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미국 '테러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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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미국 '테러와의 전쟁'


2018. 4. 27.




테러와의 전쟁은 2001년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이 이후 21세기 전반 확립한 정치적 행동 개념과 군사활동의 개념을 일컫는다. 크게는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라크 전쟁 등을 일으키는 구실이 되었고 미국 국민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각종 악법들의 근원이 되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의 실패는 오히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세력의 힘을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되었고 사실상 관망자 처지였던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도 테러와의 전쟁의 일원이 되었고, 이 전쟁에서 촉발하거나, 엉뚱하게 아랍의 봄에서 시작된 이라크 내전, 시리아 내전, 리비아 내전으로 인한 엄청난 수의 난민과, 그 난민과 섞여 들어가거나 유럽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테러리스트들 때문에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해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던 유럽 국가들에게까지 테러가 번져나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소련의 붕괴 이후, 적이 없어진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의 위치에 올라 군사, 정치적으로 도전받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9.11 테러를 통해서 테러리스트가 미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적으로 떠오르게 되자 전 세계의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전쟁에 나서 이들이 미국 등 자유세계에 위험을 끼치지 못하도록 찾아내 제거하고 여기에 덤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공고히 한다는 원대한 계획이었다.

개 = 미국
손 = 테러

"물기 전에 생각 좀 해."



2001년 9월 20일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호기롭게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부시 대통령. 하지만...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성공적인 성과로 시작은 좋게 한 듯 보였으나 자제력이 부족한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국제적인 공조는 커녕 아랍권은 물론 전통적 동맹이었던 유럽까지도 미국에 등을 돌려 독립노선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전쟁의 결과도 개판이다. 테러리스트들을 개박살 내기는 했으나 여전히 테러는 일어나고 있고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무언가 경제적 이익이라도 나오면 좋겠지만 워낙에 말아먹은 게 많아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얼마나 지나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과거 세계 대공황 이후 대호황을 탄 전간기 미국 정도의 행운을 다시 맞지 않는 이상 이전의 군세를 갖추기는 어렵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한 치트키인 줄 알았던 미국의 국력 역시 2008년 월가의 도덕적 타락과 정경유착이 불러낸 희대의 막장 사태로 바닥으로 추락했고 중동권에 대한 몰이해 속에서 전략적으로 미스가 계속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소강 상태는 커녕 미국의 국방력을 소모시키는 진창이 된 것. 거기에 미국이 중동에서 열심히 삽질하는 동안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차이메리카라는 개념이 나올 만큼 상황이 나빠졌다.

그런가 하면 테러리스트를 잡겠다며 인권을 무시하고 미국 국민들의 기본권에 손을 대었는데 대표적으로 해외 각 지역에 비밀 감옥을 지어놓고 테러리스트 용의자들을 체포하여 고문하고 테러 용의자에 대하여 영장 없이 도청과 각종 수사가 가능해졌다.

버락 오바마 정부 이후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을 새로운 견제 대상으로 선정한 상황이지만, 미국 경제가 하향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은 다소 주춤하긴 해도 여전히 눈부신 성장을 이어가는 데다 세계 자본이 잇달아 중국 투자에 나서면서 기술력까지 강화된 상황이라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중국이 장기적으로는 9.11 직전 미국 못지 않은 초강대국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내재된 문제점으로 인한 한계를 드러내면서 미국 경제는 세계적 불황에도 여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군이 보병 중심의 게릴라전과 대테러전을 수행하다 보니 게릴라전에 써먹기 힘든 전면전용의 각종 전투기와 대형 군사장비 사업이 이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줄줄이 예산이 갈려나갔다. 이후 미국은 한국 등 세계 각국에 무기 팜플렛을 들고 돌아다니는 한편 우방국의 국방비 증강을 계속 요구하는 중이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부터 테러와의 전쟁은 폐기되고 해외 비상작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처참했다. 정말로 처참했다.

결과는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 처음에 탈레반 정부를 전복시켜 쉽게 끝날 줄 알았지만, 탈레반은 끈질기게 게릴라전을 펼쳐 미군을 비롯한 ISAF 연합군에 다대한 출혈을 강요하였다. 뿐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전비에도 불구하고 끝이 안 보이기 때문에 미국은 2014년 작전을 종료한다고 발표. 3-4만명으로 추정되는 미군 대부분은 이해 철군하고, 9800여명은 남았다가 2016년에 철군한다고 했다가 탈레반이 너무 날뛰자 다시 보류. 베트남 전쟁 같은 평화 협정조차 없이 깨끗이 물러나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패한 것이다. 탈레반을 무너뜨리고 새 정권을 세웠으니 패전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련의 경우도 말 안듣는 기존 정부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부를 세워놓고 나왔으나 10년은 커녕 5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의의는 이 친미 정권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에 달려있다. 다만 한 가지 소련의 경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친미 정권이 무너지더라도 오사마 빈 라덴을 지옥에 처넣었다는 점 하나는 건질 수 있다. 사실 미국 시민들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중동 전략보다는 9.11의 복수가 더 중요하기도 하고.





'이라크 전쟁' 마찬가지로 사담 후세인 제거로 일시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반군도 아프간에 비하면 덜 심해서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러나 후세인의 독재-권위주의 아래서 봉합되었던 1400년간 이슬람 교파 갈등이 불거져 나와서 내전 상태가 되었고, 미군이 세웠던 이라크 시아파 정부는 같은 시아파인 이란에게 구원을 청했다. 이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파병했고, 미군은 이라크 신정부가 악의 축의 하나라고 했던 이란의 영향권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으니 이것은 죽 쒀 개 준 꼴로 (미국의 입장에선) 아프간보다 더 결과가 나빴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IS 문제 때문에 서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계선되어 이란-미국 핵협상이 표면적으로 타결되는 등, 잘만 하면 죽그릇과 개를 동시에 얻을 길이 열리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고생길이 훤하다는 게 문제.


학계에서는 이 테러와의 전쟁을 끝이 없는 전쟁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테러" 자체가 한 개념이지 어떤 확실하게 정의된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개념과 전쟁을 해서 승리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그 아이디어 자체를 지구상에서 없애버린다는 게 가능하지도 않으니까. 이때문에 테러와의 전쟁이란 말이 처음 꺼내졌을 때도 학자들은 깊은 회의감을 보였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미국이 전쟁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로 옮겨 탈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적이 누군지 정의할 수 있으니까. 이 때문에 미국의 인권도 추락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