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의 주인공 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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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의 주인공 마늘


2017. 9. 9.

마늘
이집트가 원산지인 여러해살이 외떡잎식물. 아스파라거스목 수선화과 부추아과 부추속에 속한다. 한국인과 매우 밀접한 식용 작물 중 하나이다.



이름의 유래

《명물기략》에 따르면 맛과 향이 강하다 해서 '맹랄'(猛辣, 즉 '엄청 맵다')이라 불렸으며 이후 '마랄'로 변화를 거쳤다가 '마늘'로 정착되었고 하는데, 이 어원론은 신빙성이 매우 낮다. 외래종이 아닌 전통적인 식용 작물 이름이 한자어에서 유래한 예는 거의 없다. 전형적인 한자부회인 셈.

몽골어로 야생 양파를 뜻하는 망기르(мангир)에서 마늘이란 말이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중세 한국어로는 대부분의 ㅡ가 그랬듯이 아래아로 만·ᄂᆞᆯ이라고 적었다(훈몽자회). 오늘, 바늘도 마찬가지. 

신화/전승 속의 마늘

뭐니뭐니해도 가장 유명한 건 역시 단군 신화에 나온 마늘. 쑥과 이것을 먹고 웅녀가 사람으로 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단군 신화에 나온 마늘은 현재의 마늘이 아닌 달래에 가까운 것으로, 지금의 마늘은 11 ~ 12세기에 전래되었다는 의견과 달래가 아닌 산마늘이라 불리는 맹이, 명이라는 백합과의 식물이 한반도에 이미 자생하고 있었기에 이것을 가리켜서 마늘이라고 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진실은 알 수 없다. 다만 단군신화가 기록된 삼국유사가 고려 충렬왕 때 저술된 것을 보면 그 이전까지 '마늘'이라 부르던 어떤 작물이 한반도에서 재배되었었고, 이게 나중에 이름을 빼앗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늘의 용도와 효능

양념으로 쓰긴 하지만 특유의 독한 냄새와 매운 맛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생마늘의 톡 쏘는 맛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고기처럼 느끼한 음식과 같이 먹으면 마늘의 톡 쏘는 맛이 느끼함을 중화시키는 느낌. 생마늘을 잘 먹는 한국인은 맛있게 잘 익은 마늘을 먹고 심지어 "마늘이 달다"라는 표현을 쓴다. 특유의 자극성 때문에 동북아시아 불교에서는 오신채 중 하나로 여겨 사찰에서 먹지 못하게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불교에서는 오신채를 제한하지 않으므로 먹을 수 있다. 다만 불교의 원형인 인도 불교 및 힌두교에서는 자극적인 맛이 욕망...을 불러일으킨다하여 과부 등의 섭식을 금지하기도 한다.


다만 익혀 먹으면 아린 맛이 사라지고, 영양소도 파괴되지 않으면서 위장에 주는 부담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마늘의 강한 맛에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어보자. 풍미가 강해지면서도 맛이 좋아진다. 만일 굽는 것이 번거롭다면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데우면 매운 맛과 독한 남냄새가 좀 빠지고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 나온다. 장아찌나 흑마늘로 가공해서 먹어도 좋다.
기름과 궁합이 매우 좋은편이라 중국 요리에서는 마늘기름을 자주 만든다. 고기와도 잘 어우러지는데 특히 돼지고기와 궁합이 좋다. 마늘향이 고기의 비린 맛을 없애는데 탁월하다. 어지간한 고기집에서 참기름에 마늘 넣고 같이 구워먹는게 다 이유가 있다. 다만 향이 무진장 강하니 신선하고 질 좋은 고기라면 마늘은 오히려 고기 자체의 풍미를 덮어버릴 수 있다.

스테이크 식당에서 가로로 썬 통마늘을 통째로 구워서 올리기도 한다. 비슷한 모양으로 자른 통마늘 장아찌도 있는데 둘 다 알알이 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맛은 취향을 타는 것이기 때문에 익힌 마늘보단 생마늘의 강렬한 매운 맛을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마늘을 손으로 까다보면 보통 손가락이 쓰라리는데 이는 사실 상처 때문에 그런거다. 상처 나지 않은거처럼 보여도 미세하게 나있고 그 사이로 알리신이 스며들어가면서 그런것, 알리신은 원래 강력한 항생제 성분이므로 쓰라리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여담으로, 고양이와 개는 마늘과 파를 먹으면 안 된다. 마늘과 파에 있는 알릴프로필디설파이드라는 성분은 고양이와 개의 적혈구를 파괴한다. 인간과 달리 고양이와 개는 이거 먹어서 효과 보긴 커녕 오히려 독이므로 장난으로라도 먹이지 말자. 양파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익히면 분해된다고 하니 굳이 먹이고 싶다면 먹여도 된다. 하지만 잔존 성분이 남을 수 있으니 되도록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마늘을 먹고 나서, 혹은 프로설티아민 제제(대표적으로 아로나민이 유명) 복용 및 주사 이후, 알리신을 먹은 경우, 등 마늘과 연관된 것들이 신체에 들어오고 나서 입에서 마늘 냄새가 나는 것은 아마도 티아민 유도체가 티아민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황이 떨어저나기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마늘을 다시 키워서 어리게 자라낸 줄기를 먹기도 하는데 이를 마늘싹이라 한다. 한국에서는 풋마늘이라고 해서 대파 정도로 길게 자란 것을 먹거나, 꽃대를 꺾어내서 마늘종(마늘쫑)이라 부르며 먹는다. 당연히 이렇게 마늘순을 기르는데 쓴 마늘은 물에 담궈진채 양분을 다 소모해 사실상 썩은 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로, 식용할 가치가 없는 쓰레기가 된다. 하지만 이런 걸 가공해 만든 중국산 다진마늘이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효능

마늘은 건강에 매우 좋은 식품으로, 이 점에 대해서는 동양의학이든 서양의학이든 모두 한목소리로 마늘이 몸에 매우 좋다는 것을 보장해주고 있다. 심지어는 "마늘이 흔해빠진 식품이라 푸대접받을 뿐이지 마늘이 인삼처럼 재배하기 어려웠다면 인삼보다 더 비쌌을 것이다" 라는 의견을 서양학자가 내놓을 정도. 영양적으로 거의 완전체에 가까운 식품이다. 마늘은 낮은 열량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마늘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바로 마늘이 손상을 입을 때 일종의 방어기제 작용을 하는 알리신인데, 마늘이 잘리거나 으깨지거나해서 손상을 입으면 알리아제가 흘러나오면서 알리신이 만들어진다. 이 알리신은 강력한 항균 작용을 하며, 페니실린이나 테라마이신보다 강력한 살균력을 자랑한다. 알리신에 노출된 곰팡이들은 어지간해선 다 죽어버리는 위용을 자랑한다. 알리신은 본래 마늘을 해충과 곰팡이, 박테리아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사람이 섭취할땐 여러 이로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알리신은 같은 백합과에 속하는 양파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으깨질때 나오는 것이므로 통마늘엔 곰팡이가 붙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익히면 고리구조가 여럿 있는 알리신은 당연히 개박살 나므로 그만큼 알리신의 분량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다만 많이 먹을수록 절상 절단상 같은것을 조심 해야하며 큰 수술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마늘을 먹으면 위험하다. 그 이유는 마늘의 효능 중 하나인 '혈전 분해' 기능 때문이다. 보통 출혈이 일어나면 혈액 내에 포함된 혈소판이 상처가 난 부위에 응고 작용을 하여 상처 부위를 지혈하게 되는데, 장기간 마늘을 복용하게 될 경우, 그 효능이 체내에 남아 혈액이 응고되는 속도가 늦어지게 되고 그 결과, 과다출혈로 이어지게 되는 것. 평상시에야 그렇게 신경 쓸 수준이 아니지만 환자의 경우 만약 마늘을 자주 먹는 사람이 있다면 최소한 수술 이주일 전에는 마늘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알리신의 해당 작용 때문에 아스피린과 비슷한 방식으로 혈관 질환들에 효능을 보이기도 한다.

항암효과가 뛰어나며 전립선 건강에도 좋으며 피부노화 방지 작용도 있다. 다이어트에도 좋으며, 특히 정력(!)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도 '익혀 먹으면 음기가 강해진다'고 전한다. 일본 만화 맛의 달인 13권에서 한 유명 야구선수가 마늘을 익혀 먹고 예전보다 경기력이 좋아지는 에피소드가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건축 현장의 노동자들의 식사에 마늘이 꼭 포함되었는데 한번은 마늘의 공급이 끊기자 폭동 직전까지 갔으며 파라오가 직접나서 마늘을 확보해 공급해 주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는 군인들의 식사에도 마찬가지로 로마군의 경우에도 한지역에 오래 주둔할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바로 마늘재배를 시작할 정도로 중요시 했다 한다.


인간과 마늘

마늘 양파 당근은 식재료로서 저장성이 좋아 동양 서양을 가리지 않고 식재료로 자주 쓰였다. 그중에서도 마늘은 여행객들이 특히 잘 챙겼는데, 말라 비틀어져도 영국요리마냥 우유나 물 붓고 끓이면 먹을 수 있기때문.

한국 말고 마늘로 유명한 나라는 이탈리아가 있다. 이탈리아 요리 중에서도 마늘을 다져넣고 익히는 요리는 생각보다 꽤 있는 편이다. 마늘을 다져서 넣기보다는, 기름에 손으로 살짝 으깬 마늘을 넣고 냄새만 배이게 하고 꺼내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인 욕할 때 레퍼토리 중에 '이 마늘 냄새 나는 놈'이란 게 있을 정도. 근데 한국보다 마늘 냄새는 적게 나니 주의. 냄새가 적게 나는 이유는 그들은 마늘을 익혀서 먹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초에 한국인이 마늘을 먹는 양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넘사벽수준이다. 한국은 서양권에서 마늘 많이 먹는 이미지인 이탈리아의 5배 이상은 먹는다.

이탈리아만큼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스페인 요리에서도 널리 쓰인다. 서양에서 마늘 소비 1위인 동네가 바로 스페인. 술집에서 내놓는 안주인 타파스 중에서도 케이퍼와 함께 식초와 올리브유의 혼합액에 절인 마늘은 매우 대중적이고, 치즈와 양파, 마늘로 끓인 수프가 숙취 해소용 해장국처럼 쓰이기도 한다.

유럽에서도 북유럽 기반 문화권에서는 마늘을 잘 소비하지 않는데, 이건 기후 특성상 못 키우는 것이다. 대신 양파를 엄청 좋아한다. 남유럽이나 일본에서도 어느 정도 소비는 한다. 특히 동유럽의 마늘 장수는 유명하다. 다만 우리나라가 너무 압도적으로 많이, 그리고 생으로 소비할 뿐이다. 김치에 들어가는 마늘도 어찌보면 생마늘이다.

중동 지방에서도 마늘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데, 전통적으로 그리스 요리의 영향을 많이 받은 터키가 그중 본좌급으로 많이 쓴다. 마늘 1kg라 해봤자 우리 돈으로 1,000원도 채 안되는데다가 고기요리엔 꼭이라 할 만큼 들어가기 때문. 조금만 비리다 싶으면 생마늘즙을 친다. 다만 통마늘은 그리스에서나 터키에서나 먹지 않는다. 터키 사람 앞에서 익히지 않은 통마늘을 알갱이 째로 먹으면 그 매운 걸 어찌 먹냐고 물어본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배가 아프지는 않은지 묻는다. 그리스에는 '스코르달리아' 라는 마늘 다진것과 으깬 빵과 올리브유로 만든 샐러드도 있으며 여기에 생선알을 추가한 타라모살라타도 술안주로 많이들 먹는다. 또 요구르트에 다진 오이와 마늘을 섞은 스프레드인 자지키도 그리스와 터키 양 측에서 일상식으로 소비한다. 상기한 국가들 모두 이집트와 직접 교류가 있던 지역임을 생각해보면(이 국가들 모두 지중해를 끼고 있다) 왜 이 지역에서 마늘이 소비되는지를 감 잡을 수 있다.


중국에서도 마늘은 사랑받는 식품이다. 요리에도 많이 쓰이고, 양꼬치집에서도 마늘과 양고기를 끼워넣는 '쑤완양로우'는 어느 꼬치집에 가나 빠지지 않는 인기상품. 어떤 집은 아예 마늘만 따로 꿰어 파는 집도 있을 정도다. 당장에 우리나라 양꼬치집에 보면 상당수가 통마늘을 그냥 껍질째 무한리필로 준다. 양꼬치 구워 먹고 그 꼬치에 통마늘을 껍질째 꿰어다 구워서 껍질 벗기고 먹으면 된다.

간디도 좋아했다고 한다. 고기를 먹지 않는 대신 모든 음식에 마늘을 너무 넣어 먹은 덕에 식비가 무진장 나갔다고...

마늘과 한국

한식의 진주인공, 한국 요리의 아이덴티티

분명 이집트 원산이지만 이집트와는 아무 관계 없는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마늘을 생으로 먹는다는 것 때문에 외국에서 놀랍다는 소리를 듣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마늘 특유의 냄새에 굉장히 민감해서 맛 좋고 몸에 좋은 식품인데도 먹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일본인들은 마늘 냄새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심해서 이종범 선수는 일본에 진출했을 때 일본 선수들에게 "마늘 냄새가 난다"라며 놀림을 당했다고 한다. 놀리는 사람은 장난이었을지 몰라도 이종범 선수는 모욕으로 느꼈다고… 식극의 소마 라는 일본 만화에서는 일식에 마늘을 넣자 파격적이라며 놀라는 묘사를 하기도 하였다. 70년대부터 이미 모든 한국인을 대상으로 놀리는 레퍼토리였다. 실제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다가 귀국한 경우 '마늘냄새' 가 공기에서 난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서양인의 체취에서 치즈냄새가 나는 것 처럼 한국인의 체취에서 마늘냄새가 난다고 하는 외국인도 있다.

박찬호 선수도 미국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으며, 김치 등을 끊었더니 냄새난다는 소리가 사라졌다는 증언을 한다. 안정환 선수도 이탈리아 시절 마테라치로부터 '마늘냄새 난다'는 험담을 듣고 한동안 한식을 기피했다고. 한국인끼리는 똑같으니까 모를 뿐이지, 외국인이 봤을 때 '특이하다'고 여길 수 있는 체취가 생기는 것은 분명하다.

외국 장기 체류자나 외국인 뿐 아니라 산에서 오랜 시간 수행하다 절에서 내려온 승려들도 강한 마늘 냄새를 느낀다고 한다. 아무래도 마늘을 많이 먹는 식생활 탓이 아닐까 싶다. 사실 원래 승려들은 오신채를 먹지 않기 때문에 산에서 수행했든 서울 도시 한복판에서 수행했든 간에 마늘 냄새를 강하게 느낀다.


한국에서 마늘을 많이 재배하는 지역으로는 충청남도 서산시, 경상북도 의성군, 충청북도 단양군, 경상남도 남해군, 전라남도 고흥군 등이 있다.

위에 나와 있듯이 여러 나라에서 마늘을 먹지만 세계에서 1인당 마늘 소비량 1위는 대한민국이다. 세계 평균 1인당 연간 마늘 섭취량이 0.8kg인 반면에 한국인의 1인당 연간 마늘 섭취량은 약 7kg이다. 서양권에서 마늘 소비량 많다는 이미지인 이탈리아가 연간 1kg 정도 소비하는걸 생각하면 엄청난 양. 다만 1인당 소비량은 한국이 1위지만 총소비량으로 보면 한국은 연간 35만 톤 정도로 전세계 연간 마늘 생산량 1,568만 톤의 2.2% 수준이다. 전세계 마늘의 2/3 이상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 많은 중국인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생산량은 2008년 기준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77%인 1,208만톤 정도를 생산하는 대륙의 기상으로 압도하고 있다. 2위는 64.5만톤을 생산하는 인도 공화국, 3위가 바로 32.5만톤을 생산하는 한국. 중국, 인도와는 달리 크지도 않고, 어찌보면 작은 축에 속하는 나라인데 생산량이 3위라는 것만 봐도 마늘이 한국인의 식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

매운 음식이란 이미지가 강한 한국요리지만, 모두 알다시피 맵지 않은 음식들도 꽤나 많이 있다. 그런데 그 음식들에도 마늘은 거의 다 들어간다. 사람들에게 친숙한 시금치 나물은 고추 한톨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마늘은 꼭 들어간다. 또한 한국요리에서 국물요리의 위상은 매우 높은데, 그 국물 요리에 거의 필수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자극적인 맛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는 미역국에도 마늘이 들어갈 정도니까. 마늘 없는 음식이란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것보다 끔찍한 것도 없고 한국입맛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뭔지는 몰라도 뭔가 심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한식, 특히 찜이나 국물 요리를 만들 때엔 마늘이 없으면 제 맛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며, 대체할 재료도 마땅히 없다.

자취생들이 처음 요리를 혼자 할 때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마늘을 비롯한 조미료를 깡그리 무시하는 데 있다. 다른 건 그렇다 쳐도 다진 마늘은 국에 안 넣으면 맛이 심각하게 심심해진다. 애초에 한식에서 쓰이는 양념에는 마늘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양념통닭의 양념에도 들어간다. 한국 요리의 온갖 기본적인 요리가 총출동하는 한식조리기능사 국가기술자격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가 총 쉰두 개인데, 이중 8할에 달하는 마흔두 개 음식에 마늘을 사용해야 한다. 인스턴트 라면과 관련한 유명한 레시피중에 다진마늘을 넣으면 한식 국물 느낌이 난다는 것이 있을 정도. 참고로 애초에 시판라면 자체적으로 이미 마늘이 들어간다. 만약 마늘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그날 기존의 한식은 멸망. 이것을 다르게 보자면 당신이 마늘을 싫어한다 한들 한국인인 이상 주로 한식을 먹으니 전세계 기준으로 평균 이상의 마늘을 섭취할 가능성은 거의 100%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김장할 때에도 마늘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맛을 내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양념이 채소에 제대로 붙게 하는 접착제 역할까지 겸하기 때문이다. 오신채 규율 때문에 마늘을 넣지 못하는 사찰에서는 때문에 김치를 담글때 풀을 따로 쑤어 양념에 넣고, 양념에 넣는 고추 같은 재료도 상당히 굵직하게 다진다. 가늘게 다지면 채소에 붙지 못하고 미끄러져버리기 때문.

예전엔 중국에서 수입마늘이 많이 들어왔지만 신종플루를 기점으로 해서 신종플루에 마늘이 좋다는 얘기가 퍼지는 바람에 중국에서 마늘 투기가 일어나 중국산 마늘의 가격이 국산 마늘의 가격을 초월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덕분에 오히려 중국산 마늘을 보기가 더 힘들어진 상황. 인체가 인플루엔자와 같은 병원체와 싸우는 동안 비타민 수요가 급증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인류의 주적 인플루엔자에게 비타민 따위는 껌이겠지만, 일반적 감기라면 비타민을 추가로 섭취하는 것으로 증상을 그나마 덜 수 있긴 하다.

마늘 냄새

한국은 일상적으로 마늘 냄새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많기에 혹시나 자신에게서 마늘 냄새가 날까봐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양치질 정도는 하자. 껌 씹으면 오히려 입냄새를 더 악화시킨다고 한다. 양치질, 물 마시기, 토마토주스, 녹차가 입냄새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유에 마늘 냄새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저지방우유보다는 가공이 덜 된 우유를 먹는 것이 효과가 좋다. 외국에 나갔을 때는 특히 생마늘을 사용한 음식을 섭취하는데 주의가 필요하다. 생마늘을 먹지 않는 문화권 사람들은 한국인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마늘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다 마늘 냄새는 섭취 후 체취에 배어나오기 때문에 입냄새만 지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특유의 강한 향과 살균 작용 때문에 지역을 막론하고 옛부터 귀신을 쫓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특히 유럽의 경우 향신료에 병귀 등을 쫓는 능력이 있다 믿었는데 마늘 또한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졌다. 대부분의 향신료가 비싼 편이었기 때문에 가난한 자들이 마늘을 쓰기 시작한 게 흡혈귀가 마늘을 무서워한다는 설의 시작이라는 주장이 있다.

위의 설명에 의거, 유독 한국에서 전통 뱀파이어들이 맥을 못추는 주 원인이 된다.

마늘에는 황 성분이 있어서 다량의 마늘을 섭취하고 난 뒤에 방귀 냄새는 생화학 병기다. 이 방귀 냄새를 두고 건강식품 회사에서는 몸에 독소가 빠져나가네 등의 개드립을 쳐대지만 그냥 황 때문에 그런 거다. 그들 논리대로라면 삶은 달걀 3 ~ 4개나 고구마, 보리밥만 먹으면 몸에 독소가 빠져 나오다 못해 청정존이 되어야 한다. 여담이지만 이 황 성분이 몸에 축적되는 수은을 빼준다는 카더라 통신도 나온 바 있다. 황과 수은이 만나면 주사가 되기는 하지만, 황 그 자체가 아닌 화합물이기 때문에 수은 배출에 효과적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마늘이 든 음식을 먹고 양치질을 하지 않으면 화생방 수준의 입냄새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물론 마늘 뿐 아니라 부추, 파 같은 백합과 채소가 다 그렇기는 하다.

마늘 보관법

통마늘은 양파망이나 못 쓰는 스타킹 등에 넣어 햇빛이 들지 않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건다. 추위에는 강하지만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곰팡이가 핀다. 다진 마늘은 냉장-냉동보관이 일반적이다.

자취하는 사람들은 마늘을 까기도 번거롭고 깐 후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도 처치 곤란해 아예 깐 마늘을 구입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 경우 깐 마늘을 그냥 냉장고에 넣어 두면 반드시 곰팡이가 핀다. 이 경우 깐 마늘 꼭지를 미리 잘라 손질한 후 밀폐용기에 담아 두면 잘린 단면에서 알리신이 뿜어져 나와 곰팡이, 식중독 균 따위에 거의 무적이 된다.

깐마늘이라 해도 어차피 요리에 사용하기 전에 씻고 꼭지를 잘라내야 하니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 방법으로 보관해 두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꺼내서 물에 한 번 헹군 후 사용하면 되니 외려 편하기도 하다.

한식 특성상 다진 마늘을 많이 쓰게 되는 법인지라 미리 마늘 손질 후 다져서 지퍼팩에 넣고, 밀봉해서 냉동고에 얼려버리면 상할 일이 없다. 필요한 양만 그 때 그 때 조각내서 사용하면 된다.

제품화된 마늘

시중의 향신료로 파는 마늘 가루(갈릭 파우더)는 세 종류가 있는데, 진짜 마늘을 갈아 말려서 만든 것과 마늘 즙을 내서 건조해서 분쇄한 것, 나머지는 폐기물인 마늘 뿌리를 갈아 만든것 이다. 식탁용 후춧가루 통과 같은 네모난 통에 든 흔들면 소리 나는 그래뉼 상태의 국산 제품은 즙을 내 건조 분쇄한 것이고, 비닐 포장한 고운 분말로 된 것은 즙을 내서 갈아 포도당이나 적당한 증량재를 섞어 포장한 것이다. 구별하는 방법은 각 알갱이 크기와 색깔이 똑같으면 즙을 내 건조한 것이다. 향은 진짜 분쇄>즙 건조분쇄>증량제 포함 순이며, 증량제를 넣은 것은 국물이 탁해져서 한식 국물 요리에에는 적당하지 않다. 시판 마늘 가루는 스튜, 바베큐용 양념, 고기 구울 때 등에 쓰면 좋다.

또한 건강보조식품 정도로 제조되는 흑마늘과 구운마늘이 있다. 흑마늘은 마늘에 지속적으로 천천히 열을 가해 마늘의 성분을 변화시켜 만드는 식품이다. 간단히 홍삼 제조기를 이용해 만들기도 한다. 더 간단하게는 잘 씻어서 압력밥솥에 넣어, 보온으로 놓고,(취사에 놓으면 안된다. 그냥 삶은 마늘이 된다.) 약 2주간 지나면 된다. 그러면 형태는 유지하고 있지만 흐믈흐믈하게 물러진 흑마늘(정말 검게 변해있다.)이 되는데, 이 상태에서 3일정도 말려도 되고, 그냥 먹어도 된다. 흑마늘은 생마늘 특유의 매운 맛이 사라지고 향이 상당히 좋아져서 먹기 편하다. 구운마늘 역시 마늘에 열을 가해 매운 맛을 없애 먹기 편하게 만든 마늘이다.


제품이라기보다 집집마다 장아찌를 담가 먹기도 한다. 장아찌는 통마늘을 식초와 간장에 절여 담그므로 생마늘 특유의 아린 맛은 사라지고 아삭한 맛과 식초의 새콤한 맛, 간장의 짭짤한 맛이 더해져 이 역시 먹기 편해진다.

맛있게 먹는 법

상술했듯 한식의 태반이 마늘이 들어간채로 만들어져있는 물건들이라 어떻게 하든 마늘을 먹게 되는 것이지만, 마늘 그 자체를 먹고자 할때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마늘을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로는 마늘을 그냥 혹은 불판에 올려 익혀서 그대로 먹거나 쌈에 싸서 먹는 방법이다. 통으로든, 얇게 썰어 놓든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구운, 육즙과 기름이 남아있는 불판에 굴려가며 구우면 굉장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먹으면 마늘 특유의 독함이 훨신 덜해지며 맛도 베어들어간다. 적절히 잘 익을 경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감자같은게 마늘 특유의 호불호가 거의 없어진다 . 다만 불판 위에 직접 올리면 타기 쉬워진다는 문제가 있는데, 호일컵에 약간의 기름을 넣고 마늘 썬 것을 넣으면 타지 않고 알맞게 익는다. 어지간한 고깃집엔 호일컵이 있으니 마늘 굽게 호일 달라 하면 세팅해서 준다. 이렇게 먹어도 좋고 일반 구운 마늘이 맹맹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은 생마늘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 단 육류, 생선류, 감자 계통의 전분 요리와 같이 먹으면 좀 더 편하게 먹을 수 있다 한다.

생마늘을 먹을 때 요령이라면 절대로 직접적으로 혓바닥을 갖다대지 말 것. 고기류, 생선류, 감자 계통의 전분 요리로 감싸서 볼 한 쪽에 넣고 혀와의 접촉을 절대로 금지하면서 먹으면 된다. 삼겹살과 같은 고기와 먹을 경우, 쌈장으로 코팅을 해서 먹어도 혀에 닿지 않게 먹을 수있다. 이렇게 먹으면 생마늘 특유의 향은 고스란히 코를 타고 느낄 수 있고 마늘 특유의 독함은 회피할 수 있게 된다.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생마늘의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 그러나 생마늘로 먹으면 당연히 마늘냄새가 엄청 난다. 또한 빈속에 먹으면 속이 쓰리나, 세상은 넓고 변태도 많다는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 속쓰린 맛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건강 생각해서 마늘은 먹고 싶은데 생마늘은 부담스럽고 구워먹기는 귀찮다면 그냥 씻어서 전자렌지에 넣고 돌려버리자. 마늘 5~6개, 700w 기준으로 40초 정도만 돌리면 다 익는다.(물론 출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마늘을 렌지에 돌릴 때 마치 압력밥솥에 밥을 지을 때처럼 증기가 막 솟아오르기 때문에 폭발하는게 아닌가 우려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런 경우는 보고된 바 없으니 안심하자. 700W 기준으로 1분 정도 돌리면 마늘 특유의 아린 맛이 대부분 사라지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정도로 익는다.


혹은 장아찌를 담가먹어도 좋다. 통으로 혹은 까서(까서 담그는게 편하다) 간장과 식초 설탕등의 배합재료에 넣어두면 마늘의 매운맛은 빠지고 밥과함께 먹기 딱좋은 장아찌가 된다. 남은 장아찌 국물에 고기같은 기름진 음식을 찍어먹으면 마늘향이 감도는 새콤한 간장이 맛을 북돋아준다.

인스턴트 라면에 마늘(빻은 마늘)을 넣으면 맛이 깔끔해진다. 대신 부작용으로 마늘의 강렬한 풍미가 국물 맛을 억눌러 라면의 종류를 불문하고 맛이 다 똑같아진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장조림을 할 때 마늘과 생강을 같이 넣어주면 맛이 배가 된다. 간장에 확 삶아버리기 때문에 특유의 매운 맛도 거의 없어지고 고소한 맛만 남는다. 다만 굉장히 물러지기 때문에 아삭아삭한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은 싫어하기도 한다.

터키 요리와 이탈리아 요리에서는 얇게 저며놓은 마늘을 올리브유에 살짝 튀기는 식으로 올리브유에 풍미를 주는 방법도 많이 사용한다. 스파게티 소스를 직접 만들고자할때 한번 시도해보자. 가장 간단한건 알리오 올리오. 다만 이 파스타가 한국에 오면 마늘을 아주 때려 박는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과도하게 사용되는 편이다. 한국인 입장에서 정통 이탈리아식 레시피에 들어가는 마늘 양 정도로는 넣기는 했는지 분간이 안되는지라..

마늘 기름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반으로 자른 생마늘에 후추를 넣고 기름을 잠길 정도로 넣으면 끝. 취향에 따라 고추나 잣을 넣기도 한다. 보통 3일 숙성을 시키고 1달안에 소비를 해야 한다. 숙성이 잘 되면 마늘의 깊은 향이 나지만 맵지 않아 마늘 향을 살리고 싶을때 자주 사용하게 된다. 주요 사용처는 볶음요리나 튀김요리에 넣어 풍미를 살리거나 드레싱으로 사용한다. 위의 예시로 든 알리오 올리오에도 사용할 수 있으나 위의 예시로 만든 올리브유보다 마늘 향이 강하게 난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그 향을 좋아한다면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그리고 라면을 끓일때 살짝 한두방울 넣어도 마늘 향이 진하게 나서 좀 더 깊은 맛이 난다.

마늘을 이용한 대표적 서양음식으로는 갈릭 브레드, 즉 마늘빵이 있다. 다진 마늘, 버터, 다진 파슬리를 바게트에 발라 구우면 끝. 

위에 서술했듯이, 돼지고기와 궁합이 아주 좋다. 마늘에 재운 삼겹살집은 줄서서 먹을 정도이며, 돼지고기로 만드는 햄 또한 마늘과 궁합이 아주 좋다. 냉장고에 놀고 있는 프레스햄을 깍둑썰기해서 역시 냉장고에서 놀고 있는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햄1:마늘0.5 이상)후라이팬에 식용유 둘러 볶아 마늘향이 강하게 배이게 하면 간단하면서도 그 맛이 별미다.

잘 다지고 빻은 마늘을 온갖 육류와 함께 구워먹어도 조합이 괜찮다. 다만, 맛은 마늘을 선호하는 이라면 좋지만, 냄새는 유의할 것.


2011년 부터는 갈릭치킨이 유행하기도 했다

아예 마늘을 컨셉으로 한 레스토랑도 있다. 이름하야 매드 포 갈릭(MAD FOR GARLIC). '마늘에 미치다'라는 이름답게 대부분의 메뉴에 마늘을 넣는다. 평가가 상당히 좋으므로 여기에서도 마늘을 즐겨 보자. 서울 및 수도권 곳곳에 입점해 있으며, 심지어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도 체인점이 있다.

마늘을 썰어서 기름에 볶아 향을 낸 뒤 밥을 볶아 먹어도 맛있다. 갈릭라이스.

부산물

마늘을 재배할 때 솟아나는 싹은 정기적으로 꺾어줘야 한다. 싹이 트기 시작하면 마늘의 영양소 일부가 그쪽으로 빠지기 때문에, 알맹이인 마늘의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작아지기 때문이다. 싹이 터서 길게 자란 줄기를 마늘종이라고 하고, 잎은 마늘잎이라고 부른다. 마늘종은 따로 판매하기 때문에 아무 대형마트만 가도 흔히 찾아볼 수 있으며,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다. 장아찌를 해 먹기도 하고 그냥 볶아 먹거나 고기에 곁들여도 좋다. 중국요리에서는 마파두부에 마늘잎을 넣는다. 서양에서도 재배 과정에서 중간중간 싹을 제거해 주는 것은 동일하지만, 따로 요리에 쓰지는 않는다는 듯.

마늘을 압력밥솥에 장시간 구워서 만든 흑마늘도 있다.

마늘 뿌리는 중국에서는 안먹지만 한국에서는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