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불꽃 백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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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불꽃 백린탄


2017. 4. 23.

팔레스타인 UN 난민구제사업국 학교에 투하된 이스라엘군의 155mm 백린탄.


공중에서 작렬하는 백린탄. 1921년 미군에서 폭격기를 이용, 퇴역 전함 앨라배마 호에 백린탄을 투하하는 훈련 장면이다.

백린탄은 백린을 이용한 연막 내지 소이 용도 폭탄의 일종. 백린은 발화점이 60℃ 정도로 매우 낮으며 한 번 연소하면 격렬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데 타면서 대량의 연기를 내뿜는다. 백린탄은 바로 이 특징을 이용한다.


최초의 백린탄은 영국에서 개발되었으며, 이는 76번 특수 소이탄(No. 76 Special Incendiary Grenade)이란 이름으로 영국군에서 사용되었었다. 총 6백만 개가 생산되었으며 목적은 적 탱크 공격용. 스텐 기관단총을 만들던 영국답게 조악한 환경에서 마구잡이로 만들어지다보니 불발도 많았다. 이렇게 불발된 물건들은 잊혀졌다가 훗날 공사, 지반 침식 등등의 이유로 다시 발견되기도 해서, 이 백린탄이 많이 쓰였던 지역은 불발탄 처리에 골머리를 썩는다고.


국제법상으로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제네바 협약에 의거 민간인에 대한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연막용, 조명용으로 사용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이걸로 한 번 몸에 불이 붙으면 절대 끄기 힘들다는 것. 백린은 한 번 인화하면 물을 붓는 정도로는 잘 꺼지지 않는다. 사람의 몸에 붙었을 때엔 마치 촛농처럼 들러붙어 잘 떨어지지 않으며 물을 부으면 도리어 더 넓은 면적으로 퍼지고 오히려 더욱 강한 열을 발생시키며 유독성물질을 발생시키므로 처리가 굉장히 곤란하고 고통스럽다. 물에도 용존산소라고 해서 녹아있는 산소가 있고, 심지어 물 자체의 분자에도 산소원자가 포함되어 있기 떄문이다. 일부물질들은 물속에서도 물 분자속의 산소원자와 화학반응을 하여 산화XXX가 되는데 이때 열과 불꽃을 일으키며 탄다.


따라서 불을 끄기 위해서는 완전히 산소를 차단하는 수 밖에 없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흙이나 모래 같은 걸로 덮고 그걸 그대로 긁어내는 걸로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방법은 오로지 칼로 썰어내는 것 밖에 없다. 베트남전에서는 급하니까 그냥 대검으로 피부를 박박 긁어내어 백린을 제거했다고 한다. 즉 칼로 살점을 도려내야한다는 소문은 과장된거긴 하지만 완전히 틀린 건 아닌 것.

피부에 닿으면 불이 꺼지더라도 화학 화상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백린은 인 동소체 중 유일하게 맹독성으로 인체에 노출되면 화농, 괴저 등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화력이나 소이능력 자체는 다른 소이탄 가령 네이팜이나 열압력탄두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강력한악랄한 화학작용으로 부수적인 피해를 일으키므로 매우 위험한 무기이다. 연막탄으로도, 소이탄으로도 쓸 수 있는 무시무시한 다용도 무기. 위 영상처럼 이스라엘은 이걸 155mm 포탄으로 민간인을 상대로 써먹었다.

연기도 유독하다. 백린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 오산화이인이 되는데, 이 오산화이인은 심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 강력한 탈수제로도 쓰이며, 물과 반응하면 인산을 형성하면서 열을 발산한다. 만일 사람의 피부나 점막에 노출된다면 말 그대로 산채로 타죽는 느낌을 생생히 받게 될 것이다…. 가연성은 낮은 편이지만, 짧은 노출로도 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불안정하고 반응성이 높다. 또한 물과의 반응 역시 위험하다는 의미. 링크된 문서에 의하면 물을 함유한 물질, 즉 면섬유나 목재와도 반응해 심지어 불까지 낸다고 한다. 심지어 1 ㎎/㎥의 농도만으로도 사람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백린은 가격이 비싸며 보관이 어렵고 안전사고가 잦은데다가, 화학 무기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그러한 이유로 연막탄의 충전체인 백린대신 안정성 높으며 거기에다 적외선 센서를 차폐하는 효과를 가진 적린탄으로 대체하려는 중이다. 하지만 백린은 연소 속도가 적린에 비해서 매우 빠르기에 연막이 빨리 퍼지고, 여차하면 소이탄 용도, 건물·벙커 내부 소탕에도 쓸 수 있어서 여전히 수요가 있다. 이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그 잔인성과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선 M34 백린수류탄을 운용했으며, 걸프전까지도 사용했다. M825/M825A1같은 155mm 포탄도 보유하고 있다. 6.25 당시에 미군이 기동성을 잃은 T-34 승무원에게 서투른 한국말로 '나와' 까지 하면서 항복을 강요했으나, 반응이 없어서 뚜껑을 열었더니 권총으로 저항을 하는 바람에 열받은 장교가 버르장머리를 고쳐준다고 백린수류탄을 선사해 줬다는 이야기나, 저격수가 숨어있던 참호(혹은 터널)에 백린연막탄을 던져넣어 나오게 만들어 사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대한민국 국군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육군은 다양한 구경의 야포·박격포용 백린탄을 운용하며, 용도는 연막 및 소이용. 확인된 포탄으로는 105mm 포탄, 155mm 포탄, 4.2인치 박격포탄, 81mm 박격포탄, 60mm 박격포탄이 있다. 또한 전부 백린연막탄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외에는 KM34 백린연막수류탄 정도가 있다. 제조사인 삼양화학에서는 '연막차장 및 적 병력이나 물자에 대한 제한된 소이효과를 목적으로 운용'이라 밝힌다. 육본 포병포술 교본에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연막기둥을 형성하므로 급속 연막차장에 유용하며, 인원에 대한 살상효과도 있어 소이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과거에는 기갑장비용 연막탄도 백린을 사용했으나 전부 사라졌으며 지금은 살상능력이 없는 다영역 연막탄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관한 일화로 1973년 국군 제3보병사단의 3.7 완전작전을 들 수 있다. 1973년 3월 7일, 철책 표지판 작업을 하던 인원들이 북한 GP의 공격을 받았는데, 이에 사단장 박정인 장군이 포병연대에 직접 지시, 105mm 견인곡사포로 대응 사격을 가했다. 이 때 백린탄을 사용한 것. 이때 한발이 사용되었는데 그 한발의 백린탄이 북한 GP 건물외벽에 관통 후 내부에서 폭발해, 상주인원까지 그대로 몰살시킨 것이다. 이 덕에 3사단은 북한군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포병부대에서 연막탄 사용시 몇개의 포만 백린 연막탄을 사용하고, 나머지 포는 일반 연막탄을 사용하는 긴급연막이라는것이 있었다. 백린의 온도를 이용해 연막차장을 빠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공군에서는 70mm 백린 연막 로켓을 운용한다. KA-1 전선통제기가 대표적 운용 기체로, 표적 지시를 위해 사용한다. 직접적인 살상용으로의 운용도 고려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가능성은 있다. 표적지시용 70mm 백린 로켓탄두인 M156을 사용한다 가정하면, 백린은 1kg이 들어서 살상력은 충분하다. 155mm 곡사포와 비교하면 백린포탄인 KM110A2에는 약 7.07kg이 들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투하 사건 등으로 대표적인 비인도적인 무기로 재조명받지만,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 적지 않은 양이 아직 남아있다.

사실 이스라엘 뿐 아니라 러시아가 2차 체첸 전쟁에서 사용한 모든 포탄 중 1/4정도가 연막탄이라고 하는데 이중에 백린탄이 포함되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도 미 해병대의 박격포반이 밀집촌에 고폭탄과 백린탄을 섞어 포격했다고 한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민간인에 대한 백린탄 사격을 가했다는 사실은 부인하며, 적대 군인을 표시하는데 이용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