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토끼와의 끝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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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토끼와의 끝없는 전쟁'


2018. 4. 24.

호주 대륙.

다른 대륙들과는 동떨어진 이 땅은 다른 대륙에선 찾아볼 수 없는 고유의 식생을 지니고 있는 유대류의 천국이다.
그런데 이 유대류의 천국이 한 악마와도 같은 생물에 의해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그 악마같은 생물의 이름은 바로 토끼!
이 사악한 토끼들이 호주를 침공하여 호주의 아름다운 식생을 파괴해나가고 있으며, 이 '토끼 역병' 사태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그럼 토끼들은 대체 어떤 방식으로 호주 대륙을 파괴해나가고 있는 것일까?
토끼는 쥐와 함께 '포유류 계의 바퀴벌레'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바퀴벌레 뺨치는 번식력 때문에 얻은 별명이다.



암컷 토끼는 자궁이 2개이며, 종에 따라선 임신한 상태에서 또 임신할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수컷 토끼 또한 2초 밖에 못 버티는 조루지만, 회복력이 빨라서 20~30번은 기본이라고 알려져 있다.
수개월마다 십수마리의 새끼들을 낳기에 애완토끼를 기르는 이들은 토끼를 중성화수술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토끼가 호주 대륙에 들어온 것은 19세기 경이었다.
한 영국인이 스포츠 사냥을 위해 토끼를 들여왔는데, 그 중 몇 마리가 그의 손에서 달아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도망친 토끼들은 천적이 없는 호주에서 특유의 번식력으로 그 수를 불려 나갔고, 지나가는 모든 곳의 식물들을 뜯어먹어서 사막화시켰고 토착종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어갔다.


이에 호주 정부는 토끼들이 호주를 초토화시키는 것을 막고자 1902년, 토끼가 호주 전역으로 퍼지지 않게 3,256km에 달하는 울타리를 설치한다.
그러나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울타리가 노후화되자 토끼들은 기어코 울타리를 뚫고 나와서 호주 전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호주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토끼 퇴치 작업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호주에선 토끼에 현상금을 걸고 다이너마이트를 굴 속에 집어넣고 독극물을 뿌리고 심지어 군대까지 동원하였다.
하지만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토끼의 번식은 막을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대공황이 터지자 토끼들은 호주의 영웅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전 세계적인 대공황은 당연히 호주에도 그 영향을 미쳐서 호주의 경제를 붕괴시켰지만, 다른 나라와는 달리 호주에는 굶어죽어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이유는 호주 곳곳에는 토끼가 널려있어서 아무데나 총을 쏴 토끼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 때 애물단지였던 토끼들은 호주의 영웅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물론 이건 대공황 때의 얘기고 대공황이 끝나자 토끼들은 다시 애물단지로 되돌아갔다.
호주 정부는 우선 맨 처음엔 토끼의 천적을 들여와서 토끼의 개체수를 조절할 계획을 세웠다.
사실 호주에 딩고나 테즈매니아 데빌 같은 토끼의 천적이 될 만한 생물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이 생물들은 토끼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그런 종들이 아니었다.

 
때문에 호주 정부에선 영국에서 여우를 들여와 토끼를 잡아 먹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여우들은 잡으라는 토끼는 안 잡고 여우에게 익숙치 않은 포식동물들을 더 많이 잡아댔다.
결국엔 여우들도 토끼와 비슷한 애물단지로 전락하였다.

 

폭탄, 독극물로도 그 수는 줄지 않았다.
그러던 중, 토끼 퇴치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호주 정부에선 생물무기인 점액종 바이러스를 사용해 호주 내의 모든 토끼들을 몰살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 작전은 99.8%의 치사율을 보일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보였고 토끼의 숫자는 놀라운 속도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토끼 퇴치 작전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이러스를 뿌린 지 불과 6년 만에 바이러스에 내성을 지닌 개체들이 번식하여 토끼들의 개체수는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결국 전쟁은 원상태로 되돌아오고 만 것이다.

 
호주의 토끼 전쟁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호주에서는 현재 토끼에 대한 모든 질병 치로제가 수입금지품목이며, 토끼를 학대해도 법적으로 크게 처벌받지 않고 벌금만을 먹고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끼의 개체수는 여전히 많아서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에는 아직도 수천킬로미터 길이의 울타리가 쳐져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