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9.
마약이다 각성제다 하는 소리를 들으면 마약과 코카인이 정치.사회문제가된 지가 오랜 미국이라면 몰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자기와는
관계가 없는 특별한 약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마약과 각성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입에 대고 있는 술과
담배, 혹은 감기약이나 신경안정제 따위의 사촌인 것이다.
흔히 인간의 뇌에 작용하여 정신활동을 좌우하는 약물을
향정신약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것으로서는 정신활동을 진정.안정시키는 정신안정제와 스트레스와 불안을 제거하는 가벼운 신경증치료에 사용되는 온화
정신안정제(항불안약)의 둘로 대별된다. 또 뇌의 신경활동을 진정.안정시킨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수면약이나 항전간약도 정신안정제와 같은 부류에
들어가는 향정신약이라고 할 수 있다.이에 비하여 향정신약 가운데는 정신활동을 활성화하는 종류의 것도 있다.
현대사회에 급증하고 있는 우울병의 치료에 사용되는 항울제와 온갖 운동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파킨슨병의 치료약이 그 대표적인 것이며, 후자의
경우에는 정신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종종 성적인 쾌감을 일으키는 일도 있다.
마약이나 각성제류는 이 같은 정신활동을
활성화하는 향정신약, 기호품과 기본적으로는 같은 뇌내에의 작용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마약이나 각성제는 적어도 향정신약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사전에서 마약에 관한 항목을 조사해 보았더니 다음과 같았다. "진통과 마취에 사용되는 약품이며 습관작용이
있는 것. 모르핀. 헤로인. 코카인 등. 중독의 피해가 같다는 데서 필로폰등의 각성제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마약과 각성제는 같은
향정신약의 일종이라고 해도 인체에 작용하는 점에서 본다면 별종의 약이라고 할 수 있다. 마약과 각성제는 뇌 속에 작용하는 부분이 다른
것이다.
마약과 각성제가 뇌내에서 주로 쾌감작용을 미치는 부위는 1)전두연합령, 2)측좌핵, 3)시상하부, 4)중뇌의
네 곳이다 (스텐리 왓슨과 후더 아킬, 1989, 분자와 세포수준에서 본 약물의존, 미시간 대학 정신위생연구소 정신의학과). 그 가운데서 남용이
문제가 되고 잇는 이른바 각성제(암페타민)는 측좌핵에, 코카인은 측좌핵과 전두연합령에 그리고 모르핀, 헤로인 등의 마약은 시상하부, 중뇌,
측좌핵에 작용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마약과 각성제라고는 해도 약물의 종류에 따라서 뇌내에서 작용하는 부위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마약과 각성제는 당연히 인체에 미치는 작용도 다르며, 전자가 진통, 진정, 쾌감 등의 작용을
특징으로 함에 비하여, 후자는 그 이름이 시사하는 것처럼 각성, 쾌감을 주된 작용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마약을 사용한 경우는
진정작용 때문에 종종 수면을 초래하는 일도 있지만, 각성제의 경우에는 여러가지 억제가 제거되어 그야말로 24시간 각성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코카인은 인체 특히 뇌에 대한 작용에서 본다면 분명히 각성제의 일종이다. 모르핀이나 헤로인 등의 마약과는 달라서 각성.쾌감을 주된 작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아편
마약이라는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바로
머리에 떠올리는 것은 양귀비꼿과 거기서 채취하는 아편이 아닐는지. 양귀비는 오월경에 적색, 백색, 자색 등의 아름다운 꼿을 피웠다가는 그 꼿이
진 다음에 정수리만 둥글게 남은 것 같은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에 살짝 상처를 내면 흰 유액이 분비되는데 수십분 동안에 응고된다. 그것을
모아서 건조시키면 고전적인 마약으로 알려져 있는 아편이 탄생한다. 아주 간단한 일이다.
동남아의 황금의 삼각지대에서
정부군의 잇단 소탕작전에도 불구하고 양귀비 재배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의 하나는 이같이 원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간단한 재배. 채취 방법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전전하면서 재배지를 쉽게 바꿀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나무와 대마의 경우에도 해당이 되는
말이다. 이들은 원래부터 잡초와 같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모르핀
아편에는 20종류 이상의 알칼로이드(식물염기)가 들어 있는데 그 가운데 약 10퍼센트를 점하는 것으로
모르핀이 있다. 모르핀은 우리가 진통제로서 종종 사용하는 것이다. 1805년에 독일의 젊은 약제사인 F.W. 제르튜르너 에 의하여 아편으로 부터
단리, 결정화 되었다. 이것 역시 마약단속법의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는 마약이다. 하지만 뛰어난 진통작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기 암환자의
아픔을 덜어주기도 하고, 외과수술이나 화상으로 인한 고통을 진통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의약품으로써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엄중하게 관리되고 있는 모르핀 자체의 남용은 거의 문제가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9세기 중반에 주시기가 발명되었을 때에는
피하주사에 의한 모르핀의 사용이 유행했다.
* 헤로인
화학실험에서도
사용되는 일이 있는 무수초산을 모르핀에 첨가하고서 가열을 하면 '아편이라는 어머니와 화학자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적 존재'로 일컬어지는
디아세틸모르핀, 즉 '마약의 황제'인 헤로인이 탄생한다. 헤로인이라는 이름은 원래 19세기 말에 독일의 세계적인 제약회사가 제조 판매한 상품인데
'영웅적'이라든가 '강력한'이라는 의미를 가진 독일어 'Heroisch'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헤로인이 신체에 미치는
약리작용은 기본적으로는 모르핀과 다를 것이 없다. 진통과 쾌감, 이 두 가지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모르핀이 헤로인으로
바뀜으로써 효과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효과가 3,4배는 되리라고들 이야기한다. 그 까닭은 사람의 뇌를 이물질의 침입으로 부터 지켜 주고
있는 '혈액-뇌 관문'에 있다. 혈액-뇌 관문을 통과하여 뇌내로 들어가는 양을 비교하면 모르핀은 투여량의 약 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데 비하여
헤로인은 무려 약 65퍼센트나 되는 것이다.
혈액-뇌 관문을 자유로 통과할 수 잇는 것으로서는 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이
되는 포도당, 뇌세포를 만드는 단백질 성분인 아미노산, 그리고 각종 효소의 활동을 돕는 비타민류, 칼슘을 비롯한 미네랄(무기이온) 정도인
것이다. 또 하나의 영양소인 지방도 통과증을 발급받는다. 지방은 지질의 하나이다. 즉 혈액-뇌 관문을 비롯한 모세혈관의 세포막도 지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지질류를 통과시켜 버린다는 말이다.
천연물인 모르핀은 수용성이기 때문에
지질인 혈액-뇌 관문으로부터 거부반응을 당하는 반면에 모르핀을 바탕으로 하여서 화학적으로 합성된 헤로인은 지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혈액-뇌 관문을
통과하는 출입증을 발급받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사리 뇌내로 들어가서 효소에 의해 분해된 다음에 모르핀 이상의 마약작용을
발휘하는 것이다.
* 코카인
19세기 중엽, 코카 잎으로부터
코카인이 추출된 이후, 유럽과 아메리카 사회에서 코카인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원래 코카인은 눈, 코, 입 등의 외과 수술 때에
국소마취제로서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구미에서는 기호품으로도 사용되어 온 역사가 있다. 20세기 초엽까지는 코카콜라와 같은 음료수에 혼입하거나
왕후, 귀족, 작가들 사이에서는 강장과 강정을 목적으로 술에 섞어서 마시는 풍조가 있어 왔던 것이다.
19세기 말에
안젤로 마리아니라는 인물이 만든 탄산음료수에 코카인을 혼합한 음료수가 크게 유행했었다. 이 '마리아니 와인'이라고 불린 음료수의 애음자 가운데는
미합중국의 대통령 머킨리,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작가 알렉산더 뒤마, 에밀 졸라, 발명왕인 토머스 에디슨 등의 이름이 즐비하며, 1898년에는
로마교황 레오 13세가 "인류에게 은혜를 가져다 주었다."고 하면서 마리아니를 선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코카 콜라의 전신은 1879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무대가 된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터에서 코카 잎의 추출액과 와인, 그리고 향료를 섞어서 판매하기
시작한 "프렌치 오브 코카"라는 주류였다고 한다.
영국의 작가 스티븐슨이 코카인의 각성작용을 이용하여 겨우 며칠 만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써낸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약물사용과 이중 인격---의미심장한 이야기이기는 하다. 이 밖에도 거의
같은 시대를 산 작가 코넌 도일과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코카인의 애용자로서 유명하다. 이처럼 백색분말이라는 데서 '스노우'라고
불리면서 유행되고 있던 코카인은, 그 원료가 되는 코카 잎이 16세기 말에 남미의 잉카 제국을 정복한 스페인의 손에 의하여 유럽으로 반입된
것이다.
원래 코카 잎은 안데스 산맥의 일반작물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1,000-2,000 미터의 고지에서 재배하고
잇는 코카나무에서 1년에 3,4회씩 채취되는 것인데, 남미의 인디오들에게는 알칼리성의 생석회와 섞어서 씹으면 피로회복과 배고픔, 목마름을 씻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잉카의 신화에 의하면 '태양의 아들이 기아와 피로로 약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힘을 주고 불행한 사람들로 하여금 슬픔을 잊게 하기' 위하여 인디오들에게 내려준 것이 코카 잎인 것으로 되어 있다. 덧 붙인다면 코카
잎에 알칼리성 물질이 첨가되면 혈중의 코카인의 농도가 10배 가까이나 상승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1979년의
일이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코카인이 만연하게 된 이유의 하나에는 에이즈의 유행 때문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전에
헤로인 주사를 돌아 가면서 맞던 관습이 에이즈 감염의 원인이 되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에,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는 코카인에 쏠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지척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코카인 수출국 콜롬비아의 존재이며, 긴 국경선을 가진 미국이 코카인의 침입을 초장에 저지하지 못하는
특수한 사정이 또한 있다.
헤로인에서 코카인으로라는 추세의 변화는 말할 것도 없이 진통성약물로부터 각성약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보통 코카인은 코를 통해서 빨대 같은 것을 이용해 들이마시면서 비점막을 통해서 흡수시키는 일이 많다. 상용자에게서 좌우
콧구멍 사이에 구멍이 뚫려 버리는 비중격천공의 증상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비점막을 통해서 흡수된
코카인은 뇌에 직접 작용한다. 왜냐하면 코는 눈과 마찬가지로 뇌의 전방기관이고 뇌세포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카인을 흡입하면
삽시간에 졸음의 감소, 감수성과 운동성의 향상, 쾌감 등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비점막에 잇는 냄새세포는 여타의 신경세포와는 달라서 외부로
부터 들어오는 이물질을 뇌내로 받아들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코로 흡입된 코카인은 다른 약물에서는 볼 수 없는 신속한 효과를
보인다.
미국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1년 동안 약 80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코카인을 사용하며 약
100만 명 정도의 상습 복용자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수치이다. 주위에 있으니까,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하는 이유만으로는
이만한 사용자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눈부시게 변화하는 스피드 시대의 미국사회에서는 맹렬한 속도로 뇌로 곧장 쳐들어가는 코카인이 만연하는 것이
결코 부자연스런 일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여기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다면, 그 인과관계를 찾아내는 일이야말로 마약문제 해결의 열쇠를 발견하는
일이 될 것이다.
* 메탐페타민과 암페타민
각성제가 개발되는 계기가
된 것은 전부터 종합감기약으로 취급되어 오던 에페드린의 발견 때문이다. 에페드린은 1887년에 동경제국대학 의학부 나가이 교수의 손에 의해서
현재에도 한방에 사용되고 있는 마황의 성분에서 발견.합성되었다. 그리고 1923년부터는 진해제로서, 천식의 특효약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에페드린은 각성제와 흡사한 구조를 하고 있다. 나가이 교수는 이 에페드린을 합성하는 도중에,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각성제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는 메탐페타민(필로폰)을 합성했다. 하지만 이것이 각성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후 1933년에
미국에서 역시 에페드린과 흡사한 각성제의 일종인 암페타민이 합성되었으며 합성자 자신이 복용해 보았더니 각성.쾌감작용이 확인되었다. 화학이 그
산파역 노릇을 한 암페타민, 메탐페타민이라는 각성제의 탄생이었다.
처음에 암페타민은 천식의 치료약으로서 사용되었다.
하지만 강렬한 각성.쾌감작용 때문에 미국 등지에서는 점차로 시험공부중인 학생이나 장거리 주행의 트럭 운전기사들이 남용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로
망상성 정신장해 등 각성제 중독현상을 많이 발생시키게 되었다. 그 후 대량으로 사용되는 계기가 된 것이 제2차 세계대전이다. 병사의 사기양양,
내구력 향상을 위해서 각국의 군대에서 사용된 것이다.
메탐페타민이건 암페타민이건, 그 약리 작용은 공통적이다. 인간의
정신활동을 지배하고 있는 전두연합령을 중심으로 하는 대뇌피질을 각성시켜 사고력, 기억력, 집중력 같은 것을 순식간에 고조시킨다. 구미의 상용자가
'러시(rush)'라든가 '플래시(flash)' 따위로 부르는 작용이다. 암페타민에 '스피드'라는 속칭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람들 대다수는 코카인, 모르핀, 각성제 같은 약물은 자기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사실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는 이 같은 약물에 의하여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