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9.13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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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9.13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


2017. 1. 19.

아직 만난 적 없는 너를, 찾고 있어. 

まだ会ったことのない君を、探している。



<君>의 번역에 관해서 

현대 일상생활에서는 "君"라는 표현을 잘 안 쓰지만, 노래나 시에서는 애절함을 나타내기 위해 많이 쓴다. "당신"이라는 표현에 해당하는 일본어는 "あなた"지만 "君"는 포괄적이며 "당신, 너, 님"이라는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 에도 시대 전후까지만 해도 통상적인 표현이었고 친근감을 나타내는 표현이었지만, 현대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 특히 교수가 학생에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것도 점점 쓰지 않는 추세이며, 고전에서나 등장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한국어로도 '님'은 여러분. '님'이 무엇입니까? 항상 그리운 이름입니다. 처럼 쓰여왔고 또 쓰이고 있다. 근데 좀 추상적인 느낌이 드는 표현인 만큼 君의 좀 더 정확한 의역은 '그대' 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君』는 『君の名前は?』처럼 사용되어도 큰 부담이 없는 반면 '그대'의 경우엔 제목을 '그대의 이름은.' 으로 할 순 있어도 극중 제목인 '키미노 나'가 '키미노 나와?' 처럼 여러번 쓰이는데, 이에 맞춰서 구어체가 아닌 완전한 문어체에 가까운 '그대'를 그대로 번역에 차용해 버리면 '그대의 이름은?' 이라고 할때는 엄청난 어색함이 몰려온다. '님의 이름'의 경우에도 문어인 '님'이 이런식으로 쓰이진 않는다. 아무튼 일본어 제목은 『君の名は。』이지만 이는 제목으로써만 쓰이며, 영화에서는 『君の名前は?』라는 의문형으로 쓰인다. 『あなた誰?』 등의 다른 의문표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름을 묻는 것에 초점을 두었으며, 『あなたの名前は?』는 여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중성적이지만 애절함을 호소할 수 있는 문어적 표현인 “君” 가 사용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일본어에서 『君』가 쓰인 이유이고, 번역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보통 『君』의 번역으로는 '너'와 '당신'이라는 번역이 자주 쓰이는데, 국내 상영시의 제목 및 작중 대사의 번역은 '너'가 되었다. 우리말에서 "당신의 이름은"이라고 젊은 두 남녀가 물을 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으니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본 작품의 번역에서는 "그대"나 "당신"보다는 "너"로 표현하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 한국어의 어감 상 '너의 이름은' 이라는 번역은 어감 자체도 다소 문어적인데다 서로 이름을 묻는 대사라기엔 "너의 이름은 뭐야?" 같이 뒤에 덧붙은 말이 없어 뒤가 짤린 느낌이 강한데, 사실 이는 일본어 원문도 문어적 표현을 의도했으며, 마침표의 사용이 '너의 이름은' 뒤에 이어질 말에 대한 해석을 관객이 생각하게끔 하도록 의도한 바라는 신카이 감독의 코멘트를 생각하면 잘 번역한 것이다.


후술하겠지만 영화의 제목인 『君の名は?』는 구어체 버전인 『君の名前は?』으로 영화 내의 대사에서 여러번 나온다. 다만 대사의 특성 상 『君』 부분은 작중 상황에 따라 '너'와 '당신'으로 다르게 번역되었다.극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대사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번역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의역을 하나도 추가하지 않은 번역으로 원본의 느낌을 100%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번역의 한계 상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다.

<名>의 발음에 관해서

제목에 名前가 아니라 名가 쓰였는데, 名前는 구어체에서 많이 사용하는 반면 名는 문어체적인 느낌이 강하다. 주로 성씨로 사람을 호칭하는 일본 문화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처음 물을 때는 성씨(名前)를 물어보는 게 맞으나, 시나 노래에서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名라고 하는 경우가 있고, 이때는 이름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 된다. 물론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극중에서는 名前를 사용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이름은 "키미노 나마에와" 가 아니라 "키미노 나와"라고 발음하는 것이 옳다. 다만 사람들끼리 이야기할 때는 대부분 키미노 나마에와라고 하므로 극 중에서는 주인공들이 키미노 나마에와라고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메가토크에서 신카이 감독이 직접 발언한 바에 의하면, 굳이 名前가 아닌 名를 쓴 이유는 그저 名가 더 발음하기 편해서라고.









너의 이름은 줄거리

한 달 후, 천 년 만에 찾아온다는 혜성을 기다리고 있는 일본. 

산골 깊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여고생 미츠하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촌장인 아버지의 선거활동과 신사 집안의 낡은 풍습. 좁고 작은 마을에서는 주위의 시선이 너무나도 신경 쓰이는 나이인 만큼 도시를 향한 동경심은 커지기만 한다. 


“다음 생은 도쿄의 잘생긴 남자로 태어나게 해주세요ㅡ!!”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남자가 되는 꿈을 꾼다.

낯선 방, 처음 보는 얼굴의 친구들,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도쿄의 거리.

당황하면서도 꿈에 그리던 도시에서의 생활을 마음껏 즐기는 미츠하. 


한편, 도쿄에서 살고 있는 남고생 타키도 이상한 꿈을 꾼다. 

가본 적 없는 깊은 산속의 마을에서 여고생이 된 것이다. 


반복되는 신기한 꿈. 그리고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기억과 시간에서 느끼는 위화감. 

이윽고, 두 사람은 깨닫는다. 


“우리, 서로 몸이 바뀐 거야?!”


바뀐 몸과 생활에 놀라면서도 

그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타키와 미츠하.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의 만남. 운명의 톱니바퀴가, 지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감성적으로 만족스럽게 만들어진 것만큼이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마코토의 각본-감독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뛰어난 한 장을 차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