거론되는 다이옥신은 그 독성이 청산가리보다 100배나 더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다음으로 위험한 환경오염 물질에는 각종 농약류와 중금속류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농양류 이외의 각종 석유화학 제품, 예컨대 페인트, 연료용 석유류, 냉방기의 냉매로 쓰이는 염화불화탄소류, 화학비료 등이 있다. 이런 물질들에 자주 노출되면 사람은 물론 자연계의 모든 생물도 피해를 입게 된다.
환경오염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사람이나 일반 동물에게서나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환경오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특정 오염물질에 대한 피해 가능성을 연구할 때에는 보통 실험용 쥐, 물고기, 개, 원숭이 등을 실험대상으로 삼는다. 이런 실험동물들에게 오염물질을 조금씩 투여하면서 나타나는 반응을 관찰해서 그 오염물질의 '안전 농도'는 얼마인지 '치사량'은 얼마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오염 물질에 의한 생물들의 피해 여부를 이런 실험실 실험을 통해서 모두 관찰할 수 있다고 믿어서는 결코 안된다. 왜냐하면 어떤 오염물질은 그 영향을 생물들에게서 관찰하기까지 수년, 또는 수십 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동안 인류가 사용했던 여러 가지 화학물질들이 자연의 생물들은 물론 우리 인간들에게까지 묘한 생리적 이상을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로 알려져서 커다란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생리적 변화의 한 예를 들어보자. 덴마크 남성들에게서는 정액 1ml당 평균 정자수가 1940년의 1억 1,300만 마리에서 1990년에는 6,600만 마리로 무려 45%나 감소했다고 한다. 동시에 1회 사정되는 정액량도 25% 정도가 줄어들어 유효 정자수는 50%나 감소했다. 덴마크에서는 젊은 남성의 질환인 고환암이 같은 기간 동안 세 배로 늘었으며, 다른 산업화된 국가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증상들은 과연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과학자들에 의하면 우리가 접촉하는 극미량의 화학물질들이 우리 몸 속에서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해 신체의 대사과정에서 이상을 초래한 결과라는 것이다.이처럼 우리 몸의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화학물질들을 최근에는 환경 호르몬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런 환경 호르몬에 대해서 우리가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는 이유가 비단 그것들이 미칠 수 잇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환경 호르몬의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 모든 종류들에 대해서 일일이 조사하기는 실제로 불가능하며 , 우리 몸의 호르몬들은 원래 그 양이 매우 적어서 분석하기가 매우 어렵다.
호르몬은 우리 몸 속에 항상 일정하게 들어 잇는 것이 아니라 필요시에만 생성되어 그 역할을 다한 후에는 곧 분해되어 사라져 버린다. 이런 문제점들로 인해서 환경 호르몬에 대한 연구는 실제로는 대단히 어렵다. 환경 호르몬으로 작용하는 물질에는 거의 모든 화학물질들이 다 포함된다는 것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