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먹고 똥싸는 쇠똥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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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먹고 똥싸는 쇠똥구리


2017. 4. 26.

쇠똥구리. 혹은 '소똥구리'.
사투리로 '말똥구리'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곤충, 그 중에서도 딱정벌레목 풍뎅이과(Scarabaeidae)에 속하는 곤충을 말한다.

쇠똥만 먹는 게 아니라 다양한 짐승의 똥을 먹이로 삼으며 이걸 굴려 적당한 곳에 파묻고 온종일 먹어댄다. 다른 식충이들과 특이한 점은 한번 입을 대면 계속 먹기 때문에 이 녀석은 먹으면서 싼다는 거다. 장 앙리 파브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12시간 이상을 먹으면서 쌌는데 그때 배설한 양을 재어보니 자신의 체중 이상의 양을 싸질렀다고 한다. 인간으로 치자면 300인분(=60kg) 이상을 한 자리에서 먹어치우면서 그만큼의 응가를 내놓은 것.물론 똥이다 보니 영양소가 거의 없어 남은 영양소만 걸러내고 나머지는 다시 배출하는 것.


다른 똥풍뎅이들은 배설물을 발견한 그 자리에서 배설물 아래에 구멍을 파고 먹을 것을 조금씩 떼어다 먹지만 쇠똥구리는 배설물을 공 모양으로 뭉친 다음 뒷다리 사이에 끼우고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로 똥 구슬을 은신처까지 굴러간다. 굴러가는 도중에 다른 쇠똥구리가 날아와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하며 패배한 쪽은(원래 주인이든 강탈자이든) 별 미련을 보이지 않고 똥 무더기로 날아가 새로 똥 구슬을 만든다. 그리고 무한반복 먹이 자체가 구하기 쉬운 만큼 사생결단을 내지는 않는 듯. 파브르에 의하면 간혹 똥 구슬을 굴리던 녀석에게 한 녀석이 달려와 도와준다는데, 암수라서 한 짝을 짓는 게 아니라 기회 봐서 슬쩍 들고 도망치려고. 참고로 똥구슬 쟁탈전...에서는 구슬 위에 있는 녀석이 좀더 유리한 위치인것 같다. 그리고 무사히 파놓은 굴까지 오면 서양배 모양으로 구슬을 바꾼 뒤 알을 하나씩 낳는다.


쇠똥구리가 많은 곳이지만 관찰은 힘들 때는 숲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면 바지를 입는 사이에 몇 마리 날아와 금방 생산한 식량 속에 파묻혀 있다고 한다.

똥을 먹는다는 다소 괴랄한 식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송장벌레와 동급 취급되지만, 동물의 배설물을 처리해주므로 사실 중요도는 그 이상이다. 코끼리는 대식가라서 싸는 똥 양 또한 어마어마한데 그 코끼리 똥을 어디선가 날아온 이 녀석들이 모두 분해해 줘서 지구의 자연환경에 일조한다. 박테리아가 분해하기 어려운 거친 섬유질 같은 것들을 모두 갈아서 쉽게 분해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땅 위에 쌓인 똥을 모두 땅 밑으로 옮겨준다. 쇠똥구리 등의 똥풍뎅이류가 없었다면 초원이나 숲은 진작에 똥 밭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에 들어온 소의 똥으로 인해 생태계가 박살 날 뻔한 것을 이 벌레들이 막았다. 거기에도 쇠똥구리는 있었으나 소라는 동물이 없는 대륙이었기에 쇠똥을 주식으로 삼는 종류가 없었다. 치워지지 않는 똥 때문에 풀이 몽땅 쇠똥에 깔려 죽어 초원이 사막이 되고, 이렇게 쌓인 쇠똥은 햇볕에 말라 가루가 돼서 주거지에 눈처럼 내리거나 비가 오면 빗물에 녹아내려 똥비 가 오는 주원인이 되었다.결국, 쇠똥을 먹는 종류를 수입해 와서 정착시킨 이후에야 똥 문제가 해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