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효과에 좋은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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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효과에 좋은 민들레


2017. 9. 4.

민들레
어디서나 매우 흔하게 보이는 잡초로서 바닥에 딱 붙어서 꽃봉오리 하나가 쏙 올라온다. 톱니 모양의 잎새와 눈에 확 띄는 노란 꽃이 인상적이다. 특히 꽃이 지고나면 솜털모양의 깃을 가진 씨앗들이 나오는데 바람을 타고 날아가서 널리 퍼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민들레는 다음과 같다. 

민들레 Taraxacum platycarpum
흰민들레 T. coreanum
좀민들레 T. hallasanensis
서양민들레 T. officinale
붉은씨서양민들레 T. laevigatum

이중 서양민들레와 붉은씨서양민들레는 이름만봐도 외래종이다. 유럽 원산의 서양민들레들은 20세기 초에 건너오더니만 이미 완전히 토착화되었다. 때문에 대표적인 토착화한 외래종 즉 '귀화생물'의 예로 손꼽힌다. 흔히 '토종' 민들레라고들 부르는 민들레, 혹은 흰민들레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꽃이 피었을 때 서양민들레는 꽃받침이 아래로 처지고, 민들레/흰민들레는 그렇지 않다는 점. 그런데 서양민들레와 토종민들레의 중간 외형을 가진 민들레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둘 사이 교잡이 일어나 유전자오염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토종 민들레는 충매화로 적절한 매개체가 없으면 씨를 맺기 어려운데다 환경오염에도 취약한 반면, 서양민들레의 번식력은 매우 왕성하고 오염에도 강하여 토종 민들레의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 도시화가 이루어진 지역의 길가에 핀 민들레는 대부분이 귀화식물 민들레다.

흔히 민들레는 꽃이 노랗지만 흰민들레는 이름 그대로 꽃이 하얗다. 완전히 하얀건 아니고 조금 노리끼리하다. 꽃이 하얀 민들레만 토종 민들레라고 아는 사람이 많으나 이것은 흰민들레 이야기다. 또 다른 토종 민들레도 외래종 민들레처럼 꽃이 노랗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정확히 구분하려면 꽃받침을 확인하면 된다. 꽃받침이 바나나 껍질깐듯 뒤로 젖혀져 있으면 서양민들레이고, 꽃을 감싸는 것은 토종 민들레.


유럽에서 건너온 외래종인 서양민들레와 붉은씨서양민들레간 외관상 차이점은 크지 않아 구분하기 어렵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름에서 나타나듯 씨앗이다. 서양민들레는 씨앗 색깔이 옅은 녹색인 반면 붉은씨서양민들레는 씨앗 색깔이 붉다. 

북미에서도 봄-여름 기간에 많이 피는데, 이 동네는 한국의 도심과 달리 어지간한 곳은 전부 잔디밭이라 밖에 나오기만 해도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자체 생존력과 번식력도 어마어마할 뿐더러, 뿌리가 땅속 깊이 박혀있어 제초제가 더욱 듣지 않기 때문에 전용 제초제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 극악한 독성 때문에, 주에 따라서는 법령이 달라서 이게 금지된 경우도 있다. 혹은, 이걸 써도 대책이 없어서 그냥 잔디밭 일부를 뜯어버리고 다시 심는 경우도 많다. 밭의 토양이 좀 좋다 싶으면 우리가 자주보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민들레 따위랑 비교가 되지 않는 거대 민들레들도 발견된다. 더군다나, 워낙 강력한 잡초라서 지 혼자 자라고 있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아 더 극혐인대, 덕분에 관리가 잘 안 되는 길거리 잔디밭의 경우, 이 민들레가 씨를 뿌리는 기간이 되면 징그러울 정도...

비단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분명 꽃과 씨는 민들레인데, 잎은 민들레 같이 안 생기고, 길가에 종종 나는 잎만 보이는 잡초같이 생긴 해괴한 종이나, 위에 적힌대로 무릎까지 올라오는 거대 민들레, 한 꽃대에 여러 민들레 꽃이 달리는 히드라 민들레 등 온갖 희한한 변종들이 발견된다. 심지어는 사람 주먹만한 꽃이 달리는 변종도 발견되었다. 이런 특이한 종류는 민들레의 압도적인 물량에 비해 적어서 상대적으로 안 보일 뿐이지, 잘 찾아보면 사방에 널렸다는 게 또 함정.

겨울에도 바닥에 찰싹 붙은채로 잠자코 있다가 봄이 오면 다시금 꽃을 피우며 그냥 밟히는 정도로는 쉽게 죽지않는 강인한 생명력이 특징이다. 뿌리를 동강내더라도 그 각각의 뿌리에서 싹이 트는 플라나리아스러운 모습도 볼 수 있다. 식물 세포 자체가 다형성능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민들레는 정말 유난히 강력한 경우로, 특히 군에서 벌초할때 더더욱 뼈저리게 느낄수 있다. 심지어 보도블럭 사이에도 자리를 잡고 피어난다. 이런 강인한 생명력으로 인해 민초의 상징과 같은 식물로 취급받고 있다. 

잔디밭을 관리할 때에는 되도록이면 손으로 뿌리 끝까지 뽑아주는 게 좋다. 잔디깎이 가지고 꽃 부분만 날려버려도 본체가 땅속깊이 박혀있기 때문에 다음 주에 엿 먹어라! 하듯 또 꽃대를 올리는 게 보통이기 때문. 게다가 이 기간에는 씨앗도 많이 날아다니므로 없던 곳에도 또 난다. 뽑아내다 보면 뿌리가 거진 인삼 크기만한 놈들도 보일 정도... 어떻게 보면 관점을 바꿔 방제를 포기하면 편한데, 아예 민들레밭을 만들어 두면 매년 봄 화초를 심을 필요가 없이 봄철 샛노란 꽃밭을 감상할 수도 있다. 꽃이 진 뒤 날리는 씨가 고민되겠지만.

기타]
민들레 뿌리는 한약재로 쓰이는데, 이 때는 포공영(蒲公英)이라고 하며 소화제, 해열제로 쓰인다. 그냥 무쳐서 나물로 해먹기도 한다. 쓴 맛이 나긴 하지만 고기랑 같이 먹으면 나쁘지 않다. 민들레 잎도 인간이 원시인 시절부터 자주 먹던 것 중 하나며, 차로 만들어 마실 수도 있다. 하지만 도로변이나 길거리, 공장 주변 등에선 뜯지 말자. 매연과 중금속 범벅인 무언가를 먹기 싫다면... 요즘은 민들레 뿐 아니라 이런 걸 산업화해 밭에서 재배해 팔기도 하니까 좋아한다면 그 쪽도 알아보자. 생명력이 질긴 야생초라 재배하기는 쉬운 모양이지만 수요가 적기 때문에 시금치처럼 많이 소비되는 채소보다는 비싸다.

민들레, 즉 포공영은 전초를 말려서 약재로 쓰며 술을 담기도 한다. 꽃이 피거나 홀씨가 날릴때쯤엔 약효가 떨어져 쓰이지 않는다. 항암효과 등은 만병통치약 모드이므로 기대하진 말자. 항암효과는 알려진대로라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이 항암효과를 지니고 있게된다. 위장병, 간기능 개선 등이 예로부터 효험이 있어왔고 줄기를 끊으면 하얀 점액이 나오기에 곪은 상처, 종기 등에 쓰였다.


토종 민들레는 반드시 수분을 받아야 씨앗을 맺지만, 서양민들레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자가수분을 해버리기 때문에 번식력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점차 서양민들레가 우점종을 차지하여 지금은 토종 민들레를 보기가 어렵다. 토종 민들레를 약이 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야 할 정도가 되었다.

서양 민들레는 자가수분도 하고 다른 종과도 수분을 하기도 하지만 토종 민들레는 같은 종끼리만 수분을 하여 씨앗을 맺는데, 일편단심 민들레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그 말이 퍼진 시절에 그런 생태적 특성을 알고 있었을 지는 의문이지만.

어렸을 때 민들레 꽃씨를 후 불어본 경험은 다 있을 것이다.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새하얀 꽃씨가 감수성을 자극하는지라, 문학에서도 자주 보이는 어여쁜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